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16

        게임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유희다.

        게임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고, 인간이 설계한 것이다.

        즉, 게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인간이 설계한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소리다.

       

        화면 속에서는 괴물이 꼬리를 휘두른다고 가정해 보자.

        현실에서는 괴물이 꼬리를 휘두르면 그에 따른 원인과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다르다.

        게임에서는 괴물이 꼬리를 휘두르더라도, 그것은 그냥 화면에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리고 게임 제작자들은, ‘그렇게 보일 뿐’에 ‘실체’를 입혀준다.

        즉, ‘보이는 것’과 ‘실체’가 각각 따로 구분되어 있다는 소리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 간극은 인간의 인지능력으로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작을 테니까.

        하지만 때때로 그 틈이 크게 벌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경우엔 어떻게 되느냐 하면…….

       

        퍼엉!

       

        “음? 방금 막지 않았느냐?”

       

        나는 몬스터의 공격에 휘리릭 날아가는 내 캐릭터를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분명히 몬스터의 공격 타이밍을 보고 막았는데?

       

        – 눌렀는데!! = 안누름.

        – 씹힌 것 아님?

        – ㅋㅋㅋㅋㅋㅋㅋ

        – 아닠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버튼 안 누르신 거임.

       

        “아니다. 내 캐릭터는 분명히 가드 자세를 취했다.”

       

        내가 시도한 것은 ‘패링’이었다.

        이 ‘실드 크러셔’라는 무기는, 14종에 달하는 무기들 중 유일하게 ‘패링시 데미지 반사’라는 능력을 갖춘 무기였다.

        그렇기에 그 부분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몬스터의 공격 모습과, 공격 타이밍이 계속 어긋난다는 것.

        분명히 몬스터의 공격을 끝까지 보고 패링을 시도했지만, 실제로 공격이 피격되는 것은 공격이 닿은 이후거나 공격이 닿기 직전이었다.

        마치 환영을 씌운 적과 싸우는 기분이다.

       

        꿀꺽! 꿀꺽!

       

        포션을 사용하게 하여 캐릭터의 체력을 채우며, 나는 진지하게 고민에 들어갔다.

        고민의 내용은 간단했다.

       

        “공격 타이밍이 계속 어긋나는데, 이걸 어쩐다?”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헌터 난이도가 왜 괜히 헌터 난이도겠어욬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이런 나의 꼴을 보고 웃어대기 시작한다.

        고얀 놈들…….

       

        참고로 시청자들이 말한 ‘헌터’ 난이도라는 것은, 이 게임에 설정된 난이도를 말한다.

       

        이 세계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능력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능력을 각성한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반사신경을 초월한 감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일반인들 대상으로 만들어낸 게임은 아무래도 너무 쉽거나 시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인간들은 연구를 거듭했고, 마침내 ‘헌터’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다.

        예전에 ‘최강물소’와 함께 했었던 ‘파이널 레이스’라는 게임에서는 ‘일반 서버’와 ‘헌터 전용 서버’를 나누었었고, 이런 콘솔 게임에서는 ‘일반 난이도’와 ‘헌터 난이도’로 나누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헌터 협회에서 받아온 나의 신분증은, 기본적으로 ‘헌터’로 분류된다.

        즉, 내 신분증으로 접속하는 모든 게임에서는 ‘헌터 전용 서버’와 ‘헌터 난이도’로 배정받는다는 말이다.

       

        “계속 어긋난 타이밍으로 공격이 이루어지는데, 참으로 난감하긴 하구나.”

       

        – 그거 저희 눈에는 평범하게 보임.

        – 헌터들의 눈에만 어긋나게 보여요.

        – 헌터 난이도는 패링 타이밍이나 회피 타이밍이 굉장히 짧다더니, 진짠가보네.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라나님 구른다!!

       

        “끙!”

       

        그렇군.

        감각이 너무 뛰어나다 보니, 오히려 그 부분을 역이용해서 어렵게 설계한 것인가?!

        나는 인간들의 지혜에 감탄하며 몬스터의 주위를 돌았다.

        그리고 몬스터 역시 날 따라서 몸을 돌렸다.

       

        퍽!

       

        “응?!”

       

        몸을 돌리던 몬스터의 몸에 맞고 내 캐릭터가 뒤로 날아갔다.

       

        “몸을 돌리는 행위에도…… 피격 판정이 있다고?!”

       

        아니…… 이건 진짜 예상 못 했는데?

       

        부우우우우욱!!

       

        퍼어엉!

       

        = 끄억!

       

        타이탄 오록스의 공격에 내 캐릭터가 날아가며, 내 화면이 까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게임…… 쉽지 않겠다.

       

       

        *            *            *

       

       

        마을 사람들이 쓰러진 내 캐릭터를 이송해 온다.

        그리고 다시 도착한 ‘야영지’에서 내 캐릭터가 깨어났다.

       

        [보수금 – 2000/3000]

       

        “보수로 받기로 약속한 금액이 깎였구나?”

       

        – ㅇㅇㅇ

        – 그런 시스템이예요.

        – 수레 탈 때마다 금액이 깎이고, 보수금이 0원이 되면 의뢰 실패임.

        – ㅇㅇㅇㅇㅇ

        – 맞아영.

        – ㄹㅇㅋㅋ

        – 이제 2번 남았네욬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흠.”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로구나.

        나는 인간들의 지혜에 또 한 번 감탄하며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어긋난 공격 타이밍이로구나.”

       

        다른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나는 이런 게임을 처음 해 보는 것이고, 경험이 없다면 경험을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어긋난 공격 타이밍’은 문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저것은 ‘경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그냥 통째로 외우면 안 되나요?

        – 그냥 외우심이?

        – 저런 게임이 원래 몬스터 패턴 외워서 싸우는 거임.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거다.”

       

        문제는 ‘어긋난 공격 타이밍’이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분명 같은 공격인데, 이전에는 공격 직후 0.03초 이후에 피격 판정이 떴다면, 다음에는 공격이 맞기 0.02초 전에 피격 판정이 뜨더구나.”

       

        – 아닠ㅋㅋㅋ

        – 그걸 어떻게 다 아신댘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와씨. 0.02초를 어떻게 다 파악하심?

        – ㅋㅋㅋㅋㅋㅋ

        – 헌터들도 다 저 정도는 하나?

        – 현직 헌터인데, 우리도 저 정도는 아님.

        – ㅋ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 난감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 그냥 저번처럼 감각을 좀 낮추면 되지 않나요?

        – 감각 낮추시죠?

        – ㅋㅋㅋㅋㅋ

        – 저번처럼 무슨 봉인구 같은 거 사용하시면 안 되나요?

       

        일부러 신체 능력을 낮추면, 어긋나는 공격 타이밍 정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에 신경을 쓸 이유도 사라지니, 부담도 줄어들겠지.

       

        “문제는 패링이 유효한 시간이, 커맨드 입력 후 0.03초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 난이도에서는 좀 더 넉넉한 시간이 주어졌겠으나, 이것은 헌터 전용 난이도다.

        그래서인지, 회피 무적 시간이나 패링 가능 시간이 생각보다 짧았다.

       

        – 아닠ㅋㅋㅋ

        – 당연히 패링 시간은 짧죸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가드 하면 되잖아욬ㅋㅋㅋㅋ

       

        물론 이 짧은 시간은 ‘패링’을 기준으로 할 때다.

        회피 무적 시간은 0.08초로 넉넉했고(?), 가드의 경우에는 유지하는 동안 공격을 막아주니 공격 타이밍이 조금 어긋나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왕 할 수 있는 것, 해 보고 싶지 않으냐?”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뭔지 알 것 같음.

        – ㅋㅋㅋㅋ

        – 있으면 해 보고 싶긴 함.

        – 라나님, 은근 자존심 강하시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가 보자꾸나!”

       

        그렇게 나는 다시 사냥을 나섰다.

       

       

        *            *            *

       

       

        3번째 재시도.

       

        콰아앙!!

       

        “음.”

       

        – 아깝쓰.

        – 아이고.

        – ㅎㄷㄷ

        – 힘냈어요.

        – 파이팅!

       

        나는 변변찮은 패링 한 번을 해 보지 못하고 임무를 실패하고 말았다.

        물론 임무쯤이야 다시 시도하면 되고, 이 게임에서는 장비에 ‘내구도’라는 개념이 없는 데다, 소모품도 게임 시작 때 지급해 준 ‘보급품’이었다.

        사실상 아무런 페널티 없이 시도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럼 다시 시도해 보마.”

       

        – 파이팅!

        – 힘내여!

        – 힘힘힘!

        – 우주의 기운을 모아!

        – 화이팅입니다!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그렇게 나는 다시금 패링 연습에 들어갔다.

       

       

        *            *            *

       

       

        10번째 재시도.

       

        “으음…….”

       

        – …….

        – 쩝.

        – 또 주금.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역시 라나님은 게임 못 하는 것이 맞다.

        – ㄹㅇㅋㅋ

       

        시청자들이 나를 놀린다.

        그리고 나는 그 놀림을 반박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지금껏 사냥에 나서며, 패링에 성공한 횟수는 총 32회.

        그중 내 의도대로 패링에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전부 우연히 들어맞아서 패링에 성공했을 뿐이었다.

       

        – ㅋㅋㅋㅋㅋ

        – 원래 그게 정상이에요.

        – 원래는 가드 중심으로 가는 것이 정상임.

        – ㅋㅋㅋ

        – 너무 웃기네욬ㅋㅋㅋ

        – ㅋㅋㅋㅋ

       

        “그런?!”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축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내 의도대로 멋지게 패링을 하며 몬스터를 사냥하고 싶었는데, 그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단 말인가?

       

        “큿! 하지만 내가 찾아본 영상에서는 가능했단 말이다.”

       

        7번째 시도였던가?

        그 시도까지 실패했을 때, 시스템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것인가 싶어서 인터넷으로 조사까지 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실드 크러셔’의 패링을 이용하여 사냥을 하는 영상이 몇 개씩이나 존재했다.

        그 영상에서는 가능했는데?

       

        – 그건 일반 난이도니까요.

        – 패링 시간도 넉넉하고, 그것들은 애초에 전용 세팅으로 무장함.

        – 아직 초반부라서 그건 불가능함.

        – 장비랑 스킬이 부족해요.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귀여우셔.

       

        “끙.”

       

        결국 어쩔 수 없이 가드 중심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좌절된 꿈에 어깨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 ㅋㅋㅋㅋ

        – ㅋㅋㅋ

        – 잘 보면, 뭔가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요?

        – 단서라거나.

        – 힌트 같은 것이라도 있지 않을까요?

       

        “힌트는커녕, 공통점도 없더구나.”

       

        그러니 내가 10번이나 시도하고, 10번이나 실패하지 않았겠느냐?

        심지어 한 번의 시도에서 3번까지 도전할 수 있으니, 사실상 30번이나 실패한 셈이다.

        그동안 내가 두 눈을 부릅뜨고 단서를 찾아봤지만, 단서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 괜찮음.

        – 힘내여.

        – 그럴 수도 있죠 뭐.

        – 라나님 토닥토닥.

       

        “피격 판정이 뜨기 0.01초 전에 빛이 아주 작게 반짝거리기는 하는데, 설마 단서가 그렇게 뻔하겠느냐?”

       

        – 그거네!!!

        – 야이 씨!

        – 그거잖아요!!!

        – 아아ㅏㅏㅏㅏ!

        – 답답해애애ㅐㅐㅐㅐ!!

        – 아드드드득!! 빠드득!

       

        “으, 으응?!”

       

        나는 갑자기 화내기 시작하는 시청자들의 기세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 아이들이 갑자기 왜 이러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의 생각 : 설마 적이 ‘나 이제 공격할거고, 공격 맞춘다?’라고 알려주겠어? 당연히 그냥 장식이겠지.

    인간 생각 : 이거 게임이라고!!!! 진짜 사냥 아니라고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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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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