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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5

       원더랜드의 중심가를 향해 걷는 동안 나는 혹시나 쓸만한 정보가 없을까 순찰대원들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불필요한 의심을 사지 않도록 단어 선택에도 주의를 기울이면서 말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괜한 걱정이었음을 알아차렸다.

         

       “아, 그것 말인가? 내가 듣기론 말이지…….”

       “기다려 봐. 내가 더 자세히 알고 있는데…….”

         

       그들은 순찰 활동을 하면서 어지간히 심심했는지 내가 질문하는 것을 굉장히 반겼다. 묻지도 않은 것까지도 앞다투어 가며 말해주려 했다.

         

       덕분에 나는 현재 원더랜드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마신의 영역에 산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원래 가끔 있는 일이었다. 임사 체험이나 유체 이탈, 마법적인 사고 등 그 원인은 제각각이었지만, 원더랜드의 주민들은 그들이 오면 안내인을 붙여서 관광까지 시켜준 뒤 지상에 올려보내 주곤 했다.

         

       그러나 부두교는 우연히 밀려 들어온 표류자도 미지를 탐험하는 여행자도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가 오기 이틀 전에 원더랜드에 들어와 도시 곳곳에서 파괴 활동을 벌였다.

         

       그들이 그런 짓을 벌인 것은 원작의 내용을 생각하면 짐작할 만한 일이었다. TT3에 나오는 적들의 최종 목표가 바로 이곳이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놈들 때문에 우리까지 부두교의 끄나풀로 오해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부두교 침입자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경비대 본부 지하에서 심문하고 있네. 최면술이 특기인 친구들이 있으니까 금방 정보를 캐내겠지. 놈들의 목적이 뭔지, 놈들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도.”

         

       놈들의 우두머리라.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원더스타인이라는 이름은 꺼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다.

         

       나는 일행의 행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묻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순찰대원들은 침입자 같은 지루한 소재보다 다가올 축제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이번에 내가 쓴 가사 좀 봐줄래? 노래자랑 대회에 들고 나갈 거야!”

       “경비 업무 끝나는 대로 북 치는 연습부터 다시 해야겠어.”

       “나는 축제에 가기 전에 페르소나를 손볼 거야. 손가락 대신 칼날이 달려 있다 보니 기타 줄을 끊어먹기 일쑤더라고!”

       “자네 그거 코미디 대회에 나가는 연습하는 거 아니었나?”

         

       침입자를 맞이한 경비대원으로서 그들의 태도는 태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위기의식이 부족하다고 탓할 수 없었다.

         

       그들 중 절반은 자기 본명이나 지상에서의 삶이 기억 안 날 정도로 원더랜드에 들어온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자신을 잃은 사람에게 뭐가 더 중요하고 말고가 의미 있을까.

       매일매일 즐겁게 보내다가 사라지는 것을 기다릴 뿐.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온갖 다채로운 색깔의 건물들이 수백 층에 걸쳐 난잡하게 쌓여 수 km 높이까지 뻗어 있었다. 산이 몇 개는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란 서커스 천막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저곳이 바로 원더랜드의 성채라 할 수 있는 ‘카드순’이었다.

       어비스의 언어로 ‘꿈의 집’이라는 뜻이다.

         

       카드순 주변 하늘은 아까 본대로 폭죽들이 계속해서 터지고 있었다. 그 불꽃의 바다 사이로 용의 모습을 한 연들이 몸에 등불을 매달고 헤엄쳤다.

         

       종종 자신이 길들인 동물들을 타고 날아다니는 사람들도 보였다. 동물들 역시 페르소나 상태라 생전에 어떤 동물이었는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다만, 코끼리였을 것이 분명한 페르소나 한 마리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놈이 커다란 귀를 퍼덕이며 하늘을 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카드순의 입구는 높이 수백 미터의 커다란 아치문이었다.

       그곳으로 다가갈수록 점점 더 많은 페르소나가 나타났다. 온갖 요란한 가면과 복장들이 음악과 노랫소리와 어우러져, 할로윈 축제의 한 중간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오늘따라 방문객들이 많군.”

       “지나갑시다. 우린 경비대 소속이오!”

         

       순찰대원들이 사람들을 헤집고 앞으로 나갔다. 나는 그들을 놓칠세라 재빨리 그 뒤를 따랐다.

       이곳을 북적하게 만드는 것은 이곳의 주민들만이 아니었다.

         

       “자자, 페어리 유치원 어린이 여러분! 선생님을 잘 따라오세요!”

       “꺄악! 이것 좀 봐!”

       “코끼리다!”

       “귀가 커! 꺅꺅!”

         

       한 무리의 요정 떼들이 머리 위를 지나갔다. 그들은 쉴새 없이 조잘대며 허공에 환상을 마구 뿌리며 날아다녔다. 그들이 만든 환상들은 뿌연 연기처럼 떠돌더니 자기네들끼리 껴안고 뒹굴며 노닥거렸다.

         

       “만월의 사냥터에서 오신 분들은 이쪽으로. 오늘 가이드를 맡은 곡예사가 접니다!”

         

       페르소나 한 명이 <원더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밀레투스 신도분들은 이쪽으로!>라고 적힌 패널을 들고 고함을 쳐댔다. 수인 한 무리가 그것을 보더니, 그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키르쿠스의 영역은 어비스에서 가장 출입이 자유로운 곳 중 하나였다.

       요르문간드의 요정들도, 다른 마신의 영역에 거주하는 자들도, 심지어 마귀들도 종종 공연을 즐기기 위해 원더랜드를 찾았다.

         

       “거기 길 한중간에서 마켓몬 배틀하지 마세요!”

         

       어떤 경비대원의 외침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2명의 곡예사가 강아지만 한 마귀 두 마리를 앞세우고 서로 싸움을 붙이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고양이처럼 생긴 마귀와 단단한 가죽을 지닌 악어처럼 생긴 마귀가 서로를 노려보며 빙글빙글 돌았다.

         

       나를 안내하는 순찰대원이 그것을 보더니 투덜거렸다.

         

       “사도 회의는 마켓몬을 금지해야 해. 저런 마귀 집사들 때문에 할 일이 더 늘잖아.”

       “어림없는 소리. 사도 중에서도 마귀를 키우는 분들이 있는데……. 오히려 반입 가능한 마귀를 5급에서 4급으로 위험도를 완화할 거라는 소문이 돌던걸.”

       “치안이 더 개판 나겠군. ‘길들이기’ 쪽 여론이 갈수록 커지는 거 같아.”

         

       나는 그물에 포획당해 끌려가는 마귀들과 엉엉 울며 경비대원에게 매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떼지어 몰려다니며 불평불만을 터트리는 노움들도, 어두침침한 옷을 입고 와서 이곳의 발랄한 분위기에 쭈뼛거리는 다른 마신의 추종자들도,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손에 풍선을 들고 있는 마귀도 모두 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원더랜드.

       참으로 멋진 곳이었다.

         

         

       *메인 퀘스트-프리퀄

       : 프리퀄은 본편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달성조건

       : 트릴 트릴로1 시작 시점까지 생존

         

       성공 시 보상

       : 현실로의 귀환

         

       실패 시 페널티

       : 현실에서의 사망

         

         

       지금까지 사망은 곧 게임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곳이 약속되어 있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이 정도면……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메인 퀘스트-서커스 그랑프리

       : 하늘도시 히포드롬이 원더스타인을 부르고 있습니다.

         

       달성조건

       :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에 진출하십시오.

         

       성공 시 보상

       : 습득한 모든 데볼루트와 바이오맨서의 능력을 현실로 가져갈 수 있음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만약, ‘프리퀄’ 퀘스트를 달성했는데, ‘서커스 그랑프리’ 퀘스트를 실패했다면, 나는 또 예전의 그 방구석에 박힌 삶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럴 바에 현실로의 귀환이 이루어지기 전에 돌에 머리를 박고 죽는 게 나았다. 그렇다면 이 나무 작대기로 만든 어설픈 팔다리라도 챙길 수 있을 테니까.

       이곳에서 내 영혼이 자아를 잃고 에너지로 돌아갈 때까지 못 해도 백 년은 즐겁게 지내다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곧 그것이 섣부른 판단이라고 결론지었다.

       모두 내 추측일 뿐이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도착했군.”

         

       순찰대원의 말에 나는 상념을 깨고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는 어느새 카드순의 입구까지 와 있었다.

         

       순찰대원들은 아쉬워하는 티를 내며 여기서 작별을 고했다.

         

       “순찰 업무 중에는 카드순에 출입할 수 없거든.”

       “나중에 인연이 생기면 또 보자고.”

       “아무쪼록 죽은 가족들과 다시 만나길 빌겠네.”

         

       그들 중 리더 격인 나비 가면의 페르소나는 본인의 건물 주소까지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는 상층 거주자였다. 생전 훌륭한 무대를 선보인 곡예사는 카드순에 그 무대를 본뜬 건물이 형성되었다. 카드순을 이루는 이 수많은 건물은 그렇게 형성된 것이었다.

         

       “나는 내 본명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이곳에 오래 있었네. 내 거주지 역시 얼마 안 있어 사라지겠지. 며칠 뒤에 시간 되면 한번 놀러 오게.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연이 있던 사람들을 불러 내 대표적인 재주 몇 가지를 보여주기로 했거든.”

       “감사합니다. 시간이 되면 꼭 찾아뵙죠.”

         

       아무리 봐도 이곳에 며칠까지는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베풀어준 친절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서로 악수하고 헤어지려는데, 카드순의 입구에서 한 무리의 순찰대원들이 다가왔다. 그들 중 말 대가리 가면을 쓴 사람이 나비 가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이!”

       “응? 자네가 여긴 왜?”

         

       그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서 만나다니. 오랜만이군.”

       “그쪽은 복무 기간이 거의 만료된 것으로 아는데?”

       “오늘로 끝이었지. 그런데 연장됐어.”

         

       말 가면의 말에 나비 가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그게 침입자를 붙잡았는데……중간에 놓쳐버렸거든.”

         

       이만 자리를 뜨려던 나는 그의 말에 발걸음을 멈췄다.

       침입자라면?

         

       “며칠 전에 들어온 그놈들 말인가?”

       “그래. 그중 젊은 애 한 명을 붙잡았었지.”

         

       젊은 애라면 누굴까.

       내 머릿속에 <다섯 곡예사>의 무대에 오른 6명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허! 포상 감인데. 어쩌다가 놓쳤나?”

         

       나비 가면의 질문에 말 가면은 면목 없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자기가 고안한 새로운 재주를 보여주겠다고 해서 줄을 풀어줬는데 잠시 뒤돌아 있으라고 하기에 돌아 있었는데, 돌아보니 없더라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더니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참기 힘든 유혹이었겠군요.”

       “산 자의 재주라니.”

       “흐음, 그건 못 참지.”

         

       역시나 원더랜드의 주민들이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조심히 끼어들었다.

         

       “그……도망쳤다는 사람에 대해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응? 넌 누구지?”

         

       말 가면이 나를 바라보고 눈을 껌뻑였다.

       나비 가면은 내 작대기 팔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오즈 군은 하층 거주자라네. 가족들의 영혼을 건지러 외곽을 돌아다니다가 우리를 만났지. 며칠 카드순을 나가 있었던지라 소식이 궁금한 모양이야.”

       “훗, 그런가? 그럼 내 무용담을 또 들려줘야겠군.”

         

       말 가면은 자신이 어떻게 침입자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나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그녀를 잡을 수 있었는지 손짓, 발짓에 성대모사까지 섞어가며 묘사했다.

         

       “그리고 놓쳤군요.”

       “윽! 그 전에 이야기를 끝냈잖아. 아름다운 마무리를 망치지 마. 젠장, 연장 복무라니! 축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나비 가면은 한 바탕 불평을 늘어놓으려는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그래서 카드순 입구로 온 이유가 뭔가?”

       “아, 그거. 도망치는 걔를 우리가 쫓기는 했는데, 그만 카드순으로 향하는 행렬에 섞였지 뭐야. 도시에 숨어들면 잡는 건 거의 포기해야 하잖아? 우리야 명령에 따라야 하는 처지지만, 시민들이야 산 사람, 그것도 곡예사가 왔다 하면 쌍수를 들고 반길 테니까.”

       “그렇지.”

       “나라도 그럴 거야.”

         

       경비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이야기를 꺼낸 말 머리 본인도 수긍하는 듯했다.

         

       “도망치는 쪽도 무조건 도시 안에 숨으려 할 거야. 그러니 그 전에 붙잡는다.”

         

       경비대원들은 합심해서 카드순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검문하기로 했다.

         

       나는 그들에게서 떨어져 이곳으로 들어오는 인파를 살폈다.

       아까의 이야기로 도망친 젊은 애가 누구인지는 알았다.

       경비대원들에게 발각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녀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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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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