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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6

       천마신공만큼은 안된다라는 말의 의미를 설아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다른 무공은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천마신공은 안 된다는 것일까.

       

       내가 가장 배우고 싶었고, 그 어떤 무공보다도 먼저 배웠지만 바라던 위력이 나오지 않아 포기했던 것을.

       

       그리고 다시금 내가 바라던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단 희망을 가졌는데 어째서.

       

       설아는 화령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에게 안 된다 이야기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일은 모르겠지만 무라는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농담조차 하지 않는 분이니까.

       

       다만 그 이유를 추측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안 되는 걸까.

       

       왜 나만큼은 안 되는 걸까.

       

       내가 부족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부족한 게 뭐지?

       

       당장 그 당소일이란 작자보다도 무에 대한 재능은 더 뛰어나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을 거듭하고 또 거듭해도 결론을 낼 수 없었던 설아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체념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포기를 하게 되더라도 어째서 자신이 안 되는 건지는 알고 싶었으니까.

         

       “설아씨.”

       “네.”

       “지금 시간이 몇 시죠?”

       “5시 47분이요.”

       “그 앞에 오전을 좀 붙여주실래요? 그냥 말하면 당신의 민폐가 덜 해 보이잖아요.”

       

       새벽에 잠을 자다가 설아의 연락에 깨어나게 된 하린의 목소리엔 날이 서 있었다.

       

       하린이 설아마냥 수명을 갈아 넣으면서 영상을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도 고된 일정을 수행한 것은 마찬가지다.

       

       영상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일단 지적을 하기 바쁜 자신의 동료 때문에 이를 꽉 깨문 채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그녀다.

       

       잠을 줄여가며 영상을 만들고 잘했다도 아니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요 라는 소리를 들은 후에 영상을 올리고.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을 한식과 확인한 뒤에.

       

       너무 기뻐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침대에 드러누웠는데 그 짜증나고 귀찮지만 능력하나는 확실한 빌어먹을 동료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좋은 목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

       

       “죄송해요.”

       

       하지만 전화 너머로 땍땍거리기만 하던 사람이 순수히 사과의 말을 건네자 하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머리를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하아. 그래서 뭣 때문에 전화하신건데요.”

       “그게요.”

       

       잠기운에서 빠져나오며 설아의 이야기를 들은 하린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화령님께서 무공을 가르치지 않겠다고 하셨다니?

       

       그 분께서는 남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 청을 거절하지 않으실 텐데?

       

       “설아 씨. 도대체 뭐 한 거에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사실대로 말해 봐요.”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요?!”

       “근데 화령님이 왜 거절을 해요.”

       “…그걸 알면 제가 이러고 있을까요.”

       

       그것도 그렇죠.

       

       하린은 설아가 했던 여러 행동들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그렇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설아에게 재능이 없는가?

       

       아니다. 그녀는 무협게임에 미친 화산 유저들 사이에서도 재능이 있는 축에 속하는 사람.

       

       설아에게 재능이 없다면 상위 0.1%의 유저를 제하고는 다 재능이 없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설아에게 열정이 없는가?

       

       그렇지도 않다.

       

       화룡무인 플레이타임 1위라는 수치가 어디 공짜로 나온 것이겠는가.

       

       무협을 향한 설아의 열정은 현대를 사는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해도 무방한 수준이었으니 그녀에게 근성이 없단 소리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럼 왜?

       

       “화령님께서 따로 말씀하신 건 없어요?”

       “천마신공이 무어냐 물어보시기에 파천이라고 대답하니까 그래서 안 된다고 하신 것 밖에는.”

       

       파천이라함은 화령님께서 직접 공언하셨던 천마신공의 가치이지 않은가.

       

       그걸 그대로 말했는데 화령님께서 고개를 가로저으셨다고?

       

       그렇다면 분명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 텐데.

       

       “모르겠네요.”

       

       하린은 천마신공을 익히는 자가 아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풍류권의 사용자.

       

       천마신공의 안에 담긴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녀 정도의 무인이 가볍게 이해할 수 있었다면 천마신공이 어찌 신공이라 불렸겠는가.

       

       “다른 천마신공의 사용자에게 물어봐야 할 텐데. 음. 그 당윤옥이란 분께는 여쭤봤어요?”

       “네.”

       

       설아도 바보는 아니다.

       

       천마신공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 천마신공의 사용자에게 묻는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의문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음을 느낀 그 순간에 백주를 찾아갔다.

       

       무에 대한 고민이 생겨 당윤옥께 묻고 싶은 게 생겼다고.

       

       그리 이야기를 하자 백주는 무척이나 신나하며 바로 당윤옥에게 설아를 데려다 주었다.

       

       허나 그 곳에서 나온 대답은 설아의 의문을 해결해 주는 대답은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말이다. 본인이 답을 해줄 수 있는 게 아니군.’

       

       당윤옥은 설아가 하는 말을 듣고서 이렇게 답했다.

       

       ‘민가. 그 분께서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만 그 분이 그대에게 천마신공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그나마 내가 그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민가께서 그대를 미워하여 그랬을 리는 없단 것이다.’

       

       당윤옥이 해준 것은 설아가 알고 있던 사실을 재확인해준 것 뿐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기는 했다.

       

       다른 무공이라면 얼마든지 알려준다 말했던 것에서 설아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건 확인된 바였으나 그래도 마음 한 켠에 있던 불안을 해소시켜 주었으니까.

       

       당윤옥의 확언이 아니었더라면 설아는 여전히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답 없네요.”

       

       화령이외에 가장 천마신공과 가까울 인물이 저리 말을 했다면 정말로 설아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소리일 터.

       

       그렇다면 천마신공을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린이 그리 말을 하자 설아가 목소리를 낮췄다.

       

       “하린 씨는 자신의 풍류권을 이유도 모른 채 포기할 수 있어요?”

       

       그 물음에 하린은 입을 다물었다.

       

       답은 분명했다.

       

       너무도 분명해서 말 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당연히 포기 못하지.

       

       여태 살아온 인생의 반을 풍류권과 함께 살아왔는데 이제와서 어떻게 이를 놓치겠는가.

       

       “그렇지만 말이죠. 답을 해 줄 사람이 마땅치 않잖아요.”

       

       그 심정은 이해했지만 그렇다 해서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천마신공이라는 무공은 무협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그 극심한 비효율성으로 인해 도외시되어버린 무공.

       

       게임 속 NPC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는 그 무공의 이치나 뜻을 이해하는 유저가 얼마나 되겠는가.

       

       당장 아피스에서 천마를 다루는 최상위권 유저들 대부분은 이제 겨우 이치를 접하고 있는 마당에 설아에게 그 이유를 알려줄 수 있는 이가 있을까?

       

       하린이 생각하기엔 오히려 그들보다 설아가 천마신공에 대해 잘 알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 당소일님은 어때요?”

       “그 인간은 안 돼요.”

       

       설아가 당소일의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하린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화령님 아래에서 구르며 실력이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무인으로서의 깨달음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게 당소일이란 인간이다.

       

       화령님께서 그 인간을 굴릴 적에 언제 천마신공의 이치를 깨달을 것이냐는 소리를 몇 번이나 했던가.

       

       그런 사람에게 물어봐야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리가 없다.

       

       “그럼 그 분말고 다른 사람이 있나요?”

       “잠시만요.”

       

       화룡무인 쪽 사람들 중에서 천마신공을 제대로 다루는 분이 계실 리가 없고.

       

       화령님에게 직접 물어본다 한들 대답해 주실 것 같지도 않고.

       

       아피스 쪽이야 아직 괴멸적이고.

       

       아. 예외가 한 분 계시긴 한데.

       

       “한서우. 그 분이라면 무언가 답을 해주시지 않을까요.”

       “그 프로게이머 한서우요?”

       “네.”

       

       아피스의 살아있는 천마라 불리며 여러 대회에서 천마 캐릭터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그 사람이라면 분명 무언가 해답을 내놓아 주리라.

       

       “그 분이 무의 이치에 대해 아시나요?”

       “…설아 씨. 아피스 프로 리그 안 보세요?”

       “화룡무인이랑 편집하기도 바쁜데 그런 걸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어요.”

       “진짜요?!”

       

       VR을 하는 사람이 아피스를 안 할 수는 있다.

       

       그건 그리 이상한 게 아니다.

       

       다른 무협게임만 즐기는 거?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무협게임을 한다는 인간이 현대에서 가장 기캐릭터를 잘 다룬다는 인간의 영상을 본 적이 없다니.

       

       “아예 안 본 건 아니고요. 예전엔 봤죠.”

       “아아. 난 또 뭐라고. 그럼 지금 다시 보세요. 보이는 게 다를 걸요?”

       

       하린 씨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신다면 정말 뭐가 있는 분이신가보네.

       

       설아는 다른 것은 몰라도 하린이 지닌 무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있었다.

       

       화령이 직접 가르친 사람인데 어떻게 인정을 하지 않겠는가.

       

       “근데 그 유명한 사람이랑 연락할 방법이 있으세요?”

       “저한텐 없고. 당소일 그 인간한텐 있을 걸요. 지난번에 코칭 받으면서 연락처를 받았을 테니까.”

       

       나중에 연락해보고 답 나오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하린이 전화를 끊은 후 설아는 마이 튜브를 열어 한서우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예전에 그 사람이 천마 캐릭터를 다루는 걸 봤을 땐 그냥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었는데.

       

       지금은 다를까?

       

       한서우 하이라이트라고 검색을 하자마자 맨 위에 뜬 것은 이번 년도 아피스 서머 리그 1:1 매치 결승전의 영상이었다.

       

       상대는 거대한 도끼를 사용하는 광전사 유저.

       

       처음에 해설이 소개하는 것을 보면 데뷔하고서 얼마 안 된 초신성 비스무리 한 사람인 모양.

       

       아피스에 조금도 관심이 없던 설아는 앞부분을 가볍게 넘겨버리고 전투가 시작되는 부분을 살폈다.

       

       한서우가 무를 펼치기 시작한 순간 설아는 하린이 왜 이 사람의 영상을 보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움직임 안에는 분명 천마신공의 이치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화령이 사용하는 무공에 비하면 한참 부족할지는 모르겠으나 거기에 있는 건 분명 화령이 무인이라면 추구해야 한다 말했던 이치였다.

       

       움직임이 자연스러워.

       

       나나 하린 씨처럼 이를 악물고서 쫓아간다는 느낌이 없어.

       

       저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이치를 수련해 온 거지?

       

       화령님이 세상에 이치라는 걸 알리기 전부터 한서우라는 사람은 이치를 알고 있었던 거야?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그를 스스로 깨달았다고?

       

       …대단한 사람이네.

       

       저게 재능이라는 건가.

       

       그래봐야 화령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분은 규격 외의 사람이니까.

       

       괜히 이 사람이 살아있는 천마라는 말도 안 되고 오만한 별명을 얻은 게 아니구나.

       

       하린의 말을 옳았다.

       

       저 사람이라면.

       

       이치를 추구하고 그에 익숙해진 저 사람이라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수 있으리라.

       

       하린 씨가 연락을 하는 데에 성공하면 좋을 텐데.

       

       *

       

       [연락 됐어요. 어차피 비시즌이라 시간 많다고 오늘 오후 8시 쯤에 보자고 하시네요. 장소는 화룡무인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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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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