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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5

    <215 – 다음 중 나쁜 사람을 고르시오>

     

    세비체 공작가문.

    피렌체 왕국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카디아의 고향가문이다.

    사실 망해도 싼 가문이다.

    사익을 위해 로비를 해서 해군을 자신들의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했다.

    덕분에 해수몬스터의 위협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촌민들은 물고기 대신 사람을 터는 해적이 되었다.

    몬스터와 싸우며 물고기를 잡기보다는 안전한 길을 오가는 상선을 털어먹는 편이 쉬웠으니까.

    피렌체 왕국의 경제적 부흥은 세비체 공작가문 덕분에 이루어졌지만 극심한 빈부격차 및 사회적 혼란, 민생불안 및 치안악화 또한 동반하였다.

     

    일국의 빛과 어둠을 모두 지닌 권세가.

    쌓아온 업보의 말로는 언젠가 찾아온다.

     

    공녀 아카디아 vs 사략해적 지고쿠.

     

    두 캐릭터 중 한쪽의 편을 들어 다른 쪽을 멸망시키는 지역이벤트.

    그 결과에 따라 피렌체 왕국의 판도는 완벽하게 변화하게 된다.

    근데 어느 쪽이 이기든 공통적인 결과가 있다.

     

    “세비체 가문은 어차피 업보를 많이 쌓았어요. 그런 가문은 망하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아카디아 승리루트에서는 자신의 희생이 덧없어질 정도로 거듭해서 추한 모습을 보이는 가문을 바로잡고자 가주와 가신들을 쓸어버린다.

    지고쿠 승리루트에서는 해적들의 대표가 된 지고쿠가 시원하게 영지를 털어버리고 그 과정에서 범죄와 연루된 증거가 대거 발견되어 나락으로 간다.

     

    “그럼 네 친구인 아카디아 공녀를 위해서 세비체 공작가문에 구원을 할 생각도 없고 재단을 도와 힘을 보일 생각도 없다는 뜻이냐?”

    “학생이 그런 걸 왜 해요? 양쪽 다 저랑 친한데 굳이 개입할 필요도 없잖아요.”

     

    대립이벤트는 한쪽 캐릭터의 호감도를 희생시켜서 다른 쪽 캐릭터의 호감도를 끌어올릴 때 참여하는 이벤트이다.

    당연히 둘 다 친한 사이인 내 입장에서는 이런 이벤트 참여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설마 용무는 끝났으니 돌아가~ 같은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죠?”

     

    기세등등했던 감독관의 눈에 공포의 감정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저, 상당히 기대하고 왔다고요? 그런데도 마중나온 집사는 조나도 아닌 엉터리 집사에 대우는 개차반이고 심기는 계속 거슬렀죠. 꾹 참고 절 부른 사람까지 만나러 왔다고요. 그런데 절 실망시키면…”

     

    파직 파지직

    검푸른 뇌전이 손끝에 가볍게 일었다.

     

    “이벤트 최적화동선이 쓰레기가 되어버리잖아요.”

     

     

    * *

     

     

    감독관은 완전히 기가 꺾였다.

    이제는 뭐든 내세워서 이 아이를 달래야만 했다.

    세비체 공작가문의 명운?

    어둠의 적성평가모자의 반환?

    그런 건 입 밖에 꺼내서도 안 될 소리다.

    손속의 독함으로는 암흑가의 거물들 못지않다.

    한 번만 더 저 아이의 심기를 거스르면 자신의 신변에 위험이 닥친다.

    진지하게 싸워도 승산이 반을 넘을지도 모르겠다.

    설령 이기더라도 보스가 각별히 아끼는 수석장학생을 해치는 짓이다.

    그대로 마력폐기물과 함께 해양한복판에 던져지는 신세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다.

    이겨도 패망 져도 패망.

    실력의 자신감인지 처지에 대한 이해인지.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저 아이는 여차하면 싸울 작정이다.

    감독관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미래가 목전까지 들이닥친 만큼 그는 최선을 다해 오크노디의 비위를 맞추고자 노력해야만 했다.

     

    “원하는 조건이 있다면 뭐든 들어주겠네. 먼 곳까지 찾아온 보람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럼 지금부터 아카데미에 돌아가는 날까지 매끼 시가 금화 10매 이상의 레어요리를 가져오는 것부터 시작해요!”

    “…매일?”

    “일주일 간 외출할 예정이었잖아요? 저도 일주일 치 계획을 미루고 왔다고요. 그에 상응하는 이득은 보아야 수지가 맞죠. 혹시 싫으세요?”

    “전혀 싫지 않네! 너무 빨리 가면 섭섭할까봐 그랬지. 사실 한달 있다 가도 되네.”

    “정말요?”

    “…그래도 학업을 생각해서 일주일 선에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해줬으면 좋겠군.”

    “생각해보고요!”

     

    마왕 같은 녀석.

     

    “여기서 할 일이라고는 세비체 공작가문의 건이 아니면 삐에로가면단의 일밖에 없다. 귀찮고 성가시기만 할 테니 그냥 객실에서 놀고먹고 쉬어도 된다.”

     

    물론 명색이 감독관이 머무르는 아지트에 일감이 그것밖에 없을 리가 없다.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들어온 첩보 정리 및 재단에서 내려온 지령확인.

    아카데미에 숨어든 장학생들 사이에서 해당지령을 수행하기 적절한 인선을 골라 지령전달하기.

    아카데미 측의 보안규정이 변화하면 이를 돌파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기.

    인력지원요청 및 물자조달요청, 때로는 조달 불가능한 물품을 삐에로가면단을 이용해 직접 조달하기까지 할 일이 정말 수두룩하다.

     

    ‘그걸 같은 장학생인 오크노디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아동납치 및 곡예교육, 폐기처분 혹은 상급기관에서의 전송 따위나 맡는 지저분한 족속들인 삐에로가면단의 이야기를 꺼낸 연유는 오크노디의 의욕을 없애겠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성숙해도 결국은 11살 어린애가 자기 또래 애들이 학대당하는 재단의 산하범죄조직의 사정에 엮이고 싶어 할 리가 없다.

     

    “조직퀘스트? 쫌 치네요. 마음에 들었어요!”

    “…”

     

    이건 저승에서 기어나온 악마라도 되나?

    상식에 의거한 예상은 이번에도 박살났다.

     

     

    * *

     

     

    마하바라타 학년부장은 공문을 내려다보며 올 것이 왔음을 깨달았다.

     

    “재단에서 추가공문이 날아왔군. 오크노디의 복귀일을 미루겠다는 사실상의 통보인가.”

     

    일주일의 약속은 개같이 이주로 미루어졌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면 그때는?

    이주가 더 추가되어 한 달 뒤로 미루어질지 모르지.

    한 달 뒤에는 두달이.

    두 달 뒤에는 반년이.

    반 년 뒤에는 한해가.

    유야무야 복귀기간이 늘어나며 끝내 오크노디가 재단의 품에서 떠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디스트로이어 교수.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오크노디 1년생에 대한 건인가.”

    “맞습니다.”

    “송환요청은 불가능한가?”

    “거부하면 이대로 오크노디에 대한 정보가 끊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건부 허가라는 형식으로 교수님을 파견하여 오크노디의 외부활동의 실효성을 검토한다는 핑계로 현재 그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구금이 있는지 알아봐주십시오.”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기꺼이 청을 받아들였다.

    그는 현재 오크노디의 소재지를 아카데미 내의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현역시절 대륙 전역에 만들어둔 도둑길드를 이용한 정보망이 닿지 않는 장소는 없다.

     

    “날 찾아온 건 현명한 선택이었네. 역시 다른 교수들에 비하면 내가 믿음직스러운 편이지.”

    ‘교수님 강의는 듣는 학생이 오크노디 한 명밖에 없어서 날백수마냥 아무 때나 장시간 자리를 비워도 괜찮아보였다고 말하면 화내겠지?’

     

    마하바라타 학년부장은 웃는 낯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었다.

     

    “교수님! 저희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크노디에 대해 저희 나름대로 알아봤어요. 큰 도움이 안 되더라도 부디 받아주세요.”

    “나이를 떠나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의 우정을 우습게 여길 수는 없지. 자네들이 가져온 서류, 받아주겠네.”

     

    아카데미를 나서려는 디스트로이어를 꼭두새벽부터 찾아온 지젤과 이사벨.

    두 사람은 각각 암흑상인 커넥션과 에소니아 모험단의 목격담을 모아서 제출했다.

    자료의 정밀성을 검토한 디스트로이어는 예상 외로 충실한 정보에 조금 놀랐다.

     

    ‘지젤 1년생은 정보력에 일가견이 있군.’

     

    피에로가면단.

    속칭 유괴전문단이라 불리는 범죄조직과 오크노디가 어울리고 다닌다는 정보를 찾아내었다.

     

    ‘이사벨 1년생은 입학 전 모험단 시절의 인맥이 이어지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인덕이 많고.’

     

    에소니아 모험단.

    그들도 만만찮은 정보를 캐냈다.

    직접 피에로가면단을 미행하여 흙투성이가 된 오크노디가 우리에 맹수를 집어넣고 가면단에 바치는 짓을 하고 다닌다는 목격담이 들어왔다.

    양쪽 다 적잖은 부담이 되는 일이다.

    접근난이도가 높은 정보입수를 실제로 해냈다.

     

    “저희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오크노디는 피에로가면단이라는 재단의 하부조직에 붙잡혀서 강제노동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인신매매까지 일삼는 조직의 본업까지 거들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연. 외부학습을 이어나가기에 적절한 환경은 아니군. 정보는 유익하게 활용하겠다.”

     

    디스트로이어는 두 사람의 마음을 받았다.

    한편으로 그는 생각했다.

     

    ‘오크노디도 아이는 아이인가?’

     

    그녀 정도의 실력이라면 누군가의 부탁이나 강압 따위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정상인데.

    나이가 너무 어린 탓에 세상물정을 몰라서 재단의 뜻에 휘둘리고 있다.

    역시 저 아이에게는 아카데미의 제대로 된 보호가 필요했다.

     

    ‘이곳이군.’

     

    지젤과 이사벨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오크노디의 동선을 따내니, 현재 그녀가 있는 장소를 추려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찾았군. 오크노디, 건강하게 잘 지냈나?”

    “앗, 디스트로이어 교수님!”

     

    오크노디가 아카데미를 벗어난 지 일주일하고도 삼일이 더 지난 날,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오크노디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구출하러왔다. 더는 재단의 폭거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아카데미로 돌아가자.”

     

    찾는 것이 일이지 데려가는 것이 일이겠나.

    교수의 머릿속에는 재단에 어떻게 보복을 가할지를 떠올리기 바빴다.

    그래서였을까.

    오크노디의 돌아오는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

    뇌가 정지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구출이라니요? 저는 좋아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밥도 맛있는 것만 먹는걸요?”

     

    오크노디가 아카데미 복귀를 거절했다.

    세뇌교육이 끝난 것처럼.

     

    “이사벨한테는 안부 전해주세요. 밖에서 아직 모을 것이 남아있어서요. 금방 돌아갈게요!”

     

    해맑은 미소와 함께 작별인사까지 건낸다.

    정신이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세뇌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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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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