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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6

       아무리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가 살던 세상의 상식과 아주 다르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클레어, 뒤쪽을 부탁할게!”

        

       “알았어!”

        

       레오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클레어가 곧장 뒤쪽으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뒤쪽에는 총기를 사용하는 로티와 마법을 사용하는 미아가 있어서 근접전에는 조금 불안했으니까.

        

       게다가 달려들고 있는 것은—

        

       “케헹!”

        

       클레어가 빠르게 휘두른 검의 검기가 유적의 바닥과 벽에 굵은 자국을 남기며 스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사이에 있던 몇 마리의 개가 짐승이 공격당했을 때 내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하늘로 떠올랐다.

        

       “글라스 에스타!”

        

       미아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한 발의 총소리가 들렸다.

        

       공중으로 띄워 올려졌던 개 두 마리 중 하나는 얼음 창에 꿰뚫려서, 그리고 다른 한 마리는 총알에 머리를 꿰뚫려 피를 흘리며 떨어졌다. 내가 살던 세상의 동물보호단체가 봤다면 기겁할만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그런 장면 하나하나에 다 기겁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지만.

        

       찰칵.

        

       내 옆쪽에서 권총에 탄창을 밀어 넣는 총소리가 들렸다.

        

       레나는 침착하게 빈 탄창을 갈더니 곧장 앞을 향해 총알을 두 발 발사했다. 푸른 빛의 털을 가지고 있던, 나와 레나의 몸무게를 합친 것보다 무게가 더 나갈 것 같이 생긴 커다란 늑대의 얼굴 앞에서 푸른 화염 탄이 두 발 터졌다.

        

       한순간 늑대의 얼굴 쪽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뒤이어 “크오오!”하는, 누가 들어도 굉장히 화났다고 판단할법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늑대는 바로 뛰어오른 뒤—

        

       탕!

        

       내가 쏜 총에 맞아서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마르마로스 탄은 아니다. 내가 쏘는 소총에 맞춰서 총열이 버틸 수 있을 만큼 장약을 늘린 특수탄. 그래도 늑대 머리뼈를 뚫기에는 충분한 관통력이었다.

        

       “이래서는 끝이 없겠어!”

        

       앨리스가 외쳤다.

        

       길이 조금만 더 좁았으면 앞과 뒤에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인원을 배치하고 화력조와 지원조를 중심에 배치했겠지만, 이 유적은 커도 너무 컸다.

        

       무려 열 명이나 되는 인원이 원형으로 진을 갖춰도 자리가 남을 정도였는데, 심지어 짐승들이 사방에서 오니, 여섯 사람의 검사로는 나, 레나, 미아, 로티를 전부 보호하기 어려웠다.

        

       나는 아직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데다 권총이 두 자루나 있으니 문제없고, 레나도 권총과 기관단총을 가지고 온 이상 근접전에서 밀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로티가 가진 소총은 볼트액션 소총이었고, 미아는 캐스팅에 시간이 걸린다.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짐승들을 미리 쏴서 떨어뜨려 버리는 두 사람 덕분에 근처까지 오는 짐승들의 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대체 루테티아 지하에 어떻게 짐승이 이렇게 많이 서식하고 있는 거죠!?”

        

       “미안하지만, 왕녀님. ‘서식’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샤를로트가 레이피어를 휘두르며 그렇게 말하자, 마찬가지로 근처에서 검을 휘두르던 제이크가 말했다.

        

       확실히 제이크의 말대로, 짐승들의 목에는 개 목줄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거기에는 인식표 같은 것도 붙어있었고.

        

       원작에서는 후반 던전에서 이런 짐승들이 쏟아져 나왔었고, 그래서 마르마로스를 획득하기도 편안했는데—

        

       —그런데, 그때는 분명 그 짐승들마저 병기로 쓰려는 황제의 계획 때문이었는데.

        

       게다가, 지금 이 상황 그대로라면……

        

       이쪽을 향해 달려드는 개 몇 마리를 더 쏘고, 담뱃갑처럼 생긴 스피드로더로 소총에 총알을 쏟아 넣으면서 나는 시선을 살짝 돌려 소피아 쪽을 보았다.

        

       빛을 두른 검을 휘두르면서도, 소피아는 굉장히 복잡한 표정이었다.

        

       자기가 속한 나라가 세워둔 이 자리에 왜 이렇게 짐승이 넘쳐나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겠지.

        

       “잠깐 재정비를 하도록 하죠.”

        

       나는 입을 열었다.

        

       “여기서 앞으로 더 가면 비어있는 방이 하나 있을 겁니다. ……안에 다른 병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부 처리한 뒤 문을 닫으면 한동안은 쉴 수 있을 겁니다.”

        

       이전 작에서는 ‘자동저장’조차 없어서 플레이어가 불안할 때마다 일일이 수동 저장을 해야 했던 게임이지만, 새 세계관으로 넘어오며 자동저장 구간이 생겼다. 그리고 보통 그런 구간은 어떤 대화 이벤트가 있는 구역이나, 회복 장치가 설치된 구역에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노스우드 유적에서 보았던 그런 회복 장치.

        

       ……생각해보니 유적이라고는 딱 한 번밖에 가보지 못했네. 분명 지보는 내가 봤던 것보다 훨씬 많을 텐데.

        

       몇 편으로 나누어져 있던 시리즈의 스토리를 한 번에 전부 압축해서 겪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몇 개 빠져버린 것 같기도 했고……. 하긴, 원작에서도 그 모든 유적이 다 나온 것은 아니었고, 지보를 모두 모아서 하나로 만들지도 못했지만.

        

       그런 건 지금 당장 생각할 건 아니지.

        

       그보다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했다.

        

       분명 여기서 성당에 가까워질수록 더 강대한 짐승들이 나올 테니까.

        

       작전을 다시 세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잠깐 쉴 시간은 필요했다. 특히 검을 휘두르는 이들의 몸이 점점 땀으로 젖어가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 사람들도 우리가 이동하면 따라올 것이다.

        

       “이쪽입니다!”

        

       나는 그렇게 외치고, 한쪽으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

        

       “휴우…….”

        

       회복 장치 앞에 선 채로 클레어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클레어 몸에 났던 잔 상처 몇 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클레어뿐만이 아니라 이 방 안에 들어온 사람들의 몸에서 상처가 사라지고 있었다.

        

       “이건, 대체…….”

        

       샤를로트는 자기 손에 났던 상처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

        

       소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장치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 오히려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은 말단이었기에 정말로 몰랐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로티, 괜찮아?”

        

       “예, 다친 곳은 없습니다. 다만, 탄환이 넉넉할지…….”

        

       “예비용 탄환이라면 있습니다.”

        

       나는 내 등 쪽에 덮인 코트를 벗었다. 코트 아래에는 SF소설에나 나올법한 엑소슈트가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강철보다는 황동이 많이 쓰였고, 여기저기서 톱니바퀴가 쉴 새 없이 도는 것이 보였다. 그 톱니바퀴가 보이는 몇몇 유리에는 조금 금이 가 있었다.

        

       프로토타입이라고는 하지만 꽤 쓸모 있었다.

        

       어쩌면 후속작에서 다시 한번 전쟁이 일어나고 본격적으로 등장할 예정이었을지도 모르지. 아직 대량생산까지는 불가능하다는 것 같았으니까.

        

       나는 등 쪽에 매달아두었던 철제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로티, 레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져가십시오.”

        

       “감사합니다.”

        

       레나는 곧장 그렇게 대답했다. 로티도 잠깐 망설이다가,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혹시 몰라서 다른 구경의 탄환도 챙겨두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기관단총을 쓸까 말까 고민만 했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사실은 굳이 챙긴 거 하나하나 찾아 빼두기 귀찮아서 그냥 기차에 실었을 뿐이지만.

        

       안 그래도 등 쪽에 코끼리 사냥용 라이플까지 매고 있었고, 내가 쓸 탄환도 허리와 배 쪽은 물론이고 허벅지까지, 매달 수 있는 곳에는 죄다 매달고 있어서 조금 무거웠다. 이런 특수장비를 한 상태에서조차.

        

       “……지금까지 우리가 마주쳤던 그 짐승들.”

        

       두 사람이 자기 총에 맞는 구경의 총알을 고르고 있을 때, 한숨 돌린 앨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것들, 전부 사람이 키워낸 거지?”

        

       “그렇습니다.”

        

       어쩌면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르지.

        

       그런 마법이 있다. 정확히는 그런 마법이 가능하게 만드는 유물이다. 이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서, ‘짐승’을 오염시켜 더 거대한 괴물로 만들고, 아예 그 너머에 있는 마물을 끌고 와 복종시키는.

        

       원작에서는 황제가 작중 후반부에 쓰는 마법이었다. 그래서 후반 던전에서는 마르마로스를 잔뜩 품은 짐승들과 마물들이 엄청나게 튀어나오고, 특정 구간을 몇 번 뺑뺑이 도는 것으로 캐릭터들의 최종 세팅을 끝마칠 수 있었다.

        

       물론, 이 세계에서 마르마로스는 짐승이나 마물을 잡는다고 그냥 바닥에 툭툭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지만.

        

       그 고대 유물 자체는 법국이 확보하여 숨기고 있는 것 중 하나였고, 황제가 그걸 탈취해서 쓴다는 전개이긴 했지만…… 법국은 이 ‘마법’을 불길한 것으로 취급할 텐데?

        

       여신이 만들어낸 완벽한 세상에 반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그렇다면, 황제가……?

        

       아니.

        

       아직 그럴 리는 없다. 만약 황제가 이 지하를 장악했다면, 법국이 이렇게 조용했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굳이 그 마법을 루테티아 지하에서 쓸 이유가 없다. 만약 그 힘을 쓰려고 했다면 아예 법국에 가서 썼겠지. 세계대전을 일으키지 않고도 제국을 적대하는 상대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렇다면 이 마법을 쓴 것은 법국이라는 소리인데.

        

       “……무슨 생각이라도 떠올라?”

        

       앨리스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친구들이 전부 나를 보고 있었다. 다들 불안한 표정이었다.

        

       “…….”

        

       그래, 지금 시점에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괜히 숨겼다가는, 앞으로의 일에 지장이 있을지 모른다. 감정의 동요는 전투에 큰 지장을 주니까.

        

       “제 생각에는, 법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그렇게 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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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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