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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9

       

       

       

       

       

       

       제국 내부의 분위기는 흡사 축제 분위기와도 같았다. 

       

       흉흉한 뒷골목 세력들이 판을 치고 마물들이 기승을 부리던 세태에 레키온이라는 용사가 등장하고, 거기에 드래곤이라는 전설 속의 존재까지 나타나 인류를 돕고 마왕까지 봉인을 했으니 민심이 점점 좋아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개개인의 일상은 여전히 크게 바뀐 게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와 똑같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생업에 종사하고 저녁 때가 되면 노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보낼 것이다. 

       

       애초에 국가의 존속이니 다른 세력과의 전쟁이니 하는 상황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만큼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다.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용사가 어쩌니 드래곤이 어쩌니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아르가 쏘아 올린 은빛 섬광은 조금씩 제국민들의 마음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하무트와 싸울 때 하늘을 뒤덮었던 검은 마기. 그걸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 것 같던데.’

       

       그 끔찍한 기운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진득한 악의와 끝없는 절망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까지 마기를 두른 적들과 싸워 온 우리들도 등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는데, 그에 대한 내성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이 볼 때는 어땠겠는가. 

       

       악마니 마왕이니 하는 흉흉한 소문을 듣고도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 광경을 보았다면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원초적인 공포감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공포를 우리 아르의 브레스, 모든 것을 정화하는 은빛 섬광이 깔끔하게 꿰뚫고 흩어 버렸으니.

       

       사람들 입장에서는 몸과 마음을 잠식하던 어두운 기운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기분이었을 것이다. 

       

       ‘내려앉았던 심장이 돌아왔으니, 임팩트가 크긴 컸겠지.’

       

       물 속 깊은 곳까지 가라앉았다가 올라왔을수록 공기의 소중함을 알게 되듯, 무시무시한 악마의 실체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던 사람들은 그로부터 자신들을 지켜 주는 용사와 드래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뭔가에 감동을 받으면 주변에도 그 감동을 전하고 싶은 건 당연한 수순.

       

       아르에 대한 소문이 드넓은 제국에 순식간에 퍼져 나가고, 이렇게 인기를 누리게 된 건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터였다. 

       

       ‘더불어서 황실에서도 나름 발맞춰 민생을 신경쓰고 있는 모양이고.’

       

       우리가 제국 내에 암처럼 퍼져 있던 악마의 추종자들을 제거하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연결되어 있던 자잘한 조직이나 세력도 와해되자 치안 유지에 쓸 신경을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되었고.

       

       황실에서는 관련 예산을 제국민들의 편의나 복지 쪽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래도 황실이 일은 제대로 하긴 하네.’

       

       하긴, 중간 중간 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천 년 동안 ‘카란트라’라는 이름을 달고 유지되어 온 제국인데 노하우가 쌓여 있겠지.

       

       권력이 있다고 맘대로 휘두르고 제국민들을 못살게 굴기만 했다면 진즉 반란 한 번 일어나서 제국의 이름이 새로 즉위한 황제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을지도 몰랐다.

       

       여튼 그렇게 제국 내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고.

       

       우리도 황제에게 직접 인정을 받은 만큼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뀨우…. 조타아….”

       

       지금만 해도 아스란에서 가장 좋은 호텔에 묵으며 이렇게 여유롭게 목욕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근데 다음 마왕은 어떡하지.’

       

       나는 탕 바깥에 놓여 있는 기다란 해변용 의자에 누워 솔솔 불어 오는 바람을 즐기며 고민했다. 

       

       ‘지금 바할라크가 어디선가 제국을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건 알아.’

       

       그건 나도 알고, 지금 아르 옆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는 레키온도 알고, 밖에서 전문 안마사의 안마를 받고 있는 실비아와 데보라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당장 하무트교나 헤카르테교 지부에 쳐들어갔던 것처럼 선제공격을 가는 것 또한 하책이다.

       

       ‘지금으로선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원작 「레키온 사가」를 기반으로 알 수 있는 정보라고는 바할라크가 제국을 침공할 때 동쪽을 먼저 친다는 정도뿐.

       

       ‘어떻게든 내가 정보라도 좀 알아내서 조기 진압을 하려고 시도해 본 적도 있었지만 다 실패했지.’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니 최종 보스인 바할라크가 부활하기 전에, 뭔가 숏컷(지름길) 뚫는 느낌으로 스토리 중반을 건너뛰고 빠르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는 루트가 있지 않을까 찾아 보았었지만.

       

       제국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위험도가 훨씬 올라가고 어디서 어떤 적을 만나 급사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전혀 정보가 없는 곳에 지금 무리해서 나가는 건 너무 위험해.’

       

       헤카르테와 하무트가 원작과 달리 직접 부활하고, 심지어는 시기마저 상황에 따라 앞당긴 걸로 미루어 볼 때 지금 제국 밖으로 나가는 건 너무 변수가 많았다. 

       

       ‘특히 지금 헤카르테와 하무트가 봉인된 사실을 바할라크가 알고 있다면, 우리가 혹여나 자신을 찾아 나설 때를 대비한 함정 같은 것도 많이 파 놨을 거야.’

       

       제국민들이 하무트의 부활과 함께 하늘 높이 퍼진 마기를 본 것처럼, 어쩌면 바할라크도 어딘가에서 그걸 봤거나 감지했을 수도 있었다. 

       

       만약 바할라크가 어디 있는지 안다고 해도, 괜히 밖으로 나갔다가 함정에 빠져 포위당한다면, 물량 공세에 레키온과 아르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다굴에 장사 없지.’

       

       레키온이 아무리 폭발적인 신성력을 가졌다고 해도 그 힘이 무한대로 나오는 건 아니다.

       

       아르의 ‘천 년의 힘’ 또한 마찬가지고.

       

       마물 대군을 이끌고 여러 방위에서 제국을 침공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는 바할라크의 본진에 가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원작대로 바할라크가 제국을 침공할 때까지 힘을 비축하고 방어 준비를 해서 제대로 받아치는 게 낫지.’

       

       일단 황제한테는 바할라크라는 마왕이 제국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두었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지금 황실 기사단을 포함해 제국 곳곳에 포진해 있는 각 기사단은 방어 진지 구축 및 훈련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디서 들었냐고? 

       

       바로 이번 일 이후 황실 기사단원으로 발탁된 레키온과 데보라에게 들었다. 

       

       마왕을 잡은 후, 기존에 레키온과 데보라가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을 맡고 있던 파메라 기사단에는 새로운 기사단장이 부임하게 되었고.

       

       레키온과 데보라는 황실 기사단 제7소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듣기로 소대 숫자에 따른 위계라든지 전력 차이 같은 건 없고, 그냥 성향 차이 정도만 있다고.

       

       소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말도 잘 통하고 젊은 둘을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들도 마왕 침공 예정 소식을 듣고 대비하기 위한 수련에 돌입했는데, 그래서 현재 레키온과 데보라는 지금 꿀 같은 휴가 기간을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는 마인드로 알차게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르야, 우리 냉탕 가서 수영 시합 할까?”

       “쀼우! 조아여, 삼쵼!”

       

       그래, 마왕도 잡았는데 놀 때 놀아 둬야지.

       

       ‘나도 마찬가지고.’

       

       나는 의자 옆 테이블에 놓인, 얼음이 들어 있어 시원한 체리맛 소다수를 빨대로 쪼옥 빨아 마셨다. 

       

       “캬아. 이거 맛있네.”

       

       지구에서 가끔씩 즐겨 마시던 닥터후추 음료수와 꽤나 비슷한 맛이었다. 

       

       맛이 좀 독특한 만큼 매일 같이 마시기엔 좀 질리기도 하지만, 이럴 때 한 번씩 마시면 뭔가 신선하기도 하고 힙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좋다.”

       

       나는 누운 채로 팔을 위로 들어 만세 자세로 의자 위쪽에 손을 올렸다. 

       

       “편하구만.”

       

       잠깐, 근데 만세 자세가 편하고 시원하게 느껴지면 평소에 자세가 안 좋다는 뜻이라던데.

       

       ‘스트레칭을 좀 꾸준하게 해 줘야겠군.’

       

       나는 그대로 팔꿈치를 잡고 스트레칭을 몇 번 하고는, 다시 음료수를 한 모금 쭉 빨아 마셨다.

       

       “좋아.”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건 제국을 떠나 험난한 여정을 겪고 바할라크와의 전투를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아까도 말했듯, 먼저 나서는 것보다는 놈들이 침공해 올 때 제대로 받아치기 위해서다. 

       

       지금은 그때를 위해 힘을 비축하고 있는 것뿐.

       

       진짜다.

       아무튼 진짜임.

       

       ‘잘 쉬는 것도 수련의 일환이라고 했어.’

       

       목욕도 좀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서 영양도 보충해 주고. 

       

       그러고 나서 수련을….

       

       ‘하긴 해야지.’

       

       나는 간만에 상태창을 띄웠다.

       

       [Lv.83 레온]

       힘: 「218」 민첩: 96 체력: 94 마력: 「315+50」

       

       이번에 레벨80의 벽을 넘으면서 성장한 건 아르뿐만이 아니었다. 

       

       「신뢰의 계약」 특성의 부가 효과 단계가 올라감으로써, 나는 아르의 스탯을 하나 더 공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일단 마력은 무조건 유지해야 돼.’

       

       근접 전투를 하든 마법을 쓰든 마력 스탯은 반드시 필요하니까.

       

       그다음 고민한 게 힘과 민첩인데.

       

       [Lv.83 아르젠테]

       힘: 218 민첩: 157 체력: 185 마력: 633

       

       보다시피 80레벨 이후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아르의 스탯은 힘에 조금 치중되어 있었다. 

       

       민첩도 중요한 스탯은 맞지만, 아무래도 높은 스탯을 공유 받는 게 낫다 보니 일단 힘을 선택한 것이었다.

       

       ‘민첩이 부족해서 위험한 상황이 나오면 잠시 전환하면 되니까.’

       

       그간 적의 체급에 비해 스탯이 좀 달려서 실비아에게 엄호 받으며 마법만 날려 댔었는데, 이젠 나도 충분히 스탯빨로 근접 전투를 할 만해졌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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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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