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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8

    <218 – 업보 최대로>

     

    “깨끗합니다.”

    “확실한가? 폭탄이끼탕은 복용 후 최대 삼일까지 잠복했다가 내장에서 폭발할지도 모른다.”

     

    위장과 내장에 출혈이나 종양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체내의 이끼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지 마법스캔으로 살펴본 치료사가 다시 한 번 긍정했다.

     

    “이걸 깨끗하다고 말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폭탄이끼 따위가 이 아이의 위장을 해칠 수는 없습니다.”

    “문제가 있나?”

    “문제라면 문제겠죠. 장기가 암흑마나에 장기간 노출되어서 마인들 특유의 암흑마나순응기관을 형성하였습니다. 마계의 독초를 먹고도 거뜬할 겁니다.”

    “…그런가.”

    “디스트로이어님도 전직용사이니 자세한 사항은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알고 있네. 따로 설명하지는 않아도 되네. 아이에게는 내가 직접 설명하지.”

     

    진료를 마친 오크노디는 주머니에서 꺼낸 사탕을 쪽쪽 빨아먹으며 멀쩡하게 앉아있었다.

    진료소의 전송마법진을 이용하기 전에 혹여나 독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전송 이후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소는 없는지 체크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검사결과에서 안 좋은 소식이 돌아왔다.

    디스트로이어는 지인의 부고를 들을 때처럼 무거운 표정을 떨쳐내지 못했다.

     

    “오크노디.”

    “넹?”

    “심각한 얘기다. 진지하게 들어라.”

     

    오크노디의 눈이 크게 떨렸다.

     

    “저 배탈 났대요? 당분간 밥 못 먹어요?”

    “그건 아니다.”

    “휴. 다행이네요. 아닌가? 아픈 김에 죽도 수집하면 좋았을 텐데.”

    “멍청한 소리 마라. 그런 평범한 아픔보다 더 끔찍한 일이 네 몸에서 일어났단 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아이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욱해서 윽박지르듯이 거칠게 말한 디스트로이어 교수. 그는 곧바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제일 힘들 건 내가 아니라 이 아이인데 너무 어른스럽지 못했다.

     

    “미안하다. 화내지 않을 테니 진지하게 들어라.”

    “저 어디 아프대요…?”

    “마계에 대한 이야기는 2학기에도 하려던 참이었지. 본의 아니게 보충강의가 되었지만 이것도 너와 관련된 이야기이니 잘 새겨들어라.”

     

    으엑.

    일정에도 없던 강의를 전송마법진을 앞두고 듣게 된 오크노디는 세상에 곧 망할 거라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대놓고 망연자실했다.

     

    “마계의 물질은 마족, 혹은 악마족이라 부르는 존재들이 살아가기 좋도록 암흑마나에 물들어있다. 당연히 식재료가 될 것들도 포함해서다.”

    “으. 거긴 싫어요. 맛없는 재료가 너무 많아요.”

    “…역시 네 안의 비정상적인 암흑마나는 어린 시절부터 암흑마나가 깃든 물질을 다량 섭취하며 기른 속성훈련의 영향도 있는 건가.”

    “…!”

    “아닌가?”

    “마, 맞아요. 재단에서 많이 사줬어요.”

     

    재단 이 나쁜 새끼들.

    오크노디가 아니라 내 손으로 죽여야 했는데.

    분노를 속으로 꾹 누르며 디스트로이어가 다시 화제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마계의 식물은 섭취하면 복용자의 체내에도 소량의 암흑마나가 남게 된다. 배설을 통해 배출되는 암흑마나도 있지만 섭취한 음식에 깃든 암흑마나가 많을수록 체내에서 음식이 소화되는 기간도 길고, 그만큼 암흑마나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지지.”

    “오. 그런 설정이구나.”

    “설정? 이상한 표현을 쓰는군. 설정이 아니라 그런 원리라고 하는 거다.”

    “앗, 네.”

    “이렇게 장기간 암흑마나에 노출된 신체는 폭주로부터 몸을 지키고자 변이를 일으킨다. 암흑마나를 안전하게 수용하고 신체의 부담을 늦추도록. 이것을 우리는 암흑마나순응기관이라고 부른다.”

    “그거 먹으면 마나 올라요?”

    “먹지 마라. 네 뱃속에도 있는 거다. 암흑마나를 먹으니까 건강에 좋지도 않고.”

     

    오크노디는 역시나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기색이었다.

     

    “그럼 더 좋은 거 아니에요? 암흑마나에 적응하고 순응했으면 몸이 다치지 않잖아요.”

    “암흑마나의 성질이 무엇이냐.”

    “강화, 폭주, 파괴요!”

    “그 말대로다. 기존 마나와 달리 안정성이 위협받는 기운에 적응한 신체는 반대로 평범한 상태의 신체에 적응하지 못한다.”

    “?”

    “그리고 그 평범함에는 신체의 상태를 수복하는 ‘회복마법’ 또한 포함되어 있다.”

    “!”

     

    암흑마나는 유해물질이다.

    그것에 피폭된 존재는 피폭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회복마법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받으면 오히려 고통을 느끼지.”

    “아하. 동화율이 튀는 거 말하시는 거구나? 전에도 알고 있었는데 그건 괜찮아요. 감각을 일시적으로 끊는 <무감無感> 기술을 익혔거든요!”

     

    감각을 끊는다니.

    그런 짓은 하고 싶다고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론을 알아도 감각을 끊으려면 근육과 혈을 찌르거나 묶어서 일시적으로 신경을 마비시켜야 한다.

    한두 번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작은 고통으로 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사람은 고통이 커야 그 고통을 피하고자 더욱 필사적으로 절박하게 훈련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마음이 꺾이고 절망하면 안 된다.

    포기하지는 않도록.

    하지만 충분히 괴로운 수준으로.

    전문가에 의해 철저하게 설계된 강도의 고통을 <고통차단>을 익힐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암살자 사이에서도 이 훈련을 견디지 못해 쇼크사를 하거나 훈련과 진급을 포기한 상급암살자들이 있을 정도로 훈련난이도는 극악무도.

    그런 기술을 오크노디는 11살에 이미 익혔다.

    실제로는 몇 살부터 훈련을 시작했는지.

    얼마나 오랜시간 고통에 노출되었는지.

    자세한 사항을 알아내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결심했다.’

     

    앞으로 재단의 지부는 발견하는 족족 부순다.

     

    “잘됐군. 하지만 부작용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교단의 성직자들은 암흑마나를 탐지하는 훈련을 받아 평범한 사람과 마에 자신을 바친 마인을 구분한다. 그 감지에 걸리면 졸지에 마인으로 오해받고 인류의 배신자 취급을 당할 수도 있지.”

    “<사악한 힘 감지>권능 말이죠?”

    “그렇다. 정식 용사자격증을 발부받거나 마계에서 활동한 용병기록을 지니고 있다면 이단심문관에게 끌려가는 처지는 면할 수 있지. 하지만 조사를 받고 불려다니는 것부터 시간낭비고 그동안 실추될 평판은 말할 것도 없다. 의심의 꼬리도 줄곧 따라다니지.”

     

    정말로 마인이 아닐까.

    실은 마에 타락한 건 아닌가.

    배신자가 우릴 속이려는 거면 어쩌지.

    만일 신분을 위조했다면?

    그냥 죽이는 편이 낫지 않나?

     

    이것이 대중의 일반적인 반응.

    암흑마나가 검출된 자가 맞이할 미래다.

     

    “사회는 암흑마나를 지닌 자를 의심한다. 사회적 신분이 미약한 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그러니 너 또한 역대 용사파티의 동료들이 그랬듯이 암흑마나순응기관을 감추는 기 차단술을 배워야 한다.”

    “저 질문이 있는데요!”

    “…걱정 마라. 나도 같은 길을 걸었던 몸이다. 널 사악한 존재라고 단정 짓고 차별하지는 않으니.”

    “그런 게 아니라요. 용사파티에 꼭 사제나 신관, 성녀 같은 신성계열 클래스가 있는 이유가 그 암흑마나 때문에 사회적으로 안전한 사람인지 검증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 건가요?”

     

    꽤나 현실적인 부분을 찔러 들어왔군.

    언제나 느끼지만 감이 좋은 아이다.

     

    “맞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 용사를 선출하는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는 그 강대한 권능으로 권위를 인정받지만 12선신과 12악신이 고른 용사는 사실상 신의 예비사도라고 불리며 용사와는 다른 입장에 처해있지.”

    “격 떨어지는 모조품!”

    “…재단이 참 좋은 것도 가르쳤군. 그 모조품 소리를 듣지 않고자 24신들은 용사파티의 암흑마나를 검출하거나 정화, 그들이 사악한 타락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고 유해한 인물이 아님을 공증하는 역할도 맡고 있지.”

     

    용사의 동료들의 안전을 보증함으로써 그들의 권위는 용사파티와 대등 혹은 그 이상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게 된다.

    활쟁이나 검사가 용사한테 띠껍게 굴 수는 있어도 용사의 동료들과 용사파티를 암흑마나를 이겨내지 못한 이단자들이라고 못 박을 수 있는 신성계열 동료에게는 무조건 눈치를 보며 최고의 예우를 해주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근데 교수님의 용사파티에는 사제가 한 명도 없었잖아요!”

    “그랬었지. 니알라토텝은 다른 교단의 사악한 음모를 밝혀내며 신과 교단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가뜩이나 유일신을 주장하며 다른 신들의 눈총을 받는 소페미아의 용사인 상황에서 역대 용사들보다 더욱 미움을 사버렸으니까.”

     

    디스트로이어는 용사파티의 동료이면서도 그들의 사회적 신분과 안정성을 인정해줄 권위 있는 교단의 사제와 함께 다니지 못했다.

    당연히 그가 말한 모든 병폐와 우려사항을 그는 빠짐없이 직접 경험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가르칠 기술을 잘 기억하고 배우도록 해라.”

     

    마계에서도 장기간 마왕토벌을 위해 돌아다니며 후천적 암흑마나순응기관이 생겼던 용사가 겪었던 수많은 부당한 대우를 너 또한 겪고 싶지 않다면.

    나름 진지하게 자신의 제자에게 비기를 전수하려고 마음먹은 디스트로이어였지만 정작 기술을 배워야 할 오크노디의 얼굴에서는 긴장이 풀렸다.

     

    “아, 저 그것도 괜찮아요. 예습했거든요.”

    “…뭐? 예습?”

    “전에 아카데미에서 용사님이랑 같이 다니는 유피 성녀님이 저한테 사악한 힘 탐지 주문을 걸었던 적이 있는데 아무것도 못 찾으셨거든요!”

     

    아니 그건 또 어떻게 배웠지?

    <고통차단>이 암흑마나에 노출된 자가 배워야 할 1단계 기술이라면 <암흑차단>은 훨씬 어려운 2단계 기술인데!

    암흑마나를 신체에 꽁꽁 숨기려고 애를 쓰고, 검출하려는 신성한 기운이 암흑에 물든 신체를 괴롭히는 반응을 최대한 태연하게 참는 기술이다.

    당연히 실전에서 통용될 정도로 배우기까지는 극심한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스캔을 하는 사제의 경지가 높을수록 탐지시간은 길어지고 숨 참듯이 기를 꾹 참고 억누르는 시간도 길어지며 괴로움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심지어 오크노디의 암흑마나 보유량은 당장 폭주를 일으키거나 사악한 마인이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많다.

    한 컵의 물을 숨기는 것보다 양동이 하나를 숨기는 것이 어렵다면, 거대한 바다 대해를 숨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 불가능을 오크노디는 가능하게 했다.

    정말 죽을 만큼 노력했겠지.

     

    ‘내가 너무 자비로웠군.’

     

    재단의 지부를 발견하면 부수는 걸로는 부족하다.

    찾아내어서 부순다.

    디스트로이어의 재단혐오는 최대치로 상승했다.

     

    ‘세비체 공작가문에서의 협상요청이 있었지.’

     

    그는 결심했다.

     

    ‘이제 협상은 없다.’

     

    재단부수기.

    그 시작점으로 재단의 협력자, 세비체 가문을 부순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피렌체 왕국 최대규모지부로 그들을 지정한다.

    그리고 멸문시킬 것이다.

    세비체 가문이 쌓아올린 부와 권력, 모든 것들을.

     

    “그렇다면 다행이군. 고민거리는 없겠어. 이제 아카데미로 돌아가지.”

    “저 근데요!”

    “또 궁금한 점이 남았나?”

    “삐에로가면단은 죽이지 말고 살려주시면 안돼요?”

    “…죽인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는데.”

    “그래도 죽일 거잖아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이 감이 좋은 아이가 자꾸만 자신을 심란하게 한다.

     

    “왜지? 왜 재단의 하부조직을 살리려는 거냐.”

    “필요해서요?”

    “그놈들이 너 같은 아이들을 만드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러는 거냐!”

     

    오크노디의 고개가 뱁새처럼 갸웃거렸다.

     

    “저 같은 아이가 어떤 아이인데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불쌍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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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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