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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8

   신성 왕국 프리만의 상공 위.

   먹구름처럼 하늘을 메운 연기 속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궁!

     

   먹구름 연기 속에서 거칠게 파동 하는 힘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했다.

   그만큼 연마가 힘을 쏟았다는 소리였다.

     

   블라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기척이 사라졌다.’

     

   먹구름 연기가 상공을 채우고 있긴 하나.

   그러한 먹구름 연기를 만들어 놓은 연마의 기척이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다.

     

   ‘놓쳤나.’

     

   먹구름 연기가 치솟아 주변을 삼킨 사이, 그 틈에 도망을 쳐버린 모양이었다.

     

   블라비는 아쉬운 듯이 검을 쥐었다.

     

   블라비는 정면 승부에서 터무니없는 강함을 보인다.

   그러나 추적 능력에서는 약한 면모를 보였다.

     

   「방해꾼이 많군요. 다음에 뵙죠.」

     

   그가 마지막에 남긴 말.

   그건 명백히 전투를 그만두고 떠나겠다는 의사가 담겨있었다.

     

   ‘몸을 뺀 건가.’

     

   블라비가 보기에도 연마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이곳은 신성 왕국 프리만.

     

   비록, 지금은 신들의 축제로 인한 소란과 더불어 내부에서의 다툼 탓에 즉각적인 대처가 불가능했으나.

   원래대로였다면 연마와 같은 세계 침식자의 침입조차 불가능한 장소였다.

     

   신성 왕가에는 허락된 이만 들어올 수 있는 신성 결계가 상시로 처져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계가 종교 혁명을 위한 반대파 탓에 임시로 꺼졌었다.

     

   일반 사제들이나 성기사들은 허락이 없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니.

   종교 혁명을 위해 일부러 꺼둔 것이었다.

     

   연마는 그러한 틈을 절묘하게 이용해 신성 왕가에 숨어들었다.

     

   ‘내통자가 있군.’

     

   이 정도로 절묘한 타이밍이라면 분명 어딘가에 세계 침식자와의 내통자가 있을 터.

     

   ‘그쪽은 나중에 심문하든 고문을 하든 알아내기로 하고.’

     

   블라비는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쿠궁!

     

   또다시 내부에서 번개가 치고 있는 먹구름 연기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을 쫓지 못하게 하려고 힘을 거하게 쏟은 모양이었다.

     

   그 순간 지붕 아래에서 수십 개의 빛줄기가 치솟아 올랐다.

   먹구름 연기가 빛줄기에 적중당하자 먹구름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블라비가 오러를 집중해 시야를 넓히자 거기에는 테르사다와 함께 반대파 일원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진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들 또한 자신들의 숭고한 종교 혁명을 세계 침식자가 이용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한동안 피바람이 불겠군.’

     

   그쪽은 이쪽이 알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해결해야 할 건 단 하나.

     

   상공에 생긴 먹구름 연기를 처치하는 일.

     

   자칫했다간 먹구름 연기 탓에 왕궁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휘말릴 상황.

     

   ‘제거한다.’

     

   블라비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치솟기 시작했다.

   마치, 피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끈적한 기운이 솟을 때마다 블라비의 존재감이 강해졌다.

     

   구구구구구구구구-

     

   그 순간 먹구름 사이.

   왕궁을 뒤덮을 만큼 터무니없는 크기의 연기의 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공에 생겨난 연기의 손 하나로 왕궁 위에 그림자가 생겨날 만큼.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크기의 손이었다.

     

   그 광경을 본 블라비가 혀를 찼다.

     

   “큰 거 싸질러 놓고 갔군.”

     

   먹구름 연기 전체를 집어삼킨 손이 그대로 하늘 위에서 왕궁 위로 내려쳐지기 시작했다.

     

   왕궁을 포함해 프리만 전체가 떨렸다.

   거대한 연기의 손이 내려오면서 지상이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 아래, 블라비의 새까만 머리카락과 옷이 치솟아 올랐다.

   검붉은 기운이 치솟아 오르며 그의 눈동자를 새빨갛게 물들어 갔다.

     

   이대로 먹구름 연기째로 날려 버릴 작정이었다.

     

   그 순간.

     

   쩌엉!

     

   땅을 내려치려던 연기의 손이 일제히 갈라졌다.

   갈라진 손은 수만 개의 가닥이 되더니 일제히 어느 한 방향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무슨.”

     

   그것을 본 블라비의 눈이 확 일그러졌다.

   왜냐하면 그 공격의 방향이 개인을 향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블라비의 눈에 크라슈가 닿았다.

   연마가 남긴 먹구름 연기가 노리는 건 신성 왕궁도 자신도 아닌 크라슈였다.

     

   ‘도주를 위한 게 아니었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블라비가 즉시 지붕을 박찼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연마가 크라슈를 노리고 먹구름 연기를 남겨 놓았다.

     

   그것도 닿는 즉시 피부와 근육, 뼈까지 한 번에 녹여 버릴 독성의 연기를 말이다.

     

   그러니 크라슈를 구하고, 연마의 공격을 부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 그의 눈에 비춘 것은 별을 연상케 할 만큼 새까맣게 타오르는 흑염 속, 크라슈였다.

     

   대체 무슨 집중력인지.

   자신을 향해 공격이 뻗어오고 있는 와중에도 크라슈는 한없이 자신을 억누르고, 집중 상태에 돌입해 있었다.

     

   피어오른 흑염이 그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동시에 입에서 흘러나온 연기가 그의 몸 내부를 달구는 열기를 느끼게 했다.

     

   크라슈에게서 불어온 바람이 블라비의 얼굴을 후끈하게 달구었다.

   블라비마저 순간 주춤거릴 만큼 대량의 열기였다.

     

   그러한 새까만 흑염 사이.

   점차 붉게 물들어 가는 크라슈의 눈동자가 그의 눈에 비추었다.

     

   그것을 본 블라비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천살성.’

     

   그의 눈에 깃든 힘은 분명히 천살성이었다.

     

   세상을 향한 살의를 지니게 하는 천살성.

   그 대가로 육체 능력과 오러의 양이 대폭 늘어나기는 하나.

     

   천살성의 살의는 오랜 기간을 살아온 블라비조차 제어할 수 없는 골칫덩이였다.

     

   오죽하면 블라비가 세피라의 호위 무사가 되어 그들의 점성술로 천살성을 억눌렀을까.

     

   하지만 지금.

   크라슈는 그러한 천살성을 완벽하게 운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에게 천살성을 전해준 건 불과 몇년 전이다.

   당시에 크라슈를 보았던 블라비의 평은 이러하였다.

     

   객기를 부리는 소년.

   성장은 빨랐으나 재능의 벽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단, 크라슈의 눈에 깃든 독기만큼은 블라비도 눈여겨 볼 만큼 뛰어났다.

     

   그러했던 크라슈가 고작해야 몇년 사이.

   블라비조차 놀랄 만큼 터무니없는 성장을 보여주었다.

     

   크라슈의 주위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크라슈에게서 솟아 나오는 힘이 대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만큼 거대하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그가 지금 모으고 있는 힘의 규격이 생각보다 너무 거대하다는 것이었다.

     

   ‘뭐 때문에?’

     

   그를 덮쳐오고 있는 연마의 공격을 부수기 위해?

     

   ‘아니다.’

     

   아무리 봐도 저 정도 출력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크라슈는 무언가 다른 노림수가 있었다.

     

   그의 눈에 서린 독기는 늘 다음, 또 다음을 보고 있었다.

     

   그날도 그러했다.

   기어코 8성 침식종 아가레스를 무찌르던 크라슈는 오직 다음만을 보고 있었다.

     

   새까만 흑염 속, 크라슈의 눈과 블라비의 눈이 마주쳤다.

     

   그 뜻을 알아차리자마자 블라비는 방향을 바꾸었다.

   그가 뛴 것은 다름 아닌 상공이었다.

     

   ‘역시 천구성.’

     

   제 뜻을 눈치 채준 블라비를 보고, 크라슈가 입가에 거친 웃음을 거닐었다.

     

   동시에 크라슈의 내면 깊은 곳 밤 속에 일곱 개의 별이 걸렸다.

   제각기 빛을 쏟아 낸 천살성의 별빛이 크라슈의 몸에 고스란히 깃든 그 순간.

     

   세계 침식의 힘이 크라슈의 몸 내부에서 폭주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사계 덕분에 아우라마저 세계 침식의 힘으로 치환된 이 시점.

   크라슈에게서 타오르는 세계 침식의 힘은 이전과는 궤를 달리했다.

     

   꽈드득!

     

   순간 크라슈마저 정신을 잃어버릴 만큼 강대한 힘의 흐름 속.

   크라슈가 악착같이 이를 부딪친 채 세계 침식의 힘을 제 손으로 쥐었다.

     

   화륵-

     

   그리고 그러한 세계 침식의 힘들은 모조리 이그니스로 타오르며 흑염의 불길이 되었다.

   치솟아 오른 불길 속에서 크라슈의 붉은 두 눈이 거세게 빛났다.

     

   멸천수라(滅天修羅)

     

   ‘아직이다.’

     

   거기서 피어오른 흑염이 또 한 번 가속을 받기 시작했다.

   엑셀의 부여 효과로 인해 흑염은 크라슈의 몸 내부를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쿵- 쿵- 쿵-

     

   그럴 때마다 흑염은 보다 거친 불길을 토해내며 크라슈의 육체를 달구어 나갔다.

   악착같은 노력으로 단련된 크라슈의 육체마저 덜덜 떨릴 정도였다.

     

   ‘아직.’

     

   그러나 크라슈는 고통에 강제로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꽈악 잡았다.

   흑염의 불길에 몸 내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불길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졌고, 어느새인가 그 불길이 화마의 힘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크라슈의 몸 주위에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공간을 왜곡시켰다.

     

   ‘지금.’

     

   까득-

     

   그때, 크라슈의 입에서 무언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라슈가 몸에 스며드는 순간 강화 영약의 힘을 느꼈다.

     

   개량의 개량을 거듭해 벌써 4차에 돌입한 순간 강화 영약이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크라슈의 출력이 끌어올려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크라슈의 육체가 거대한 흑염의 흐름을 기어코 감당하였다.

     

   ‘하여튼 달링 녀석.’

     

   괜히 천재가 아니라는 듯.

   크라슈는 흑염을 견디게 해준 육체와 함께 고열의 연기를 내뿜었다.

     

   멸천나찰(滅天羅刹)

     

   크라슈가 도달할 수 있는 최강의 경지.

     

   그리고 마지막 이 순간.

     

   크라슈는 마지막 하나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크라슈가 내면에 깃든 사계를 건드렸다.

     

   세계 침식의 힘을 열심히 내보내고 있던 사계가 흠칫했다.

   사계는 몸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크라슈가 만들어낸 모든 세계 침식의 힘을 일순간에 바꾸기 시작했다.

     

   화륵-

     

   타오르던 흑염의 색깔이 점차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어오른 것은 백염이였다.

     

   일순간 주위 모든 빛을 집어삼킨 백염은 태양을 연상케 할 만큼 미친 듯이 타올랐다.

     

   멸천나찰로 타오른 모든 세계 침식이 한순간에 세계를 지키는 힘, 아우라로 치환된 것이었다.

     

   크라슈의 우뢰성에서 소리 없이 백염이 피어올랐다.

     

   백염은 세계 침식의 힘 앞에 한없이 강함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 침식자를 상대로도 예외가 없었다.

     

   어느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뻗은 크라슈의 시선 앞.

   상공에 날아오른 블라비가 비추었다.

     

   그의 음양월에 담긴 검붉은 기운이 새까말 정도로 응축된 그때.

   이윽고, 블라비의 두 자루 검이 먹구름 연기 손들을 향해 휘둘러졌다.

     

   살신이검류(殺神二劍類)

   오식(五式)

   살신이참(殺神二斬)

     

   쩌억!

     

   교차한 참격이 연기의 손들을 모조리 소멸시키며 먹구름 연기까지 닿았다.

   그로 인해 휘몰아친 폭풍이 바람을 휘몰아치며 신성 왕국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하늘 위.

   교차 된 참격에 의해 사라진 먹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쳐 들어왔다.

     

   괜히 과거부터 이어온 괴물이 아니라는 듯.

   터무니없는 위력의 일격을 보여준 블라비였다.

     

   그리고 그 아래.

   내리쬐어진 햇빛의 중심에 서 있던 크라슈의 백염이 한계치까지 타오른 그 순간.

     

   달아오른 새하얀 백염의 불길이 터져 나온 우뢰성을 크라슈가 뜬금없이 뒤를 향해 휘둘렀다.

     

   보는 이로 하여금 의문을 택하게 할 선택이었으나.

   크라슈에게는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채엥!

     

   그 순간 울려 퍼진 것은 금속음이었다.

     

   크라슈의 등 뒤.

   지팡이를 내려치던 자세로 있던 노신사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그는 다름 아닌 연마였다.

   처음부터 도망치지 않고, 연기 속에 기척을 숨긴 뒤 크라슈를 죽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 계획을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양.

   자신이 만들어 놓은 덫에 힘을 쏟지 않고, 블라비에게 처리를 맡긴 것이었다.

     

   중절모 아래 연마의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그 순간 크라슈의 검에서 백염이 일제히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백염에서 쏟아져 나오는 힘은 연마조차 섬찟할 만큼 대량의 아우라를 품고 있었다.

     

   백염 너머 크라슈의 붉은 눈동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연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연마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당했군.’

   

   

   

   

     

   그 생각을 끝으로 크라슈의 백염이 연마를 집어삼켰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육식(六式)

   멸천나화(滅天羅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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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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