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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9

       

        

        

        

        

       “다 모이셨으면, 여력이 되는 대로 이번 판의 작전 계획안을 한 번씩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 작전 논의 시간.

        

        작전 계획서를 나눠주는 와중에도, 덤덤한 표정을 가장하고 있는 김부장의 머릿속은 미친듯이 돌아가고 있었다. 해당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얼마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사실상 소망과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해도 무방한 플랜이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두 번째 경기에 적용될 전략은 분대원들 뿐만 아니라 분대장 및 그룹 리더인 그 자신에게도 그야말로 서커스 그 자체였다. 이렇게 말하면 뭐했지만, 교전 구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유진 급은 되어야 원활히 실행 가능할 정도였다.

        

        이는 첫 경기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이기도 했다.

        

        

        

       ‘…하모니 팀의 약점은 크게 두 개가 있다.’

        

        

        

        첫 번째는 하모니 분대에 대한 의존성.

        

        두 번째는 비교적 유기적이지 못한 작전팀 운용.

        

        그러나 상대방은 첫 번째 단점을 정말 무식한 방법으로 해결해버렸는데, 쉽게 말해서, 의존을 하든 말든 반쯤 단독으로 그룹 전체를 견인할 정도의 역량을 갖춤으로서 해결해버렸단 소리였다. 그야말로 ‘힘이 모자라다면 더 많은 힘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시다’의 표본 그 자체였다.

        

        두 번째 단점 역시도 첫 번째와 얼추 비슷한 맥락이었다.

       

        요컨대 유기적이지 못한 운용에 대비하여, 하모니 팀은 정말 수많은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를 짜놓고 이를 통해 분대를 운용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당장 첫 경기의 첫 번째 교전 때, 김부장 그룹원들에 의해 사망한 하모니 그룹원들은 리스폰 즉시 상대의 본진을 향해 달려갔으니까. 

        

        게다가 이에 대한 또 다른 증거로, 하모니 팀은 주 전력 중 하나인 카토그래퍼를 C에 남겨두어 작전팀 리더로 삼아 A를 돌파해버렸다. 사전에 약조한 것이 아니라면 반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실로 많은 설명이었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상대방 역시 자신의 약점을 알고 이에 대한 대비를 했다는 소리.

        

        

        

       “이걸 뚫어야 한다라.”

        

        

        

        프로 구단의 분석가로 일하고 있었을 때도 이 정도의 불합리에 마주쳐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스트리머로 전향한 이후로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많은 이들은 하모니의 티어에만 주목하지만, 사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그녀가 고작해야 열흘 정도만에 언랭에서 그랜드마스터의 관문을 돌파하였다는 사실이었다. 그야말로 비상식적인 속도였다.

        

        뭐라고 해야 하나, 그 전까지는 아무런 두각을 드러내지 않던 플레이어를 고작해야 두 달만에 저 정도로 변모시킬 수 있다라. 만약 그 자신이 유진이었더라면 프로 팀에 들어가 돈과 명예를 갈퀴로 쓸어담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생각이 헛돈다. 그는 이내 잡념을 지워버리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아직 다 못 읽은 분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설명에 들어가겠습니다.”

        

        

        

        프로페셔널한 손놀림으로 화면을 가리킨다. 검은색 일색인 복장의 손끝에서 뻗어나온 레이저가 팝업 스크린을 이리저리 지시한다. 그의 사소한 움직임으로부터 흑색 코트가 흩날린다. 의중을 알 수 없게 만드는 검은 가면 위로 LED 표정이 떠올랐다.

        

        설명 자체는 방금 했던 생각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그는 진실로 모든 그룹 인원의 통솔자여야 했고,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을 확신하게끔 해야만 했다.

        

        그가 짜내었던 작전이 조심스럽게 풀려났다.

        

        

        

       “…이번 경기의 메인 택틱은 공격과 방어의 동시 통합입니다. 스태미너 게이지가 단 한 순간도 회복되지 않을 때까지 움직일 예정입니다. 쉴 수 있을 때는 아군이 두 개 이상의 지역을 점령했을 때를 기준으로 합니다.”

        

        

        

        조금 더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B가 점령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대 팀의 본진을 지속적으로 흔들어, 계속해서 전력을 분산시킵니다. 따라서 이번 판에서는 분대 단위, 분견대 단위, 작전팀 단위로 계속해서 팀 구성이 바뀔 예정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인컴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 다음.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잠시 숨을 고른 그가 다음 스크린을 팝업하였다. 이 시점에서 다수의 인원들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유는 가지각색이었으나 반론은 없었다. 근 한 달 가량 동안 계속해서 합동 트레이닝을 진행하며 그들은 김부장이라는 사람의 실력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스크린 가장 위, 네 개의 글자로 이뤄진 하나의 단어가 모두의 망막 위를 윤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김부장의 전자 가면에 달린 스피커가 이를 조금 더 명확한 목소리로 언급했다.

        

        

        

       “유인을 통한 B에서의 참수 작전. 하모니의 분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당사자를 첫 번째 전투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대한 많은 폭발물과, EMP를 대비한 도전선과 격발기를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다음으로는 유인을 위한 분대의 운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설명. 단순히 특정 영역에 해박한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것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김부장 특유의 독특한 아바타와 맞물려 기묘한 카리스마를 자아낸다.

        

        어느덧 이들은 홀린 듯 브리핑 데이터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자체 시뮬레이션 및 명령 하달 연습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바쁘게 흘러가고 있었고, 각 팀의 머리 위에 떠오른 카운트는 어느덧 제로를 향해 수렴한다.

        

        로터의 회전 소리와 사회자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투두두두두!

        

        

        

       “그러면, 현 시간부로 두 번째 경기를 시작합니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 HQ, 그곳의 대규모 시뮬레이션 룸.

        

        두 번째 전장은 바로 그곳이었다.

        

        

        

        

        

        

        

        

        

        

        

        

        

        

        

        

        

       “여긴 그래도 좀 따뜻하네.”

        

       “그러네…아, 명령 하달하겠습니다. 실내 교전인만큼 인컴 민감도 조절을 신경써야 할 거예요.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고 마구 울릴 거라, 명령을 놓치거나 할 수 있으니.”

        

       “확인. 인컴 민감도 조절하겠습니다.”

        

        

        

        후우.

        

        다크 존의 계절은 한여름, 현실은 선선하다 못해 슬슬 으슬으슬해지는 날씨를 자랑하는 10월의 마지막. 근래 들어 처음으로 작전 투입 후 입에서 김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감상은 그 정도로 끝이었고, 이제부터는 다시 경기에 집중할 차례였다.

        

        초반 전투는 어떻게 치뤄지려나. 아마도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B를 두고 벌이는 쟁탈전이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미루어본다면 처음은 그다지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선택지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초반에는 어떤 방법을 꺼내더라도 거기서 거기였고,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전 판과 동일하게 본진은 C. 상대팀은 자동적으로 A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전략 자체도 다시금 동일하게 가져가볼까.

        

        

        

       “이전 경기에서 했던 것처럼, C 점령 후 B로 즉각 들어가겠습니다. 인원은 열 명. 카토 씨는 이전 판에 C에 남아있었으니, 이번에는 인간형보스 님이 C에서 인원 통솔해주세요. 필요할 때 즉각 호출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쇼.”

        

       “이번 판에도 잘해보자구요.”

        

        

        

        그리고 머지않아 경기가 시작된다.

        

        육중한 발걸음이 대형 시뮬레이션 룸을 울린다. 열두 명의 인원들이 C의 곳곳에 흩어진 적 AI를 간단히 처치한 후 하나둘씩 단말기를 점령하자, 금방 C가 푸른 빛으로 물들며 통제권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렇게 C에서 사용한 시간은 대략 1분 가량.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분대장님. A에 불이 하나도 안 들어옵니다.”

        

       “아, 설마…이번엔 저쪽도 단단히 작정하고 나왔나보네요.”

        

        

        

        그 순간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확실한 건, 이번 판의 상대는 A를 갖다버리고 시작하자마자 B로 열두 명 전원이 달렸을 거란 사실이었다. 이건 꽤나, 그리고 생각보다 곤란한 선택이었다.

        

        당장 우회하여 A를 점령하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그러면 병력 운용이 상당히 곤란해질 것 같긴 한데…아직 시간은 있다. 상대방이 B로 먼저 달린다고 한들, 막상 도착했을 때의 차이는 생각보다는 그리 크게 벌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거기에, 이전처럼 사망한 이들은 즉각 A로 달리라는 명령도 여전히 유효할 듯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전 판과 다를 바 없을 예정이었다.

        

        그 점을 상기시키며 덧붙였다.

        

        

        

       “B로 갑니다. 인원은 열 명. 작전 계획 변경은 없습니다.”

        

       “확인.”

        

        

        

        그리고 열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B를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불길한 정적에 감싸인 중앙 점령 구역. 그러나 집음 기능은 백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조금씩 발걸음이 들려오고 있음을 감지하는 중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다지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가장 선두에 서서 달리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한다. 힘과 힘이 맞붙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처음에 집중포화를 얻어맞는 일은 없어야만 했다. 따라서 최대한 사격각이 닿지 않는 곳에서 침투하게 될 예정이었다.

        

        실제로, 머지않아 그렇게 되었다. 스캔탄과 드론 등을 통해 빠르게 적진을 훑자마자 돌입이 시작되었다 – 그러나 이번에는 전 판과 조금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각종 기기를 통해 감지된 데이터가 여러 결과를 수두룩하게 토해내고 있었다.

        

        

        

       “적 화력 최소 20% 이상 증대. 호전성도 이전 판에 비해 상당히 강해졌습니다.”

        

       “트로피 시스템을 여러 개 챙겨온 보람이 있네요. 지속적으로 자리 유지해요. 별다른 일이 없다면 C에서 대기하고 있는 인원들은 A로 향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였어도, 적의 행동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무서우리만치 호전적으로 변했다. 팀원의 분석은 정확하였고, 그에 발맞춰 아군의 손실은 이전보다도 훨씬 빠르게 누적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카토 휘하 팀원들이 계속해서 분전해준 덕에 적의 손실 속도 역시도 굉장히 빠르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결과론적으로 보았을 때 인원이 줄어드는 속도 자체는 꽤나 비슷했다.

        

        머리를 이리저리 굴린 하모니가 인컴에 덧붙였다.

        

        

        

       “사망한 인원들은 A가 아니라 B로 합류하세요. 이 시점에서 확실히 적들을 밀어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도의 유연성을 지닌 채 임기응변으로 상황에 대처한다. 아군이 무너지는 속도도 빨랐지만, 카토가 최전선에 합류하며 적군이 녹아내리는 것도 빨랐다. 전반적인 구도는 전 판과 비슷했지만, 템포만이 좀 더 빠른 느낌이었다.

        

        김스톤과 리밋, 호떡을 호출한다. B의 중앙에서 치열한 교전이 발생하고 있었으니, 이를 관통하여 적의 종심을 부술 예정이었다. 나의 분대가 관통력의 중핵이 될 거고, 나머지 인원들은 최대한의 제압사격 및 연막탄과 섬광탄, 소형 EMP 수류탄 등을 통해 적을 견제할 것이었다.

        

        명령 하달은 재빨랐고, 그리하여 다음 순간, 동시다발적인 제압사격과 함께 수많은 연막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약진, 약진! 연막 투시 기능 켠 상태에서 지정 포인트까지 달려!”

        

       “트로피 시스템 전개 완료. 폭발물 걱정하지 말고 가!”

        

        

        

        마지막으로 확인하였을 때 적은 아홉 명이었고, 아군은 일곱 명.

        

        적의 첫 번째 방어선을 돌파함과 동시에 트랩 제거를 위해 시커 마인을 전개했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굴러간 도약 지뢰가 몇 개로 분해되더니 사방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한편, 연쇄적으로 발생한 폭음 사이를 가로지르는 사이, 연막 속에서 지속적으로 피어오르는 발사 섬광을 목도했다.

        

        그로부터 적의 위치를 파악했다.

        

        투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탄창 하나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물론 적의 목숨은 탄창의 절반을 비울 즈음 끊긴 시점이었다. 아홉이 여덟로 줄어든 사이 CQB에 돌입.

        

        이제부터는 반응 속도의 싸움이었다.

        

        

        

       “정면에 셋! 적 위치 표시했어!”

        

       “확인. 우회타격한다.”

        

        

        

        본래라면 이를 확인하고 우회하는 것은 소총수의 역할이나, 이런 말을 하긴 뭐했지만, 나는 분대장인 동시에 해당 그룹에서 가장 잘 싸우는 사람이었다. 적재적소에 전력을 써먹는 것도 분대장의 역할이니, 정상 참작의 여지는 있을 것이었다.

        

        몰리와 핀이 연결된 수류탄을 연속적으로 잡아뜯고는 투시된 연막 사이로 보이는 적을 향해 축차로 던졌다. 적당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든 그것은 바닥에 한 번 튕긴 후, 상대가 그것을 눈치채고 잡아 되던지기도 전에 굉음과 함께 폭발. 그렇게 두 번째 방어선이 무력화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김스톤과 호떡은 사망하였고, 포인트맨인 리밋만이 거의 남지 않은 HP를 추스리고 있었다. 같이 들어가기에는 상당히 애매했기에, 후방에서 제압사격 중인 분대에 약진 명령을 예약하고는 적의 종심으로 돌입했다.

        

        그 순간, 시선이 마주한다.

        

        

        

       ───투두두두두두!

        

        

        

        소음기에 의해 뭉개진 소음과 피어오르는 연기. 그리고 수십에서 수백으로 분쇄된 돌 파편들 사이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김부장이 보였다. 여지껏 보아온 아바타들 중에서도 그의 생김새는 상당히 특이한 편에 속했기에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드럼통과 가구, 그 외에도 정말 여러 가지 기물들을 사이에 둔 채 수십 발의 탄환이 교차한다. UI 한쪽으로 보이는 스킬 지속 시간. 적어도 5초 안에 점착 폭탄의 쿨타임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상대 그룹 리더는 엄호를 받으며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딜 가려고…!”

        

        

        

        푸슝!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가로지른 점착폭탄이 벽에 붙음과 동시에 격발했지만, 안타깝게도 한 발 늦었다. 김부장이 빠져나간 순간 벽이 무너지며 퇴로를 차단해버린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멎어버리는 교전. 불길한 적막이 흐른다. 방 안에는 나를 제외하고도 상대 팀 한 명이 남아있었지만, 그는 퇴로가 막힌 순간 인컴에 손을 대고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보이는 것.

        

        

        

       “이런.”

        

        

        

        교전에 집중하느라 벽과 바닥에 교묘하게 매설되어 있던 전선들이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시간이 느려진다. 정확하게는 그런 착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기폭한 것은 지향성 EMP로 추정되는 폭탄. 무형의 충격파가 방 안을 한 번 휩쓸자 인컴이 노이즈만을 토해낸다. 무어라 명령을 내리기도 전 최상위 지휘 체계가 차단된다.

        

        영악한 방법이네.

        

        

        

       “뭐, 다들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런 사소한 유언과 함께, 다음 순간, 눈 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숨이 멎을 듯한 섬광을 동반하며 한 차례 이어진 폭발 이후, 나는 리스폰 창으로 퇴출되었다.

        

        

        

        

        

        

        

        

        

        

        

        

        

        

        

        

        

       ───콰아앙!

        

        

        

       “…아군 피해 1, 적군 피해 1. 하모니 분대 참수 작전 성공. 남은 전력은 지정 포인트로 집결하세요.”

        

        

        

        하늘에 닿을 듯이 높게 피어오른 폭발. 그와 동시에 UI 위로 팝업되는 두 개의 데스스코어. 그 사이엔 전 판에서 단 한 번도 죽지 않았던 하모니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서늘한 간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간신히 인컴에 대고 말을 잇는다. 하모니의 돌파 속도가 사전에 예측했던 것보다도 훨씬 빨랐기에, 몇 초라도 늦었다간 점착폭탄에 의해 김부장 그 자신도 꼼짝없이 방금 공간에 갇힐 뻔했으니까.

        

        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것은 단순한 IF로 전락했다. 적 팀은 네 명만이 남았고, 아군 피해는…아군 숫자도 역시 넷만이 남았다. 단순 유인 작전에서조차 이 정도의 피해라니, 섬뜩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뒤로 미룬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재집결한 후, 조금 재정비를 하도록 합시다. 적 역시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으니 섣불리 들이대지는 않겠죠.”

        

        

        

        현재 B에 위치한 양 측의 전력은 완전히 동일했지만, 비교적 다행인 점은 본인이 그룹 리더라는 사실이었다. 적은 최상위 지휘자인 하모니가 사망함으로서 그 기세가 꺾였을 터. 지금부터 최대한 빠르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정비를 끝마치고 B를 완전히 탈환해야 했다.

        

        방금 사선을 빠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신을 잡고 명령 하달을 시작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지리멸렬하게 흩어진 팀원들이 일정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승산이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전력을 수습하면 될 것이었다. 그래, 분명 그랬어야만 할 것이었다.

        

        하지만-

        

        

        

       “전방 70m에서 이동 중인 적 인영 다수 감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네?”

        

       “적 주 전력…카토그래퍼 및 분대원 셋! 분대장 권한을 인수하여 즉각 반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런 미친.

        

        생각도 하지 못했던, 또는 알고 있었으나 차마 직시할 수 없었던 사실이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전원…전투 준비하세요.”

        

        

        

        그리고 그제서야 김부장은 자신의 생각이 일부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모두가 잠시나마 뇌리에서 잊고 있었던 사실 – 그는 제1대 팀장이었으며, 당연하게도 그에 걸맞는 돌파력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다음으로 벌어질 사건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알림 : 하모니 그룹이 B를 점령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3분 후.

        

        카토그래퍼 임시 분대는 김부장 측의 잔존 병력을 말끔하게 밀어버리고는 B의 통제권을 손에 거머쥐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모니 원툴팀(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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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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