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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7

    <217 – 보내려는 놈 데려가는 놈 시치미 떼는 뇬>

     

    재단담당자는 미칠 것만 같았다.

    알아서 오크노디를 데려가고 무사히 끝날 것 같던 분위기에서 세상 살벌하게 생긴 교수 녀석이 갑자기 살기를 뿜어댔다.

    세상의 풍경이 일그러지며 날이 선 살기가 사방에서 자신의 두 눈을 불태울 것처럼, 심장을 찌를 것처럼, 목을 절단 낼 것처럼 번뜩인다.

    고양이 앞에 선 쥐도 이보다는 낫겠다 싶을 정도의 두려움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여는 것뿐이었다.

     

    “재단은 기프트 아카데미와 척을 질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아이의 자발적인 동의를 구한다면 얼마든지 데려가도 좋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자발적인 의사라. 그런 식으로 뭐든지 떠넘기고 외면하면 이 모든 사태를 아이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뭐라고 말 좀 해.

    니가 있고 싶어서 있었잖아.

    감독관은 어서 해명이라도 해달라고 오크노디를 돌아보았다가 두 눈을 부릅떴다.

     

    -아이~짱나게!!! 암흑마나 맛 좀 볼래?

    -아침부터 왜 그리 죽상이신가?

    -삐에로가면단이 꼴받게 지난주에 먹은 메뉴를 재탕해서 또 가져왔잖아요.

     

    포악의 멸룡이라 불리며 현 시대에서 가장 악명을 떨치는 블랙드래곤마냥 날마다 매 끼니 레어요리를 요구하며 지부예산을 거덜 내는 무친련.

    아이의 탈을 쓴 악마새끼가 그 포악한 본능을 곱게 접어두고 11살 응애처럼 순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다가 시선을 슥 피한다.

     

    ‘저, 저, 저 망할 년이. 지금 교수가 무서워서 우리한테 책임을 떠넘긴 거야!?’

     

    우린 가라고 해도 지가 싫다고 남았으면서!

    억울해서 제자리에서 3m는 폴짝 뛰고 싶은 심정이지만 손끝 하나라도 잘못 움직였다간 목이 썰린다는 위기감 앞에선 말도 함부로 꺼내기 어려웠다.

    절대로 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주장하듯 조심조심 자세를 바로하며 두 손을 공손하게 배 앞으로 마주 모았다.

    눈은 아래로 깔고.

    숨소리도 거슬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거듭 또 눈치를 보며 감독관이 말했다.

     

    “저희 역시 불필요한 오해가 종식되고 한시라도 빨리 오크노디를 아카데미로 돌려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교수님의 뜻을 적극 지지합니다.”

    “훗. 정말 웃기는 녀석이군. 내 살기를 받고도 그런 조롱을 할 여력이 남아있다니.”

    ‘좆같은 아카데미 교수놈.’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고 있는데 조롱은 누가 조롱을 하고 있어.

    니가 우릴 조롱하고 있잖아.

    면전에서 욕설을 뱉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으려니 교수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재단이 오크노디를 어떤 식으로 취급했는지 확인해야겠다. 생활구역으로 소개하도록.”

     

    명령조로 바뀐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말에도 감독관은 싫은 내색 한 번 안하고 앞장섰다.

     

    “이곳이 저희 지부의 숙직실입니다.”

    “오크노디는 어디서 자고 있지?”

    “이곳의 방을 오크노디에게 배정했습니다.”

     

    시설 내에서도 가장 좋은 사치품과 마법이 걸린 푹신하고 포근한 침대가 있는 귀빈실.

    재단의 높으신 분들이 찾아올 때에 대비하여 남겨둔 방을 오크노디에게 내어준 것은 사실이었다.

    깡패같은 꼬맹이가 오죽 무서워야지.

    더러운 성질머리 잠이라도 푹 자면서 조금이라도 줄여라.

    그런 심보로 내어준 방이지만 지금만큼은 교수에게 책잡힐 일이 하나 줄었다고 안심하게 됐다.

    잘했어, 과거의 나.

    위기대처능력 정말 칭찬해.

    자기애에 빠진 감독관이 생사의 갈림길 앞에서 정신나간 생각을 하는 사이, 그가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오크노디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 여기서 안 잤는데요?”

    “그게 무슨!? 분명 방을 배정해드리지 않았습니까!”

    “다물어라. 오크노디의 말을 막지 마라.”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눈매가 한층 더 커지자 살벌한 영역이 감독관의 어깨를 짓눌렀다.

    퍽! 챙강!

    콰지직.

    은은한 조명으로 꽃병을 비추던 전시공간에서 조명이 퍽 터지고 꽃병이 챙강 깨진다.

    협탁에 금이 갈 정도의 압력이 동시에 어깨를 짓누르니, 감독관은 다리가 후들거리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이 악물고 양 손을 무릎에 얹어 버텼다.

    감독관이 억울해도 입도 뻥끗 못하고 교수의 영역에 짓눌리는 사이, 교수가 노기어린 눈으로 오크노디를 돌아보며 물었다.

     

    “여기서 자지 않았다. 그 말이 사실인가?”

    “넹. 아직까지는요.”

     

    눈치를 보던 오크노디가 이거 받고 화 풀라는 것처럼 슬며시 덧붙였다.

     

    “교수님이 늦게 왔으면 곧 이곳에서 잤을지도 몰라요!”

    “…창관의 침실처럼 꾸며놓은 저 침대에서 기어이 애를 재울 예정이었다고? 임무를 따르지 않으면 애를 직접 안거나 몸을 팔게 만들 작정이었나?”

    “!!”

     

    아뿔싸.

    감독관의 얼굴에 강한 후회가 어렸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신경도 쓰지 못했다.

    재단에서 내려오는 높으신 분들이야 당연히 남자.

    성접대를 요구하는 것도 당연했다.

    근처의 창녀라도 데려와서 공급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귀빈실의 침실도 그에 맞춰 꾸며두었지만 오크노디가 한 번도 불평을 하지 않아 뭐가 문제인지도 떠올린 적조차 없었다.

    지금껏 잘만 자놓고 자기는 잔 적이 없다고 해대던 이유가 이렇게 한 방 먹이려고 그런 거였나?

     

    “억울합니다!”

     

    감독관은 정말 억울했다.

    정말 나쁜 마음이라도 먹었다면 모를까.

    저 애에게 굉장한 장래성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애가 아닌가.

    저런 응애한테까지 손을 뻗을 변태새끼는 적어도 자신의 지부에는 없었다.

    이런 누명을 쓰고도 곱게 아 그러십니까 하고 수긍할 정도로 그는 줏대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평소 저희 귀빈실을 이용하는 것이 남성이기에 침대가 아동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은 인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행정적인 실수일 뿐입니다. 아이를 협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오크노디. 네 입으로 말해라. 재단담당자의 말이 사실인가?”

    “맞아요! 성으로 협박한 적은 없었어요!”

     

    양심은 있는지 힘차게 대답하는 오크노디.

    그녀가 슬며시 눈치를 보며 덧붙였다.

     

    “…아직까지는요!”

    “야 이 양심터진 년아!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참다못한 감독관이 성을 내기 무섭게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짓눌리는 감각과 함께 그의 한쪽 무릎이 쿵 대리석 바닥에 처박혔다.

    무릎이 깨질 것 같은 아픔에 눈물을 흘려도 디스트로이어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살벌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언성을 높이지 마라. 죽음을 재촉하고 싶은가?”

    “저 아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레어요리를 챙겨왔는지 아십니까!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부살림이 깨질 정도로 대접에 공을 들였단 말입니다!”

    “확인해.”

     

    디스트로이어의 지시에 이미 재단지부를 포위하고 근처에 잠복해있던 도둑길드 길드원들이 우르르 몰려가 식당과 조리실, 식품창고를 급습하였다.

     

    “찾았습니다.”

    “레어요리가 다수 확인되었습니다.”

    “지역명물레어요리의 가격표와 포장지가 검출되었습니다. 특산품의 흔적이 맞습니다.”

     

    적어도 레어요리를 먹인 건 사실이군.

    하지만 귀빈실을 대접했다며 애를 창녀취급 하려 들고 협박을 일삼던 미친 무리다.

    요리에도 어떤 장난질을 쳣을지 모른다.

     

    “가져와.”

     

    포장지와 가격표, 흔적들을 살펴보는 디스트로이어.

    처음 몇 개는 나름 괜찮았다.

    개당 금화 10매.

    상당한 가격이 들어가는 요리를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까.

    하지만 이걸 오크노디가 먹었는지, 지가 직접 먹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오크노디. 키라키라뿌링클장어구이를 먹은 적이 있나?”

    “있어요!”

    “백년 묵은 도마뱀의 꼬리구이는?”

    “먹었어요!”

    “오고곡호밀죽은?”

    “맛있었어요!”

     

    검증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씹을 때마다 오고곡 소리가 나는 재미난 식재료나 백 년 묵은 도마뱀이 진화를 하며 부드럽게 재구성되어 밀려나는 옛 꼬리, 전기속성 마나가 충만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썬더장어까지.

    재미 측면에서든 맛의 측면에서든 성장의 측면에서든 전부 도움이 되는 음식들이다.

     

    ‘미식가 레벨의 요리들이군.’

     

    아카데미에서도 이 정도 요리는 포인트를 따로 지불하여 특식으로 사전예약을 넣어야만 즐길 수 있다.

    그것도 기프트 섬 특유의 100배 창렬한 물가가 더해진 상태로.

    밖에서 즐기기엔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하지만 도둑길드원 한 명이 급히 달려오며 건넨 장부 하나에 조금이나마 쌓일락 말락 하던 재단담당자를 향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

     

    “오크노디. 절규하는 영혼주를 마신 적 있나?”

    “넹!”

    “아이가 술을 마시는 것부터 용납되지 않을 일이지만 영혼주는 특히나 더 문제가 있다. 그게 무슨 술인지 알고는 있나?”

    “이속이 오르는 영혼이라 맛있었어요!”

    “효과까지 알고 마시게 했다는 말이군.”

     

    영혼을 다루는 잔혹한 기질조차도 재단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졌다.

    이 정황은 용납할 수 없다.

    아이에게 미식을 즐기는 것처럼 영혼을 착취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잔인한 소행이다.

     

    콰드드득!

     

    대리석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재단담당자의 비명이 터졌다.

    그의 무릎이 짓눌리며 금이 간 대리석 바닥에 피가 고였다.

     

    “폭탄이끼탕은 섭취자의 신체가 충분히 발달되지 않을 시, 식도기관과 위장을 터뜨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금기음식이다. 이것도 먹었나?”

    “맛있던데요?”

     

    입맛을 다시는 오크노디를 보며 어떻게 애한테 그런 걸 먹일 수 있냐는 시선을 디스트로이어가 보내자 감독관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크아아악!! 이 악마 같은 녀석아!! 우리도 그런 걸 줄 생각은 없었지만 같은 레어요리를 두 번은 먹지 않겠다며 새것을 내놓으라고 한 건 너였잖아!!”

    “아, 전 괜찮았어요. 원래 가리는 거 없이 잘 먹으니까요.”

    “이 녀석…! 차도살인이라도 노리는 것이냐!? 교수의 손을 빌려 날 죽일 작정이구나! 이렇게 된 이상 솔직히 말하지. 차라리 그걸 먹고 반죽음은 당했으면 싶었다! 치료를 받고 싶으면 아카데미로 가라고 친절하게 이송까지 시켜줄 작정이었으니까!”

     

    감독관은 이성을 상실한 사람처럼 광분하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먼 곳의 레어요리일수록 구매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 줄 아느냐? 돈 주고 살 요리가 없어서 직접 만들려고 비전요리사의 위치를 수배하고 재료를 구매하는데 든 웃돈은? 지부의 공금도 부족해서 횡령한 내 개인자산까지 써야했단 말이다! 돈 주고도 못 살 재료는 저 멍청한 가면 쓴 광대놈들 목숨을 갈아가면서까지 직접 구했다고!!”

     

    헉. 헉.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어서 지친 그가 이제 어쩔 테냐는 눈으로 오크노디를 노려봤다.

    오크노디는 영리했다.

     

    “어, 어라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너무 무섭당! 도와줘요 교수님!”

     

    오크노디의 시치미 뚝 떼고 전부 떠넘기기!

    효과는 굉장했다.

    감독관의 손이 수중에 들어가며 수갑을 끼고 날카로운 발톱을 번뜩였다.

     

    “이제 됐어. 그냥 죽어라!”

     

    파앗!

    지면을 박차고 도약하며 손톱을 뻗는 감독관.

     

    “귀찮은 발악을.”

     

    교수인 자신을 해칠 수는 없으니 오크노디를 노리는 건방진 수작이다.

    산채로 신체를 짓눌러 터뜨려 마지막 발악을 무산시키려는 순간, 오크노디의 몸이 잔상을 그리며 순식간에 재단담당자에게 접근했다.

     

    “!”

     

    빠르다.

    너무 가깝다.

    이 속도로는 휘말릴지도 모른다.

    오크노디가 영역에 당해 짓눌리지 않도록 힘을 억제하는 일순간, 감독관과 오크노디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더욱 빠르게 교차했다.

    한층 더 속도를 얻어 뻗어오는 클로와 이를 피해 안으로 파고든 오크노디.

    교착의 경과는 명확하게 갈렸다.

    사각!

    클로에 갈라져 흩날리는 오크노디의 소맷자락.

    감독관의 공격은 스치는데 그쳤다.

    푸확!

    오크노디는 달랐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재단담당자의 목이 벌어졌다.

    암흑마나를 씌운 손날로 목을 벤 결과였다.

    끄르륵.

    피 끓는 소리를 내며 목을 부여잡고 원통하다는 듯이 노려보던 감독관.

    그가 쿵 쓰러졌다.

     

    “위험하게 무슨 짓이냐!”

     

    디스트로이어는 영역을 거두는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오크노디가 휘말렸을 거라는 사실에 화가 났다.

     

    “전개된 영역에 함부로 끼어들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우지 않았나!”

    “안 배웠는데요?”

     

    디스트로이어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오크노디의 말이 맞았다.

     

    “그렇군. 그건 3학년부터였어.”

     

    오크노디가 너무 강한 탓에 진도를 어디까지 뺐는지 착각했던 디스트로이어.

    머쓱해진 그가 입을 닫는 사이, 오크노디는 피가 뚝뚝 흐르는 손을 시체의 옷에 비벼 닦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참 석연찮군.’

     

    오크노디를 빤히 쳐다보는 디스트로이어의 시선에 의심이 아른거렸다.

    이 아이, 정말로 재단에 학대당하다가 구출 받은 것이 맞기는 한가?

    아무리 봐도 재단담당자가 오크노디한테 학대당하다가 하극상의 대가로 처형당한 것 같은데…….

     

    “돌아갈 땐 마차 타고 가요?”

    “아카데미 전용 전송마법진이 있다. 올 때는 재단의 눈을 피해 접근하느라 전송마법진을 이용하지 않았지만 돌아갈 때는 바로 가도 되겠지.”

     

    “와아!”

     

    천연덕스럽게 순진무구한 얼굴의 오크노디.

    일말의 미심쩍은 기분을 간직한 채 디스트로이어는 오크노디와 함께 전송소로 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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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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