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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9

       

       

       

       

       

       219화. 공주와 오크 ( 8 )

       

       

       

       

       

       – 파악-! 슥슥!

       

       가까운 강가에서 주저앉은 데이지가 열심히 옷을 빨고 있었다. 어쩐지 귓바퀴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채였지만, 데이지는 애써 모른 척하며 열심히 옷을 문질렀다.

       

       한 장밖에 없는 옷을 빤다면 걸칠 옷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노릇.

       데이지는 제 몸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여기저기 찢어져서 간신히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상의. 

       차가운 강물에 손이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옷을 빨던 데이지가 문득 제 몸에 걸친 누더기를 바라봤다.

       

       오크를 보고 기절했다가 일어난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것이다.

       

       “…”

       

       고개를 돌려 저 앞. 

       시야 끄트머리에 닿는 수풀을 바라봤다.

       

       – 파스슥

       

       시선이 향하는 것을 느꼈는지 수풀에 숨어있는 무언가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애초에 제대로 숨지도 못했다.

       

       오크의 커다란 덩치는 아무리 작게 웅크려도 수풀 따위에 숨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후우.”

       

       도대체 뭘까 저 오크는.

       제 딴에 데이지를 배려한다고 저렇게 숨은 것 같은데…

       

       ‘…정말로 한스 님이 오크가 된 걸까.’

       

       오크가 인간을 배려한다는 이야기 따위, 데이지는 들어본 적도 없다.

       

       한스의 검과 직접 꿰맨 바지, 펜던트, 자신을 배려하는 태도… 이런 것들을 떠올려 보면.

       아무래도 저 오크는,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지만.

       한스가 맞을 것이다.

       

       “읏. 차가워.”

       

       물을 잔뜩 먹은 데이지의 원피스가 무겁게 늘어졌다. 많이 무겁기는 하지만… 입고 있다 보면 금방 마를 것이다. 

       한층 더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데이지가 열심히 발을 옮겼다.

       

       “나, 나와요. 다 보이니까.”

       

       데이지가 수풀을 향해 외쳤다. 수풀에서 삐져나온 초록색 등이 크게 움찔하더니,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전과 같이 데이지가 놀라서 기절할까 걱정했던 것일까. 오크는 수풀에서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초록색 몸에 묻어있던 붉은 피는 어느새 말끔하게 없어졌고, 하얗게 눈을 뒤집어 까며 죽어가던 사슴도 없다.

       

       “크워ㅡ”

       

       데이지와 오크 사이에는 먼 거리가 존재했다.

       오크가 달려들어도, 데이지가 열심히 달린다면 도망칠 수 있을 정도의 거리.

       

       “저기…! 호, 혹시! 한스 님… 맞으신가요?”

       “크우으ㅡ? 하안쓰?”

       

       오크가 특유의 발음으로 데이지의 말을 따라했다.

       

       한스라는 자신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혹시, 데이지라는 이름은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옅은 설렘을 품고 데이지가 다시 한번 외쳤다.

       

       “제 이름, 데이지에요. 데 이 지. 기억하세요?”

       “크워으ㅡ 데이찌… 데이… 지? 크우ㅡ”

       

       데이지라는 이름을 몇 번인가 입 안에서 굴리며 천천히 음미하던 오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

       

       데이지의 눈이 일순 까만 진창처럼 질척하게 변했다.

       

       아닐 리가 없는데. 분명히 저 오크는 한스 님이 맞는데.

       자신의 이름과 본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지금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아냐. 그래도 아주 잊어버리지는 않은 것 같아.’

       

       데이지는 똑똑히 기억했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사냥개가 자신을 향해 달려들던 그 순간.

       오크가 나타나 자신을 구해줬고, 수많은 병사와 싸우기까지 하였다. 그것도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분명, 나를 어렴풋하게 기억은 하고 있는 거야.’

       

       틀림없다.

       오크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의 깊숙한 곳 어딘가에 묻힌 채로 존재할 것이다.

       자신을 구해준 것은 깊숙한 기억의 편린 같은 것 아닐까.

       

       데이지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한 것이지만, 스스로 되뇌어 보니 나름 그럴듯하였다.

       

       지금 저 모습과 기억을 잃은 것은 일시적인 저주…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래야 한다.

       

       “…내가, 구해줘야 해.”

       

       데이지가 각오를 다지며 멀찍이 떨어진 오크를 바라봤다.

       멍청하게 풀린 눈에 이지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멍하니 데이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

       인간 시절의 총명하고, 지적이고, 카리스마와 위엄이 넘치며 다정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 꾸욱.

       

       데이지가 조막만 한 손을 꽉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자신이 그를 구할 차례였다.

       

       

       

       *****

       

       

       

       오크는 일정 거리를 두고 데이지를 졸졸 따라왔다.

       키워본 적은 없지만, 커다란 강아지를 키운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간밤을 보낸 굴로 돌아온 데이지가 뒤에서 따라오는 오크를 불렀다.

       

       “저기요.”

       “그우?”

       

       부를 때마다 들려오는 저 멍청한 울음소리가 참 가슴 아프다.

       

       “우선… 그렇지 이름. 이름 있어요?”

       “크워우ㅡ! 이름… 업땨!”

       “…그래요?”

       

       어느 정도 예상했다.

       오크들끼리 저들을 이름으로 구분한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으니.

       

       “한스. 앞으로 당신 이름은 한스예요.”

       “크우으ㅡ? 하안…쑤!”

       “그게 아니라, 한 스. 혀를 너무 세게 튕기지 말고 말해요.”

       “한…쑤!”

       “한! 스!”

       “햔! 쓔!”

       

       몇 번이고 끈기 있게 반복하며 말해줘도 오크는 한스라는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특유의 강세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데이지가 먼저 포기했다.

       

       “하아. 뭐, 이름을 어떻게 말하는지 중요한게 아니니까… 한스. 그게 당신의 이름이에요. 기억해요.”

       “크워우으…”

       

       오크가 데이지의 말을 알아듣기는 한 것일까. 멍청하게 머리나 긁적이는 모습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했다.

       

       – 꼬르륵

       

       “아! 으읏…”

       

       데이지의 배에서 우렁찬 개구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긴장이 풀렸더니 그제야 허기가 몰려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크를 찾아 뛰어다니다가 기절, 그 후에는 말할 수 없이 민망한 이유로 옷을 빨았다.

       

       꼬박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배고프지 않은 것이 이상할 노릇.

       

       “프취익! 바압! 준비한땨!”

       

       데이지가 배고프다는 걸 눈치챈 오크가 벌떡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굴을 나섰다. 다시 돌아온 오크의 손에는 큼직한 사슴이 들려 있었다. 데이지가 보고 기절했던 그 사슴이다.

       

       피가 철철 흐르는 사슴의 배에서는 내장이며 온갖 것들이 얽혀 땅에 질질 끌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죽이고 별다른 조치도 안 한 모양. 

       

       

       오크가 사슴을 바닥에 놓더니 검을 휘둘러 사슴의 모가지만 깔끔하게 잘라냈다. 그리고 굴러다니던 나뭇가지에 사슴 대가리를 꽂았다.

       

       “빠압!”

       “…이걸 그대로요?”

       

       오크가 자랑스럽게 사슴 대가리 꼬치를 내보였다. 핏물이 뚝뚝 흐르는 사슴 대가리의 모습이라니. 짐승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걸 그대로 먹는단 말인가?

       

       ‘아, 짐승 수준이지.’

       

       데이지가 이마를 짚었다.

       

       한스를 다시 인간 모습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기 전까지 우선 기초 상식에 대한 학습이 필요했다. 오크의 모습을 한 짐승과 함께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도대체 누가 무식하게 짐승 대가리를 통째로 꽂아서 요리해요…”

       “크우?”

       

       데이지의 중얼거림에 오크가 고개를 갸웃했다.

       

       

       

       *****

       

       

       

       “푸엣취!”

       “뭐야, 감기?”

       “아뇨… 갑자기 코가 간지러워서.”

       “푸흡. 누가 네 욕하고 있는 거 아니야?”

       “헤. 설마요… 에, 에, 푸헷취!”

       

       코를 긁적이던 케니스가 한 번 더 크게 재채기했다. 어찌나 세게 했는지 코가 빨갛게 변했다.

       

       프리가와 케니스는 한스가 땅을 파던 구덩이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갑작스레 터져 나온 빛과 감쪽같이 사라진 한스의 행방이 묘연한 까닭이다.

       

       이제까지 땅만 파던 한스가 어딘가로 도망칠 이유도 없을 텐데… 놀랍게도 그 어떤 흔적도 없었다. 정말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진 듯한 현장.

       

       “음… 괴상한 일이구나. 이렇게나 아무런 흔적이 없을 수가 있다니.”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죠?”

       “우선 개를 풀어서ㅡ”

       

       – 파아앗!

       

       데모닉이 들고 있던 낡은 동화책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싯누런 종이의 틈을 뚫고 기묘하고 신비한 빛이 꿈틀거린다.

       

       “이, 이건…”

       

       데모닉이 조심스레 책을 펼쳤다. 빛이 흘러나오는 페이지를 펼치지, 놀랍게도 까만 글씨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제 모습과 위치를 바꾸고 있었다.

       

       싯누런 종이를 헤엄치는 글씨들이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꼬더니, 전과는 아예 다른 글씨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내용도 바뀌었다.

       

       그 경이로운 모습을 바라보던 데모닉이 바뀐 내용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눈썹이 꿈틀거렸다.

       

       ‘동화책의 시작이… 바뀌었다.’

       

       기존에 있던 내용은 공주를 구한 오크가 공주를 지키기로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바뀌었다.

       

       “아ㅃ, 흠. 아니, 팔라딘 님. 지금 도대체 뭐라고 바뀐 거예요?”

       “팔라딘 님! 저희도 궁금합니다!”

       “도대체 이게 글자가 맞긴 한거지…? 원래 고어는 지 혼자서 지렁이마냥 꿈틀거리고, 막 내용이 바뀌나? 이게 고어 평균이야?”

       

       케니스, 이스칼, 프리가가 저마다 아우성치며 데모닉 주변에서 와- 와- 하며 떠들었다. 그 소란 속에서 초연한 태도로 동화책을 훑은 데모닉이 탁- 소리 내며 책을 덮었다.

       

       동시에 데모닉을 향해 삐약거리던 세 개의 입도 꾹 닫혔다.

       

       “우선. 동화책의 내용이 바뀌었다. 전부 바뀐 건 아니야. 이야기의 시작 부분만, 그것도 딱 한 장만 바뀌었지.”

       

       바뀐 동화책이 잘 보이도록 펼쳐든 데모닉이 손가락으로 한 부분을 짚었다.

       

       “여기, 그리고 여기부터 여기까지. 원래 이 부분에서는 대과거 3인칭 단수 명사를 사용해서 공주를 지칭했는데, 바뀐 부분에서는 대과거 고유명사를 사용해서 정확하게 공주의 이름을 데이지라고 지칭하는 동시에ㅡ”

       

       데모닉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고어 문법의 파도.

       케니스는 그 속에서 용케도 익숙한 단어를 건져낼 수 있었다.

       

       “자, 잠깐! 데이지요?”

       “그래, 데이지. 케니스 너도 아는 이름인 모양이구나.”

       

       데모닉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지, 데이지.

       들꽃에서 이름을 따온 흔하고 소박한 이름.

       

       특별한 것 없는 이름이다. 시골이나 조금 작은 도시에 가서 데이지라고 외치면, 길가는 여인 중 두세 명은 뒤돌아볼 정도로 널리고 널린 이름이니까.

       

       그래, 별 특색 없이 흔해빠진 이름이다.

       

       “공주의 이름으로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지.”

       “…한스랑 같이 다니는 여자아이 이름이 데이지였어요.”

       

       섬광과 함께 사라진 한스, 이후 동화책의 내용이 바뀌고, 공주의 이름은 데이지가 되었다.

       

       과연 이게 우연일까?

       

       데모닉도 데이지라는 아이를 기억했다.

       한스의 곁에 딱 붙어 다니던 갈색 머리의 여자아이. 아마 한스와 대련하면서 봤던가?

       

       허공에서 케니스와 데모닉이 눈을 마주쳤다.

       이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필히 성도에 사람을 보내서 확인해야 하는 종류의 것이다.

       

       “성도로 사람을 보내서 데이지를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내 생각도 그렇단다.”

       

       소식을 전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내가 직접 가겠다. 여기 있는 오크들이 뭔가 소란을 일으킬 것 같지도 않고.”

       

       오크들은 제 우두머리가 사라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열심히 땅만 파고 있었다. 한스의 명령을 무작정 열심히 수행하는 모습이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돌아오마.”

       

       가벼운 무장과 함께 데모닉이 땅을 박찼다. 전력을 발휘하여 달리는 팔라딘의 뒤로 흙먼지가 길게 꼬리를 그리며 쫓아갔다.

       

       길게 일어난 흙먼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수평선을 넘어서 사라졌다.

       

       그리고 아늑한 오렌지빛 노을이 하늘을 불태울 무렵.

       흙을 뒤집어쓴 데모닉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마을에 돌아왔다. 말한 대로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온 것이다.

       

       “아빠! 괜찮, 괜찮아요?”

       “후우… 그래, 조금 오래 뛴 것 뿐이다.”

       “이야. 여기서 성도까지 뛰어서 왕복을 하네. 야, 우리도 나중에 해볼까?”

       “…어, 음. 전 사양하겠습니다, 공녀님.”

       

       케니스가 들고온 물로 잠시 목을 축인 데모닉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스 사도와 함께 다니던 데이지라는 아이는… 지금 실종이 된 상태다. 데이지의 어머니라는 여인이 만신전에 아이가 사라졌다고 신고했더군. 잠깐 빛이 번쩍이더니, 아이가 사라졌다고. ”

       

       케니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한스가 사라졌을 때와 똑같지 않은가?

       

       “그런… 그러면 설마 진짜 이 책이?”

       

       떨리는 손으로 케니스가 동화책을 펼쳤다.

       빛과 함께 사라진 한스와 데이지, 그리고 내용이 바뀐 동화책.

       

       – 파아아앗!

       

       동화책에서 다시 한번 빛이 흘러나오면서, 고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동화의 내용이 바뀐다.

       

       “아빠!”

       “이리 줘 보렴.”

       

       케니스에게서 동화책을 받아든 데모닉이 바뀐 내용을 빠르게 훑었다. 동화책의 내용이 바뀌는 것에는 나름대로 규칙이 있는지, 이번에도 딱 한 장의 내용이 바뀌었다.

       

       데모닉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며 그 내용을 훑었다. 아이를 위한 동화여서 그런가, 어려운 문법이 많지 않아 읽기 수월했다.

       

       그리고 그 끝이 다다라서 데모닉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 꾸깃.

       

       “하아…”

       

       결국 한 장을 다 읽은 데모닉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뭔데요? 무슨 내용이에요?”

       “팔라딘 님, 혹시 안 좋은 소식… 입니까?”

       “…”

       

       별다른 내용은 아니었다.

       

       오크가 데이지를 구하고, 데이지가 오크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간다. 굴에서 잠든 공주가 정신을 차리고 밖에 나섰을 때ㅡ

       

       ‘여섯 신 맙소사.’

       

       

       데모닉은 어린 소녀의 가녀린 마음을 위해, 이 내용을 조용히 묻기로 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어쩐지 중성적인 마녀 둘이 얼굴을 맞대고 말할 것 같은 대사…!!! 지금부터 이 판은! 빙글빙글 돌아간다!!!

    – ‘비공개 후원자’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매일 쉬는 날 없이 두 편씩 올리면…!!! 작가가 망가져 버릴지도…!!!! 히에에엑!! 부디 참아주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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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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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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