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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7

    “참으로 상쾌한 아침이로군.”

     

    루크는 기지개를 켜며 창문을 열었다.

    기분좋은 화창한 날씨가 매우 인상적이다.

     

    오랜만에 아카데미에 갈 생각으로 미리 교복도 꺼내 두었다.

    이제는 방학이 끝났기 때문이다.

     

    루크는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며칠 전 탈피를 해서 그런지 이젠 안대 자국도 희미해졌다.

    이 정도면 안대를 할 필요도 없으리라.

     

    드디어 답답했던 안대와 작별할 생각을 하니 루크는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능숙하게 등교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며 예르나에게 인사말을 남긴다.

     

    “예르나, 그럼 다녀오겠다.”

    “응, 잘 갔다와.”

     

    예르나는 살짝 피곤한 기색으로 루크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요즘 일을 시작한데다 남는 시간은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중이라 많이 피곤한 모양.

    하지만 그런 예르나를 위해 이미 피로 회복의 영약을 만들어 두었으니, 피로를 참을 수 없다면 마시라고 전해준 뒤 문을 나섰다.

     

    조금 길을 걷고 있으니, 정류장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조금 어색한 듯이 뻣뻣하게 서있는 소년, 바로 서드였다.

     

    “서드! 교복은 어떤가?”

    “아, 스승님. 오셨습니까.”

     

    서드는 루크의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교복은 꽤 몸에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런 옷을 입어본 적이 없어서 어색한 건 어쩔 수가 없군요. 스승님께선 제 옷이 어떻게 보이시는지…….”

     

    루크는 한차례 서드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서드에게도 단정한 교복은 꽤 괜찮게 어울렸다.

     

    비록 자신과 같은 티그 아카데미는 서드의 지식이 부족하여 입학할 수 없어서 서드의 수준에 맞게 조금 위상이 덜한 학교로 가게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가 죽을 요소는 없어 보였다.

     

    “음, 아주 괜찮아 보인다. 그러니까 어깨를 좀 펴거라.”

    “네.”

     

    그러자 한결 편해진 듯 표정을 풀어내는 서드의 모습에, 루크는 등을 몇번 토닥여준 뒤 물었다.

     

    “내가 알려준 그 약은 레시피대로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잘 먹고 있는게냐?”

    “아, 제 치료제 말씀이시죠. 당연합니다. 제 몸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그래, 하루도 잊지 말고 꾸준히 섭취하거라. 그리하면 네 그 망가진 영혼도 더 이상 붕괴하지 않겠지.”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서드의 감사에 루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을 저으며 대답한다.

     

    “되었다. 내게 보답을 하고 싶다면, 학교에서 친구라도 많이 사귀면 될 게다.”

     

    그러자, 서드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스승님, 제가 꼭 아카데미를 가야만 하겠습니까?”

     

    서드의 물음에 루크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물론.”

    “어째서죠?”

    “간단하다, 우리네들의 삶에 너와 같은 뒷골목 아이들이 녹아들기 위해서는, 아카데미의 졸업이 아주 큰 도움이 될것이 분명하니까.”

     

    그렇다, 아카데미의 졸업장은 그것만으로도 꽤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한다.

    당장 자신이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졸업장이 아니던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졸업장은 많은 곳에 쓰임새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대는 아카데미에 입학해야만 하는 것일세.”

     

    루크의 말에 서드는 고개를 저으며 매달리듯 외쳤다.

     

    “하지만, 마법은 이미 스승님께서 가르쳐주시고 있지요, 설마 저를 가르쳐 주시는 것을 포기하시려는 것입니까? 그런 거라면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아니다, 나는 그대가 아카데미에 간다고 해서 마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하지만 반대로, 네가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나는 너를 가르치고 싶지 않게 될 지도 모르겠구나.”

    “그건 어째서죠!”

    “네게 가르친 마법이 정말 네 삶에 도움이 될지 의심스러워지기 때문이다.”

    “……!”

     

    루크는 큰 충격을 받은 듯한 서드의 표정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카데미는 마법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것을 가르치지.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식들, 그리고 친구를 사귀는 경험. 그런 것들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

     

    딱히 아카데미를 꾸준히 다닌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럼에도 꽤 많은 상식을 배울 수 있었고 아이들과도 친해지지 않았던가?

    자신이야 과거의 경험이 있으니 간단한 일이었지만, 뒷골목에서 평생을 살아온 서드에겐 너무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 것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기 위해선 단순히 어둠 속에서 노력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대는 아카데미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루크는 말을 마쳤다.

    그 말을 들은 서드는 한동안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저는 가야지요.”

     

    서드는 루크의 말을 이해하기로 했다.

    어두운 곳에서 태어난 자는 어둠밖에 보지 못한다.

    맞는 말이다, 자신은 빛의 세계를 모른다.

    때문에 어둠이 세상에 어떻게 드리우는 것인지, 빛이 세상에 어떻게 어둠을 퍼트리는지에 대한 것 역시 무지하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빛에 대해 배운다면 시야가 넓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때문에 아카데미의 졸업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스승님은 단언하는 것이다.

     

    그분께서는 단지 뒷골목에서 쓰고 버릴 장기말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하고 판단하는 주체적인 부하가 필요할 테니까.

     

    게다가, 정상적인 삶을 위장하기 위해서도 그러한 지식, 동료를 구하는 기술 역시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서드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아카데미에서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간단하지, 공부하고 친구를 많이 사귀게.”

    “친구요? 대체 얼마나 많이…….”

    “구체적인 숫자는 말하지 않겠네, 친구의 수보다는 얼마나 마음이 맞는지가 중요할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되도록 많다면 좋겠지.”

     

    ——–

     

    잠시 과거의 대화를 떠올리던 서드는 문득 루크에게 말했다.

     

    “아, 스승님. 제 웃음을 좀 봐주시렵니까.”

     

    스승님께선 분명 ‘친구를 사귀기 위해선 웃을 줄을 알아야 한다’라고 했었다.

    아카데미에 이미 다니고 있는 스승님께서 하는 말씀이시니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전엔 잘 웃음이 지어지지 않아서 곤혹스러웠지.

    아무래도 웃을 일이 전혀 없었다 보니까 말이다.

     

    루크는 그런 서드의 말에 화색을 하며 대답했다.

     

    “오, 연습해왔느냐? 그럼 어디 한번 웃어보거라.”

    “흠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서드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얼굴 근육을 일그러트려 보인다.

     

    “어떻습니까? 이정도면 친구를 사귈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본 루크는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미 입꼬리를 들어올리는 것부터 힘겨운지, 표정에 잔뜩 힘을 구겨넣은 형상이었고, 때문에 눈매도 더욱 날카로워서 자연스러운 미소로 보이는 상태는 절대 아니었다.

    저런 웃음을 지었다간 따돌림이라도 당하진 않을까 싶다.

     

    “음……. 노력은 하는 것 같지만……. 너무 얼굴에 힘을 주었구나. 조금 더 힘을 빼면 좋을게다. 이렇게.”

     

    루크는 예시를 들기 위해 가볍게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러자 서드는 충격을 받아 한 걸음을 뒤로 물러섰다.

     

    왜냐하면, 그런 스승님의 표정에 불경하게도 ‘귀엽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전혀 귀엽다거나 한 것이 아닌데도!

    고작 얼굴을 어떻게 움직이느냐로 사람의 인식을 이리도 뒤틀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울 지경이다.

    어떤 인식변환 마법보다 놀라운 엄청난 기교.

     

    “어때, 이제는 알겠느냐?”

    저런 웃음을 아무때나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능숙한 솜씨다.

    자신은 언제쯤 저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서드는 무심코 긴장해 침을 삼켰다.

     

    “여, 역시 굉장하군요. 스승님은…….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하, 그 정도였나?”

     

    ——–

     

    루크가 아카데미에 도착해 반의 문을 열자, 이미 꽤 많은 아이들이 자리를 잡거나, 친구들과 떠들며 방학중 있었던 일들을 떠들며 웃고 있었다.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을 보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루크는 곧 자신의 자리, 시루드의 옆자리로 다가갔다.

     

    “시루드, 방학동안 잘 지냈느냐.”

    “아, 루크. 개학식에 올 줄은 몰랐는데…….”

     

    시루드는 루크가 올 줄 몰랐다는 말이 사실이었는지, 정말로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아, 몸은 이제 좀 괜찮아?”

    “그래, 아주 좋다. 네 덕분이야.”

     

    시루드는 자신에게 밝게 웃는 루크의 표정을 보곤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 그럼 다행이고…….”

     

    그런 루크의 얼굴을 보니 방학 때 만나서 겪었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때 보았던 루크의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았으니까.

    특히, 그 원피스 너머로 비쳐보이던 수영복이…….

    그걸 생각하니 또 가슴이 아프다.

     

    그렇게 공연히 책상을 정리하고 있으니, 루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헌데, 교복도 이렇게 입으니 꽤 시원하구나. 나쁘지 않아.”

    “응, 하복이니까.”

     

    반팔에 가벼운 조끼를 걸쳐 단정함을 챙긴 디자인은 현대적이면서 꽤 인상적이다.

    그것을 의식하고 보니 문득 루크의 하복을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란 생각이 든다.

    한창 더울 때 루크는 학교에 전혀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잠시 후, 메리가 루크를 향해 다가오며 외쳤다.

     

    “역시 루크였구나! 대체 뿔은 어떻게 된 거야! 뒤에서 보니까 꼬리가 아니었으면 전혀 못 알아볼 뻔 했어!”

    “아, 메리로구나. 그냥, 옛 지인과 싸웠다.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그러니까 이 얘기는 하지 말자꾸나.”

    “그렇구나……. 알겠어. 아팠겠다.”

     

    메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랑 싸운 이야기를 하기 싫은 것은 당연하니까.

    이야기하기 싫은 걸 억지로 끄집어낼 필요도 없고.

    메리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끌어올리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나저나, 머리도 잘랐네! 나도 잘랐는데! 똑같네!”

    “오, 그렇구나. 너도 머리를 잘랐느냐.”

     

    루크는 엉덩이에 닿을 정도로 길었던 메리의 머리가 어깨를 겨우 덮을 정도로 짧아진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잘랐지? 꽤 길었는데. 기르고 있던 것이 아니었나?”

    “그렇긴 한데, 이번 여름이 너무 더워서 있지……. 루크는? 딱히 더위를 타는 것 같지는 않던데.”

     

    예전에 식물원에서 혼자 더위를 타지 않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던 루크다.

    딱히 더위가 머리를 자를 이유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음, 그냥 그럴 일이 있었다.”

     

    루크는 대충 둘러대었다.

    이 아이들에게 차원을 가르고 강림한 시가르마타에게 머리카락을 제물로 사용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루크의 반응은 메리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기엔 충분했다.

    긴 머리카락을 고수하던 여자아이가 머리를 자른다는 것은 꽤 큰 결심을 세워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별로 머릿결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자신조차 그랬는데, 항상 정성스럽게 머릿결을 가꾸던 루크라면 더욱 더 큰 결심을 세워야 했을 거다.

     

    그리고 여자아이에게 그 계기는 보통 더위가 아니면 사랑.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다만.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것이지?”

     

    너무나 단호한 루크의 말에 메리는 머릿속으로 돌리던 논리회로가 박살나는 것을 느꼈다.

    보통 아이들의 부끄러워하는 반응조차 돌아오지 않아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에엣……. 그래……? 좋아하는 남자애가 생겨서 잘 보이려고 자른 거 아니었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기를 생각이야.”

    “그, 그렇구나. 그럼 좋아하는 남자애도…….”

    “그래,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전혀 없단다.”

     

    메리는 그런 루크의 모습이 너무도 단호해서 마치 골렘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런 루크의 모습에 시루드는 시선을 흘기며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도 안돼! 그럼 난 뭐였는데!’

     

    바닷가에서 변한 모습에 대해 물어보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조금 아련하게 ‘네가 보기에 지금의 나는 많이 이상한가?’라며 묻고, 칭찬해주니 ‘칭찬해줘서 고맙다’라며 예쁘게 웃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일부러 자신이 단발을 칭찬까지 해주었는데 도로 기른다니!

    그럼 대체 그때 잘 어울리는 지는 왜 물어봤단 말인가?

    낚시 내기 상품으로 이야기했던 뽀뽀 이야기는 또 뭐고?

     

    그것 말고도 짚이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을 갖고 놀았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뭔가 배신당한 기분이야.”

    “배신? 그게 무슨 말이지? 누가 그대를 배신했나?”

    “너, 진짜……!”

     

    루크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한 말투에 시루드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

     

    마음 같아선 뭐라고 하고 싶기는 했지만 어쩌겠는가, 본인이 별 생각이 없었다는데.

     

    루크는 아무한테나 웃어주고, 아무나 안고, 아무한테나 뽀뽀하자고 하나보지.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됐어, 아무것도 아냐.”

    “……?”

     

    루크는 시루드의 말 속에 담긴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아이는 또 대체 왜 실망을 하는 것일까?

    혹시 단발이 그렇게 잘 어울렸나? 머리를 기른다는 말에 실망까지 할 정도로?

     

    ‘허허,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인데.’

     

    어린아이들의 머릿속은 역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대체 이럴 땐 아이를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 것일까?

    머리를 도로 자를 수도 없고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카데미 입성하는 서드와 루크가 퐉스련인걸 드디어 깨달은 시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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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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