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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5

       설아가 그 메시지를 보내고 난 후로 화령은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침묵 속에서 내가 실수를 저질렀나? 너무 성급했나? 하고 불안에 떨던 설아는 1초가 지날 때마다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1분 가량이 지났을 무렵에 화령에게서 답장이 돌아왔다.

       

       <화룡무인으로 들어와요.>

       

       설아는 그 문구를 보고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오라 하셨으니 가야한다고 여겼을 뿐.

       

       그렇게 화룡무인의 세상으로 내달린 설아는 화산의 입구에서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는 화령을 마주하게 되었다.

       

       설아를 바라보는 화령의 눈빛은 그 어떤 순간보다도 차갑고도 차가워서 설아는 VR속임에도 오한이 척추를 타고서 오르는 것을 느꼈다.

       

       “천마신공을 배우고 싶다 하였느냐.”

       “…네!”

       

       신공을 배우고 싶다는 설아의 마음은 진짜였다.

       

       그녀를 이 무협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분명 천마의 직함을 지닌 주인공이었으니.

       

       자신의 동경을 체화한 이에게 그 길을 걷는 법을 배운다면 분명 이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 터.

       

       “왜라는 물음은 하지 않으마. 강한 무공을 배우겠다는 데에 이유는 필요치 않을 터이니.”

       

       그리 말을 한 후에 화령은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가 연기를 뱉었다.

       

       그녀의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며 밤하늘에 회색을 새긴다.

       

       “그러니 그대도 내게 거절의 이유를 묻지 말라.”

       “거절…이요?”

       “그래. 본인은 그대에게 천마신공을 가르칠 생각이 없다.”

       “어째서?…”

       

       방금 전에 거절의 이유를 묻지 말라고 했지만 설아는 그리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설아가 생각하기에 화령은 천마신공을 남에게 가르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당장 그녀가 꾸준히 굴려대는 방송인 당소일만 하더라도 천마신공을 그 따위로 다루는 걸 보고 있을 수 없다며 가르침을 내리지 않았던가.

       

       그러니 설아는 당연 자신도 별 어려움 없이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동경의 대상에게 이상을 주입받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 확신이 깨져버린 지금 설아는 이유를 갈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를 묻지 말라 했을 터.”

       “그렇지만 다른 분들에겐 이미 천마신공을 가르치고 계시잖아요, 그 이치를 알려주고 있으시잖아요.”

       

       화령이 하는 말이라면, 행동이라면 응당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하던 설아가 처음으로 한 반박에 화령이 고갤 끄덕였다.

       

       “그랬지.”

       “그런데 왜 전 안 되는 건가요.”

       “그리 이유를 갈구하니 한 마디만을 해주마. 그대가 천마신공을 배워선 안 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네?”

       

       천마신공을 배워서는 안 되는 인간이라니.

       

       그게 무슨.

       

       설아가 조금도 납득하지 못했음을 느낀 것일까.

       

       화령은 한숨을 내쉬더니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 순간 설아의 어깨 위를 무언가가 짓눌렀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형체도 없었고 소리도 없었으니까.

       

       무언가가 지닌 것은 오롯이 무게뿐이었다.

       

       현실에서는 몰라도 화룡무인의 세상 속에서는 초인이라 불러 마땅한 설아조차도 견딜 수 없는 무게 말이다.

       

       처음에는 그를 이를 악물고서 견뎌내던 설아였지만 그것도 잠시 뿐.

       

       화령이 두 번째 걸음을 내딛은 순간 설아의 무릎은 꺾였고 그녀는 자연스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대는 천마신공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마를 타고서 식은땀이 흐른다.

       

       숨이 막혀온다.

       

       손가락 발가락하나 움직일 수가 없다.

       

       설아의 육신은 설아의 것이었으나 동시에 설아의 것이 아니었으니.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운 그녀에게 말을 내뱉기란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령은 설아에게 답을 재촉했다.

       

       “답하라.”

       

       무리에요. 불가능해요.

       

       입이 움직이지 않는 걸요.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어버려서 무엇도 생각할 수 없어요.

       

       설아는 공포에 바들바들 떨면서 속으로 그리 소리쳤지만 화령은 가만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질식해서 죽어버릴 것 같단 생각이 들 무렵 설아는 갑작스럽게 압박감에서 해방되었다.

       

       바닥에 엎드린 체 몇 번이고 기침을 내뱉다가 다급히 숨을 들이키는 그녀의 위에서 화령이 목소리를 낸다.

       

       “다시 한 번 물으마. 천마신공이란 무엇인가.”

       “…파천이라고 화령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간신히 숨을 다잡은 설아가 그리 말을 건네자 화령이 재차 한숨을 흘렸다.

       

       “그렇기에 안 되는 것이다.”

       “…네?”

       “혹여 천마신공 이외의 다른 무공을 알려달라고 한다면 내 기꺼이 전수를 해주마. 생각이 바뀐다면 말을 하도록.”

       

       화령은 그리 이야기를 하고 나서 등을 돌려 버렸다.

       

       화산의 부지에 홀로 남겨지게 된 설아는 멍하니 화령이 걸어간 길을 바라보았다.

       

       *

       

       “적당한 기초 정도만 알려줘도 되지 않으냐?”

       

       집무실에 돌아오자 창가에 누워있던 여우 상태의 바루가 말을 꺼냈다.

       

       “듣고 있었느냐.”

       “이 곳은 소리가 잘 통하니 말이다.”

       

       확실히 이 건물이 방음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

       

       “그래서 어찌하여 거절한게냐. 본인이 생각하기엔 저 녀석이 화산의 이들 중에서 가장 무공에 진심인 사람처럼 보였다만.”

       “그래서 안 되는 것이야.”

       “흠?”

       

       저 놈이 이를 어디까지나 게임으로써 생각하는 이였다면 본인은 별 고민하지 않고 천마신공에 관해 알려주었을 것이다.

       

       재능이 있는가 없는가는 그리 중요치 않다.

       

       당장에 지금 본인이 신공의 이치를 때려 박아주고 있는 당소일 녀석도 무인으로써의 재능은 처참하지 않던가.

       

       그럼에도 그 놈에게 천마신공에 대해 가르쳐 준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 녀석이 천마신공을 게임의 기술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소일에게 천마신공이란 어디까지나 게임 속의 자신이 사용하는 기술에 불과하니 그를 현실로 끌고 들어가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써먹으려 할 리도 없다.

       

       허나 설아는 다르다.

       

       본인이 보기에 화룡무인과 현실의 경계가 역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는 이를 단순히 게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바루. 그대는 천마신공이 어찌하여 마공이라 여겨지는지 아는가.”

       “아니.”

       “왜냐하면 천마신공의 내기는 사용자를 집어 삼키기 때문이니라.”

       

       이전에 검선과 싸울 때 그랬던 것처럼 몸 안에 스며들어 있던 천마신공의 내기를 바깥으로 풀어 놓았다.

       

       그러자 포악스러운 내기가 주변을 집어삼키려 든다.

       

       “보이느냐. 이 놈들은 포악하고 탐욕스럽다. 그야말로 폭군이 따로 없지.”

       

       이러한 특성 때문에 빠르게 내공을 축적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요.

       

       천마신공 특유의 패도스러운 힘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거대한 힘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니 마련.

       

       “바깥의 것들만 잡아먹는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만 이 놈들은 지성이 없는 짐승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주인에게도 이빨을 들이밀지.”

       

       자신을 몸 안에 품고 있을 주인이 없다면 자신이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

       

       내공에게 생각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천마신공의 내기는 자신이 흩어져 사라질 수 있음을 신경 쓰지 않는다.

       

       놈들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탐욕을 채우겠다는 욕심 뿐.

       

       그 때문에 잠시라도 고삐를 푼 순간 주인의 육신을 잡아먹으려 들지.

       

       천마신공을 익히는 자 중에서 단명하는 이가 많은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천마신공의 숙련도가 높아지더라도 이 위험은 여전하다. 오히려 천마신공을 몸 안에 많이 축적한 자라면 더더욱 위험하지. 한 번 고삐를 놓치는 순간 되돌릴 수 없게 될 테니까.”

       

       본인도 이러한 특성 탓에 몇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겪었던가.

       

       경지에 이른 지금에 와서는 저들이 감히 내게 이빨을 들이밀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니 말이다.

       

       “천마신공이 위험함은 알겠다.”

       

       내 설명을 들은 바루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그 어투엔 의문이 담겨 있었다.

       

       “근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어차피 외부인인 그대들은 영원의 생명을 지니지 않았나.”

       

       바루의 말이 옳다.

       

       현대인들에게 이 세상은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이요.

       

       이 곳의 육신은 한 번 쓰다가 버릴 것에 불과하니.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한 개의 탄환으로써 사용하면 그만이다.

       

       허나 현실은 다르다.

       

       VR기기에서 벗어난 현대인은 그저 나약한 한 명의 인간일 뿐.

       

       그 곳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그대로 개죽음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본래는 이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당소일처럼 천마신공을 게임의 산물이라 여기는 지라 그 여파를 현실까지 끌고 가지 않으니까.

       

       허나 설아는,

       

       광신의 씨앗을 품고 있는 그녀는,

       

       현실보다는 무림의 세상에 더 가까운 이 녀석은.

       

       충분히 그 여파를 현실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녀석이다.

       

       만일 설아 그 녀석이 천마신공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그 이치를 현실에서 펼치면 어찌 되겠는가.

       

       제대로 된 단련은커녕 내공조차 쌓이지 않은 그 몸을 가지고서 천마신공을 펼친다면.

       

       결과야 뻔하지.

       

       잡아먹힐 것이다.

       

       그리고 죽게 되겠지.

       

       천마신공을 추구하던 여느 광신도들처럼.

       

       본인은 그러한 모습을 지겹도록 보아왔다.

       

       “어찌되었든 본인은 그 녀석이 제대로 된 답을 내놓기 전까지 천마신공에 대해 알려 줄 생각이 없다.”

       

       최소한 천마신공을 다루기 위한 심지를 지녔다면 고민이라도 해봤을 것이다.

       

       허나 그 녀석은 본인이 말한 답을 똑같이 말하는 앵무새일 뿐이었지.

       

       극한까지 밀어붙인 상태에서 내 놓은 것이 본인의 대답일 줄이야.

       

       그런 상태로는 천마신공의 내기에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잡아먹힐 터.

       

       연이 생기지 않은 상태였다면 배우다 죽건 말건 알아서 하라고 이야기를 했겠지만 그 녀석은 이제 본인의 부하 직원이지 않은가.

       

       신경을 써주어야지.

       

       적어도 그 녀석이 광신의 씨앗을 개화시키기 전까지는 말이다.

       

       “민가야. 대충 네 뜻은 알겠다마는 저 녀석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그런다면 저리 처량한 표정을 짓진 않을 터이다만.”

       

       내 설명을 다 듣고 나서 바루는 그리 이야기를 했다.

       

       흐음. 아무래도 이 화산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이가 설아인만큼 어느 정도 정이 든 모양이구나.

       

       “지금 네가 하는 소리는 저 녀석에게 준 마지막 기회조차 빼앗으라는 것임을 아느냐?”

       “…스스로 심지를 붙잡으면 가르쳐 줄 수도 있단 것이야?”

       “그런 게다.”

       

       현실과 이 세상을 구분할 수 있게 되거나, 아니면 신공의 내기에도 저항할 수 있을 굳은 심지를 지니게 된다면 가르침을 줄 수도 있지.

       

       그를 위해선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필요가 있을 테고.

       

       “결국 설아 본인에게 달린 일이라는 것이지.”

       

       신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에 원한을 가지고서 본인을 떠나가건.

       

       체념해서 포기를 해버리건.

       

       결국에 깨달음을 얻어내건 간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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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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