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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8

       “이건 대체…….”

        

       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아마 아홉 번은 들었을 것이다. 열 명 중에서 굳이 그런 말을 중얼거리지 않았던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으니까.

        

       성당 아래로 가면 갈수록, 더 덩치 크고 기괴하게 생긴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처음에는 곰‘처럼’ 생겼거나, 호랑이나 사자 ‘처럼’생긴 것들이 나왔다. 물론 정상적인 짐승의 생김새는 아니었지만.

        

       일본 회사에서 디자인한 ‘몬스터’라면 귀여울 거라는 인상이 있다. 그런 쪽으로 워낙 유명한 사례가 있기도 하고, 일본 특유의 작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문화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도 처음 이 시리즈를 플레이할 때는 솔직히 적응하지 못했다.

        

       몬스터가 너무 못생겼어.

        

       어중간하게 나쁜 그래픽으로 굳이 실사풍 짐승의 텍스쳐에 이런저런 것을 덧붙여서 문자 그대로 ‘엄청 징그러운데 정도 가지 않는’ 디자인의 마물들이 대부분인 게임이 바로 아제르나 전기였고, 그 어중간한 텍스쳐를 가진 몬스터들이 말 그대로 ‘실사화’되면 어떤 인상이 되는지, 우리는 지금 적나라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어떻게 생겼는지라도 알고 있던 나는 충격이 조금 덜할 수도 있었지만…… 아니지, 그래도 사체가 녹아내리며 흐물흐물해지는 광경에는 나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날 수밖에 없긴 했다.

        

       “후우…….”

        

       이번에 ‘이건 대체’라는 말을 중얼거렸던 샤를로트는 숨을 가다듬듯 길게 내쉰 뒤 손목을 가볍게 털었다. 파란색 쪽이 혈액인지, 검은색 쪽이 혈액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 찐득하게 검에 묻어있던 마물의 체액이 검에서 말끔하게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철벅거려서 기분 나빴다. ……다시 보니, 액체라기보다는 미끄러운 점액질에 가까웠던 모양이다.

        

       “……좋아, 그래도 한 번은 제대로 막아낸 모양이네.”

        

       레오도 칼날을 휙휙 휘두르며 말했다. 우리 일행 중 ‘검사’인 아이들은 대부분 몸에 작은 상처들이 나 있었다. 크게 다칠 것 같을 때마다 내가 시간을 돌려 지원사격을 했지만, 아무래도 자잘한 공격 하나하나까지 없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어려웠다.

        

       “언니는 괜찮아?”

        

       제자리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으려니, 클레어가 물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상처들이 몇 개나 있었다.

        

       검술을 거의 할 줄 모르는 미아, 그리고 마찬가지로 검술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로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근처에 있는 나와 레나가 어느 정도 근접전을 수행해야 했다.

        

       레나가 사용하는 총기는 권총과 기관단총이었고, 나는 기본적으로 볼트액션 소총이긴 했지만, 내가 입고 있는 이 성능 좋은 슈트 덕분에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그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요령 없이 팔을 휘둘러 머리를 타격하는 수준이긴 했지만. 뭐, 나한테도 권총은 있으니 ‘때리고 쏘면’ 되는 일이었다.

        

       “언니, 손에서 피가 나는데……?”

        

       “아.”

        

       나는 클레어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내 왼손을 들어보았다.

        

       잭 체인이라고 했던가. 어깨와 팔꿈치, 손목과 손가락을 잇는 황동 판이 조금 찌그러져 있었다. 겉보기에는 황동뿐이지만 안에는 꽤 튼튼한 강철 심이 들어가서 겉이 조금 찌그러진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들었었는데.

        

       손가락 위쪽을 지나가는 황동 판 아래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선명한 녹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까 주먹을 휘두르며 조금 다친 모양입니다.”

        

       손가락을 움직여보니 조금 욱신거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부러지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절그럭 소리를 내면서 손을 감싸고 있는 황동 판을 움직여보고 있으려니,

        

       “스피터스 루시스.”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순간 내 몸을 따뜻하고 하얀빛이 휘감더니, 손가락의 통증이 사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미아가 근처에 와 있었다.

        

       “다른 분들도 모두 치료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미아의 얼굴이 조금 창백했다.

        

       “괜찮으십니까?”

        

       한참 동안 달렸기 때문에 이제 거의 중심부까지 왔다. 보스 방 앞에는 언제나 체력 회복 장치가 있는 게임이었으니 여기도 당연히 존재할 테지만, 거기까지 가는 와중에 마나가 다 떨어지면 그거대로 엄청나게 피곤할 것이다.

        

       미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리춤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서 마셨다. 그리고 몇 분 정도 기다리자,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혈색이 돌아왔다.

        

       “……원래 이런 곳에 쓰려고 들고 다니던 건 아닌데요.”

        

       미아가 내 눈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처음 준비했을 때는 나를 상대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것일까. 하긴, 미아가 만약 몸을 지키거나 남을 해칠 무기를 준비했다면, 그건 대부분 나를 겨냥하고 준비한 무기였으리라. 지금이야 그 목적이 사라지고 무기와 장비만 남았겠지만.

        

       “죄송합니다.”

        

       어느 틈에 내 근처로 다가온 로티가 허리를 숙였다.

        

       “제가 근접전을 조금 더 제대로 연마했다면, 지금처럼 여러분의 도움만 받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로티도 어느 정도 마법을 쓸 줄 알잖아. 소피아도 그렇고.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미아는 진작 쓰러졌을 거야.”

        

       그런 로티를 위로하듯 클레어가 말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미아는 원작에서나 여기에서나 거의 화력계 마법을 썼다. 만약 미아가 없었다면 나는 진작에 대구경 마르마로스탄을 죄다 써버렸을 것이다. 뒤쪽에서 버티고 서서 거대한 얼음창이나 화염구를 날려주는 마법사가 있기에 내가 다소 앞쪽으로 나가 시선을 끌거나, 뒤쪽으로 다시 빠질 시간이 생길 수 있었다.

        

       회복마법도 공격 마법처럼 마력을 소진한다. 만약 미아 혼자서 그 둘 모두를 죄다 담당했다면 진작에 마력 고갈로 쓰러졌을 거다.

        

       “제가 쓰는 마법은 이미 도구에 기록된 것을 바탕으로 쓰는 마법입니다.”

        

       로티가 겸손하게 말했다.

        

       원작에서도 그런 도구가 있다면 누구나 마법을 쓸 수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적성’이 있는 법이니까. 완전 마법사 캐릭터인 미아와 어느 정도 하이브리드 캐릭터인 로티가 아니라면 그냥 자기 스킬로 때리는 게 낫다. 그런 캐릭터들이 마법을 쓰는 건 마법사 캐릭터가 쓰러진 뒤에 ‘비상용’으로 사용할 용도로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하물며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이 제약된 이곳이라면 선택과 집중이 더 중요하지.

        

       “그런데 놀랐습니다. 소피아 님도 회복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니. 보통 검사분들은 마법을 배울 시간이 거의 없을 텐데요.”

        

       로티의 그 말에는 순수한 감탄이 담겨있었지만, 정작 저 멀리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피아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어깨를 움찔거리며 놀랐다.

        

       “아, 그건…….”

        

       마법에는 주문을 쓰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정확히는, 모든 마법은 주문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주문을 내뱉는 쪽이 훨씬 더 쉽고, 효과도 좋다.

        

       소피아는 이 안에서 회복마법을 쓰는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마 미아는 소피아가 쓰는 마법이 근본적으로 자기가 쓰는 마법과는 다른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아차린 모양이지만,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을 느꼈는지, 입을 열다가 금세 다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더라도, 이미 소피아 쪽을 다소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는 사람이 둘이나 있었다.

        

       앨리스와 샤를로트.

        

       앨리스는 이미 소피아에 대한 정체를 나에게 들었으니, 저게 신성 마법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샤를로트는 성 라티나 대성당이 있는 도시에서 자랐다. 샤를로트가 법국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신성 마법을 쓰는 사람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벨부르에서는 왕족이나 귀족이 아프면 성직자가 방문하는 일이 드물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소피아가 아카데미 훈련 도중에 신성 마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검에 일시적으로 신성력을 두르는 것과 사람을 고치는 건 또 별개의 이야기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까 봤던 그 회복 장치도 곧 다시 나올 거고요. 레나, 탄약은 충분합니까?”

        

       나는 이야기를 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예. 일반 화약탄은 많이 사용했습니다만 전투에 부족할 정도는 아니고, 마르마로스탄은 거의 남아있습니다.”

        

       “좋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안쪽에 어떤 괴물이 있을지 물어봐도 될까?”

        

       로티 근처에 서 있던 제이크가 내 쪽을 보며 물었다.

        

       이쯤 되면 다들 어떤 식으로든 눈치를 챘을 것이다. 물론 내가 미래를 본다거나, 시간을 돌린다는 정확한 추측까지는 할 수 없어도, 내가 이곳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다는 것은 눈치챌 정도는 되겠지. 여기까지 오는 내내 길을 전혀 헤매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나는 중간중간 있는 보물상자 방도 죄다 무시했다. 그런 방에 들어가면 구태여 전투를 해야 할 거고, 게임 속이 아닌 이곳에선 전투하면 할수록 지쳐가니까. 그걸 전부 돌았다면 우리는 여기 오기 전에도 퍼져서 쓰러졌을 거다.

        

       하긴, 원작에서는 네 사람만 전투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교대 인원인 방식이기도 했지만.

        

       애초에 여기 열 명 다 데리고 올 수도 없고, 아직 ‘동료’가 되지 못한 이들도 많았고.

        

       “…….”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원작에서, 황제가 꺼내 들었던 ‘마물’이 뭐였더라.

        

       내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다들 긴장한 듯 내 쪽을 보았다.

        

       “아마도.”

        

       그래, 확신할 수는 없다. 그때 마물을 풀었던 건 황제였고, 지금 우리가 맞서고 있는 상대는 법국 세력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일단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하자면…….

        

       “그리폰일 겁니다. 상당히 기괴하게 변형된.”

        

       “…….”

        

       그리폰은 이 세상에도 존재한다. 보통 사람이 살지 않는 고산지대에 있어서 굳이 마주칠 이유가 없을 뿐이다. 사람이 길들일 수도 없는, 짐승의 왕. 이 세상에서 그리폰의 이미지는 그랬다.

        

       “……하.”

        

       그때까지도 말없이 서 있기만 하던 앨리스가 겨우 입을 열어 웃음소리를 냈다.

        

       “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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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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