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17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못 들어보았을 수가 없는 질문.

       흔하디흔하지만 막상 받으면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질문.

       

       그건 바로 ‘여기서 뭐가 제일 맛있어요?’이다.

       

       물론 다른 걸 파는 가게들도 마찬가지다.

       뭐가 제일 좋아요? 라는 질문은 항상 들어오지만, 파는 입장에서 확정 지어서 대답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 좋아요! 라고 대답할 수도 없고.’

       

       그나마 비교적 소속감을 덜 느끼는 아르바이트일 경우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추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규직이기라도 하다면 좀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거 설명하기 좋아하고 대처 잘 하는 사회생활 벌써 만렙 찍은 싹싹한 직원들은 별로 안 힘들어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까다로운 질문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모르는 우리 귀여운 아르는 순진하게도 직원에게 이러한 질문을 했고….

       

       -쩰루 맛있는 걸로 5인분 주세여!

       

       고로, 이런 상황에서 가장 모범적인 대답은 역시….

       

       “하하, 손님. 제일 잘 나가는 걸로 추천드리면 될까요?”

       

       제일 맛있는 게 아닌, 제일 잘 팔리는 걸로 핀트를 바꿔 버리는 것!

       

       ‘이렇게 하면 주관적인 기준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둔갑시킬 수 있으니까.’

       

       손님이 나중에 맛이 없는데요? 하고 따져도 이게 ‘잘 팔리는’ 거라고 하고 팔았으니 거짓말은 하지 않은 셈이 된다. 

       

       말하자면 간단히 책임 회피가 가능한 치트키 같은 답안이라고 할까.

       

       물론 그래도 클레임 걸 사람은 걸겠지만….

       일단 대답하는 사람의 마음이 훨씬 가벼운 건 사실이니까.

       

       “저희 레스토랑의 음식들은 전부 제국 황실의 인증을 받은 셰프님들이 내놓으시는 요리라, 어떤 메뉴를 선택하셔도 후회는 없으시겠지만…. 최근에 손님들께 인기가 많은 메뉴는 이쪽을 보시면….”

       

       오….

       역시 이런 대형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직원답게 대처도 능숙하고 완벽하다.

       

       “쿨라슈? 요거는 모에여? 음식 이름이 쪼끔 어려워여.”

       

       메뉴판에서 처음 보는 음식 이름들이 난무하자 아르의 동공이 흔들렸지만.

       

       “이 메뉴는 야채와 고기, 그리고 동쪽 파멘더 지방의 특산 향신료를 첨가해 끓인 스튜로, 평소에 고기가 든 스튜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할 만한 메뉴입니다.”

       “고기 스튜! 쪼아여! 이거 머글래여!”

       “그리고 바로 아래에 있는 굴로뇨는 간단히 말씀드리면 흑돼지의 가장 맛있고 부드러운 부위를 바베큐로 구워서 만든 요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베뀨! 그것두 주세여!”

       

       직원은 아르와 우리에게 추천할 만한 메뉴들을 능숙하게 설명해 주었고, 아르는 연신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껏 주문을 했다. 

       

       가격은 볼 것도 없었다.

       아르는 모든 메뉴를 마음껏 공짜로 주문할 수 있었으니까!

       

       ‘어우, 가격이 세긴 하네.’

       

       그냥 궁금해서 슬쩍 메뉴 옆에 적힌 가격을 본 나는 속으로 놀랐다.

       

       아무리 지금까지 벌어 놓은 돈이 많다지만, 매번 이런 데서 식사하며 돈을 마구 써 대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비싼 금액대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사실 엄청난 감흥까진 없었던 아르의 프리패스권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그럼 주문은 이렇게 도와드릴까요?”

       “넹!”

       “저희 레스토랑에서는 신선하고 엄선된 재료를 주문 즉시 셰프님이 직접 조리하시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네엥!”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는 했지만, 직원들이 와서 테이블 세팅도 해 주고 타 지방의 전통 요리를 먹는 법을 설명도 해 주고 전채요리도 간단하게 내 와 주고 하다 보니 본 요리들은 금방 나왔다.

       

       “우아아…!”

       “오…. 딱 봐도 맛있어 보이네요.”

       “냄새부터….”

       

       꿀꺽.

       

       고급스런 무늬가 새겨진 반짝거리는 그릇에 담긴 요리들이 각자의 앞에 놓였다.

       

       아르는 매우 기분이 좋은 듯, 활짝 웃으며 팔을 위로 뻗었다. 

       

       “쀼후후! 아르가 쏘는 거니깐 마니 머거여!”

       “그래, 잘 먹을게. 아르야.”

       “잘 먹을게.”

       “고마워, 아르야.”

       

       모두의 감사 인사를 들은 아르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 올라갔다. 

       

       “쀼웃! 구럼 아르두!”

       

       아르는 자신의 앞에 놓인 고기 스튜를 한 숟갈 듬뿍 떠 먹었다. 

       

       “삐유우…!”

       

       아르의 눈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너, 넘무 마시써, 레온!”

       “그렇게 맛있어?”

       “우응!”

       

       아르는 얼른 이 감동적인 맛을 공유하고 싶었는지, 나에게 한 숟갈을 듬뿍 떠서 내밀었다. 

       

       “그럼 나도 한 입…. 오! 진짜 맛있는데?”

       

       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아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드러웠고.

       무슨 무슨 지방에서 난다는 특산 향신료의 맛은 독특하면서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으며, 요리에 깊은 풍미를 더해 주었다. 

       

       특히나 스튜를 푹 끓이면서 그 풍미가 고기에 적절하게 녹아 들어가 있어, 한 입 먹었을 뿐인데 굉장히 입 안이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핏 느끼해질 수 있는 스튜 국물은 야채가 그 밸런스를 잘 잡아 주고 있어.’

       

       그다지 편식을 하지 않게 된 지는 좀 됐지만, 그렇다고 야채를 엄청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이 스튜에 들어간 야채는 굉장히 담백 깔끔한 맛이 있었다. 

       

       “레온, 한 입 더 머글래?”

       “어? 어, 응. 한 입만 더 먹을게.”

       “우응! 요기 한 입 더. 히히.”

       

       평소 같으면 ‘됐어, 아르야. 너 많이 먹어.’라고 했을 텐데, 너무 맛있다 보니 어느새 아르가 내민 한 입을 더 받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르도 이거 한 입 먹어 봐.”

       

       나는 내 몫으로 시킨 굴로뇨인지 뭔지 하는 바베큐를 집어 내밀었다. 

       

       “크게 먹어도 돼.”

       “쁍!”

       

       아르는 커다란 뼈에 고기가 덩이째 붙어 있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바베큐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쀼움…!”

       

       바베큐를 오물오물 씹는 아르의 눈동자는 전력을 다해 내게 ‘레온! 이것두 짱 마시써!’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도 아르를 따라 한 입 베어 물어 보니, 과연 아르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뭔가 뼈에 붙은 고기라서 육질 자체는 부드럽더라도 뜯어 먹는 게 살짝 번거로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야말로 오산이었다. 

       

       ‘이거 뭐 접착제로 잠깐 붙여 놓은 거 아니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고기는 베어 무는 대로 뼈에서 깔끔하게 떨어졌고, 곧 적절하게 배어 있는 육즙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와, 이거 진짜 제대로네.’

       

       처음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비싼 금액이 셰프 이름값인가 했는데, 이 정도면 진짜 돈 모아서 맘 먹고 한 번 먹으러 올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드넓은 VIP실 내부의 비싼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잔잔하게 흘러 나오는 음악 소리가 진짜 악단이 연주하는 소리였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래, 여기 페룬 대륙이지. 뭐 스피커 같은 걸로 틀어 놨을 리가 없잖아.’

       

       사실 아티팩트로 잘 어떻게 만들면 못 만들 건 없어 보이긴 하는데, 어쨌든.

       

       ‘여긴 진짜 거의 귀족들 아니면 오기 힘들겠다.’

       

       아마 예약제로만 받는다는 것도 어느 정도 손님을 가려 받기 위한 장치인 듯싶었다. 

       

       “캬, 진짜 맛 하나는 끝내주네.”

       “괜히 황실 인증 셰프가 아니야.”

       “정말 맛있네요. 이렇게 맛있는 요리는 처음 먹어 봐요.”

       

       주변을 둘러 보니 레키온과 데보라, 그리고 실비아도 다들 맛에 감탄을 하면서 먹고 있었다. 

       

       그렇게 아르가 쏘는 저녁 식사가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우리는 한 가지 문제를 깨달았다. 

       

       “근데 이게 단가?”

       “어, 끝인가…?”

       

       바로 음식의 양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었다. 

       

       휘황찬란한 그릇에 담겨 나오기도 했고, 당장 맛있게 먹느라 조금 늦게 알아차렸는데, 먹고 나서 보니 1인분에 해당하는 양이 일반 식사에 비하면 매우 적었다. 

       

       나만 해도 아르가 한 입 크게 베어 문 이후 두세 입 정도 먹었는데 다 먹어 버렸고.

       

       아르도 나한테 두 숟갈을 주고 난 후, 몇 번 숟가락질을 하더니 곧 고기가 떠지지 않는 애먼 국물 아래로 혹여 하나 걸리지 않을까 슬픈 숟가락질을 반복하다가 어쩔 수 없이 후룹, 국물만을 떠 먹고 있었다. 

       

       “쩌, 쩌기여!”

       

       레키온 포함 다른 사람들도 아직 간에 기별도 안 갔다는 표정을 하고 있자, 당황한 아르가 직원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이고 원래 양이 이러케 쩍어여?”

       

       그러자 직원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 레스토랑이 아무래도 최고급 재료로 한정된 양의 음식을 만들며, 셰프님께서 하나 하나에 정성을 들이시는 만큼 양이 비교적 적게 느껴지실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혹시라도 양이 잘못 나온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아르는 충격 받은 얼굴을 했다. 

       

       “그, 그럼! 요거 다 1인분, 안니, 3인분씩 더 주문해 주실 수 이써여? 구래두 이건 너무 쩍은뎅….”

       

       아르가 약간 자신 없는 얼굴로 황실의 증표를 꺼냈다.

       

       “하하, 물론 추가 주문은 가능한 부분입니다만 재료 관련 문제로 셰프님께 먼저 여쭤 보고 가능한 만큼 준비 도와드리겠습니다.”

       “구럼 구러케 해 주세여!”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직원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

       

       “셰프님! 추가 주문 들어왔습니다!”

       “뭐? 추가 주문? 예고도 없이 와서 다섯 개나 시켜 놓고 또?”

       

       이곳 레스토랑의, 황실 인증을 받은 전속 셰프인 골든 렌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고, 황제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이상 어떤 귀족이라도 갑자기 찾아와 예의 없이 음식을 내라고 하면 콧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걸 아는 직원은 골든 렌지의 호통을 듣지 않기 위해 아르 일행을 일단 VIP실로 안내하고, 골든 렌지에게는 ‘황실 증표를 가진 분들이 왔다’며 간신히 설득을 해서 음식을 낸 참이었다. 

       

       그래서 직원은 추가 주문이 들어오자 그의 눈치를 보느라 일단 재료 핑계를 대고 추가 주문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해 두고 온 상태였다. 

       

       “예….”

       “얼마나 들어왔는데?”

       “각 3인분씩 추가로….”

       “뭣!”

       

       이곳 레스토랑은 애초에 배를 채우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닌, 골든 렌지 셰프만의 최고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오는 곳.

       

       그런데 이 손님들은 지금 대놓고 배 채우러 왔다고 음식 내놓으라고 하는 꼴이지 않은가.

       

       “안 돼, 절대로!”

       “하지만 저쪽 손님 중에는 용사님도 있고 또….”

       “용사고 뭐고 재료 없다고 해! 아니, 내가 가서 직접 말해야겠군. 소문으로만 듣던 용사인지 뭔지 면상도 좀 볼 겸 말이야.”

       

       그는 씩씩대며 VIP실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덜컹!

       

       문을 열어젖힌 셰프의 눈은, 곧 한 곳에서 멎었다. 

       

       “삐유우…. 더 머꼬 시픈뎅….”

       

       그곳엔, 조금이라도 많이 먹는 것 같은 효과를 누리려고 말랑콩떡 모드로 변신한 아르가 커다란 숟가락으로 스튜 밑바닥에 있는 고깃조각을 간신히 건져 먹고 있었다. 

       

       평소에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싶다고 몸이 커다란 상태로 식사를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정반대인 셈이었다. 

       

       “설마…. 아르…?”

       

       그리고 그 모습은, 골든 렌지의 늦둥이 딸이 얼마 전 인형을 사 달라고 떼쓰고, 산 다음엔 실물을 꼭 만나 보고 싶다고 하던 말랑콩떡 아르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다. 

       

       “…누구세여?”

       

       아르는 눈을 끔벅이며 셰프를 바라보았고.

       

       “이곳의 셰프, 골든 렌지라고 합니다. 아르 님,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엄청 마싰는데 양이 넘무 쩍어여! 아까 직원 아조씨가 재료 있는지 물어보러 간다구 했는데…. 아무래두 없나 바여.”

       “아뇨, 재료 있습니다. 3인분씩 추가 주문하셨지요? 얘들아! 3인분어치 재료 꺼내 놓고, 추가로 수블레랑 파엔도 준비해라!”

       

       셰프는 얼른 주방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음화 보기


           


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