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15

       검 끝에 핏방울이 맺힌다.

       

       

       유리아가 아닌 어느 누구도 상처를 입히지 못했던 철옹성에 붉은 선이 그어져 선혈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투두둑…

         

         

       올라프의 팔을 베어낸 나는 올라프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닿았다.’

       

         

       좁혀질 것 같지 않았던 격차를 드디어 매웠다.

         

         

       상성이 좋았던 걸까.

       아니면 내가 강해진 걸까.

       1년 전이었으면 눈도 못 마주칠 상대의 경계를 받아내는 기분은 생각 이상으로 감회가 남달랐다.

       

         

       나도 이제 소설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강자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나는 평온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신체 일부를 내려다보는 올라프에게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부르던 신은 어디 갔습니까?”

       “…”

       “신에게 부르짖어 보시죠.”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그것도 신에게 물어보세요.”

       

       

       하얀 세마포와 함께 잘려나간 오른팔.

       떨어지는 핏방울.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전투를 경험한 올라프에게도 이번 상처는 평소보다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재생이 안 돼…?’

         

         

       어떤 부상을 입어도 재생하는 불사의 몸. 신에게 축복을 받은 육체는 신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듯이 은총을 거부하고 있었다.

         

         

       근본적인 무언가가 단절된 느낌.

         

         

       등 뒤로 서늘하게 몰려오는 오싹한 감각에 올라프는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이럴 순 없는데.”

       “…”

       “신의 은총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이단밖에 없는데. 내 믿음이 부족한 걸까.”

       

       

       올라프는 혼잣말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재생할 수 없어.’라는 혼잣말을 들은 나는 미소를 지었다.

         

         

       “기도를 더 해보시죠.”

         

         

       올라프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레발 치지 마라. 이단.”

       “…”

       “신은 너에게 심판을 내려줄 테니까.”

       “신이라…”

         

       

       그의 헛소리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찾는 신은 뭐 하고 있길래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지 않고 있는지 우스워서.

         

         

       나는 소설에 나온 그의 과거를 생각하며 비아냥을 담은 말을 뱉었다.

         

         

       “그럼, 당신이 찾는 신은 왜 당신에게 구원을 베풀어 주지 않는 걸까요.”

       “신을 모독하지 마라. 그는 언제나 나의 기도에 응답해주시고 나의 기도를 이루어주시는….”

       “그럼 왜 당신의 딸의 기도는 들어주지 않는 겁니까?”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한 가지 단어에 올라프의 몸은 차갑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딸.

         

         

       본래라면 건들지 말아야 할 민감한 주제이지만, 나도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모조리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그의 멘탈을 부셔놓아야 했었다.

         

         

       그도 누군가를 괴롭혔을 테니까. 내가 그러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나는 조소를 터뜨리며 웃었다.

         

         

       “푸하하… 생각해도 웃기지 않습니까. 당신의 기도는 들어주시면서 정작 당신이 사랑하는 딸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소설을 본 나로는 올라프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보잘것없는 이유로 이교도에 몸을 맡기었는지. 알고 있었다.

         

         

       음지의 왕이었고.

       동시에 이른 나이에 딸을 잃었던 아버지.

         

         

       역린이었지. 딸에 대한 언급은 올라프에게 있어서 건들지 말아야 할 역린.

         

         

       나는 주먹을 쥐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올라프를 향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당신의 신은 도대체 무엇을 하길래….”

       “닥쳐라.”

       “사람이 아니라서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걸까요?”

         

         

       나는 조소를 뱉으며 창밖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괴물을 흘기며 말했다.

         

         

       -끼에에엑!

         

         

       “당신의 신은 인종을 차별하나 보군요.”

       “지금 당장 사지를 찢어주마.”

       “해보시죠.”

         

         

       나는 검을 잡고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를 기다렸다.

         

         

       그가 나라는 존재를 적응하기 전에 확실하게 치명상을 남길 수 있도록 다리를 굽혀 다가오는 그를 기다렸다.

         

         

       올라프의 도끼에서 흑마력을 가득 담은 검은색 아지랑이가 춤을 추고 있다.

         

         

       사도라는 직책이 능력만으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험한 기세를 뿜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호흡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잔잔한 바람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작게 중얼거렸다.

         

       

       “개..”

       

       

       아니, 기술 이름은 내가 생각해도 별로니까 하지 말자. 나는 헛웃음을 뱉으며 단전에서부터 깊게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검을 검집에 넣고.

       순간의 마찰에 온 힘을 쏟아붓는 기술.

         

         

       ‘발도.’

       

       

       거대한 횡을 그리며 다가오는 검을 보는 올라프의 눈동자는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쑤시개라고 생각했던 검이 자신의 목을 벨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터벅.

         

         

       한걸음 뒷걸음질 치며 검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이미 검은 올라프의 턱 끝까지 도달해 살갗을 베어나갔다.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칼끝에 피부를 베는 서늘한 감각이 느껴진다.

         

         

       처음의 공격보단 깊지 않았지만, 허공을 가르지 않은 검격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놈!”

       

       

       몸을 크게 베인 올라프는 대답 없는 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들었다.

       

       

       “기도에 대한 응답을!!!!”

       “신은 죽었습니다.”

       “닥쳐라!”

       

       

       올라프의 형편없는 도끼질을 받아내는 나는 확신했다.

         

         

       이길 수 있다고.

       

       

       올라프의 능력은 반사.

       

       

       자신에게 향한 모든 데미지를 반사하는 능력.

       

       

       미하일의 공격도.

       루인의 공격도.

       모든 것을 받아내고 토해내는 철옹성과 같은 거벽. 약한 상대가 아니었다. 어쩌면 로웬과 비등하게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상대였다.

         

         

       단지 하나.

         

         

       -티르빙이 대상의 모든 축복을 끊어냅니다.

         

       

       상성이 나와 극악이라는 점에서 승부의 저울을 크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설에서 올라프에게 유일하게 데미지를 입힐 수 있었던 것은 유리아의 ‘신성력’. 티르빙은 그보다 극단적으로 올라프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숨통을 죄고 있었다.

       

         

       아무리 대단한 마법을 구사하더라도 흑마법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그것의 근간이 되는 재화를 끊어버린다면 소용이 없었으니까.

       

       

       아쉽게도 반사를 막아낼 순 없었다. 내가 가진 능력은 신성력이 아니니까. 단지 올라프의 괴물 같은 재생력에 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티르빙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지.

       

         

       나는 어깨와 팔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을 참아내며 검을 휘둘렀다. 재생력만큼은 나도 자신 있었으니까.

         

         

       -한계돌파가 ‘재생력 Lv. 4’의 한계를 시험합니다.

       -한계돌파가 ‘재활의 손길’의 한계를 시험합니다.

       

       

       나의 검은 다시 한번 올라프의 품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터질 것 같은 오러를 머금고 자세가 무너진 올라프의 허를 찌르기 위해 숨을 참으며 몰아친다.

       

       

       “신은…”

       

       

       다가오는 검을 보며 올라프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녀석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괴물이냐고. 자신의 몸을 베어갈수록 똑같이 상처가 나고 있으면서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두르는 괴물의 의지가 떨어지는 낙뢰보다 무섭다고 생각했다.

       

       

       수복할 수 없고 열세로 몰리는 이 상황을 벗어나야 했다. 지금 전투의 흐름은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

         

       

       올라프는 손끝에서 움직이는 도끼의 손잡이를 잡으며 생각했다.

         

         

       차라리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을 초토화 해버려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올라프는 평온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인정한다.

       

       

       저 남자는 자신의 생각보다 뛰어났다는 것을. 모든 것을 알면서 떠드는 뱀의 입술에 넘어갔고 방심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사도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런 추태를 보여주면 안 됐는데, 먼저 떠나간 신도들의 싸늘한 주검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주여.”

       

       

       올라프는 고개를 숙여 리카르도가 뱉는 공격을 묵묵히 받아냈다. 길잃은 어린양의 투정을 포옹하는 것이 목자가 가진 의무였으니까.

       

       

       “주님…”

       

       

       신에게 기도를 올리며 리카르도의 회개를 들었다.

         

         

       그리고

         

         

       하늘에 손을 들어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천사여 제게 찾아와 주소서.”

         

         

       올라프의 기도가 끝남과 동시에 창밖에서 뇌우를 받아내고 있던 괴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는 몸을 거칠게 움직이고 여관을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나는 천사의 입에서 뻗어져 나오는 검은색 손을 보며 이를 갈았다.

         

         

       “젠장.”

         

         

       -콰가가가가강!!

         

         

       수세에 몰린 올라프를 구원하기 위해 그의 구원자가 찾아왔다.

         

         

       아기의 손과 같은 형태의 검은색 손을 뱉는 천사는 쏟아지는 뇌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라프를 감싸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기계음과 같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올라프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천사.

         

         

       “아빠… 아빠…”

         

         

       나는 이를 갈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2 페이즈가 열리면 안 됐다.

       그럼 감성팔이도 먹히지 않을 테니까.

         

         

       나는 천천히 천사의 입으로 몸을 숨기는 올라프를 향해 검격을 날리며 말했다.

         

         

       “씨발.”

         

         

       올라프는 웃고 있었다.

         

         

       *

         

       나는 밤새도록 검을 휘둘렀다.

         

         

       그에게서 이기겠다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Q. 이제는 부를 수 없는 이름.]

         

         

       1. 유리아의 아버지 ‘제임스’ 구출. (1/1)

       2. 자비의 사도 ‘올라프’에게서 생존. (1/1)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날이 밝아왔다.

         

         

       *

         

         

       날이 밝을 때까지 이어졌던 전투가 끝나고 올리비아는 무너진 여관의 잔해를 멍한 표정으로 내려보고 있었다.

         

         

       “리카르도…?”

         

         

       피를 흘리고 쓰러져있는 리카르도가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피로 칠갑이 된 손을 파르르 떨며 억지로 미소를 짓고 올리비아를 말했다.

         

         

       “아가씨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

       “이제 제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콰드드득.

         

         

       올리비아의 등 뒤에서 잔해물을 치워내는 올라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노인의 모습을 지워내고 건장한 청년의 모습으로 탈피한 올라프는 말끔한 육신을 드러내며 올리비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녀여 그대는 신을 믿나.”

         

         

       올리비아는 멍한 눈으로 올라프를 바라보며 물었다.

         

         

       “얘 때문이야?”

       “아가씨.”

       “쟤 때문에 리카르도가 아파?”

         

         

       올리비아의 눈에 어둠이 서리기 시작했다. 차갑고 깊은 어둠이 오로지 하나의 대상을 품으며 퍼지기 시작했다.

         

         

       올리비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올라프를 보며 말했다.

         

         

       “죽어.”

         

         

       하늘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새벽의 태양을 가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지각해서 죄송합니닷!
    길어질 것 같은 전투씬은 모조리 스킵했습니다!
    2화 분량을 작성했지만 안 그래도 늘어진 것이 더 늘어질 것 같아서…!

    [후원 감사]

    도링님 2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잇! 몸 관리에 대한 걱정을 담아주신 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맨탈에 상처를 받았던 요정이지만 독자님의 걱정 덕분에 힘을 받았습니다!
    이것도 요정이 이겨내야하는 거니까 말이죳!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따뜻한 응원을 받은 마음을 보답하자! 끝까지 이겨낼 수 있는 끈기의 요정! 우렁찬 마음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도링님 3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어머… 이것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할지.
    요정… 뒤늦게 확인했습니닷!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고 감동이 밀려옵니다.
    최근 부진했던 요정.
    아마 사사로운 것들을 전부 챙기려고 한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발전하고 또 발전하려는 요정!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이랍니다!

    독자님에게 오늘은 굉장히 특별한 요정! 그리스의 요정의 허락을 받아 큐피트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공개…로 올리겠습니다. 1코인 후원해주신 독자님..

    어… 음… 마음이 아프네요.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부진했던 요정임을 알고 있지만 막상 후원 맨트로 들으니, 시무룩해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