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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6

    <216 – …재단담당자 나오라고 해>

     

    아카데미 외부활동은 의외로 쏠쏠했다.

    피에로가면단은 악의조직 사이에서도 나름 중위권에 해당하는 조직.

    강자도 많고 그들이 수행하는 조직퀘스트도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있다.

     

    “여기서 젤 어려운 것들로 보여주세요!”

     

    거기서 한술 더 떠서 고인물 입맛에 맞도록 난이도를 높인다.

    원래는 조직기여도를 일정이상 달성하고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고급퀘스트는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순순히 보여줄 NPC들이 아니다.

     

    “저희 조직은 기여도를 달성하지 않으면… 으갸갹!”

    “저런.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셨나 보다! 다른 분이 도와주셔야겠다. 여기서 젤 어려운 퀘스트 보여주실 수 있으시죠?”

     

    암흑마나에 중독되어 검은 연기를 뭉게뭉게 입으로 뿜어내는 전임자의 모습에 새로운 간부는 잔뜩 굳은 얼굴로 퀘스트양피지를 내밀었다.

    암흑마나가 아무 때나 쓰면 마법이 이상한 방향으로 변이되는 위험성 때문에 사용하기 힘든 속성은 있지만 범죄조직에서 쓸 때는 이렇게 편리하다.

    대충 마나만 불어넣어도 알아서 암흑마나중독으로 무력화가 되니 다들 벌벌 떨기 마련이거든!

     

    [암흑마나를 사용한 당신의 연이은 협박에 조직 <삐에로가면단>이 공포에 질렸습니다.]

    [공포유발 경험치+5]

    [협박 경험치+5]

    [마나술 경험치+5]

    [나쁜아이 경험치+1]

     

    [서커스용 마수포획(최상급) 임무를 성공했습니다.]

    [삐에로가면단 조직기여도가 1000만 상승합니다.]

    [길들이기 경험치+50]

    [어둠가시넝쿨뿌리생성 경험치+20]

    [매달리기 경험치+10]

    [울음소리 경험치+10]

    [작전수립 경험치+5]

    [추적 경험치+5]

    [감지 경험치+5]

    [협박 경험치+5]

    [나쁜아이 경험치+3]

     

    [조직의 도망자 처단 임무를 성공했습니다.]

    [삐에로가면단 조직기여도가 850만 상승합니다.]

    [협박 경험치+50]

    [마나술 경험치+20]

    [사고력 경험치+20]

    [심리예측 경험치+10]

    [작전수립 경험치+10]

    [나쁜아이 경험치+5]

     

    원래부터 알고 있던 도망자의 위치를 찾아가서 인질을 잡아 협박한 다음에 슥삭하고, 조직이 상급지역에 침투하기 위해 얼굴마담 격으로 보여줄 마수도 포획해서 넘겨준다.

    삽시간에 가득 불어난 기여도는 신뢰의 증표.

    이제부터는 저것을 이용해서 조직원을 고용해 개인 활동에 써먹거나 조직을 자신의 작전에 동원하거나 의뢰를 맡길 수도 있다.

     

    [각기 다른 레어요리를 열흘간 지속적으로 섭취했습니다.]

    [일정시간 동안 도감에 수집되지 않은 요리를 감별하는 <컬렉션 감별안>이 활성화됩니다.]

     

    정말 고객 만족도 200%다.

    나 너무 행복해.

    이왕이면 여기서 이주만 더 뭉개고 있으면서 레어요리를 탈탈 다 털어먹고 싶다.

    기여도도 조금만 더 채우면 고학년이 되거나 졸업한 뒤에 <삐에로가면단>을 통째로 부려먹을 수 있다.

    애들이나 납치해다가 써먹는 쓰레기들을 어디다 써먹냐 싶지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발상의 전환.

    반대로 그 악독한 것들의 사악한 임무를 실행하지 못하도록 다른 임무를 준다면 그 기간 동안 납치 및 강제교육에 희생당하는 애들이 줄어든다.

     

    ‘분명 이 무렵부터 얘들 때문에 일어나는 파생이벤트 목록이 있었지.’

     

    영지에서 고아들이 집단으로 사라져서 조사를 의뢰하는 보육소의 이벤트.

    보육원장이 삐에로가면을 쓴 남자에게 아이를 팔아넘겼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미행하는 이벤트.

    삐에로가면들의 소굴인 곡예장에 침입하여 끌려간 아동들의 실태를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위장 혹은 잠입조사 이벤트.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을 구출하고자 지역영주 혹은 용병들과 힘을 합쳐 습격하는 이벤트.

    삐에로가면단의 보복으로부터 살아남고 전면전을 치르는 이벤트.

    도움을 청한 영주가 저들의 비호세력일 경우, 영지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타 영지에 고발하고 길드의 도움을 받는 이벤트까지.

     

    정말 수많은 이벤트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데 납치당하는 애들 중에 가출청소년이라도 섞이면 출신성분에 따라 이벤트 숫자가 몇 배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일련의 루트를 따라가며 얻는 보상보다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이들을 이용해 얻는 이득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 이쪽 연계퀘스트는 함정이다.

     

    ‘들인 시간대비 얻는 보상도 허접한걸. 최종보상도 썩 좋은 것도 아니고.’

     

    고아들의 구원자 칭호.

    길드의 감사패.

    영주의 인정.

    전부 아카디아 공녀와의 친분만도 못하다.

    이 게임이 <운빨로 아카데미 졸업하기>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게임의 핵심은 아카데미 졸업.

    아카데미나 학생들과의 접점이 희박해질수록 이벤트의 중요도 및 보상의 가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방학까지 관계를 깊이 만든 NPC가 없거나 스펙업이 시급할 때에나 발동시키는 연계이벤트가 삐에로가면단 연계퀘스트인 셈이다.

     

    “찾았군. 오크노디, 건강하게 잘 지냈나?”

    “앗, 디스트로이어 교수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지인을 만나면 평소의 친분관계보다 훨씬 반갑게 느껴진다.

    타국에서 같은 국가 사람을 만나거나 여행지에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등장은 신기하기는 했다.

     

    “이사벨한테 안부 전해주세요. 밖에서 아직 모을 것이 남아있어서요. 금방 돌아갈게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모처럼 나와서 효율을 뽑고 있는데 수집작이랑 조직퀘 밀기는 끝까지 해야 속이 시원하지 않겠나.

    하지만 교수님도 보통 고집은 아니었다.

     

    “…재단담당자 나오라고 해.”

     

     

    * *

     

     

    감독관은 좋다고 또 웃는 낯짝으로 나타났다.

     

    “우리 얘기 좀 하지. 오크노디에 대해 해야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감독관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다 시원했다.

    오크노디의 존재는 안 그래도 부담스러웠다.

    삐에로가면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마수를 어디서 덥썩 집어온 탓에 근방에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아 꼬드기기? 인신매매?

    감히 꿈도 못 꾼다.

    이렇게 시선이 몰린 와중에 당당하게 범죄를 저지르면 조직이 흔적도 남지 않을 때까지 용병들과 영지병이 우르르 밀려올 것이다.

     

    “오크노디를 재단에 돌려보내기로 약속한 기한은 3일 전이었다. 우리가 기껏 재단의 입장을 생각해주었건만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미안하게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걸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감독관은 생각했다.

    그녀를 지부에 묶어두고 있는 건 자신의 뜻이 아닌 오크노디 본인의 뜻이라고.

    오크노디 좀 제발 설득해서 데려가라고.

    아카데미 교수라면 가능할 것 아닌가?

    모든 귀찮은 문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배제하고 학생과 교수의 관계에 떠넘기고 싶었다.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어른의 비겁한 처세술이라고 욕해도 상관없다.

    이걸로 오크노디로부터 해방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오크노디. 저 말이 사실인가?”

    “넹! 좀만 더 있다 가면 안 되나요? 네? 제발요.”

     

    소풍 나왔다가 집에 돌아가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떼를 쓰고 애원하는 오크노디.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보면 마냥 흐뭇하고 귀여워보이지만 애써 단호하게 마음먹고 혼내야 할 타이밍이 디스트로이어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작 열흘이었다. 열흘 사이에 오크노디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저 아이의 심지가 얼마나 강한지는 직접 교육을 했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악몽 속에까지 직접 들어가서 본 재단의 ‘스승’이라는 존재의 강함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그렇기에 오크노디의 ‘졸업’을 그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나름의 확신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방침이 바뀌었다.

    재단이 오크노디의 졸업을 미루려고 한다.

     

    ‘뜻이 갈렸군. 다른 파벌이 있어.’

     

    오크노디의 성장을 바라는 파벌.

    그리고 반대로 그녀의 정체를 바라는 파벌이.

    눈앞의 사내는 정체를 바라는 파벌이었다.

    오크노디의 뜻이라며 책임을 피한다.

    그러나 아이가 심지가 굳어봤자 뭘 알고 고집을 부린단 말인가.

    삐에로가면단.

    저 더러운 범죄자들의 소굴에서.

    그들의 일을 봐주고 있는 아이에게 무슨 기쁨과 즐거움이 있겠는가.

    저들은 악명 높은 인신매매조직이다.

    가혹한 아동학대교육으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암살자 조기양성교육기관.

    도둑길드는 그 실체를 면밀히 조사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아카데미에서 오크노디가 곧잘 보였던 훈련법.

    학생들을 가르친 수법.

    곡예훈련은 모두 이곳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그렇다.

    삐에로가면단은 오크노디에게 암살술의 기초를 가르친 교육기관.

    그녀는 재단의 뜻에 의해 강제로 학업을 중지당한 채로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힌 인신매매조직의 밑에서 그들의 일을 돌봐주고 있다.

    그런데도 저 연미복을 입은 사내가 오크노디 본인의 의사를 운운하는 까닭은 하나밖에 없다.

     

    조롱이다.

     

    -우린 이미 오크노디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다. 아카데미의 교사 따위가 우리 재단의 영향력으로부터 이 아이를 빼앗아갈 수 있을 것 같나?

     

    웃는 낯짝으로 모든 근심걱정을 덜었다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 뒤에는 너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잔혹한 유열감만이 비웃음을 짓는다.

    넥타이를 손으로 느슨하게 풀어 내리는 모습도, 기분 좋게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건드리는 손짓도 언제까지 이 시간낭비를 계속할 테냐는 재촉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포기해.

    그만 돌아가라고.

    오크노디는 우리와 계속 함께 있을 테니까.

     

    ‘건방진 새끼.’

     

    비록 은퇴한 처지라고는 해도 그는 한때 세계를 일주하던 용사파티의 일원.

    불의에 직면한 마을이나 사람들이 도움받지 못하면 어떤 말로에 처하는지, 정의가 짓밟히는 광경을 외면한 결과가 어떤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사람이다.

    그런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할 수는 없었다.

     

    “말로 해서 안 된다면 힘으로 데려가는 방법도 있는데. 그래도 웃을 수 있겠나?”

     

    재단감독관과 오크노디의 웃음이 동시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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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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