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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6

       

        

        

        

        금요일을 지나 주말에 들어서는 10월 말의 어느 날, 이 시점에서의 다크 존 – AP계 여론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혼돈 그 자체였다.

        

        언제나 그렇듯 유진은 단 한 번도 남들이 원하는 상황을 창출한 적이 없었으며, 이는 현 시점에서도 그러했고 – 요컨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니, 시청자들은 이번에도 ‘궁금한 게 생겼지만 대답해주지는 않겠다’를 당해버렸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이번의 이야기는 이전부터 나오던 비교적 평범한 의문이었던 ‘현실에서는 뭐하던 사람이냐’를 아득히 넘어선 화제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전 커뮤니티가 활활 불타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한국 뿐만이 아니라 미국 역시도 그러했다.

        

        수십 만에 달하는 인원들이 개별적으로 내놓는 평가들은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하였으나,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묶는다면 몇 가지의 방향성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이를 간단하게 나열하자면,

        

        

        

       “그래서 유진이 누군데?”

        

        

        

        와 같이, 평소에 그다지 다크 존이나 AP에 관심이 없는 일반적인 유저들의 반응이 첫 번째였으며,

        

        

        

       “아, 그 한국의 실력파 유저? 이쪽이랑도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플레이 스타일을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처럼,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두 번째 반응이었으나 – 다른 나라에선 존재 불가능한 세 번째 반응이 미국의 인터넷을 타고 슬금슬금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이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Erickarter 님이 $9.99 후원하였습니다>

       -나 오다 미국에서 당신 공간 주파수 통해서. 조악함 번역기 사용 문제 실제 존재하다. 질문 존재하다 여럿. 나는 바라다. 대답 요청 당신의.

        

       “에릭 카터 님, 후원 감사합니다. 근데 요즘 번역기 성능도 좋을 텐데, 굳이 왜 그런 걸….”

        

        

        

        이런 식의 무식한 형태로 이어지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부쩍 늘어난 외국인 도네이션은 결코 좌시할 수가 없었는데 – 단순히 어그로를 끌기 위해 들어온 이들 중에, 실제 전직 또는 현직 미군인 이들이 몇 명 정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들 중에서 한두 명 정도가 JSOC에서 꽤나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던 양반이었고.

        

        물론, 그런 이들이 개인적으로 걸어온 질문에는 성실히 답해주었다. 이러한 시청자들은 내 경력의 진위를 가려내기 위해서인지 주로 현직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을 물어오는 편이었는데, 나는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한에서 답변해주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문답을 간략하게나마 언급하자면 – 시청자들에게는 공개할 수 없었지만 – ,

        

        

        

       -[OGAA : 얼마 전 국내 인터뷰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어. 인기 있는 스트리머인 것 같은데, 시간을 내줘서 고마워. 몇 가지 질문 가능할까?]

        

       -[Eugene : 물론 가능합니다. CIA에서 일하고 있습니까?]

        

       -[OGAA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Eugene : OGAA는 기관 소속 에이전트란 뜻이고, 델타 이외엔 그런 말을 쓰는 곳이 없으니 혹시나 해서 물어봤죠. 델타가 싫으면 아니면 1st SAC, 아니면 SAG이라고 부를까요?]

        

       -[OGAA : WOW]

        

       -[OGAA : OMG]

        

        

        

        그럴 수밖에 없지.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된 바가 없는 델타 포스, 또는 더 유닛의 정식 명칭은 제1특수행동단(1st Special Actions Group)이니까. 마지막 G는 Compartment로 바꿔 쓰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뉴욕에 있었을 때는 둘 다 적당히 썼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에 옷장에 고이 처박아놓았던 군복 한 벌까지 – 물론 이카루스 관련 패치는 다 떼고 찍었다 – 찍어서 보여줬더니, 내게 질문했던 해당 유저는 아주 그냥 난리법석을 부려대었다. 이 사람은 기억자가 아닌 듯했기에 말을 좀 조심해서 했지만, 다행히 저쪽이 먼저 언급한 게 있었다.

       

        

        

       -[OGAA : MWTR라, 들어본 적이 있어. 몇 년 전에 잠시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SAG에서도 몇 명 차출해갔었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충 느낌이 와. 해당 부대 소속이었나?]

        

       -[Eugene : 데이터 수집 명목으로 극초창기에 합류했다가, 그대로 눌러붙었죠. 팀원들은 델타, 데브그루, SAD나 CCT에서도 왔었고, 그 아래는 말할 것도 없었네요. 4년 동안 있었으니 배운 건 꽤 많죠. 최종 계급은 중사(Sergeant First Class)구요.]

        

       -[OGAA : 하하. 후임이라고 해야 하나. 혹시 SAG에서 기억하고 있는 인물 있어?]

        

        

        

        그에 짤막히 고민하다, 몇몇 이름을 대었다.

        

        

        

       -[Eugene : 안토니 오웬스 상사나 이번에 인터뷰했던 로건은 아십니까?]

        

       -[OGAA : 물론 알지. 같은 스쿼드론은 아니지만, 전자는 몇 개월 전부터 타격팀에 괴물이 있다길래 슬그머니 확인해본 적 있었거든. 그 사람도 MWTR 소속이었다니. 그리고 후자는 최근에 블루 뱃저를 획득한 걸로 알아. 정식으로 델타에 배속되려면 1년은 더 있어야 한단 소리를 듣긴 했는데.]

        

       -[Eugene : 다 면식이 있는 분들입니다. 나중에 시간이 났을 때 제 이름을 대면 아마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OGAA : 시간이 남는다면. 그나저나 단순한 사칭이거나 허풍선이인 줄 알았더니,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상황인데…곤란한 상황을 만들어서 미안해. 속이진 않겠어. 나를 포함한 몇몇 이들이 네가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벼르던 중이었거든.]

        

       -[Eugene : 이해합니다. 미군 소속, 거기에 JSOC 소속이라는 건 크나큰 자부심의 원천이니까요.]

        

        

        

        현직 델타 소속 시청자와의 대담은 대강 그런 형태로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그 외에도 DEVGRU 쪽에서도 몇 명이 질문을 해오긴 했으나, 크리스토퍼의 이야기를 꺼내자 아주 간단하게 아군이 되어주었다.

        

        사실, 오히려 답변이 곤란한 건 티어 1 이하의 이들이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스트리밍을 병행하면서 이들의 질문에 일일히 답해주는 건 나조차도 상당히 곤란했고, 질문 수준도 이전에 비하면 그닥 좋지도 않았다.

        

        요컨대, 티어 1 소속 인원들에게는 ‘얘 진짜네’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그 아래로 내려가면서 더 미심쩍은 눈초리로 보여지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미군 내에서만 통하는 정보 접근 클리어런스를 언급하며 몇 번 경고했더니 대부분은 떨어져나갔고.

        

        

        그렇기에 토요일을 거치면서, 결론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좀 더 강력한 언급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말이 맞겠지. 사전에 예측했던 것보다도 더 골치아픈 방향에서 일거리가 날아드는군. 한국 시청자들에의 대응 위주로 짜놨던 플랜들이 무용지물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죠.”

        

        

        

        멀티 보이스 채널이 순차적으로 울린다.

        

        앵커라이트를 처음 만난 이후로 며칠이 더 지났다. 이제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딥커버 에이전트 대부분과 면식을 텄고, 따라서 이들과의 상의 및 회의는 즉각적으로 본국에 전해져 실시간으로 반영되며, 수정 역시 그에 따랐다.

        

        오늘의 회의 안건은 생각지도 못하게 불어닥친 역풍 아닌 역풍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 원인 자체는 상당히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로건의 인터뷰에 들어있던 나에 대한 언급 자체가 너무 간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본국에서 벌어진 일은 본국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맞지만, 현직 군인들은 그렇다고 쳐도…이미 전역하고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활동까지 전부 막는 건 어불성설이지.”

        

       “이미 사회로 돌아간 이들은 섣불리 건드리기 어렵겠는데. 그런 사람들은 고집을 잘 꺾지도 않고.”

        

       “국방부 네트워크 내에서 MWTR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늘리는 건 어떻습니까? 결국 중요한 건 여론 형성이니.”

        

       “그것도 나쁘지 않겠어. 제안 목록에 넣자고.”

        

        

        

        이 사람들 뭔가 뒤숭숭한 이야기 하고 있단 말이지.

        

        아무튼 그 외에도 여러 말들이 오고갔지만, 주요 내용들은 별 것 없었다. 요지는 그들에게 현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필요는 없었고, 나 자신에 대해서 조사하는 행위가 곧 미 국방부 내의 중요한 정보를 캐내는 행동과 얼추 비슷하다는 것을 그 자들에게 상기시켜 주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방안들은 생각보다 간단한 방법론을 통해 실행 가능했다.

        

        요컨대,

        

        

        

       “그냥 며칠 정도 있다가, 유진한테 연락했던 이들에게 전화 한 통씩만 넣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NSA든 CIA든, 헌병이나 감사 부서든…2급 군사기밀 누출 위험이라는 명목으로.”

        

       “괜찮은 방법이군. 알려지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렸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목표는 달성이니…이제 그 자들의 인적 사항 파악을 위해 국방부랑 제대군인부가 바쁘게 일하면 되는 건가.”

        

       “그 부분은 이쪽이 신경쓸 건 아니지요.”

        

        

        

        헌병들이 꽤나 바빠지겠어.

        

        이들의 말로는 대략 2~3일 정도면 가시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거니, 그때까지만 조금 참으란다. 물론 그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거고, 추후에도 여러 동시다발적인 여론 형성 작전 제안을 올릴 예정이라나.

        

        그러면 미국 쪽은 얼추 마무리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 물론 내가 그런 판단을 내린 건 아니고.

        

        나머지는 한국인데, 이 부분은 사실 그다지 신경쓸 부분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인 만큼, 한국에서는 그 누가 내게 질문을 던진다고 하더라도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강제될 수 없었다. 바로 그런 연유로 한 말이었다.

        

        그런 느낌으로, 5차 접촉은 이전이랑 별 다를 바 없이 – 특별한 문제 없이 끝을 맺었다.

        

        

        

       “앞으로도 무언가 문제가 있으면 즉각 연락할 수 있도록.”

        

       “물론이죠. 항상 고마워요.”

        

        

        

        그렇게 멀티-보이스 프로그램에서 한 명씩 사라진다. 해당 방은 곧 아무도 없게 될 예정이었고, 모두가 전부 나간 이후로 10분이 더 지나면, 특별한 사후 조치가 없는 이상 회의 관련 데이터는 완전히 파기될 것이었다.

        

        6차 정기 연락은 지금으로부터 5일 후가 될 예정이었고,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뭔가 전력으로 대처해야만 하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혹시 모를 불상사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최대한 조심하는 걸로 만족해야겠지.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

        

        

        

        이제서야 뭔가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 혼자서만 안고 가야 했던 과거의 기억.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었다. 지금 연락을 해오는 모든 이들이 전부 공로를 기억했고, 더 나아가 그것을 현실 위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나의 헌신은…지금 보답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지금 살아있었다.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치솟는 기쁨을 뒤로 한 채, 방에서 나갔다.

        

        

        

       “하아.”

        

        

        

        KSM에서도, 아시아 예선전에서 1등을 거머쥐었을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2개월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길 것만 같았다.

        

        아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수평선 위로 떠오른 태양이 그 기세를 잃고 내려갈 때까지도 그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선생님! 벌써 대회가 내일이에요! 보러 오실 거죠?”

        

       “당연하죠. 어디서 하는데요?”

        

       “딱히 어디 공연장 같은 곳을 빌려서 하는 건 아니고, KSM이나 아시아 예선전에 비하면 훨씬 조촐하죠. 모이는 것도 경기 진행도 전부 가상현실이고, 하는 건 다 자기 집에서 하겠네요.”

        

       “아.”

        

        

        

        생각해보니, 내일은 월요일.

        

        시간이 참으로 빨리 흐른다고밖엔 느낄 수 없는 속도였다. 아시아 예선전이 끝난 지 어느덧 일주일, 11월이 어느덧 성큼 다가와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스케줄이 꽉 차있을수록, 그리고 그 경중이 클수록 시간이 눈녹듯 사라지는 속도도 빠르다.

        

        아무튼, 하모니에게 조언을 줄 수 없다는 건 아직 유효했다. 사실 개인적인 친분에 의한 대화는 허용된다는 시점에서 이게 큰 의미가 있나 싶긴 하지만 – 다르게 말하면 개인의 양심에 맡긴단 소리였으니까 – , 그래도 하모니는 그 이후로 내게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다.

        

        사실, 조언 뿐만이 아니라 그냥 그 이후로 대화가 거의 없었다. 사이가 소원해지거나 그런 건 당연히 아니었고, 하모니가 날 배려했다고 보는 게 좀 더 어울리겠지.

        

        내가 여러모로 바빴으니.

        

        

        

       “아무튼, 그동안 잘 지냈어요? 며칠 안 봤는데 엄청 오랫동안 안 본 것 같네요, 진짜. 그리고 어, 그….”

        

       “편하게 말해요, 편하게.”

        

       “…그, 아니다. 아무튼 힘든 일 있으면 저한테도 꼭 말해요! 제가 상담에 별로 재주가 없긴 해도, 선생님 이야기는 끝까지 들을 수 있으니까.” 

        

       “아.”

        

        

        

        뭘 신경쓰고 있었던 건지 대충 알겠다.

        

        무어라 말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나는 괜찮다는 걸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대신 짧고 굵게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리기도 하고, 더 쉽게 알아들을 것 같아 –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하하, 제가 그런 오만가지 추측성 발언 조금 주워듣고 불안에 떨 사람처럼 보이시나요?”

        

       “…아.”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하모니는 그제서야 굳어진 표정을 풀었다. 참으로 나다운 발언이라는 한 마디는 일종의 서비스로 덧붙인 건가 싶긴 했지만, 머잖아 그리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하기야, 유진 씨는 그런 쓸데없는 말들을 신경쓰고 다닐 사람은 아니니까요. 괜히 오지랖 부린 것 같기도 하고.”

        

       “오지랖은 아니죠. 절 위해 마음 써준 건데, 그렇게 표현하지 않아도 돼요. 게다가 며칠 후면 알아서 사라질 예정이기도 하니까, 대회에 좀 더 집중해요. 이쪽은 신경쓰지 말고.”

        

       “그래야죠.”

        

        

        

        그리하여, 화제를 은근슬쩍 전환한다.

        

        우리 사이에서 조금 더 대중적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 그리고 그 결과로 선택된 안건은 다름아닌 랭크 게임. 도미네이션 모드를 그리 자주 접해보지는 않았기도 하고, 내일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는 따로 조언을 줄 수도 없으니 맞장구 정도만 칠 예정이었다.

        

        어쨌든, 하모니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이어졌던 최상위 티어 도달까지의 장대한 과정을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수요일 즈음에 TIER 1을 찍었죠. 사실 그 전 월요일에 유진 씨 몰래 TIER 2를 찍었는데, 막상 실시간으로 전할 수 없어서 상당히 아쉬웠는데. 그래도 지금 이렇게 전부 털어놓을 수 있으니 다행이네요.”

        

       “윗공기는 좀 맑던가요?”

        

       “아, 확실히 차이가 좀 나더라구요. 그때부턴 게임 하면서 몇 번씩 죽긴 했었죠. 그래도 어찌저찌 버틸 만하던데요? 그 중에서도 간혹 잘하는 사람 한두 명 정도 있었고…함정 몇 개 파니 죽긴 했는데.”

        

       “하하.”

        

        

        

        상당히 잘 하고 있구나.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래 이 즈음에서는 내가 한두 마디 정도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줘야만 했으나…뭐, 여기까지. 그렇기에 나머지 시간 역시도 하모니의 자기 자랑을 들어줘야만 했다.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이곳까지 올라온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그런지, 말 한 마디마다 나에 대한 고마움과 여기까지 따라온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그런 점에서 비춰보면, 하모니는 어쩌면 확실히 특수부대의 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래저래 대화를 한참 동안 진행했을까, 어느덧 시간은 오후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하품을 늘어지게 한 민아가 조금 부끄러운 듯 덧붙였다.

        

        

        

       “앗, 아직 해야 할 말이 많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미국 가면 뭐할 건지도 못 물어봤고, 대회 끝나면 갈 호텔 이야기도 못했는데.”

        

       “오늘만 날인가요. 컨디션 조절도 생각해야죠.”

        

       “그렇죠오….”

        

        

        

        내가 보고 있단 걸 대놓고 말하긴 그랬지만, 하모니는 대회 하루 전날인 오늘까지도 스트리밍을 병행하며 열심히 연습에 매진했다.

        

        이젠 쉬어줄 필요가 있었다.

        

        오늘 못다한 대화는 스트리머 대항전이 끝난 후 즐겁게 논하기로 결정하며, 나는 그녀에게 아주 사소한 격려를 건넸다.

        

        

        

       “대회 잘 하고 올 수 있죠?”

        

        

        

        그에, 잠시 말이 없던 그녀는 히 하고 웃으며 덧붙였다.

        

        

        

       “전부 때려잡고 올게요.”

        

       “그래야죠.”

        

       “…잠깐만. 이게 아닌가? 그냥 최선을 다한다고 말해야 하나…?”

        

       “…그러게요.”

        

        

        

        뭐라고 해야 하나.

        

        이 통화가 끝나면, 내 커리큘럼에 교육생의 호전성을 증가시키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듯했다.

        

        대회 하루 전날치곤 참으로 엉망진창인 대화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회 이야기는 220화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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