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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5

        = 신참! 일어났나?

       

        게임을 시작하자, 내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한 마을에서 깨어났다.

        내 캐릭터는 이 마을의 신참 헌터로서, 오늘이 첫 사냥에 나서는 날…… 이라는 설정이었다.

       

        “호오. 그렇군.”

       

        – 캬

        – 예전에 이 게임 나왔을 때는 진짜 많이 본 장면임.

        – ㄹㅇㅋㅋ

        – 오랜만에 보는데도 새롭네.

        – ㅋㅋㅋㅋㅋ

        – 기대 중!

        – ㅋㅋ

       

        = 가자고 신참!

       

        = 크하하핫!!

       

        = 큰 놈을 사냥해 보자고!

       

        내 캐릭터의 선배들인 듯한 이들이 말을 건다.

        내 캐릭터는 그들의 손에 이끌려 대장간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 자! 신참! 드디어 무기를 들 차례야. 뭘 고를래?

       

        [무기를 골라주세요.]

       

        “여기서 무기를 고르는 모양이구나.”

       

        나는 게임 화면에 떠오른 무기들의 종류를 살폈다.

        무려 14종에 달하는 다양한 무기들이 보였다.

       

        “호오. 미리 체험도 가능한 것인가?”

       

        – 써 보고 고르죠?

        – 카타나가 최고임!

        – 활 어떠세요?

        – 남자는 대검!

        – 캐논도 좋습니다.

       

        시청자들의 추천을 들으며 모든 무기를 하나씩 해 보았다.

       

        “호오. 특이하구나.”

       

        14종이나 되는 무기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무기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령 ‘대검’의 경우에는 속도가 느린 대신 묵직한 한 방이 가능하다든가, 대검과 비슷한 ‘해머’의 경우에는 묵직한 공격을 연속으로 날린다든가 같이 말이다.

        다만…….

       

        “함정이나 독은 보이지 않는구나.”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아닠ㅋㅋㅋ

        – 여기서도 독을 찾으시넼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

       

        그야 내가 잘 써 왔던 방법이 함정과 독이었으니 그렇지.

        나는 웃는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자고로 최고의 사냥법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쓰러진 사냥감을 주워가는 것이란다.”

       

        그런 의미에서 함정과 독은 정말로 유용한 사냥법이다.

        함정은 설치해 놓고 가만히 기다리면 저절로 사냥감이 잡히고, 독 역시 사냥감에게 중독시키는 데만 성공하면 느긋하게 쫓기만 하더라도 사냥을 성공하게 해 주니까.

       

        “그 얼마나 편하냐?”

       

        – ㄹㅇㅋㅋ

        – 맞는 말이긴 함.

        – 게임에서 편안함을 찾는 것은 좀.

        – ㅋㅋㅋㅋㅋㅋ

        – 진짜 웃음벨이넼ㅋㅋㅋ

       

        “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고민해 보자.

        나는 과연 어떤 무기를 써야 할까?

       

        – 어차피 나중에 바꿀 수 있어요.

        – 써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무기로 바꿔요.

        – 가볍게 고르셔요.

        – 초반에는 대검이 좋음.

        – 대검!

       

        “대검이라…….”

       

        가장 먼저 추천받은 무기는 ‘대검’.

        예시에서 말했듯, 공격 속도가 느린 대신 강력한 한 방을 때리는 데 특화된 무기였다.

        시청자들의 말을 들어 보니,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다 기회가 될 때 한 대씩 때리는 방식으로 운용하면 된다고 한다.

       

        – 카타나도 좋음.

        – 카타나의 발도술!

        – 패링이 얼마나 사기인데요!

       

        “흠.”

       

        카타나라는 무기도 추천을 받았다.

        다만 이쪽은 무기의 ‘성능’보다는 ‘멋’ 때문에 추천을 받은 모양이다.

       

        – 슬링건 어떰?

        – 원거리라면 슬링건도 나쁘지 않거든요.

        – 기동력 좋음.

        – 슬링건 해주세요.

       

        “슬링건?”

       

        슬링건.

        발리스타라는 무기를 작게 소형화한 것 같은 원거리 무기다.

        이 게임에서는 총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무기로 보였다.

       

        “흠…….”

       

        나는 시청자들의 추천과 함께 모든 무기들을 한 번씩 사용해 보았다.

        그리고 무기의 커맨드까지 모두 숙지한 이후에야 하나의 무기를 고를 수 있었다.

       

        – 방패?

        – 와.

        – 게이의 무기를…….

        – 게이게이야.

        – 씹게이의 무긴 데.

        – 에반데

       

        “음? 이게 왜 게이의 무기인 것이냐?”

       

        커다란 방패를 등에 멘 나의 캐릭터를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실드 크러셔.

        내가 선택한 무기의 정식 명칭이었다.

        평소에는 커다란 방패의 형상이나, 특수한 상태에서는 거대한 건틀릿의 형상으로 변형, 강력한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무기라고 한다.

       

        기본적인 운용 방식은 방패 상태에서 몬스터의 공격을 가드 및 패링.

        그렇게 ‘충격 에너지’라는 게이지를 쌓은 후, 적절한 타이밍에 ‘건틀릿 모드’로 변형해 상대에게 강력한 공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나의 취향이 들어맞았다.

       

        “전부터 이런 중량이 느껴지는 공격을 해보고 싶었지.”

       

        딱 보면 알겠지만, 이것은 내 남편이 즐겨 사용하던 전투방식이었다.

        몸에 두른 금속을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 넘기고, 금속으로 둘러진 거대한 주먹으로 적을 묵사발로 만든다.

        전부터 그런 남편의 방식을 얼마나 따라해 보고 싶었는지…….

       

        – 엌ㅋㅋㅋㅋ

        – ㅋㅋㅋ

        – 이걸 또 특이 취향잌ㅋㅋㅋ

        – ㅋㅋㅋㅋㅋ

        – 남편 따라 하고 싶은 거라면 쩔 수 없죠.

        – ㅋㅋㅋㅋ

       

        = 신참! 도망가!

       

        = 으아악!

       

        내가 시청자들과 대화하는 와중에도 시나리오는 진행되고 있었다.

        고참들과 함께 사냥을 나선 나의 캐릭터는, 분명 안전해야 할 사냥터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대한 몬스터와 마주친다.

        온통 검은색에, 검은 독을 흘리는…… 드래곤을 닮은 몬스터를 말이다.

       

        “어디서 비슷한 동족을 본 것도 같은데…….”

       

        – 아닠ㅋㅋㅋㅋ

        – 여기서 또 경험담잌ㅋㅋㅋ

        – 라나님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존재하는가!

        – ㅋㅋㅋㅋㅋ

        – ㅋㅋㅋ

       

        어쨌든 내 캐릭터…… 그러니까 ‘주인공’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몬스터에게서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그와 함께 한 고참 헌터들의 희생 덕분이었다.

       

        겨우 살아서 마을로 돌아온 ‘주인공’.

        하지만 이내 문제가 생기고 만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고참 헌터들이 전멸한 탓에, 당장 마을에 공급되던 몬스터의 소재가 고갈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게임이 시작되는구나.”

       

        그렇다.

        고참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몬스터의 습격으로 전멸당함으로써, 아직 경험이 모자란 신참인 ‘주인공’ 이외엔 제대로 된 헌터가 없게 된 상황.

        이렇게 신참 헌터인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열성적으로 사냥할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점점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고, 경험을 쌓아, 결국 고참들을 전멸시킨 정체불명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시나리오의 흐름일 것이다.

        왜냐하면 게임 소프트웨어 칩 케이스의 정면에 그려진 몬스터가 바로 ‘정체불명의 몬스터’였기 때문이었다.

       

        “개연성이 훌륭하구나.”

       

        – ㄹㅇㅋㅋ

        – 맞아용.

        – 클리셰라면 클리셰인데, 맛있으면 그만임.

        – 솔직히 이번작이 스토리도 좋음.

        – 이렇게 스토리 좋았던 적이 없었음.

        – 이번 작이 진짜 갓작임.

       

        시청자들의 평가도 좋다.

        이 정도라면, 나 역시 기대해도 좋겠지?

       

        “그럼 퀘스트대로, 첫 사냥을 시작해 볼까?”

       

        나는 시청자들의 말대로 접수대에서 사냥 의뢰를 수주했다.

        그리고 식당에 가서 ‘추천메뉴’라는 음식을 먹고, 적당한 버프를 얻는다.

        그 후엔 보급 물품이라는 ‘소형 포션’과 소모품을 들고 사냥터에 진입했다.

       

        쿵!

       

        큐웃!

       

        절벽 위에서 자기 동반자와 함께 착지하는 내 캐릭터의 컷 신이 나오고, 이내 게임 화면으로 돌아온다.

        내가 조종할 수 있게 변하자마자 나는 물었다.

       

        “그런데 사냥감의 외형이나 특징은 언제 알려주는 것이냐?”

       

        사냥감을 추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사냥해야 할 목표물의 특징이나 생김새 정도는 알아야 추적하지 않던가?

        그런 내 질문에, 시청자들이 답했다.

       

        – 맵 돌아다니다 보면 흔적 있어요.

        – 흔적 수집할 때마다 게이지 오름.

        – 흔적 수집해서 찾아가야 해요.

        – 좀 노가다가 필요함.

       

        “그렇구나.”

       

        나는 튜토리얼에서 배운 대로 캐릭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언덕을 넘고, 들판을 달린다.

        그렇게 맵을 돌아다닐 때였다.

       

        반짝!

       

        “음?”

       

        맵의 근처에서 형광빛으로 반짝거리는 부분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의 흔적’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혹시 이것이?

       

        [???의 흔적 채집 – 1/5]

       

        “호오. 혹시 이것이 그것이냐?”

       

        – ㅇㅇㅇㅇㅇ

        – 넹.

        – ㅇㅇㅇ

        – 맞습니다.

       

        그제야 나는 이 게임의 방식을 조금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사냥감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소리, 냄새, 흔적, 진동…… 모든 것들을 동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게임이다.

        사냥감을 추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재현할 수 없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이 게임을 만든 이들은 그 부분을 그럴듯한 요소로 간략화했다.

        한 번도 사냥을 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이 마치 능숙한 사냥꾼처럼, 사냥감을 추적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사냥은 이렇게 대놓고 흔적이 있지 않단다. 보통은 수풀 속에 숨어 있거나, 흔적이 있더라도 다른 흔적에 덮여서 제대로 식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

       

        – 호옹이.

        – 어차피 게임인데요 뭐.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 이거 그거죠? 아!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꼰대 출현!

       

        웃어대는 시청자들과 잡담하며 흔적을 찾아간다.

        다행히 맵이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았고, 흔적 역시 쉽게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 콘텐츠가 ‘사냥’이기 때문일까?

        ‘사냥’이라는 것 이외에는 간략하게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4개 구나.”

       

        하나만 더 모으면 이번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게 되겠지?

        나는 그런 기대를 하며 널찍한 공터로 나왔다.

        그리고…….

       

        [발견 – “타이탄 오록스”]

       

        “…….”

       

        나는 그 공터에서 목표물과 조우하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내가 한 노력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추적은? 흔적은?

       

        – ㅋㅋㅋㅋㅋ

        – 라나님! 사냥!

        – 공격!

        – 사냥이다!

        – 학살이다!!!

       

        “…….”

       

        나는 어딘가 속은 것 같은 기분으로 캐릭터를 조작해 무기를 들었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되어 버렸지만…… 어쨌든!

       

        “자. 그럼 사냥을 시작해 보마.”

       

        – 와아ㅏㅏㅏㅏ!!

        – 라나님! 파이팅!

        – 화이팅!

        – 가즈아!!

        – 고고고고고곡고고!!!

       

        = 하앗!

       

        내 캐릭터의 힘찬 기합과 함께, 사냥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드래곤님은 쩌는 사냥 실력을 보여주실 것인가?!

    월요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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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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