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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7

       *** ***

         

       묘시 초. 호천안의 증상을 분석하고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 첫 날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당처인은 진맥과 질문을 통해 호천안의 증상을 세세하게 파고 들기 시작했고 그런 당처인의 질문에 호천안은 대답했다.

         

       당처인의 요구에 따라 신체를 움직이거나 내공을 움직이길 한 시간.

         

       “오늘은 여기까지 함세.”

         

       독의는 일단 진료를 끊어냈다. 사실 호천안의 핏줄에 녹아있는 불순물은 천하의 독의조차 애를 먹을 정도의 괴현상. 그런 괴현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몇 시진이고 진료를 봐도 모자랐다.

         

       ‘치료에만 집중하면 그리 해야겠지만…’

         

       결국 호천안의 증상를 치료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강해지기 위함이다.

         

       이제 갓 절정의 초입에 든 호천안이 초절정이라는 벽을 마주하기까지는 아직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치료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한창 발전하고 있는 호천안의 발목을 붙잡는 결과가 될 뿐이었다.

       

       그렇기에 독의는 조금 더 호천안의 몸을 살피고 싶다는 충동을 끊어내며 진료를 끝냈다. 이 진료는 어디까지나 호천안의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했으니까.

         

       그렇게 진료를 마무리하자 호천안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

         

       “뭔가.”

         

       “바쁘십니까?”

         

       독의 당처인은 그런 질문을 한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혹시 조급증을 느끼는 것일까?

         

       “허허, 지금 반 시진 동안 자네의 증상을 살폈으니 이제 해결책을 강구해야지.”

         

       의원은 사람의 아픔을 다룬다. 즉 의원이 상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픔을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제 아픔 앞에 체면이나 염치 등을 벗어던지기 십상이기도 했다.

         

       그건 사람이 지닌 재주나 역량과는 또 다른 이야기.

         

       호천안의 물음에 독의는 아주 익숙한 향기를 느꼈다. 자신의 목숨과 증상을 더욱더 중히 여기고 봐달라고 주장하던 자들의 향기.

         

       바쁘냐고? 바쁘지 않다고 하면 자신의 치료에 더 힘을 쏟아달라고 이야기 할 생각일까.

         

       ‘욕심을 낼 법도 하지.’

         

       당처인의 특훈에 열흘이나 어울려주며 당처인의 일상을 엿본 호천안이다.

         

       호천안의 눈에 비친 독의의 여유 시간은 꽤 넉넉했을 텐데 고작 하루에 한 시간만 진료를 봐 준다는 점에 새삼스럽게 불만이 생겼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렇군요. 제 증상을 살피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증상을 더 봐달라는 게 아니었나.’

         

       증상을 봐 달라는 것이 아니라면 무언가 부탁할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독의는 생각했다.

         

       호천안에게 빚을 졌다.

         

       열흘이라는 시간동안 특훈에 어울려 준 점에 시연해주고 전해 준 도박이론들도 어디가서 배우지도 못할 진귀한 것들이었다.

         

       거기에 독의 의술을 녹인 전용 도박기술까지 새로 창안해 주었으니 꽤 많은 것을 받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부탁 한 두 개 정도는 들어 줘야겠지.

         

       “무언가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내 발 벗고 나서주겠네.”

         

       그 말에 호천안은 싱긋 웃었다.

         

       “오, 독의 어르신께서 도와주신다니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 무슨 일인가.”

         

       영약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치료해 달라는 부탁인가?

         

       “어르신도 잘 아는 도경 형 말입니다.”

         

       “음?”

         

       “도경 형이 학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십니까?”

         

       “그랬는가? 당가의 작은 일까지 다 꿰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

         

       “아무튼 요새 도경 형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독술이나 약초술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고요.”

         

       “허허, 다들 바쁜 모양일세.”

         

       대체 뭘 부탁하려 하기에 이렇게 이야기가 빙빙 도는 것일까. 독의는 그렇게 생각하면 일단 맞장구쳤다.

         

       “당가의 내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모양입니다. 그런데 또 제가 도경 형에게는 빚을 지지 않았습니까? 요 열흘간 도경 형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또 그냥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아니…”

         

       독의는 눈을 껌뻑였다. 누군가를 치료해주거나 영약이나 독물을 만들어달라는 청탁이 아니라 당도경에게 도움을 주라는 것이 본론이라고?

         

       독의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부탁에 당황하고 있는 사이.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니 딱 한 사람이 떠오르지 뭡니까. 의술과 독술에 몹시 해박하면서도 적당히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말입니다.”

         

       “그것은….”

         

       “어허, 도와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거기다가 어르신도 엄밀히 말하면 도경 형에게 신세를 진 것이니 이번 기회에 탁 털어 내시지요.”

         

       맞는 말의 향연에 독의가 항변도 못하고 어버버 하는 사이에 호천안이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그럼 그리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 도경 형과 찾아뵙는걸로.”

         

       순식간에 독의는 학당의 선생님이 되었다.

         

       *** ***

         

       사천에서 사파를 몰아내고 그 과정에서는 사천제일의 패자가 되었다. 당가는 부유해지고 강성해졌으며 걱정해야 할 외부의 적도 없는 황금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황금기라 해도 우환이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현재의 당가에도 크고 작은 우환거리들은 존재했다.

         

       손이 많이 가는 비살상 암기들을 주로 생산하게 되며 암기의 생산성이 떨어져 암기의 수량이 부족하게 되어 암기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라던가.

         

       당도연이 ‘친목도모 나들이’를 떠난다는 명분하에 비천마차에 사람을 태우며 비천마차를 비난하는 자들을 사실상 ‘침묵’시키고 다닌다던가.

         

       공방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이상한 물건이 쏟아진다던가.

         

       독인들 사이에서 태양회라는 단체가 유행한다던가.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으나 당가 사람들은 저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큰 나무에는 바람 잘 날이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소소한 문제나 가문 안의 괴짜 정도야 얼마든지 당가가 품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니 진짜 당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가문의 바깥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다.

         

       당도경과 당처인.

         

       마음이 떠난 두 사람을 다시 당가라는 가문에 품을 수 있을까.

         

       그게 바로 당려아가 말했던 ‘당가의 어른들이 입만 열면 하는 걱정’의 본질이었다.

         

       “으음…”

         

       려아는 거울 앞에 서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거의 등을 덮을 정로 길게 기른 머리를 만지작거리던 려아는 눈에 힘을 주었다.

         

       “어른들의 우환거리를 잠재울 수 있는 기회야.”

         

       려아는 당처인을 걱정하는 어른들의 속내를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당처인이 가문 사람들의 우환거리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당가를 위해 활약할 수 있는 기회!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거울이 달린 선반 아래 놓인 장신구들을 바라보던 려아는 결국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려아도 이제 어른이니까…하기 싫은 것들이라고 마냥 거부할 수 없겠지.”

         

       하기 싫은 일도 할 줄 알아야 어른인 법. 가문의 우환거리를 위해서라면 자존심을 접어야 한다는 상황 속에서 려아는 결단을 내렸다.

         

       [오직 려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어려운 결단을 내려 줘서 고마워요. 려아는 정말 어른스럽군요.]

         

       “헤헤.”

         

       당려아는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웃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호천안이 제안한 일을 수락하자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며 칭찬 세례를 퍼부어 준 여일예와 흑묘!

         

       ‘언니들을 실망시켜 드릴 수는 없지..!’

         

       마음이 굳은 려아는 망설임없이 손을 움직였다.

         

       “음.”

         

       동글동글 쌓아올린 만두머리!

         

       깜찍함을 강조할 반짝반짝한 푸른 나비 머리핀!

         

       귀여운 고사리 손을 감싼 긴 소매 옷까지!

         

       아직 나이가 부족할 뿐 본인의 내면은 이미 성숙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려아는 아이다움을 강조하는 자신의 옷차림을 바라보고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이러면 안 되지…”

         

       방긋방긋!

         

       천친난만한 웃음을 몇 번 지어 본 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당의 교실로 향했다.

         

       “다들 모였지?”

         

       “넵! 대장!”

         

       군기 바짝 든 열한 명의 아이들!

         

       자신들을 살피는 려아의 엄중한 눈길에 긴장해 마른침을 삼키는 아이들.

         

       “나쁘지 않네.”

         

       “휴.”

         

       “하아.”

         

       각자 꽃단장을 하고 온 아이들의 모습에 려아가 만족을 표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정말 호주머니에서 동전 꺼내는 법 가르쳐 주는 거 맞지?”

         

       “물론이야! 오늘 일이 잘 끝난다면!”

         

       “와아!”

         

       “신난다!”

         

       아이들이 기뻐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소매에서 동전을 꺼내는 것 정도야 집안의 부모님을 졸라 배울 수 있었지만 손에서 사라진 동전이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려아의 기술은 부모님도 모르는 비전(祕傳)의 기술!

         

       드디어 그 기술을 배울 수 있다니!

         

       “작전은 다 이해했지?”

         

       “응 물론이지! 어제 다 확인했잖아!”

         

       “좋아. 믿어보겠어.”

         

       그때 한 아이가 창문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앗, 오셨다!”

         

       려아가 재빨리 은폐하며 창틀 바깥으로 눈만 쏙 내밀었다. 세상 어색한 얼굴로 호천안과 당도경에게 끌려오다시피 학당에 들어서는 독의가 눈에 들어왔다.

         

       “각자 위치로!”

         

       “알겠습니다! 대장!”

         

       려아의 당처인 사로잡기 작전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당려아 : 어서오시게 나의 학당공간에.

    받아랏! 십이중손자손녀!

    *늦어서 죄송합니다.

    뭐지, 왜 많이 쓴것 같은데 3천자밖에 안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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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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