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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7

<여기부터 연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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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끔찍한 괴이들, 살기 위해 생명을 죽이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 인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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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조차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말랑한 손을 가진 리안을 지키기 위해선 아이리스는 바짝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했다.
    ​
    ​
    …분명 그래야했지만.
    ​
    ​
    “…”
    “으..응? 왜,왜 그렇게 쳐다봐?”
    “…”
    “아이리스으..?”
   
    ​
    아이리스는 말 없이 리안을 지그시 올려다보며 제 볼을 내밀었다. 그 뜻을 알아차린 리안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리며 얼굴을 붉혔다.
    ​
    ​
    툭툭.
    ​
    ​
    그녀가 검지 손가락을 들어 제 볼을 두드리기까지 하자 결국 리안은 도망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
    ​
    쪽.
    ​
    ​
    부드러운 숨결이 아이리스의 볼에 가볍게 달라붙었다가 떨어졌다. 아이리스에게 꼬리가 달렸다면 바닥을 마구 쓸고있을 만큼 그녀는 기분이 한껏 들떴다.
    ​
    ​
    리안은 쿡 찌르면 빨간 물감이라도 흘러나올 것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그녀에게 붙잡히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하관을 가렸다.
    ​
    ​
    ‘겨우 뽀뽀한거가지고… 왜 이렇게 부끄럽지?’
    ​
    ​
    입술에 한 것도 아니고 겨우 볼에 입을 맞춘 것 뿐인데 얼굴이 터질 것 만 같았다. 얼굴에 얼마나 열이 올랐는지 귀에서 증기라도 나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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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리스도 얼굴이 붉긴했지만 리안 정도는 아니었다. 리안은 슬쩍 눈을 굴려 아이리스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
    ​
    햇살이 녹아내린 것 같은 달콤한 미소를 지은 채 볼을 씰룩이는 모습이 입 안에 해바라기씨를 잔뜩 밀어넣은 햄스터같기도 했고, 아기 토끼같기도했다.
    ​
    ​
    무진장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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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가 저리도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고있는 이유가 고작 제 입맞춤 따위였다는 사실에 심장이 덜컹거렸다. 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벚꽃색의 부드러운 입술에 시선이 머물렀다.
    ​
    ​
    저기에 입을 맞추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얼굴을 나만큼 새빨갛게 물들일까? 아니면 깜짝놀라 얼굴을 숨겨버릴까? 엄청 부드러워 보이는데 볼보다 더 부드러울까?
    ​
    ​
    연인을 가진 이라면 응당 가질 법한 욕망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채워나갔다. 얼마지나지 않아 리안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정신을 차렸다.
    ​
    ​
    ‘내..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
    ​
    적나라한 상상들을 빠르게 흐트리며 정신을 차리고자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얼굴을 쓸어내리던 손으로 볼을 찰싹 때렸다.
    ​
    ​
    “…!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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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차리고자 때린건데 꽤 큰 소리가 나버렸다. 아이리스가 잔뜩 굳은 얼굴로 다가와 리안의 손을 가져갔다. 졸지에 두 손 모두 아이리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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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왜 때려?”
    “아,그…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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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 보고 못된 생각이 떠올라서.’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식은땀을 흘리다 이내 어색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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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모,모기! 벌레가 있어서 잡느라고! 하..하하! 그런데 놓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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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법 그럴듯한 변명이었다며 속으로 즐거워 하던 그때, 아이리스의 손이 그의 볼쪽으로 다가왔다.
    ​
    ​
    스윽, 부드럽고 유려한 손이 볼을 쓸어내렸다. 깨지기 쉬운 유리를 만지듯 조심스러운 손길에 애정과 걱정이 가득 녹아있어 리안은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
    ​
    뒤늦게 아이리스가 발 뒷꿈치를 들어 힘겹게 버티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리안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주었다.
    ​
    ​
    “벌레가 나오면 내가 잡아줄테니까 때리지마.”
    “아냐, 벌레 정도는 내가…”
    ​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리스가 손을 미끄러지듯 내려 리안의 턱을 잡았다. 순식간에 부드러운 입술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 흡!하고 숨을 참는 것과 동시에 볼에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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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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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벼운 소리와 함께 조금씩 열이 식어가던 볼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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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또 그러면 물어버릴거야.”
    “어,으응.”
    ​
    ​
    눈웃음치며 볼을 살짝 꼬집는 손길에 리안은 말 잘듣는 강아지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이리스가 만개한 꽃처럼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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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
    ​
    저 미소 하나로 나라 몇개는 멸망 시킬 수 있지 않을까?
    ​
    ​
    절로 그런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리스의 미소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순간 자신이 서있는 곳이 망가진 거리가 아닌 천국의 꽃밭 가운데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
    ​
    홀린듯 아이리스를 바라보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그녀와 손 깍지를 낀 채 거리를 걷고있었다.
    ​
    ​
    식량과 물자를 찾는게 이번 일정의 목표였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는 봄날 데이트 같았다.
    ​
    ​
    키에엑!
    콰득.
    크르륵!
    콰직!
    ​
    ​
    중간중간 그저 괴물의 형태를 한 괴이들이 튀어나왔지만 아이리스의 검 앞에 힘 없이 무너졌다.
    ​
    ​
    마나를 사용할 수 없지만 알 수 없는 힘이 그녀를 보조해주고 있어 어려움 없이 3m 크기의 괴물도 가볍게 썰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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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의 힘이야.’
    ​
    ​
    아이리스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조해주는 힘이 개그 신이 말해주었던 리안의 보호막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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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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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이 자신을 보호해주기 위해 둘러놓은 힘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몸에 실금이 잔뜩 갔던 리안의 모습도 떠올랐다.
    ​
    ​
    그를 끌어안은 개그 신까지 떠올리니 저절로 손에 힘이들어갔다. 아이리스의 손을 붙잡고있던 리안이 갑작스러운 통증에 작게 신음했다.
    ​
    ​
    “아.”
   “…! 오,오빠 미안해.”
    “아냐 괜찮아. 무서운거라도 봤어?”
    ​
    ​
    아이리스는 다정한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리안을 보며 불안감이 씻은 듯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눈 앞에 있는 이가 리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
    어쩌면 그때 정신을 잃고 리안과 함께 이곳으로 날아온 걸지도 몰랐다. 그도 아니면 리안의 내면 속에 들어온 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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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경우든 눈 앞에 있는 이가 리안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고, 그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도 변함 없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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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눈 앞에 있는 리안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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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해서 멸망한 세계를 걷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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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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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 모두 멸망해가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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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는 물자를 찾고 밤에는 안전한 장소에서 껴안은 채 잠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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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까운 강가에서 물을 길러와 청결을 유지하기. 청결 유지를 위한 제품은 널려있어 구하기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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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가에는 반 투명한 괴이가 살고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그 괴이는 물의 수질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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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 물을 보고 다가온 인간들을 꿀꺽 삼키지만, 시체를 던져주면 맛있게 삼킨 후 잠깐 동안 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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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시체 뿐만이 아니라 괴이의 시체 또한 잘 받아먹어서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물을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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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구하기 힘든 건 식량이었다. 마트 같은 장소는 거의 다 털리거나 식량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상한 것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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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물교환을 하기엔 가진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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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시체에서 식량을 챙기거나,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어째서인지 아이리스에게 제물처럼 식량을 바치는 이들에게 식량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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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외에도 밤마다 시체를 찾아다니고 낮에는 꽃과 열매를 맺는 나무에서 달콤한 열매를 수확해 먹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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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가 흐를수록 두 사람의 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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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의 브레이크는 고장나있고, 리안은 거부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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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밤 서로 끌어안은 채 잠드는 게 당연해졌고, 이젠 볼이 아닌 입을 맞췄다.
    ​
    ​
    “푸하..”
    “후으…”
    ​
    ​
    아직 둘다 입맞춤에 익숙하지 않아 숨을 꾹 참은 채 입술만 서로 붙이고 있다 떨어질 뿐이었다. 아직 키스까지 나아가진 못했지만… 장족의 발전이었다.
    ​
    ​
    서로 숨을 꾹 참았다가 떨어지는 모습이 웃겨, 푸흐흐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꿀떨어질 것 같은 시선을 교환했다.
    ​
    ​
    이후 아이리스는 틈만 나면 입술을 붙이고 싶어했다. 신의 축복이라도 받은 것처럼 씻지 않아도 꽃향기가 나는 아이리스라면 모를까, 평범한 남자일 뿐인 리안에겐 더 없이 부담스러운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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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씻고..! 씻고 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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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으로 그런 비명을 내지르며 고개를 저을 때마다 아이리스가 잔뜩 시무룩해졌다. 그녀를 시무룩하게 한 대가로 강가에서 깨끗히 씻고나면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잔뜩 뽀뽀를 해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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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술에 뜨거운 열감이 느껴질 정도로 잔뜩 입을 맞춰주고 나면 만족한 아이리스가 리안의 품을 꼬물꼬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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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떤 천보다도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팔을 스치고, 쿵쾅쿵쾅 제 감정을 다 숨기지 못하는 그녀의 심장 소리를 듣고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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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세상은 망가졌는데 드디어 평화를 찾은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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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해.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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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저 살기 위해 세상에 녹아들기만 하던 리안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욕망을 가졌다. 그녀가 숨을 쉬고 살아가는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달콤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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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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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권능의 힘을 거부하는 선택지였다. 어디선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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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늦어서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완결까지 쭉 올라갑니다.다음화 보기

<여기부터 연참 시작입니다.>​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끔찍한 괴이들, 살기 위해 생명을 죽이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 인간들.

검조차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말랑한 손을 가진 리안을 지키기 위해선 아이리스는 바짝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했다.

…분명 그래야했지만.

“…”

“으..응? 왜,왜 그렇게 쳐다봐?”

“…”

“아이리스으..?”

아이리스는 말 없이 리안을 지그시 올려다보며 제 볼을 내밀었다. 그 뜻을 알아차린 리안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리며 얼굴을 붉혔다.

툭툭.

그녀가 검지 손가락을 들어 제 볼을 두드리기까지 하자 결국 리안은 도망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쪽.

부드러운 숨결이 아이리스의 볼에 가볍게 달라붙었다가 떨어졌다. 아이리스에게 꼬리가 달렸다면 바닥을 마구 쓸고있을 만큼 그녀는 기분이 한껏 들떴다.

리안은 쿡 찌르면 빨간 물감이라도 흘러나올 것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그녀에게 붙잡히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하관을 가렸다.

‘겨우 뽀뽀한거가지고… 왜 이렇게 부끄럽지?’

입술에 한 것도 아니고 겨우 볼에 입을 맞춘 것 뿐인데 얼굴이 터질 것 만 같았다. 얼굴에 얼마나 열이 올랐는지 귀에서 증기라도 나올 것만 같았다.

아이리스도 얼굴이 붉긴했지만 리안 정도는 아니었다. 리안은 슬쩍 눈을 굴려 아이리스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햇살이 녹아내린 것 같은 달콤한 미소를 지은 채 볼을 씰룩이는 모습이 입 안에 해바라기씨를 잔뜩 밀어넣은 햄스터같기도 했고, 아기 토끼같기도했다.

무진장 귀여웠다.

그녀가 저리도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고있는 이유가 고작 제 입맞춤 따위였다는 사실에 심장이 덜컹거렸다. 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벚꽃색의 부드러운 입술에 시선이 머물렀다.

저기에 입을 맞추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얼굴을 나만큼 새빨갛게 물들일까? 아니면 깜짝놀라 얼굴을 숨겨버릴까? 엄청 부드러워 보이는데 볼보다 더 부드러울까?

연인을 가진 이라면 응당 가질 법한 욕망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채워나갔다. 얼마지나지 않아 리안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정신을 차렸다.

‘내..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적나라한 상상들을 빠르게 흐트리며 정신을 차리고자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얼굴을 쓸어내리던 손으로 볼을 찰싹 때렸다.

“…! 오빠!”

정신을 차리고자 때린건데 꽤 큰 소리가 나버렸다. 아이리스가 잔뜩 굳은 얼굴로 다가와 리안의 손을 가져갔다. 졸지에 두 손 모두 아이리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갑자기 왜 때려?”

“아,그…그게..”

‘널 보고 못된 생각이 떠올라서.’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식은땀을 흘리다 이내 어색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모,모기! 벌레가 있어서 잡느라고! 하..하하! 그런데 놓쳤나봐!”

제법 그럴듯한 변명이었다며 속으로 즐거워 하던 그때, 아이리스의 손이 그의 볼쪽으로 다가왔다.

스윽, 부드럽고 유려한 손이 볼을 쓸어내렸다. 깨지기 쉬운 유리를 만지듯 조심스러운 손길에 애정과 걱정이 가득 녹아있어 리안은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뒤늦게 아이리스가 발 뒷꿈치를 들어 힘겹게 버티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리안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주었다.

“벌레가 나오면 내가 잡아줄테니까 때리지마.”

“아냐, 벌레 정도는 내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리스가 손을 미끄러지듯 내려 리안의 턱을 잡았다. 순식간에 부드러운 입술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 흡!하고 숨을 참는 것과 동시에 볼에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쪽.

가벼운 소리와 함께 조금씩 열이 식어가던 볼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다음에 또 그러면 물어버릴거야.”

“어,으응.”

눈웃음치며 볼을 살짝 꼬집는 손길에 리안은 말 잘듣는 강아지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이리스가 만개한 꽃처럼 미소지었다.

‘와…’

저 미소 하나로 나라 몇개는 멸망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절로 그런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리스의 미소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순간 자신이 서있는 곳이 망가진 거리가 아닌 천국의 꽃밭 가운데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홀린듯 아이리스를 바라보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그녀와 손 깍지를 낀 채 거리를 걷고있었다.

식량과 물자를 찾는게 이번 일정의 목표였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는 봄날 데이트 같았다.

키에엑!

콰득.

크르륵!

콰직!

중간중간 그저 괴물의 형태를 한 괴이들이 튀어나왔지만 아이리스의 검 앞에 힘 없이 무너졌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지만 알 수 없는 힘이 그녀를 보조해주고 있어 어려움 없이 3m 크기의 괴물도 가볍게 썰어버렸다.

‘…리안의 힘이야.’

아이리스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조해주는 힘이 개그 신이 말해주었던 리안의 보호막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리안은 괜찮을까?’

리안이 자신을 보호해주기 위해 둘러놓은 힘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몸에 실금이 잔뜩 갔던 리안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를 끌어안은 개그 신까지 떠올리니 저절로 손에 힘이들어갔다. 아이리스의 손을 붙잡고있던 리안이 갑작스러운 통증에 작게 신음했다.

“아.”

“…! 오,오빠 미안해.”

“아냐 괜찮아. 무서운거라도 봤어?”

아이리스는 다정한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리안을 보며 불안감이 씻은 듯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눈 앞에 있는 이가 리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쩌면 그때 정신을 잃고 리안과 함께 이곳으로 날아온 걸지도 몰랐다. 그도 아니면 리안의 내면 속에 들어온 걸지도 몰랐다.

어떤 경우든 눈 앞에 있는 이가 리안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고, 그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도 변함 없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눈 앞에 있는 리안을 지키는 것에 집중하자.’

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해서 멸망한 세계를 걷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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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 모두 멸망해가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졌다.

낮에는 물자를 찾고 밤에는 안전한 장소에서 껴안은 채 잠들기.

가까운 강가에서 물을 길러와 청결을 유지하기. 청결 유지를 위한 제품은 널려있어 구하기 쉬웠다.

강가에는 반 투명한 괴이가 살고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그 괴이는 물의 수질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었다.

깨끗한 물을 보고 다가온 인간들을 꿀꺽 삼키지만, 시체를 던져주면 맛있게 삼킨 후 잠깐 동안 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람의 시체 뿐만이 아니라 괴이의 시체 또한 잘 받아먹어서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물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가장 구하기 힘든 건 식량이었다. 마트 같은 장소는 거의 다 털리거나 식량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상한 것들 뿐이었다.

물물교환을 하기엔 가진게 없었다.

두 사람은 시체에서 식량을 챙기거나,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어째서인지 아이리스에게 제물처럼 식량을 바치는 이들에게 식량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밤마다 시체를 찾아다니고 낮에는 꽃과 열매를 맺는 나무에서 달콤한 열매를 수확해 먹기도했다.

하루하루가 흐를수록 두 사람의 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아이리스의 브레이크는 고장나있고, 리안은 거부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일 밤 서로 끌어안은 채 잠드는 게 당연해졌고, 이젠 볼이 아닌 입을 맞췄다.

“푸하..”

“후으…”

아직 둘다 입맞춤에 익숙하지 않아 숨을 꾹 참은 채 입술만 서로 붙이고 있다 떨어질 뿐이었다. 아직 키스까지 나아가진 못했지만… 장족의 발전이었다.

서로 숨을 꾹 참았다가 떨어지는 모습이 웃겨, 푸흐흐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꿀떨어질 것 같은 시선을 교환했다.

이후 아이리스는 틈만 나면 입술을 붙이고 싶어했다. 신의 축복이라도 받은 것처럼 씻지 않아도 꽃향기가 나는 아이리스라면 모를까, 평범한 남자일 뿐인 리안에겐 더 없이 부담스러운 요청이었다.

‘씻고..! 씻고 해줄테니까!’

속으로 그런 비명을 내지르며 고개를 저을 때마다 아이리스가 잔뜩 시무룩해졌다. 그녀를 시무룩하게 한 대가로 강가에서 깨끗히 씻고나면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잔뜩 뽀뽀를 해줘야한다.

입술에 뜨거운 열감이 느껴질 정도로 잔뜩 입을 맞춰주고 나면 만족한 아이리스가 리안의 품을 꼬물꼬물 파고들었다.

그 어떤 천보다도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팔을 스치고, 쿵쾅쿵쾅 제 감정을 다 숨기지 못하는 그녀의 심장 소리를 듣고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분명 세상은 망가졌는데 드디어 평화를 찾은 것만 같았다.

‘행복해.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그저 살기 위해 세상에 녹아들기만 하던 리안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욕망을 가졌다. 그녀가 숨을 쉬고 살아가는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달콤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쩌적.

그건… 권능의 힘을 거부하는 선택지였다. 어디선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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