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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9

       샤워를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 한여름은 뒤늦게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아이가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이성을 잃고 달려들다니.

       어른으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끙···”

       

       내가 대체 왜 그랬지.

       겨울이가 무서워서 크앙까지 해 버렸는데.

       미안함과 창피한 마음이 뒤섞인다.

       한여름이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왜 그러고 있느냐?”

       

       소피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한여름 곁으로 다가왔다.

       상태가 이상해 보이는 게, 평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겨울이 문제로 저러는 게 분명했다.

       

       “겨울이한테 엄청 위험한 능력이 생긴 거 같아서요.”

       

       “페로몬 말이더냐?”

       

       “네. 페로몬으로 사람을 유혹하나 봐요···! 방금도 겨울이가 너무 좋아가지고···!”

       

       사람의 이성을 잃게 하다니.

       정말 무서운 능력이다.

       우리 겨울이라면 악용 같은 건 안 하겠지?

       

       한여름이 불안한 마음에 거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소피아는 그런 한여름을 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능력은 없다만···?”

       

       “없, 없어요? 제가 이성을 잃을 정도였는데요?”

       

       “평소에도 그러지 않더냐?”

       

       “···어라?”

       

       그러네?

       머리를 쥐어뜯던 손을 내려놓았다.

       머리카락이 네 가닥 뽑혀 나왔다.

       

       “이번에 겨울이에게 생긴 건 수인왕 고유의 능력이다.”

       

       “왕의 능력이라면···?”

       

       “왕이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위치를 파악할 때 쓰는 능력이지. 물론 이성을 잃을 정도로 강제력은 없으니 걱정 말거라.”

       

       이성을 잃을 정도는 말이지.

       소피아가 같은 말을 재차 반복했다.

       큼큼, 한여름이 괜스레 헛기침했다.

       

       “공격해라 혹은 도망쳐라, 이런 느낌으로 명령을 하달한다는 거죠?”

       

       “그래, 사용자가 쓰기 나름인 능력이란다.”

       

       “겨울이라면 분명 잘 쓰겠죠?”

       

       “당연한 일이다.”

       

       겨울이는 총명하면서도 사람을 아낄 줄 아는 아이였다.

       능력은 현명하게 사용할 테지.

       굳이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헤헤, 전 샤워나 해야겠어요.”

       

       “···이 시간에 샤워하는 건 처음 보는구나. 애매한 시간이지 않더냐?”

       

       “겨울이가 그러는데, 아직 힘이 약해서 샤워하면 페로몬이 지워질 거래요.”

       

       샤워를 하면 겨울이가 또 귀를 문질러준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빨리 하고 나오거라. 본녀도 땀이 나던 차였다.”

       

       “네에.”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는데.

       역시 소피아님도 이건 못 참는구나.

       한여름이 속으로만 헤헤 웃었다.

       

       그걸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진 않을 테니까.

       한여름은 빨리 샤워나 하기로 했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아이들과 함께 지하 훈련장을 찾았다.

       새로생긴 능력을 단련하고, 간단한 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엔시아.”

       

       훈련장에는 엔시아가 있었다.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가 몸 이곳저곳에 귀를 문질렀다.

       내 능력에 대해서 미리 들었는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묻지 않았다.

       

       “오셨습니까.”

       

       나를 안아든 엔시아의 꼬리가 빠르게 흔들린다.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엔시아가 좋아 내꼬리도 함께 흔들렸다.

       

       “엔시아, 뭐 하고 있었어요?”

       

       “간단하게 몸 좀 풀고 있었습니다.”

       

       엔시아가 근처에 놓인 물병을 집어들었다.

       코코아처럼 생긴 음료가 물병 안에 가득 들어있었다.

       코코아를 좋아하는 레비나스의 눈이 빛났다.

       

       “코코다!”

       

       “코코가 아니라 단백질 보충제입니다.”

       

       “···단백질 보충제가 뭐냐?”

       

       “근육이 생기는 물질이라더군요. 저도 오늘 처음 먹어봅니다. 아린님께서 한번 먹어보라며 타주셨거든요.”

       

       말을 마친 엔시아가 단백질 보충제를 마셨다.

       한 모금 마시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코코맛 나냐?!”

       

       “···밍밍한 초콜릿 맛이 납니다.”

       

       “초코! 레비나스도 한입만 주면 안되냐?!”

       

       “음···”

       

       고민하던 엔시아가 레비나스에게 보충제를 넘겼다.

       레비나스가 망설임 없이 보충제를 들이켰다.

       

       딱 한모금.

       보충제를 들이킨 레비나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조금 전의 엔시아와 같은 모습이었다.

       

       “으웨.”

       

       레비나스의 턱을 타고 단백질 보충제가 흘러내린다.

       표정만 봐도 무슨 맛인지 알 것 같았다.

       

       “레비나스, 무슨 맛이야?”

       

       “맛없는 초코···”

       

       “초콜렛이 맛이 없을 수가 있나?”

       

       “웅··· 레비나스도 오늘 처음 알았다. 왕이는 절대 먹지 마라···”

       

       “으, 응···”

       

       레비나스가 엔시아에게 보충제를 건네주었다.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보충제를 본 엔시아의 어깨가 축 가라앉았다.

       보충제가 얼마나 맛이 없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인간분들은 왜 이런 걸 먹는 걸까요? 근육은 고기를 먹어도 붙는데 말이죠···”

       

       엔시아가 눈을 감고 단백질 보충제를 들이켰다.

       목젖이 움직일 때마다, 엔시아의 축 가라앉은 귀와 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레비나스가 그런 엔시아를 존경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근육!”

       

       레비나스가 근육을 자랑하듯 팔뚝을 굽혀 보였다.

       딱히 근육은 보이지 않았다.

       말랑말랑한 느낌의 팔뚝만 있었다.

       

       “레비나스, 근육 붙은 거 같아?”

       

       “응! 레비나스 보충제 먹고 근육 생겼다!”

       

       팔뚝을 내보인 레비나스의 눈매가 사납게 올라간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게, 넘치는 힘을 표출할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엔시아도 이를 깨달았는지, 훈련장 한쪽에 놓인 기왓장을 가리켰다.

       진짜 기왓장은 아니고, 비슷하게 생긴 물건이었다.

       

       “저건 어떻습니까?”

       

       “저게 무냐?!”

       

       “격파···라는데, 힘이 셀수록 많이 부신다더군요.”

       

       “격파!”

       

       레비나스가 기왓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레비나스의 뒤를 새벽이가 쫓아 달렸다.

       새벽이도 격파에 흥미가 생긴 것 같았다.

       

       “엔시아, 열 장은 모험가한테 쉽지 않나요?”

       

       “아래로 내려갈수록 단단합니다. 마법으로 강화되어있거든요.”

       

       “아··· 엔시아는 몇 장까지 부술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저도 해 본적이 없는지라···”

       

       “그렇군요.”

       

       나는 엔시아와 함께 아이들을 쫓았다.

       기왓장 앞에 선 레비나스가 꽤나 진지한 모습으로 주먹을 들어올렸다.

       

       “얍!”

       

       말아쥔 주먹으로 기왓장을 내려친다.

       뒤로 꺾인 주먹의 새끼 손가락의 밑부분이 기왓장에 닿았다.

       

       콩-

       

       가벼운 소리가 났다.

       아쉽게도 단 한장도 부숴지지 않았다.

       

       “오잉?”

       

       사납게 올라갔던 레비나스의 눈매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내리친 주먹이 아팠는지, 손을 문질렀다.

       

       ‘저런.’

       

       레비나스가 실망했겠다.

       위로해 주기 위해 다가갔으나, 레비나스는 킥킥 웃고 있을 뿐이었다.

       

       “왕아! 봤냐! 이거 단단한건데 레비나스가 주먹으로 막 때렸다?!”

       

       “응. 굉장했어.”

       

       “레비나스는 뿔주먹이다!”

       

       콩콩.

       레비나스가 두어 번 정도 더 기왓장을 내리쳤다.

       아쉽게도 기왓장이 격파되는 일은 없었다.

       

       “손 안 아파?”

       

       “아프다! 왕이도 이거 해보냐?!”

       

       레비나스가 내게 자리를 양보했다.

       재미삼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주먹과 팔뚝에 최대한 힘을 주었다.

       나름 자세를 잘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휘두를 때에는 레비나스와 비슷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콩-

       

       말아쥔 주먹이 기왓장에 닿는다.

       가장 위에있는 기와 한 장이 반으로 똑 부러졌다.

       

       “우아!”

       

       짝짝짝-

       레비나스가 박수를 쳤다.

       조금 우쭐해진 건지, 꼬리가 빠르게 흔들렸다.

       

       “왕아! 이거 어떻게 부쉈냐?!”

       

       “세게 힘주니까 됐어.”

       

       “굉장하다! 왕이는 괴력의 왕이다!”

       

       레비나스가 내게 달려들었다.

       뒤로 넘어갈 뻔한 걸 엔시아가 잡아주었다.

       엔시아는 우리를 잡아주면서 새벽이를 보고 있었다.

       

       “새벽님도 해 보시겠습니까?”

       

       “응. 해보고 싶어.”

       

       우리 중 가장 힘이 센 새벽이었다.

       새벽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기왓장 앞에 섰다.

       내가 반으로 부쉈던 기왓장은 마법으로 다시 수복된 상태였다.

       

       스윽-

       주먹을 든 새벽이가 망설임 없이 기왓장을 내리쳤다.

       눈에 보일 정도로 가벼운 공격이었으나, 결과는 가볍지가 달랐다.

       

       콰앙-!

       

       기왓장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파편 일부가 우리를 향해 날아왔으나, 마나 방벽에 의해 다치는 일은 없었다.

       

       “괴, 굉장합니다···”

       

       새벽이의 주먹은 기와 열 장을 다 부수고, 아래에 있는 바닥까지 박살 냈다.

       가볍게 내리쳐서 저 정도면 대체 얼마나 힘이 센 걸까.

       나와 레비나스는 말도 못 꺼내고 입만 헉 벌렸다.

       

       난 겨우 한 장 부수고 우쭐했는데.

       새벽이는 열 장을 다 부수고도 무표정이었다.

       

       “뭐, 뭔소리여?!”

       

       근처에서 운동을 하던 이들이 우리쪽을 바라보았다.

       그 중에는 권아린도 있었다.

       

       “···너네 괜찮냐?”

       

       “네. 격파를 너무 세게 했어요.”

       

       권아린의 시선이 박살 난 격파장을 향했다.

       부서진 기와를 보며 흠칫 몸을 떨었다.

       

       “엔시아가 그랬어?”

       

       “아뇨, 새벽이가 했어요.”

       

       “···나도 저거 여덟 장 부수는 게 전부인데.”

       

       “여덟 장이면 많은 거예요?”

       

       “많진 않지. 엔시아는 스무 장도 부술걸?”

       

       아하.

       열 장이 끝이아니었구나.

       나는 저 혼자 달라붙기 시작한 기왓장을 내려다보았다.

       

       “이거 한 장 부수는 게 어느정도인가요?”

       

       “단계마다 강해지는데, 한장이면 아이가 겨우겨우 깨는 수준이려나? 두 장 깨면 힘센 초등학생 정도?”

       

       “그, 그렇군요···”

       

       마나를 쓰지 않는 내 힘은 아이 수준이었구나.

       알고 있었기에 딱히 허무하거나 하진 않았다.

       

       “맞다, 겨울아.”

       

       “네?”

       

       “오늘 타 길드 사람들이랑 던전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

       

       “다른 길드랑요?”

       

       “응. 모르는 사람이랑 파티하는 법도 배워야 하니까.”

       

       모르는 사람과 하는 파티 플레이.

       배워두면 나쁠 건 없었다.

       

       “좋아요. 던전은 언제 가요?”

       

       “두 시간 전까진 도착해야 해. 원래 내일 가기로 했는데, 무슨 문제가 생겨서 오늘 가기로 했어.”

       

       “네. 준비해 놓을게요.”

       

       세 시간 후면 열 한시인가.

       시계를 확인하는 내게 엔시아가 무언가를 건네왔다.

       

       “겨울님, 던전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이걸 사용하십시오.”

       

       “이건···”

       

       “위험할 때 쓰는 물건이라더군요. 줄을 당기면 된다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거 방범 부저 아닌가?

       애들이 쓰는.

       

       뭔지 모르는데, 호신용이라 하니 사온 건가.

       엔시아도 나처럼 지구에 대해 많이 모르는구나.

       

       당황스러웠으나 엔시아의 배려를 무시하고 싶지는 않았다.

       헤헤, 어색하게 웃으며 엔시아의 선물을 받았다.

       

       “고, 고마워요. 꼭 가지고 갈게요.”

       

       “예. 위험 상황이 찾아오면 줄을 당기면 됩니다.”

       

       “네에···”

       

       줄을 당길 리는 없겠지만, 엔시아를 위해 가지고 가자.

       나는 방범 부저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던전에 가기 전까지 훈련이나 하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안쓰겠냐구…!

    ──
    PrayMeier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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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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