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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8

       *** ***

       

       독의 어르신이 교실에 들어 오셨습니다.

         

       호 오라버니는 외부인인지라 학당 건물에까지 진입하지 못한 모양인지 도경 오라버니만 같이 온 모양이에요.

         

       “새로운 약초술 선생님이시자 중원삼대명의중 한분이신 독의 당처인 어르신이다.”

         

       짝짝짝!

         

       학당 친구들이 열렬한 박수로 맞이해주자 독의 어르신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예상과는 조금 다르네요.

         

       보통 당가의 할아버지들은 우리, 아니 다른 어린 아이들만 봐도 함박웃음을 지으시는데 말이에요.

         

       역시 독의 어르신.

         

       당가 어른들의 우환거리인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에요!

         

       “그럼 어르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잠깐. 도경아! 뭘 가르쳐야 하는지 정도는 말을 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

         

       “글쎄요. 아이들에게 뭘 배우고 있었는지 물어보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도경아!”

         

       “자, 저도 수업 들어갈 시간입니다. 어르신.”

         

       가주님의 암기 주머니를 탈탈 턴 전적이 있는 오라버니에요. 역시 독의 어르신에게도 자비가 없군요.

         

       약초술 교실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어요. 똘망똘망한 눈빛 연기를 하던 학당의 친구들의 시선이 저에게 모였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나서는 수밖에.

         

       “할아버지!”

         

       “하, 할아버지?”

         

       “저번 시간에 벽곡단이라는 것을 만들기로 했었습니다!”

         

       “허, 허어…그렇구나. 고맙다.”

         

       역시 강적이에요. 할아버지들은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보통 좋아하시는데.

         

       하지만 주먹을 불끈 쥐며 의욕을 충전했습니다.

         

       평소에는 아름답고 우아한 려아지만 지금의 려아는 초절정의 귀여움을 뿜어내고 있으니까요.

         

       려아의 귀여움을 익히 알고 있던 흑묘 언니와 여일예 언니도 지금처럼 꾸민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환호성을 지르며 볼에 뽀뽀도 해주고 뺨도 비비고 머리도 마구 쓰다듬어주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죠.

         

       헤헤.

         

       언니들이 또 쓰다듬어줬으면 좋겠다. 이번 일을 잘 마친다면 언니들이 마구 쓰다듬어 주시겠지?

         

       “그래. 잠시만 기다리거라.”

         

       어르신이 약재선반을 뒤져 이런 저런 재료를 꺼내 늘어놓았습니다. 그야말로 수십 종의 재료가 죽 늘어진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크흠, 모두 모여보거라.”

         

       “네!”

         

       “알겠어요!”

         

       독의 어르신이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약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쓴 거!”

         

       “맛없는 거!”

         

       “몸에 좋은 거요!”

         

       “먹으면 아픈게 낫는 것!”

         

       “허허허, 그래 모두 맞는 말이다.”

         

       독의님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약이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아픈 것을 치료하는 치료제. 다른 하나는 몸이 아프지 않도록 부족한 것들을 미리 보충하는 보충제. 오늘 만들 벽곡단은 보충제에 해당할 수 있다.”

         

       친구들이 머리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며 독의님은 설명이 너무 어려웠다는 것을 깨닫고는 말을 바꾸셨습니다.

         

       “벽곡단을 먹으면 몸이 튼튼해진단다.”

         

       “와!”

         

       “대단해!”

         

       아이들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독의 어르신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습니다.

         

       “이게 뭔지 아느냐?”

         

       “쌀이에요!”

         

       “그렇단다. 그럼 이건 뭔지 아느냐?”

         

       “으음…가루에요!”

         

       “허허! 맞다. 가루지. 그럼 무슨 가루인지도 알겠느냐?”

         

       “잘 모르겠어요!”

         

       독의 어르신은 웃으며 한켠에 놓인 붓과 종이를 꺼내 각종 재료들의 이름을 표시했습니다.

         

       “송화가루…?”

         

       “소나무의 꽃가루란다.”

         

       그 외에도 솔잎, 콩, 결명자, 대추, 땅콩, 밤, 감초 등등이 있었습니다.

         

       “벽곡단이란 쉽게 먹을 수 있는 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다들 당과를 먹어 본 적이 있지 않느냐?”

         

       “당과!”

         

       “당과 먹고 싶다아..”

         

       “허허허, 당과를 먹고 나면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고프지 않더냐?”

         

       “맞아요!”

         

       “그래서 또 먹고 싶어!”

         

       “벽곡단이란 밥과 당과의 중간에 위치한 약이자 음식이다. 보통은 한 알을 먹으면 한 끼를 먹은 것처럼 든든하지. 각자 원하는 재료를 넣어 벽곡단을 만들어 보도록 하자꾸나.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발로 재료를 갈아야 한단다.”

         

       독의 어르신은 사발을 사용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알려 주셨어요.

         

       “이 막대기는 막자라 한단다. 막자로 사발을 내려치지 않고 빙글빙글 돌리면 된다.”

         

       “빙글빙글~”

         

       “허허, 그 대추는 통으로 갈기에는 너무 크구나. 손으로 조금 잘게 찢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럴게요!”

         

       려아와 친구들은 열심히 재료를 갈았답니다. 려아의 경우에는 솔잎과 콩 그리고 결명자를 선택했답니다. 다 아이들은 기피하는 어른의 식재료에요!

         

       “려아 대단해! 쓴맛나는 결명자를 골랐어!”

         

       “으으, 난 콩은 싫은데..”

         

       “허허허, 각자 좋아하는 재료를 골라도 괜찮단다.”

         

       우리들의 대화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독의 어르신. 역시 귀엽게 꾸민 보람이 있었습니다. 초절정급 귀여움을 뿜어내는 려아와 려아만큼은 아니더라도 잘 꾸미고 온 친구들의 정성이 빛을 발하는지 조금씩 할아버지다운 표정을 짓고 계시네요.

         

       각자 열심히 빻은 재료를 약지에 늘어놓고 어르신의 검사를 받은 뒤에 저울에 올렸습니다.

         

       “저울이 평형이 될 때까지 재료를 넣어 보려무나.”

         

       그렇게 각자 든 약지에는 일정량의 재료만 남았습니다.

         

       “그럼 이제 이 재료를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꾹꾹 눌러요!”

         

       “가루라서 안 뭉쳐져!”

         

       “알았다! 물을 넣습니다!”

         

       “정답에 비슷한 말이 나왔구나. 물을 넣는다면 뭉쳐지는 재료들도 있지. 하지만 물을 넣어도 붙지 않는 재료들도 있지”

         

       “음…아교?”

         

       “그럼 못 먹잖아!”

         

       “밥풀로 붙인다!”

         

       “그러면 금방 쉬어 버리겠구나.”

         

       독의님은 우리들의 의견을 들어 보신 뒤에 상자를 꺼내셨습니다.

         

       “답은 바로 꿀이란다. 꿀을 발라 뭉치게 되면 영양도 풍부해지며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되지.”

         

       이럴 수가!

         

       벽곡단이라는 건 달콤한 것이었군요! 약이라고 생각해서 영락없이 쓴 것이라고 생각해서 결명자를 골랐는데!

         

       그야말로 통한의 실수! 단 것에 쓴 것을 넣어 맛없게 만들다니 이렇게 슬픈 일이 또 있을까요.

         

       독의 어르신이 우리들의 약지에 꿀을 넣어주셨습니다. 달짝지근한 냄새에 절로 침이 넘어가네요.

         

       “욘석들! 간식거리가 아니라 약재이니 훔쳐 먹으면 안 된다!”

         

       “잉…”

         

       이런 친구들이 침을 꼴딱꼴딱 삼키고 있네요. 당장이라도 꿀을 찍어먹을 것 같이 약지를 바라보는 친구들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낀 려아는 곧바로 입을 열었어요.

         

       “다들! 호주머니를 생각해.”

         

       “앗, 그랬지..!”

         

       마술보다 당장의 달콤함에 취한 듯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려아가 매섭게 눈총을 주니 찔끔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허허, 이제 꿀을 이용해서 재료들을 하나로 뭉쳐 보거라.”

         

       곧 교실에 달콤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재료와 꿀이 끈적하게 손에 달라 붙어서 무척 먹고 싶…아, 아니 하나로 뭉쳐 환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어떻게 려아를 닮은 동글동글한 환을 목표로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만들면서 듣거라. 약을 만들다 보면 지금과 같은 일들이 많을 것이다. 영약을 앞에 두게 되면 지금처럼 눈 앞에 있는 달콤한 꿀을 먹고 싶다는 유혹이 수도 없이 들 것이야. 그때마다 명심하거라. 지금 네가 침을 삼키고 있는 그 꿀이 누군가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네!”

         

       “알겠어요!”

         

       다행이 려아가 눈총을 준 탓에 꿀을 흡입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려아는 대단해요. 방금 건은 흑묘 언니랑 여일예 언니가 머리를 열 번 아니 스무 번은 쓰다듬어주어야 할 공적을 올렸습니다.

         

       “환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면 내려놓거라.”

         

       그렇게 손이 끈적끈적해지도록 열심히 만든 환단을 내려놓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것을 보니 울퉁불퉁하고 삐뚤빼뚤한 것이 려아의 것이 가장 예쁜 모양새였습니다.

         

       “다들 잘 만들었구나.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의학 역시 뒷정리가 중요하단다.”

         

       벽곡단을 목함에 정리한 어르신과 함께 꿀과 각종 재료로 범벅이 된 손을 닦고 어질러진 교실을 정리한 뒤에 착석했습니다.

         

       “그럼, 오늘 만든 벽곡단을 먹어보자꾸나.”

         

       “정말요?!”

         

       “와아!”

         

       “허허, 그래. 약이란 효능을 직접 느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효과를 알 수 있는 길이지. 그렇다고 아무거나 입에 집어 넣는 것은 아니된다.”

         

       독의 어르신은 우리들이 만든 벽곡단을 돌려주셨습니다. 돌려받자마자 냉큼 입에 넣는 친구들의 표정이 흐물흐물해졌습니다.

         

       “마이쪙…”

         

       “당과랑 뭔가 달라…”

         

       독의 어르신은 마지막으로 려아의 벽곡단도 려아의 손에 올려 주셨습니다. 려아는 잠시 군침, 아니 마른침을 삼키고는 독의 어르신에게 벽곡단을 내밀었어요.

         

       이런게 전화위복이라는 걸까요. 솔직히 말해서 결명자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참을성있는 려아조차도 달콤한 꿀의 유혹에 넘어가 버렸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려아는 극복했어요.

         

       그야말로 당가를 위한 결단!

         

       “아이야…?”

         

       “할아버지도 같이 드세요!”

         

       독의 어르신의 눈이 떨렸습니다. 려아는 오늘 거울을 보고 연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할아버지도 당가의 가족이니까 같이 드셔야죠!”

         

       “…..”

         

       독의 어르신은 한동안 말없이 려아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구나.”

         

       독의 어르신이 려아의 벽곡단을 반으로 쪼갰습니다. 어르신은 반쪽을 려아의 입에 넣어주시고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나머지 반쪽의 벽곡단을 입에 넣으셨습니다.

         

       “맛있죠?”

         

       “허허, 그렇구나.”

         

       솔직히 말해서 려아는 결명자의 쓴맛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왕 어른이신 독의님에게는 달랐나 봅니다.

         

       “내 여태동안 먹어본 벽곡단 중에서 제일 맛있구나.”

       

       어른들은 술도 그렇고 담배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왜 그렇게 쓴맛을 좋아하는 걸까요.

       

       려아도 완전히 어른이 되면 쓴맛을 좋아하게 되어버릴까요. 어쩐지 완전한 어른이 되기 좀 망설여집니다.

         

       아무튼 독의 어르신이 맛본 벽곡단 중에서 제일이었다고 하니 기쁘긴 하네요.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한창 단맛에 빠져 있던 친구들이 작전을 기억해 냈는지 우르르 달려들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이들이 붙잡는 것을 좋아하시니까요.

         

       앗, 그런데 변수가 있었습니다. 끈적거리는 꿀이 묻은 손으로 바짓가랑이나 소매를 잡으면 옷이 더럽혀질 텐데!

         

       “오늘 재밌었어요!”

         

       “다음에도 단거 같이 만들어요!”

         

       “내일도 오시는거죠?”

         

       “허허허, 그래 내일도 오마.”

         

       함박웃음을 짓는 어르신의 모습에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무래도 당가타에 있느 어느 할아버지 할머니와 다를 바 없는 웃음을 짓고 있으신 걸 보니 이미 어르신은 당가의 사람으로 돌아오신 모양입니다.

         

       친구들과 독의 어르신을 마중 나갔습니다. 어르신이 꺽인 길로 사라질 때까지 친구들과 손을 흔들었습니다.

         

       “려아야, 그럼 이제 호주머니 마술 가르쳐 주는 거지?”

         

       “물론이야! 내일부터 알려줄게!”

         

       “앗! 오늘부터 알려줘 궁금하단 말이야!”

         

       “어차피 집에 갈 시간이잖아. 내일 학당에서 봐!”

         

       “칫!”

       

       려아는 아쉬운 눈빛을 보내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 준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려아는 약속을 지키는 착한아이, 아니 어른입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지 않아요.

         

       다만 오늘은 려아도 지쳤습니다. 결국 려아의 계책이 통하긴 했지만 독의 어르신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으니까요.

         

       그러니까 오늘은 빨리 집에 돌아가서 당도경 오라버니 앞에서 잔뜩 자랑하고 언니들에게 마구 쓰다듬을 받아야겠어요.

         

       오늘은 언니들이랑 같이 자자고 떼를 써도 받아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꼭 같이 자고 말겠어요. 그야 오늘 려아는 그만한 상을 받을 만큼 힘냈으니까요.

         

       그런 기대를 품고 려아는 반쯤 뛰듯이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려아 시점으로 한번 써봤습니다.

    호천안 외 첫 1인칭 시점이로군요.

    *
    [최신화]님께서 [30코인]을 후원해주셨군요.

    작가 멋대로 글을 맛있게 챱챱 드셨다는 뜻으로 해석하겠습니다. 깔깔, 이제 또 새로운 에피소드로 찾아뵙겠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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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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