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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8

       백화령에게 조언을 구한 설아는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당소일의 영상을 찾았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터렛에서 매일 같이 방송을 하고 있는 당소일이다.

       

       그가 남긴 흔적은 터렛 사이트에 온전히 남아 있으니 그를 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설아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당소일의 시점에서 화령의 가르침을 듣는 영상이었다.

       

       여태까지 그녀는 항상 화령의 시점에서 모든 것을 살폈지만 그 때엔 당소일에게서 특이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판단이나 반응속도는 괜찮지만 무재가 있는 것 같진 않다는 정도.

       

       똑같은 방식으로 바라본다 한들 다른 걸 찾을 수 있을 리 없단 생각에 설아는 당소일의 다시보기를 뒤져서 화령의 모습을 찾았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그 영상을 돌려보았다.

       

       바로 눈에 보이는 것은 이전에 설아가 보았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분명 당소일은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몰아치는 화령의 공격에 필사적으로 대응하는 것만 봐도 그랬다.

       

       하지만 그게 무를 잘 다룬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무의 이치를 따르기보다는 어찌하면 더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을 지를 고민했다.

       

       평소에는 이치를 따르다가도 필요하다 싶으면 이전에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써먹었다.

       

       그 때 마다 화령이 한소리를 하면서 몰아붙였음에도 그 버릇은 바뀌지 않았다.

       

       그 이외에는 특이할 것이 없었다. 당소일은 그저 화령의 아래에서 지겹도록 굴렀을 뿐이었다.

       

       저 사람보다 내가 못한 게 뭐지?

       

       설아는 그걸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였다면 화령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무의 이치를 따랐을 거야.

       

       아무리 힘들고 고된 일이 계속되더라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을 거야.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저 사람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거라고.

       

       설아는 그리 생각을 하면서도 당소일의 다른 영상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 영상 속에서 움직이는 당소일을 볼 때마다 설아가 가진 생각은 한결 같았다.

       

       그녀에게 당소일이라는 사람은 도저히 배울 곳이 없는 우둔한 사람일 뿐이었다.

       

       대체 뭐가 다르기에 저런 사람은 되고 나는 안 되는 거지?

       

       고민을 거듭하던 설아는 이윽고 영상을 꺼버리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당윤옥이나 백화령이 화령님께서 날 걱정하셔서 천마신공을 안 가르친 거라 이야기했으니 그건 분명해.

       

       그렇지만 VR게임 내에서 천마신공을 배우는 게 뭐가 위험한 건데?

       

       당소일은 진심이 아니고 나는 진심이니까 위험한 거야?

       

       근데 그럼 한서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데?

       

       몇 년 동안 천마의 아래에서 최선을 다해 천마신공을 수련했음에도 멀쩡한 그 사람은 뭐냐고.

       

       모르겠어.

       

       하나도 모르겠어요. 화령님.

       

       “아피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설아는 문득 그 생각을 떠올렸다.

       

       두 사람 다 아피스에서 천마를 플레이 하는 사람이잖아.

       

       그렇다면 아피스에 뭐가 있나?

       

       나도 그 사람들처럼 아피스에서 천마를 플레이해보면 단서를 얻을 수 있을까?

       

       화령이 무슨 뜻을 지닌 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설아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아피스를 설치하고 접속을 했다.

       

       설아도 이전에 아피스를 플레이 해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이 직접 천마가 되어서 천마신공을 사용할 수 있단 사실이 그녀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니까.

       

       허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피스를 지워버렸다.

       

       아피스에서 천마를 플레이한다는 게 그녀의 상상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에.

       

       게임 속의 천마가 펼치는 천마신공은 어디까지나 천마가 쌓아 올려서 완성시킨 것이지 설아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천마 캐릭터를 가지고서 그 어떤 것을 펼치더라도 그건 설아가 이루어낸 게 아니었다.

       

       그저 천마의 성취를 훔친 것일 뿐.

       

       처음에는 천마신공을 사용할 수 있단 사실에 즐거워하던 설아였지만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공허해져서 아피스를 없애버렸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나서 다시 접속한 아피스는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 없어 보였다.

       

       오래 전의 기억을 토대로 연습모드에 들어가 천마 캐릭터를 고른 설아는 그 몸 안에 넘실거리는 천마신공의 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먼 과거의 설아는 이 내기를 단순히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달랐다.

       

       무의 이치라는 것을 배우며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본기를 쌓아올린 그녀는 이 내기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건지를 알았다.

       

       이게 단신으로 정파를 멸망시킬 뻔 했던 사람의 육신인가.

       

       화룡무인에서 스펙을 올리려고 몇 년 동안 죽어라 고생을 했는데 이 몸에 비하면 갓난 애기나 마찬가지네.

       

       너무도 극심한 격차에 설아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따라잡고 말고의 수준이 아니었다.

       

       격이 달랐다.

       

       이런 괴물을 상대했으니 정파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했던 거겠지.

       

       그 후에 설아는 보정을 켠 상태에서 주먹을 내질러보았다.

       

       그녀가 생각한 권은 천마신권이 아니었다.

       

       설아에게 익숙한, 화령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화룡무인의 세상에서 가장 성능이 좋다 여겨졌던 유저개량형 팔극권이었다.

       

       허나 설아가 권을 펼친 순간 보정 기능이 그녀의 몸을 제멋대로 움직여 그 권을 천마신권으로 바꾸어 버렸다.

       

       이치가 이치를 뒤덮으며 권이 내질러진다.

       

       눈앞의 공기를 분쇄하며 내질러진 권을 본 설아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약하지?

       

       설아가 화령과 같은 위력을 바란 것은 아니다.

       

       그것은 화령이기에 낼 수 있는 위력.

       

       제대로 된 배움도 없는 자신이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최소한 한서우 정도는. 그게 과하다면 그 한서우의 반 정도는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이게 어떻게 무림을 단신으로 재패한 천마가 내지른 주먹이야.

       

       보정 때문인가?

       

       그래. 그렇겠네.

       

       화룡무인에서도 보정으로 천마신공을 쓰면 처참했잖아.

       

       설아는 보정을 풀고서 다시금 자세를 취했다.

       

       설아는 천마신권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이전에 보정을 활용해 사용해 본 적은 있지만 그건 권술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무언가였을 따름이었다.

       

       그런 주먹을 내질러봐야 내가 기대하는 위력은 나오지 않겠지.

       

       그래서 설아는 화령을 따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보았던 권술 중에서 가장 뛰어난 권이 바로 그 권이었으니까.

       

       그 동작을 따라하기 위해 영상이나 그림 같은 건 필요치 않았다.

       

       화령이 내질렀던 권은 설아의 기억 속에 방금 전에 보았던 영상처럼 선명히 기억되어 있으니.

       

       발을 얼마나 내딛는지.

       

       허리를 얼만큼 트는지.

       

       팔을 어떻게 움직이는 지.

       

       주먹은 어떻게 쥐는 지.

       

       커다란 것부터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완벽하게 기억을 하고 있는데 다른 것을 볼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게 파천을 그리며 주먹을 내지르려던 순간 설아는 느꼈다.

       

       천마신공의 내기가 넘실거리는 것을.

       

       내기가 제어에서 벗어났다.

       

       근육이 찢어진다.

       

       뼈가 뒤틀린다.

       

       내장이 제 위치를 벗어났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내기가 몸 안을 갉아먹고 있다.

       

       통각을 최소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화면을 보았다가 다시금을 눈을 뜬 설아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천마신공이 마공이라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던가.

       

       진짜였네.

       

       화령님은 이걸 걱정하신 걸까?

       

       *

       

       <아피스에서 내기에 잡아먹히셨다고요? 어떻게?>

       

       이전에 만나 한서우와 친구 추가를 한 설아는 한서우에게 방금 전에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했다.

       

       지금 그녀가 물어볼 수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정확한 답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그였기 때문에.

       

       그러자 한서우는 경악하며 저렇게 대답했다.

       

       <대단하시네요.>

       <왜요?>

       <아피스 속 천마는 저희 스승님이 깨달음을 얻어서 경지에 올랐을 적의 육신이라고요. 어지간한 일로는 내기가 제어에서 풀려나지 않아요.>

       

       아.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별 결과가 안 나왔던 거구나.

       

       <대체 뭘 하신 거에요?>

       <화령님을 따라하려고 했어요.>

       <단순히 따라하려고 한 걸로 내기가 미친 듯이 날뛰진 않을 텐데.>

       

       한서우는 의문을 표했지만 설아는 답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화령님을 따라하려고 했더니 내기가 미쳐 날뛰었을 뿐인데 이걸 어떻게 더 자세히 설명하겠는가.

       

       <그건 됐고. 이거 제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세요.>

       

       화령님께서 걱정하신 게 이 일이라면.

       

       이 현상을 제어할 수 있게 되면 되는 거잖아.

       

       그 모습을 화령님에게 보여드린다면 그 분께서도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천마신공을 알려주시겠지.

       

       그래. 분명 그럴 거야.

       

       <그럼 화룡무인에서 검증된 맛집 리스트 보내 드릴게요. 천마님이 엄청 좋아하실걸요.>

       <그건 꼭 알고 싶은 정보입니다만 안타깝게도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없네요.>

       <부족해요?>

       <아뇨.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저도 그걸 제어할 방법을 모르거든요.>

       

       한서우는 말했다.

       

       자신은 천마신공을 익힌 이의 내기가 날뛰는 걸 옆에서 본 적은 있지만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없다고.

       

       스승께서도 그 현상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서도 너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했다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자신은 날뛰는 내기를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뇨. 지금까지도 충분히 도움을 주셨는걸요.>

       

       한서우와의 연락이 끝난 후에 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안 된다면 될 때까지 하면 그만이야.

       

       어차피 게임 속에서는 죽어도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으니까.

       

       시행착오를 계속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내기를 제어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오겠지.

       

       화령님에게 보여주자. 나는 당소일 그 사람하고는 다르다는 걸. 그 어떤 고통이 닥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그렇게 설아는 무작정 주먹을 내질렀고 또 다시 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몇 번이고 반복하며.

       

       고통에도 무뎌져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을 즈음에.

       

       <설아 씨. 계좌번호 안 보낼 거에요?>

       

       설아를 멈추게 만든 것은 화령이 보낸 메시지였다.

       

       <이렇게 시위한다고 천마신공을 가르쳐드리진 않아요.>

       <아.>

       <절 돈 받고 무공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시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무공을 배우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바라서 내가 원하는 분의 영상을 내가 직접 만드는 건데 돈을 받기는 그렇잖아요.

       

       설아가 이렇게 말을 하자 화령이 어이가 없었는지 이렇게 물었다.

       

       <그럼 무급으로 일하겠다고요?>

       <네!>

       

       화령의 영상을 만드는 거야 이전에도 해왔던 일이고.

       

       이를 빌미로 화령님과 계속 연락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라는 설아의 열변에 화령은 할 말을 잃은 듯 한참이나 침묵하다 메시지를 보냈다.

       

       <알겠어요. 이럼 거칠게 나가야겠네요.>

       <네?>

       <직접 찾아갈 거에요.>

       <저희 집 아세요?>

       <계약서에 적어두신 거 잊으셨나요?>

       

       아. 맞다.

       

       <바로 갈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요.>

       

       화령이 보낸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던 설아는 문득 지금 자신의 집 꼴이 어떤지를 떠올리곤 다급히 VR에서 빠져나왔다.

       

       지금 개판난 집에 화령님을 들일 수는 없어!

       

       일단 바닥에 늘어진 옷들은 대충 세탁기에 처박아 넣고…

       

       설아는 다급히 집 안을 정리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방금 전의 풍경을 그렸다.

       

       어떻게 하면 천마신공의 내기를 제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급을 주겠다니 열정페이를 하고 싶다는 직원.

    사장님들은 좋아하실까요?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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