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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7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방송 중입니다!]

        [대면식]

         

        이른 오후.

         

        인터넷방송의 피크타임은 아니라지만, 예나의 방송 초기에는 종종 켜지던 시간대였다.

       

       그 시절엔, 주로 잠이 안 와서 켰다는 설명과 함께 시작되던 방송이었다. 대체 왜 한국에서 뉴요커의 삶을 살고 있냐는 질문 아닌 질문으로 이어지곤 했던.

         

        그러나 최근에 방송이 켜지던 시간은 아니었기에- 시청자 수는 생각보다 천천히 차올랐다.

       

       그녀가 알몸대검기사 따위로 화제와 인기를 한 몸에 모으던 시절과 비교하면, 불과 몇 주 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의 입장 속도였다.

         

        『아 – 하 – 』

        『캠 어디감? 캠 어디감? 캠 어디감? 캠 어디감?』

        『또 속았느냐 아붕아… 또 속았느냐 아붕아… 또 속았느냐 아붕아…』

        『이젠 기대도 안 하지만 헬멧 구경하러 왔습니다 센세』

        『오카리나 불어주세요!!』

        『오늘도 좆오좆 안 함?』

        『뭔 근터뷰여』

        『이번엔 또 뭔 좆노잼 컨텐츠일지 오히려 기대가 됩니다 기대가』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의 스트리머에게 역린에 가까운 고로.

       

       굳이 그 사실을 지적하며 이예나를 한번 긁어보려 드는 이들이 나타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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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왜케 안오시지ㅠㅠ시간대 때문인가…?】

         

        『넌 나가라』

        『청자수 언급 ㄴㄴ』

        『관리자 어디감?』

       『헉 아따먹의 청자수가 느그 주식마냥 꾸준히 우하향 중인 걸 언급하다니 정말 나쁜 아이구나!』

        『다 고소당해서 방송 못본다네요~』

        『채팅 관리좀 ㅠ』

         

        여전히, 어지간한 스트리머라면 모조리 쳐내버릴 채팅과 도네이션이 가득한 방송이었다. 아따먹의 방송에서는 일상에 불과했지만.

          

       -딸깍, 딸깍

       

        그 와중에, 정작 방송의 주인은 뭘 하고 있는 건지. 

         

        늘 하던 인사말조차 들려오지 않는 침묵 속에서,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만 방송에 연이어 울려 퍼졌다.

       

       -딸깍.

       

        그렇게, 영겁과도 같은 5분이 흐른 후. 드디어 마이크가 켜지는 클릭음이 들려오고-

         

        《이건가. 아, 아. 아……잘 들리시나요.》

         

        『네네네네 잘 들려요!』

        『알콜성 치맨가 이젠 마이크도 못 키네』

        『마 들립니더』

         

        《오래 걸렸네요. 익숙하지 않아서. 음……다들 반가워요. 미안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이거 뭐가 뭔질 모르겠네.》

         

        다소 울려 퍼지는 목소리였다. 어딘가 큰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평소와는 이질감이 있는 사운드.

         

        며칠 전까지 사용하던 저렴한 마이크와는 명백히 다른 느낌에, 소리에 민감한 이들은 드디어 장비에 투자 좀 하는 거냐는 질문을 올려대고 있었다.

         

        물론, 대답은 없었다.

       

       급류와도 같은 채팅창 탓에 보지 못한 건지, 그저 채팅창을 안 보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첫 인사 이후로, 이예나의 방송에는 다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 틈을 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짓거리라며 여론을 주도하려 드는 이들이 하나 둘씩 채팅창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묘하게 집단적으로 활동하는, 일사불란한 움직임.

         

        그 탓일까. 검은 화면만 하염없이 송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지는 동안, 채팅창은 끝없이 거세게 출렁이고 있었다.

         

        진입도 이탈도 쉬운 인터넷 방송이다. 지루한 화면과 피곤한 채팅창의 이중고에 지쳐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폭증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터.

       

       그럼에도, 시청자수는 오히려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캠방’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공지에 들어간 건 처음이었으니.

       

        이번엔 또 뭘 뒤집어 쓰고 나왔을지 궁금하다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나- 정말로 아따먹의 첫 캠방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쉬이 사라질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이미 깐 얼굴을 뭘 그리 꽁꽁 숨김?】

         

        《아. 이건가 보네요.》

         

        도네이션과, 예나의 목소리가 겹치듯 울려퍼진 순간.

         

        파앗- 하고, 화면이 밝게 변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살짝 앞으로 기운 채 선 여성의 몸이었다. 상하의로 검은 남성용 양복을 입고- 오른팔에, 황토색 완장을 찬.  

         

        그러니까, 상복이었다.

         

       하얀 와이셔츠에 달린 단추들의 사이사이, 틈이 과도하게 벌어져 있는 것이 민망한 걸까. 새하얀 손이 자꾸만 그 틈새를 이리저리 건드리고 있었다. 손으로 붙잡고 좁혀도 보았다가, 숨을 최대한 내뱉으며 작게도 만들어 보았다가- 이윽고, 큰 한숨과 함께 포기할 때까지.

         

        -하아.

         

        『미친』

        『장례식인가요? 아니요 씨1발 축제입니다!!!』

        『와 미친』

        『탄성밖에 안 나오네 진짜』

        『와』

        『와..』

        『와 시1발』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수명 늘었으면 개추』

        『뭔 복장임?』

        『상스럽지만…』

        『와 진짜 겨우 참았다』

        『고소당할 가치가 있는 가슴』

         

        이런 저런 시도로 이예나를 음해하려 들던 세력들을 개미처럼 일거에 쓸어 버리는 화력이었다.

         

        그리고, 몇 초 후.

         

        방금 그 이미지가 방송 목록 썸네일에 뜨기라도 한 걸까. 한층 더 빠르게 쏟아지는 채팅과 함께, 시청자수가 다시 한번 폭증하기 시작했다.

         

        너무 가까이에 서있는 탓에, 얼굴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그러했다.

         

        《으응…….》

       

        무언가 잘 되지 않는 걸까. 가운데 서있던 예나가 묘한 신음성을 흘리며 잠시 옆으로 비켜섰다. 

       

       장비들을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세팅 중임은 분명했으나- 시청자들로서 관심이 가는 사항은 전혀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캠을 메우던 아름다운 풍경이 사라진 상황 아닌가.

       

       당장 캠 앞으로 돌아오라는 요구가 채팅창에 빗발쳤다. 

       

       그러나, 그 시청자에 그 스트리머라고 해야 할까.

       

       아무리 사소한 일로도 거하게 난리를 치는 시청자들 만큼이나, 아무리 거한 난리를 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일을 하는 스트리머임을 잘 알고 있기에-

       

       채팅으로는 이런 저런 문구를 도배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비어있는 화면의 배경에 향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것이……높게 쌓인 음식들. 하얀 초. 국화. 그리고, 테이블 한 가운데 높은 곳에 놓인 빈 액자까지.

       

        장례식장이었다. 누가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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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마키가 아닌 거 같은데…? 이 미친년 진짜 장례식장 감?】

         

        《그럴 리가요. 아무리 그래도 옆에서 상 치르는데 방송을……스튜디오예요. 촬영용 소품도 대여해주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진짜 어지간하면 상상도 안 할 텐데 얜 의심됨】

         

        《……억울하네요.》

         

        다양한 음해가 채팅과 도네이션으로 쏟아지는 사이. 드디어 다시 나타난 새하얀 손이 카메라를 향했다. 이어서, 달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각도가 아래로 조정되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앞에 놓인 의자에 앉은 예나의 얼굴이 화면 가득 잡혔다.

         

        《……인사, 다시 해야 하려나. 안녕하세요. 잘 보이시나요.》

         

        팬들에겐 낯설면서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팬미팅(시위)에 참석한 인원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으니. 기회를 놓친 팬들은, 한정된 사진과 동영상만을 하염없이 돌려봤을 뿐이었다.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은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하얗게 빛을 발하는 듯한 투명한 피부도, 나른하게 늘어진 눈꼬리도. 약간은 지루하다는 듯이 삐뚜름하게 앙다문, 불그스름한 입술도.

         

        그러나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모습에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는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더랬다.

         

        새하얀 오른손은 온전히 펼쳐진 채, 뻣뻣하게 삐걱거리듯 흔들거렸다. 기계가 인간의 인사를 어설프게 학습하기라도 한 듯한 인사.

       

       어색하기 그지 없는 움직임이었다. 시위에서 자연스레 행동한 건, 어디까지나 진희나 아리 등등이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듯이.

         

        그 와중에, 여전히 가슴 언저리에 놓인 왼손은 계속하여 꼼지락거리는 것이……자꾸만 벌어지는 틈새를 어떻게든 자연스레 가리려 노력하는 티가 나서.

         

        채팅창의 흐름이 격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의 화재나 파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화력이었다. 최초 얼굴 공개가 아니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반응.

       

        이윽고 사이사이 외국어까지 섞이기 시작하며, 채팅의 흐름은 겉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스튜디오에서 세팅해준 컴퓨터의 성능이 월등한 게 다행이었다.

         

        《……과유불급이에요. 조금, 조금씩만 진정해보세요. 읽을 수가 없어.》

         

        평소, 불타는 채팅창에 오히려 얼굴을 들이밀며 이게 바로 불멍이라던 스트리머는 어디로 갔는지.

         

        여전히 꼼지락거리는 왼손이, 무표정한 예나의 감정을 강아지의 꼬리마냥 폭로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 30초가 흐른 후.

         

        《……옷 갈아입고 올게요. 안 되겠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예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ㅇㅇ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안!!!!!!!! 돼!!!!!!!!!!!】

         

        거대한 절규가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방송의 주인은 아무런 미련 없이 카메라 앵글 밖으로 떠나버렸지만.

         

        사운드 세팅이 제법 훌륭하다는 채팅이 몇몇 떠올랐다가, 압도적인 화력에 쓸려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가슴팍에 후드 티를 끈처럼 둘러 묶은 예나가 다시 등장했다. 분명 단추의 틈새가 벌어지던 모습은 감춰졌으면서도, 시선은 오히려 끌어당기는 기묘한 차림.

         

        채팅창의 반응 역시 나락을 연호하는 이들과, 오히려 좋다는 사람들로 양분되어 있었다.

         

        그래도, 스트리머 본인은 조금 전보다는 기분이 나아진 걸까.

         

        《좀 낫네. 자, 우리 다시 시작해봐요. 안녕하세요.》

         

       두 번째 인사말과 함께, 이예나의 첫 캠방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개상 토요일 연재분을 당겨왔습니다. 그러니까, 본 217화가 금요일 연재분이고, 이어지는 218화는 연참이 아닌 토요일 연재분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며..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아마도.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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