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17

       한서우가 약속장소로 지정한 곳은 항주에 있는 한 가게였다.

       

       예약제로 운영이 되는 가게는 각 손님에게 완벽한 방음을 제공하는 개인실을 준비해준다.

       

       그 안에 있는 사람 이외에는 안에서 나누어지는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없도록.

       

       화룡무인 내에서 여러 퀘스트를 하느라 비밀 이야기를 할 일이 많았던 설아나 하린은 이 곳에 무척이나 익숙했다.

       

       “이 곳을 지정한 걸 보면 한서우님도 화룡무인의 유저 중 하나인가 보네요.”

       

       메뉴를 주문받은 점원이 인사를 하고 나간 후에 설아가 목소리를 냈다.

       

       “그렇겠죠. 화룡무인을 안 하는 사람이 알긴 어려운 곳이니까요.”

       “신기하네요. 그런 실력 있는 분이라면 분명 이름이 알려졌을 텐데 저희가 모른다는 게.”

       

       설아도. 하린도.

       

       화룡무인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이 곳에서 살다시피 해온 사람들.

       

       이 게임 내에서 이름을 알린 이들의 이름과 얼굴은 모두 다 기억하고 있다.

       

       게임에 생을 바친 프로들이 모이는 아피스 리그에 기캐릭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서우가 화룡무인을 플레이하는 데 두 사람이 몰랐다?

       

       이건 무척이나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 괴물 같은 사람이 화룡무인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없을 리가 있나.

       

       “뭐 둘 중 하나죠. 어디 외진 곳에서 혼자 수련을 하는 기인이거나 아니면 초창기에 하다 접으셨거나.”

       

       설아는 하린이 하는 말을 들으며 전자일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제 아피스 리그의 영상을 본 바로 한서우는 무에 대한 열정이 가볍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무를 배우기에 최고의 환경이나 다름없는 이 화룡무인의 세상을 버릴 수 있을까?

       

       설아는 그럴 리 없다 생각했다.

       

       만일 그 사람이 혼자서 이치를 깨우칠 정도의 재능을 지닌 괴물이라면 옛 무림에 실망해서 떠나갔을 지도 모르지만.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린과 설아가 시간을 보내던 중에 문이 열렸다.

       

       들어 온 사람은 둘이었다.

       

       곤란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남성이 하나.

       

       그리고 그 오른 쪽에는 면사포를 쓰고 있는 여성이 하나.

       

       정해진 암호를 대지 않으면 이 방에 들어올 수 없을 테니 저 남자 쪽은 분명 한서우이리라.

       

       그렇다면 한서우가 데리고 온 저 여자는 누구지?

       

       그녀의 정체는 바로 드러났다.

       

       한서우가 문을 닫음과 동시에 여성이 면사포를 벗어던진 것이다.

       

       여성의 얼굴은 하린에게도 설아에게도 무척이나 익숙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매일 같이 보고 있는 화령의 얼굴과 소름이 돋을 정도로 똑같았으니까.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무표정하지만 온화한 화령과는 다르게 이 여성은 차가워서 베일 듯한 눈을 지녔다는 거겠지.

       

       설아는 이 사람을 알고 있었다.

       

       “천마님?”

       

       화룡무인의 천마 백화령.

       

       최근 심심할 때마다 들려서는 바루님을 괴롭히고 가는 사람.

       

       바루에게 쓰다듬게 해달라고 비는 모습이 너무도 위엄이 없어서 저딴 게 천마?… 라는 이야기를 화령 방송의 시청자들에게 자주 듣는 분.

       

       “민가의 아래에 있던 아해가 아니더냐. 옆에 있는 것은 네 지인이고?”

       “냥냥권법이라고 합니다. 화령님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하린이 꺼낸 말에 백화령의 눈이 하린을 훑는다.

       

       “호. 민가의 제자더냐?”

       

       호기심이 가득한 물음이었지만 하린은 고개를 저어야만했다.

       

       그녀는 화령에게 조언을 얻을 뿐 제자가 된 건 아니었으니까.

       

       “아뇨.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조언을 듣고 있을 뿐이죠.”

       

       화령은 다른 사람에게 가르침을 주기는 하지만 결코 그 사람을 자신의 제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게 이상해 예전에 하린이 물었을 적에 제자라는 것은 자신의 모든 무를 전수하고서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이에게 주는 호칭이라며 누구도 제자라 부를 생각이 없다 했었지.

       

       당시 하린은 화령님 천마컨셉관리가 철저하시구나. 라고 생각을 했고 그 이후로는 그냥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라 이야기하고 다녔다.

       

       화령의 팬인 자신이 화령의 컨셉을 깰 수 없다 생각했으니까.

       

       “흐음. 그런가. 아쉬운 일이군.”

       

       그리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백화령이 자리에 앉은 순간 하린과 설아의 시선이 한서우에게 닿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는 질책이 담긴 시선에 한서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죄송합니다. 저희 스승님께서 도시에 간다 그러니 혼자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냐고. 괘씸하다 그러시는 바람에.>

       

       스승님?

       

       살아있는 천마라 불리던 한서우가 화룡무인 속 천마의 제자라고?!

       

       하린은 그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라서 고갤 치켜들었다.

       

       그는 설아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시선에 담긴 경악을 느낀 걸까 한서우가 재차 메시지를 보냈다.

       

       <비밀로 해주십시오. 화령님의 지인분들인지라 믿고서 온 것입니다.>

       

       천마의 제자.

       

       화룡무인의 세계관에서 무림의 최강자를 논할 때에 항시 등장하는 자이자 아피스 속 천마의 모티브가 된 사람에게 직접 천마신공을 배우고 있단 소리잖아.

       

       하린은 한서우라는 사람이 왜 그리 강했던 것인지를 이해했다.

       

       당장 화령님에게 직접 가르침을 얻고 나서 실력이 급격하게 올랐던 하린이다.

       

       매일 같이 구르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가르침을 얻을 뿐인데도 이 정도인데 제자라는 직위를 얻고 그 아래에서 매일 같이 구르며 배운다면 얼마나 실력이 늘겠는가.

       

       물론 그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재능이 받쳐주어야 하겠지만 그 재능만 존재한다면 그 누구보다 가파르게 강해질 수 있었겠지.

       

       천마에게 천마 캐릭터를 배우고 있는데 강하지 않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가 아닐까?

       

       생각지도 못한 비밀을 알게 된 하린은 어이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음식은 시켰느냐?”

       “네. 이 곳에서 제일 괜찮은 걸로 주문했습니다.”

       “그래? 한 번 믿어보도록 하마.”

       

       하린은 설아가 천마를 대응하는 동안에 한서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일단 이걸 다른데 말하고 다니진 않을게요.>

       <정말 감사힙니다.>

       <그건 그렇다치고요. 이 자리에 저 분을 데려오면 곤란해요! 고민상담을 하는 자리잖아요!>

       <오히려 잘 되지 않았습니까? 천마신공에 대한 물음에 가장 명확한 답을 내어주실 수 있는 분인데.>

       <그건 그렇겠지만.>

       

       과연 대답을 해줄까?

       

       하린이 듣기로 저번에 설아가 당윤옥이란 사람에게 물었을 때에도 제대로 된 대답을 얻지 못했다 그랬다.

       

       백화령이라 하여 다를까?

       

       당장 백화령은 그 당윤옥의 제자이지 않은가.

       

       “흐음. 본인의 등장이 그리 달갑잖은 듯 싶구나.”

       

       백화령은 당혹 속에서 숨 쉬고 있는 설아와 하린의 얼굴을 살피고는 웃으며 그리 말했다.

       

       “걱정 말거라. 본인은 무작정 무례를 저지르는 이는 아니니. 바라잖은 손님으로써 이 자리에 온 것이니 그에 합당한 도움을 그대들에게 주어야 할 터.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시간도 있잖으냐. 말해 보거라. 본인의 우둔한 제자에게 물으려 했던 것이 무엇인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그리 묻는 백화령의 모습에 하린은 입을 다물었다.

       

       여기에서 선택을 할 것은 그녀가 아니었으니까.

       

       하린이 슬며시 고개를 돌리자 가만 백화령을 지켜보고 있는 설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입술을 다문 채 눈동자를 굴리다가 슬며시 숨을 내뱉었다.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설아의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도 판단도 담지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어제 있었던 일을 요약해서 말했을 뿐이니까.

       

       쉬지 않고 움직이던 설아의 입술이 멈췄을 무렵에 백화령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리 이야기했다.

       

       “그것은 민가 그 놈이 널 걱정한 것이다.”

       “예?”

       “천마신공이 마공이라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소리이니라. 흐음. 이렇게 말하면 잘 와닿지 않는가.”

       

       백화령은 그리 이야기를 하며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한서우가 기다렸다는 것처럼 그 위에 불을 붙여주었다.

       

       격리된 방 안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백화령이 말을 잇는다.

       

       “본인은 말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천마신공을 익히다 죽은 이들을 많이 마주했다. 어릴 적 같이 천마신공을 수행하던 자들. 억지로 벽을 넘어서려다 제어를 잃어버린 이들. 위기에 순간에 분수 이상의 내기를 사용하다 잡아먹힌 자들. 이들이 죽음은 다른 무엇도 아닌 천마신공의 내기에 의해 이루어졌다. 내기가 자신의 주인을 해한 것이다.”

       

       그 목소리는 무덤덤했으나 그 속에는 진한 체념과 한탄이 담겨 있었다.

       

       그러한 감정들이 담긴 목소리는 너무도 무거워서 같은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그 말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설아도 그러했다.

       

       이 사람이 여우에게 거절당해 우울해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던 사람이라니.

       

       때로는 위엄 없어 보일 지언정 이 사람도 수많은 고난을 겪어 온 천마인 거구나.

       

       “이러한 풍경을 봐왔다면 자신의 주변인에게 천마신공을 배우라 권유하진 않지. 그 놈이 강자존에 미쳐 강함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광인이 아니라면.”

       

       백화령은 그리 이야기를 하고서 잠시 입을 움직이는 걸 멈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배하던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았으니.

       

       방 안에는 연기만이 피어올라 이내 흩어질 뿐이었다.

       

       그 침묵은 백화령이 다시금 말을 꺼내고 나서야 깨졌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민가 그 녀석이 천마신공만을 가르치는 걸 거부했다면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구나.”

       

       백화령의 이야기는 분명 설득력이 있었지만 동시에 빈 곳도 몇 군데가 있었다.

       

       어차피 무공이라는 것은 게임 속의 이야기.

       

       천마신공의 반동으로 죽는다 하여도 다시 살아날 뿐인데 왜 그를 걱정하는가.

       

       오히려 유저이기에 더 안전한 것이지 않나?

       

       물론 천마 컨셉을 지키시기 위해 그러시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화령님이 아예 천마신공을 다른 이에게 가르치지 않는 것도 아니잖은가.

       

       당장 당소일만 하더라도 멀쩡하게 화령님에게 천마신공을 배우고 있다.

       

       그 분께서 정말 천마신공을 가르치지 않겠다 생각을 했더라면 당소일도 배움을 얻지 못해야 했다.

       

       의문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걸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설아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허하마.”

       “외부인에게 천마신공의 반동이 문제가 되나요?”

       “아니? 오히려 신공을 익히기에 적합한 육신이라 할 수 있지. 본인이 우둔한 제자에게 신공을 가르치는 까닭도 그러하니.”

       “그럼 왜 화령님은 그걸 신경 쓰시는 거죠?”

       “모른다. 말했다시피 이는 본인의 추측일 뿐이니라. 실로 짜증나는 일이다만 그 놈이 지닌 경지는 본인보다 아득히 높으니 녀석만이 내린 판단이 있겠지.”

       

       그 외의 질문에도 백화령은 모르겠다고 답할 뿐이었다.

       

       화령은 자기보다 더 많은 걸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며.

       

       아직은 그 녀석이 보는 풍경을 똑같이 볼 수 없다며.

       

       설아의 의문은 일부나마 풀렸지만 또 다시 다른 의문이 쌓여버리고 말았으니.

       

       그녀의 마음 속에 도사린 답답함은 여전히 비슷한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

       

       “굳이 천마신공을 배우고 싶다면 신교로 오거라. 최근에 외부인 아해들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중인지라 환영해주겠다.”

       

       미간을 찌푸리는 설아를 보고서 백화령이 그렇게 말했지만 설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화령님에게 배우고 싶은 거라서요.”

       “…흐음. 그래?”

       

       백화령은 그 이상 권유하지 않고 입에서 곰방대를 떼어내 그 불을 꺼버렸다.

       

       “마지막으로 조언 하나만 해주고서 이 문답을 끝내마. 그대 이외에 민가에게서 천마신공을 배우는 자가 있다고 했지?”

       “…네.”

       “그 자와 그대의 차이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거라.”

       

       그리 말을 하며 백화령이 곰방대를 넣기 무섭게 문이 열리고 방 안으로 음식이 들어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