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18

    ‘최악은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문장이야말로, 지금 나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해 줄 것이다.

    “큭…!”

    – 끼이이이익…!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는 것을 깨닫고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에는, 이미 모든것이 늦은 뒤였다.

    – 쿠과과과광…!

    “…커흑.”

    차량의 내부가 뒤틀리며 충격이 전해진다.

    뒤늦게 에어백이 튀어나왔지만 워낙에 충격이 컸던지라 별 도움은 되지 못했다.

    “쿨럭, 쿨럭…”

    덕분에 한참동안 멍하니 핸들에 얼굴을 파묻은채 기침을 하고 있으려니, 입에서 기침이 터져나온다.

    “…쯧.”

    혹시나 싶어서 입가를 소매로 훔쳐보았는데, 아니나다를까 피가 묻어나온다.

    젠장. 아무리 격투기 금메달이 산더미처럼 있어도, 내상까지 버틸 수 있는 여자는 아닌데 내가.

    – 텅…!

    아무튼 이대로 차에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였기에, 이를 악물고 찌그러진 차문을 발로 차 열었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문득 이래봐야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발버둥은 처봐야 한다.

    왜냐고? 그건 나에게는 지금 죽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제와서는 꿈이나 다를바 없는 믿기지도 않는 기억이기도 하고,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는 증거조차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남아야만 한다.

    “스마트폰은…”

    [프로게이머 김한별, 코치가 아니라 현역으로 복귀? E-스포츠계에 불어닥친 새로운 바람]

    [아역배우 김새벽 또다시 실종. 최근 파파라치에 의해 저택에서 발견되었으나 현재 또다시 오리무중 상태로 밝혀져…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익명의 증언들에 의하면…]

    [최근 발생한 연쇄 실종 사건들에 대한 새로운 견해: 히키코모리일수록 실종 확률이 높아진다? 그동안 배제되어 있던 실종 케이스에 의하면…]

    그런 생각으로 잠시 스마트폰을 킨 나는, 배경 화면으로 설정해둔 뉴스기사들에 잠시 멍하니 시선을 보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신호는 안터지네.”

    이렇게 되기 전에 다들 인사라도 한번 하고 싶었는데. 결국 못하고 죽는건가.

    아니, 어차피 외모도 나이도 달라졌으니까 날 알아보지 못하겠지.

    애초에 한명을 빼고는 전부 이 세계에 없는 것 같고.

    “…으득.”

    그런 생각에 잠시 착잡한 표정을 짓던 나는, 이내 다시금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는 하지 말아야지…”

    저 멀리 폐공장이 보인다.

    날 습격한 녀석들이 전부 도착하기 전에 저곳에 몸을 숨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바램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라면 그랬을 거잖아…?”

    오늘은 밤하늘이 참 맑다.

    .

    .

    .

    .

    .

    – 끼이이이익…

    사고현장에서 겨우겨우 벗어나 굳게 닫혀있던 폐공장의 문을 힘겹게 열었을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에게는 아주 미약한 희망이 남아있었다.

    – 딸깍…!

    “……..!”

    하지만 그 얄팍한 희망은, 먼지 냄새가 잔뜩 풍기는 공장 안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자마자 무참히 산산조각 나버렸다.

    “이런, 이런…”

    “……….”

    “이게 누구신가…?”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두 눈을 찌푸릴 정도로 환해진 공장 내부에는,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다.

    “지난 몇십년간 건재하던 우리 조직을 완전히 소탕해버리신 정의로운 신임 여검사님이, 대체 여긴 어쩐 일이시지?”

    전부 무기와 사제 총기를 들고 날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 작정하고 함정을 파둔 모양이였다.

    “…아쉽게도 너희들을 보면, 완전히 소탕하진 못한 것 같네.”

    “뭐, 옛날의 위세에 비하면 잔당 수준이지.”

    그런 그들을 보며 싸늘하게 비아냥거려주자, 우두머리로 추정되는 녀석에게서 똑같은 어조의 비아냥거림이 돌아온다.

    “어디에 사는 어떤 미친 검사님이, 윗선 명령도 전부 무시하고 들이받아줘서 말이야.”

    “……..”

    “신입 주제에 빽도 있는 모양이더라고? 아니,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 약점이라도 잡고 있는 걸까?”

    그저 전전생의 국정원 경험으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윗선을 압박해줬을 뿐이다.

    딱히 약점을 잡은건 아닌데, 뭐 그런 변명이 통할 것 같지는 않고.

    “뭐, 이젠 상관 없지.”

    “…날 죽일거야?”

    반쯤 체념한 마음으로 가볍게 질문을 던져오니, 살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돌아온다.

    “솔직히, 네가 우리 조직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 하긴 나 같아도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뭐, 우리가 손댄 곳이 한두곳이 아니니까… 원한은 충분히 품을 수 있겠지.”

    내가 이번생에 검사가 된 이유는, 전전생의 나를 죽이고, 덕분에 내 친구를 반쯤 폐인으로 만들어버린 조직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다행히도 전전생의 경험과 정보를 살려 녀석들과 결탁하고 있던 정치세력을 말살하고 조직을 와해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그치만, 이걸 알았어야지.”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살짝 후회스럽기는 하다.

    “…조직은 원수의 다리를 끝까지 물어뜯는다고.”

    나대지 말고 다시 머리가 하얗게 될때까지 ‘그’를 기다려보기나 할걸.

    반복되던 내 삶도 아마 이번이 확실히 마지막일 텐데.

    그럼에도 그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었는데.

    “발정기 강아지 같아서 귀엽네.”

    살짝 눈물이 튀어나오려 했지만, 애써 삼키고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잔당들의 우두머리에게 그리 쏘아붙여주었다.

    “…십자인대만 끊어둬.”

    그러자 돌아온 화답은 참으로 무시무시했다.

    “옛날부터 생각했던거지만, 얼굴 하나는 반반하단 말이지…”

    그 다음에 이어진 개소리는, 굳이 안들었어도 될 것 같고.

    ‘…얼굴도 못생긴게 역겹네.’

    지금 내 품 안에는 총 5발이 장전되어 있는 권총이 고이 품어져 있다.

    이런 총기류에 아무런 연식도 없는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지난 삶들의 대부분을 피튀기는 전투를 하는데 바쳐왔던 나에게는 5발 전부를 명중시킨 자신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나만 총을 들고 있다는것이 아니겠지.

    게다가 이쪽은 한명이지만, 저쪽은 눈으로 대강 짐작컨데 20명이 넘는다.

    ‘…여기가 현실세계가 아니라 그쪽 세계였다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것은 정말로 어쩔 수 없다.

    이런 총기 만능주의 세상이 아닌 ‘그 세계’ 였다면, 전부 손쉽게 때려 눕혀주었을텐데.

    불안힐 전생의 여파인지 기억이 날이 갈수록 흐려지고 있긴 하지만, 최소한 그곳은 그럴 수 있는 곳임이 틀림 없다.

    ‘그리고, 네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문득 ‘그’의 얼굴을 뇌리에 떠올려본다.

    머리는 검은색. 눈은 하늘색. 외모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내 취향.

    하지만 어째 옛날과는 다르게 이미지가 흐릿한것은 기분탓일까.

    하긴 아무리 그쪽 세계와 이 세계의 시간축이 다르다고 해도, 시간이 지난건 당연하겠지.

    지금쯤이면 멋진 미중년이 되어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어쩌면 벌써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었을지도?

    하지만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그가 이미 그쪽 세계에도 없다면…

    ‘…그럼 살아있을 이유가 더더욱 없네.’

    잠깐동안의 실없는 생각을 끝마친 나는, 우두머리의 명령을 받고 나에게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한 조직원들을 냉소적인 눈빛으로 흝어보기 시작했다.

    “쯧…”

    물론 무력으로 전부 때려눕힐 자신은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도 아니고 총을 든 조직원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

    이왕 끝장을 낼거, 빠르게 총을 뽑아서 가장 죽여야 할 놈들만 쏴 죽이는거다.

    일단 우두머리 한방, 녀석의 오른팔 한방, 가장 덩치가 있어보이는 녀석 한방, 그리고 아까부터 나를 기분 나쁜 눈빛으로 보던 녀석 한방.

    그리고 마지막 한발은…

    그래, 내 손으로 나의 이 비극적인 윤회에 종지부를 찍는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이왕이면 그의 품 안에서 죽고 싶었지만.

    그래도, 저 녀석들의 장난감이 되어주는 것보다는 나을테니.

    – 스윽…!

    그런 생각을 하며 눈웃음을 치던 나는, 이내 순식간에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초, 총이다!”

    “어, 어디서 저런걸…!”

    바보같기는. 자신들도 불법 사제 총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는 안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한걸까?

    – 스윽…

    그런 사실에 조소를 띄운채, 나는 당황한 표정의 우두머리에게 총구를 겨누었고.

    “뭐, 뭣들 해! 쏴라…!”

    “지옥에서도 보지 말자구.”

    이내 다른 멍청한 조직원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기며 그리 속삭였다.

    “기분 더러워 질테니까.”

    생각해보니 그는 천국에 갈까, 지옥에 갈까?

    그가 있는 곳이 천국이고, 그가 없는 곳이 지옥인 나에게 있어서는 꽤나 중요한 논점이지만.

    – 철컥…

    아무렴, 무슨 상관인가?

    – 틱…

    정 안되면, 지옥을 뚫고서라도 다시 찾아가면 되는…

    – 틱, 틱…

    “…..어?”

    .

    .

    .

    .

    .

    몇번이고 방아쇠를 당겼지만 자신의 권총이 불을 뿜지 않자, 여검사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진다.

    “이건 좀 낭패인데…”

    이윽고 그녀가 조용히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들었지만.

    “”……….?””

    방금전까지 그녀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던 조직원들의 시선은, 어째서인지 그녀가 아닌 옆쪽에 나있던 커다란 창문으로 향해있었다.

    “뭐야…..? 저건.”

    “…짭새야?”

    “아니, 그럴리가 있나…”

    웬 가면과 망토를 착용한 수상한 인물이, 창틀에 다리를 꼰채 밤하늘의 달빛을 받으며 조용히 앉아있었기 때문이였다.

    “이봐, 너… 뭐야?”

    – 철컥…

    그 모습을 경계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던 우두머리가 날선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자, 부하들의 총구가 일제히 그에게로 향한다.

    “글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동요하지 앉은채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연 정체불명의 인물.

    “그건 나보단 저쪽에 물어보는게 더 빠를걸?”

    그가 정중한 손짓으로 그때까지 권총을 붙잡고 있던 여검사를 가리키자, 잔당의 시선이 다시 일제히 그녀에게로 몰린다.

    “………”

    하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그저 멍하니, 홀연히 창틀에 나타난 정체 불명의 인물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였다.

    “뭐야… 아는 사이였어?”

    “뭐, 그럼 이야기가 빨라지지.”

    그 모습을 눈을 게슴츠레 뜨고 지켜보던 조직원들이, 이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향해 성큼 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이봐, 여기가 지금 어디라고…”

    – 스윽…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조용히 손을 위로 들어올린 정체 불명의 인물.

    – 팟…!!!

    “”……….!?!?””

    바로 그 순간부터,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컥!?”

    “이, 이게 무슨…!”

    “끄아아아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창가에 총구를 겨누고 있던 조직원들이, 별안간 맥없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한다.

    “…카드?”

    그런 그들의 심장과 눈에 마치 칼날같이 꽂혀있는 트럼프 카드를 발견한 우두머리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나던 그때.

    – 슉…!

    “…….!!!”

    별안간 반대쪽 창밖에서 튀어나와, 그의 목을 순식간에 휘감는 거친 움직임의 요요.

    “켁… 크헉……”

    그대로 창가로 당겨져 창에 끼인채 목이 졸리기 시작한 우두머리가, 빨개진 얼굴로 발버둥을 치다 사방을 둘러본다.

    “이, 이대로는… 못 살겠다…!”

    “저, 저항을 해보자…!”

    “이, 이것들이 미쳤나?”

    어째서인지 잔당 중에서도 잡일을 담당하던 말단 조직원들이 죄다 눈이 돌아간채 상급자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마치 질 나쁜 악몽같은 그 광경을 희미해져가는 정신 속에서 멍하니 바라보던 우두머리.

    “…그러게, 건드리긴 왜 건드렸어.”

    그런 그의 앞에 천천히 걸어온 가면을 쓴 남자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내거란 말야.”

    비록 처음 보는 얼굴이였지만, 한때 거대한 조직을 손아귀에 넣고 움직이며 군림하던 그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크헉… 젠… 장…”

    “주제를 알았어야지…”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범죄 조직을 운영하던 자신으로서도,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벌집을 건드려버렸다는 것을.

    “대체… 어디서… 온…”

    “…으음, 글쎄.”

    이왕 일이 이렇게 된거, 대체 자신이 어디에 도사리고 있던 벌집을 건드린건지라도 알고 싶은 그였으나.

    “초능력이 있는 평행 세계?”

    여전히 눈만 마주치고 있어도 오금이 다 저릴 정도의 살기를 내뿜고 있던 남자가 입에서 내놓은 답변은, 끝까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였다.

    ‘똥… 밟았네.’

    그렇게 그러한 허무한 소감을 끝으로, 어느새 혼자 남아 숨쉬고 있던 그의 추한 발버둥마저 천천히 멈추었고.

    “”……….””

    이내 폐공장에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

    .

    .

    .

    .

    “…..아.”

    한참동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정신을 차린 검사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

    사방에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그녀와 가면을 쓴 남자를 제외하면, 이 공장 안에 살아있는 생명체는 없는 듯 싶었다.

    “하… 하하.”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 즉시 까무라쳐도 놀랍지 않을만한 상황이였지만, 어째서인지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의 입가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내가 너무 늦은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바로 그때, 조용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 가면의 남자.

    “…늦었어.”

    “음.”

    그가 눈앞에 있는 여자의 살짝 냉랭한 말투에, 조용히 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한다.

    “벌써 하늘색 눈을 가진 누가 나오는 만화책을 100번도 더 읽었는데 말이지.”

    “……..”

    “날 구하러 오겠다는 왕자님은 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래도 약속한게 있으니까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가는 여자의 목소리가, 이내 점점 떨리기 시작한다.

    “…기억도 점점 희미해져서, 포기할뻔 했지 뭐야?”

    어느새 그녀의 눈에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지만 눈물이 살짝 고여있었다.

    “내 시간축으로는 벌써 20년이 지났다고.”

    “…나는 10년이였는데.”

    “흐흥.”

    그리고 그건, 그녀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눈매가 더 날카로워진 가면의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면 좀 벗어봐.”

    – 스윽…

    그런 그가 여자의 부탁에 조심스레 가면을 벗는다.

    “…역시, 늘 생각하는거지만.”

    그러자 피식 웃으며 그토록 꿈에 그리던, 하마타면 완전히 잊어버릴뻔한, 만화에 그려진 모습이 아닌 실물을 자신의 손으로 어루만지기 시작하는 그녀.

    “잘생겼네.”

    “…너도.”

    그러자 남자 역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린다.

    “전생할때마다 외모는 달라져도, 미모는 항상 똑같네.”

    “…그거 루미아도 포함한거야?”

    “그럴리가.”

    “말에 텀이 길었는데.”

    “하하…”

    어느새 그런 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내 생각에는 변하지 않는건 미모뿐만이 아닐 것 같은데.”

    그렇게 잠시 서로를 응시하다가, 다시금 입을 여는 남성.

    “미모가 아니면, 뭐?”

    “…네 이름.”

    “아하.”

    그 말에 짐짓 모른척 하며 질문을 던진 그녀가, 남자의 답변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한다.

    > 님아!! 이제 한계임!!!

    “”…….!!!””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창가 저 너머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한 기계음.

    > 차원축을 비틀어서 추적을 회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음!!!

    > 1분 내로 원래 세계로 복귀하지 않으면 분명히 걸릴거임!! 차원 규율 위반이란 말임!!!

    저 멀리 폐건물의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그림자들로부터 들려온 그 말을 똑똑히 들은 여자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불안감이 맴돈다.

    “저기…”

    “저기, 있잖아.”

    그런 그녀의 입에서 이내 다급히 무언가 말이 튀어나왔지만, 한발 앞서서 그 말을 가로채는 남자.

    “지금 곤란한 상황 아니야?”

    “…아.”

    그 말이 10년전의 지금과 너무나도 비슷한 상황에서 그가 들었던 말이라는 것을 눈치챈 여자가, 그제야 긴장을 풀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답한다.

    “…확실히 그런 것 같네. 아마 상부에서는 사건을 덮기 위해 나에게 누명을 씌울게 뻔하거든.”

    “그럼 잘됐네. 마침 우리가 간부 자리가 한명 비어서 그러는데.”

    그러자, 눈웃음을 치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미는 남자.

    “우리 서로 윈윈 해보는건 어때?”

    “…….”

    “…나래야.”

    그가 20년간 한번도 잊어본 적 없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한번도 바뀐적 없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눈에서 한층 더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앞으로 내민다.

    “그야 당연하지, 강하늘.”

    그리하여, 영원히 엇나갈것만 같던 두 인연이 결국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한데 묶였고.

    “나는 언제나 너의 날개니까.”

    바로 그 순간, 밤하늘을 환하게 물들일 정도로 찬란한 빛이 그 둘을 감쌌다.

    “보고 싶었어.”

    “…나도.”

    대한민국의 몇 안되는 미제사건으로 남게 될 폐공장 살인 사건은, 그렇게 로맨틱하게 그 끝을 맺었다.

    또다시 누명을 쓰거나, 혹은 기나긴 생애 처음으로 누명을 쓰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할 두 사람과 함께 말이다.

    > 난 안보고 싶었음!!!

    “”………””

    > …농담임.

    누명을 쓴 빌런이 되었다 – 외전 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것으로 기존에 계획했던 이야기는 완전히 끝이 났습니다.

    아마 시간이 나면 일상 이야기들이나 미처 다 풀지 못한 자잘한 설정들을 외전이나 후일담 형식으로 집필하게 될 것 같네요.

    그럼, 그동안 ‘누명을 쓴 빌런이 되었다’를 따라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정말로요!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I Became A Framed Villain

I Became A Framed Villain

누명을 쓴 빌런이 되었다
Score 3.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framed for killing the No. 1 hero.

The one who saved me right before I was executed was ‘Dominating Hands’; a group of villains.

I, who became a real villain like that, tried to live only for revenge… But…

Suddenly, something strange began to happe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