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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9

        평화롭던 아침.

        

       [이예나: ◼부고◼ 안내문 상주: J. DOX | J. DOX님이 마음으로 낳은 아들, 도적이 별세하셨습니다. 빈소는..(더보기)]

       [이예나: 어떤가요]

       [이예나: 진짜랑 비슷해야 되는데]

        

       발신인을 보고, 이 인간이 웬일로 디스코스나 톡도 아니고 문자를 보내나 했더니. 대뜸 ‘부고’부터 시작하는 문자더랬다.

        

       그 두 글자를 보는 순간, 시훈은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아버리는 기분이었다.

        

       한없이 위태로워 보이던 사람 아닌가. 처음 마주한 날부터 늘 그랬듯. 최근엔 조금, 아주 조금은 나아진 것도 같았지만, 그래도- 술은 여전히 심각할 정도로 마시고 있었으니.

        

       시훈의 머릿속에 당장 본인상부터 떠오른 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리라. 상식적으로, 그런 문자가 예나의 번호로 날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음에도.

       

       메스꺼울 정도로 울렁거리던 가슴이 진정된 건, 흔들리는 눈으로 읽어내리던 문자에서 ‘도적’이라는 단어를 확인하고도 3초가량 지난 후였다.

        

       [아]

       [진짜]

       [야이]

       [진짜 깜짝 놀랐잖아]

       [댁은 제발 이런 장난 치지 마세요]

       [진짜로]

        

       [이예나: 장난 아니에요]

       [이예나: 예신데……]

        

       잠시, 연달아 날아오던 문자에 공백이 생겼다. 핑계를 댔으니 이제 할 일을 다했다는 걸까. 아니면, 고민하는 걸까. SMS에는 메시지를 입력 중이라는 사실을 표기해주는 기능조차 없으니, 알 길이 없었다.

       

       사람을 걱정시키는 것도 정도가 있지. 저런 핑계로 넘어갈 생각인가. 괘씸한 것도 정도가 있다.

        

       ‘기다려줄 이유는 없겠지.’

        

       추궁을 이어나가려던 순간-

        

       [이예나: 놀래켰으면 미안해요]

       [이예나: 근데 진짜 예시였는데 😥]

       [이예나: 진짜로… 부고문자랑 느낌 비슷한지 물어보려 한 거였어요]

       [이예나: 죄송해요]

        

       드물게도 솔직한 사과였다. 이예나가 이런 일로 사과한 게 얼마만……아니, 한 적이 있기는 했나? 처음인 것 같은데.

        

       시훈은 문득, 자신이 ‘부고’까지만 보고 진심으로 가슴이 덜컥 내력앉았다는 걸 눈치 챈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생각하면, 오히려 더 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인지.

        

       [미안하면 평소에 술을 좀 적당히 먹어요]

       [그 나이에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몸을 혹사시키니 부고 문자를 보내도 본인이려니 싶은 거 아니야]

       [암튼 대체 부고 문자 예시는 왜 만드는 겁니까]

        

       핀잔을 쏟아낸 것은, 그런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일까. 시훈은 스스로도 약간은 과민반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절로 움직이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나를 그렇게 걱정했냐는 투의, 놀리는 문자가 날아오면 수치심을 견딜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하여 어떤 답장이 오더라도 흔들리거나 이상한 회신을 하지 않으리라고 굳게 다짐하며, 핸드폰을 숫제 노려보던 순간.

        

       [이예나: 내일 패러데이 사장님 초대해서 인터뷰하고 장례식 할 거거든요]

        

       “……뭐?”

        

       [이예나: 그래서 그런데]

       [이예나: 인터뷰 질문 좀 봐줄 수 있나요]

       [이예나: 사고는 어차피 날 테니 준비라도 정상적으로 하고 싶어]

        

       대체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문자였다.

        

       패러데이 사장과는 어떻게 인터뷰까지 하게 된 건지. 그런 거물과의 인터뷰에서 사고가 날 거라는 걸 알면, 방지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지. 애초에 사장을 불러놓고 왜, 무슨 장례식을 한다는 건지. 그 와중에 그 준비라는 중차대한 일을 왜 자신한테 부탁하는지.

        

       시훈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떠다니는 생각들을 애써 치우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보내 봐요]

        

       [이예나: 네 디스코스로 보낼게요]

       [이예나: 고마워요 🐤!]

        

       [그건 또 뭔 이모지야]

        

       [이예나: 카나리아 닮지 않았나요]

       [이예나: 나오나 망하고도 계속 나무꾼이라 부르긴 좀 그렇잖아]

       [이예나: 미리미리 준비해둬야죠]

        

       [……병아리 아닌가]

        

       [이예나: 음]

       [이예나: 그래도 시커먼 남자 별명이 병아리는 좀……]

       [이예나: 생각은 해볼게요]

       [이예나: 취향 특이하시네…]

        

       [아니 나를 병아리라 부르란 게 아니고]

       [저 이모지가 병아리 이모지란 거잖아]

       [야]

       [답장하라고]

       [야이씨]

       

       * * * *

        

       꼼꼼하고 치밀한 일정을 수립해서 치열한 일과를 보내는 이들에 대해 내가 가지는 감정은 존경, 혹은 동경에 가깝곤 했다.

        

       자평하건대, 나는 빈말로도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는 편은 아니었으니. 여행을 가더라도 교통편에 숙소까지 미리 잡아두면, 내가 계획한 것 치곤 제법 상세한  일정이 잡힌 여행 축에 속하곤 했더랬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나름 상세한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이해가 잘 안 될 정도의 열정을 불태우는 상대방에 보조를 맞추다 보니 저절로 생겨난 것에 불과했지만.

        

       그리하여, 오늘 합방의 일정은 제법 촘촘하게 짜여 있었다. 무려 10분 단위로 스케줄이 준비되어 있었으니- 내 방송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든든한 일정표라고 할 수 있겠다.

        

       ……첫 5분을, 마이크랑 카메라 켜느라 날려먹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서두르기만 하면 괜찮을 것 같은 것이……. 자기 주제를 잘 파악한 과거의 나는, 애초에 일정표 사이사이에 ‘무슨 이유로든 10분 가량 소실’ 이나, ‘이상한 도네이션으로 5분 지체’ 등을 넣어 놓았더랬다.

        

       왜, 문제가 있을 땐,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 게 해결의 첫번째 단계라고 하니까.

        

       언니 때문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할 건 했구나.

        

       스스로를 조금은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진행을 시작했다.

        

       “자. 카메라는 이 쪽이에요. 성함과 티어부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패러데이 게임스의 총괄 개발자이자, 현재는 사장을 맡고 있는 J. Dox입니다. ……티어? 티어는 최고점수 기준 마스터입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게임을 못해서, 마스터 자격은 없는 것 같네요.”

        

       『미친년 아니야 진짜』

       『따먹아 나 이 구도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왜 반대냐』

       『번역기 성능 좆되네』

       『사장 불러놓고 티어는 왜 물어봐 이 미친년아…』

       『아니 찐 사장임 진짜로?』

       『사장이 마스터 ㄷㄷㄷㄷㄷ진짜 겜에 진심인 회사 맞구나』

        

       자동 번역 프로그램이 사장의 대사를 화면에 띄우는 데까지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었다. 나름 퀄리티는 괜찮은 것 같은데, 이런 문제가 있네.

        

       이런 타이밍에,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하면 될 것 같긴 한데.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어라……세계적인 기업의 사장도 마스터? 그러면 그냥 백수에 골드인 나는 대체……】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게임 장례식 컨셉 방송에 사장을 초대하면 어떡해 이 미친년아……】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초대한다고 나온 사장이 더 문제 아니냐】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그래서 누구 장례식입니까】

        

       그래도 조금, 조금 과한 것이.

        

       평소에는 시청자들끼리라도 편하게 대화하도록 두거나, 라디오를 틀어두는 느낌으로 방치하다시피했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사장과 이야기도 해야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시청자들과 소통도 해야하는데.

        

       이렇게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드는 사람이 많으면, 방송 진행이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후원, 생각보다 방해되는 거였구나.

        

       “음……죄송하지만, 후원은 끌게요. 그냥 단가를 올려라……아니, 갑자기 가격을 올리는 건 좀. 성수기라고 바닷가 모텔 1박에 30만원 받는 느낌이어서……네.”

        

       『모텔?』

       『모텔 가격은 어떻게 아십니까 선생님』

       『아 진짜 그만 좀 해라 여행 안 다녀봄?』

       『이새끼들은 대가리에 섹스밖에 없나 진짜』

       『유니콘: 죽을게…』

       『고소 진행 어케 되어감?』

       『10명은 시1발 만 명을 고소해도 부족해보인다』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컨텐츠야』

       『걍 매니저를 좀 임명하라고 초당 10밴해도 되겠다』

        

       아, 매니저. 그것도 있었지.

        

       “네. 이것도 공지드리려 했는데. 옆에 손님 계시니까 빠르게 갈게요. 관리매니저로, 지망자 중 최고 티어였던 우리 돌격대장님을 임명하기로 했어요. 디스코스로 카나리아표 매뉴얼 보내드렸으니 그대로 해주시고…… 손 부족하면, 전달드린 명단 순서대로 매니저 임명하시면 돼요. 시위에서 도와주신 분들 티어 순 정렬이니까 참고하시고.”

        

       -딸깍

        

       준비해둔 파일들을 보내고……임명. 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갱생도질’이 매니저로 설정되었다. 이걸 뭘 그리 오래 미뤄왔는지.

        

       방송 종료 외 모든 권한을 부여했는데, 괜찮으려나 싶으면서도- 뭐, 알아서 잘 하겠지. 처음에 못해도 실력이 늘 거고. 원래 사람을 믿을 거면 확실히 믿어줘야 하는 법이다.

        

       오히려, 첫 공식 매니저 임명의 순간임에도 시간을 많이 할애해주지 못하는 게 조금 미안해지는데.

       

       다음에, 뭔가……뭔가, 보답할 방법이 있으려나.

        

       “자. 다들 박수 한번 쳐주세요.”

        

       -짝짝

        

       『뺨 짝짝』

       『[매니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7』

       『하 시파아알련 감 존나 뒤졌네』

        ㄴ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솔직히 성칭찬은 봐주자 저 아가맘마통 강조띠를 보고 참는게 말이 되냐』

        ㄴ영구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아니 시1발 하필이면 저새끼한테 맡기냐고』

       『[매니저] 과도한 성적 발언 전부 영구밴입니다.』

       『육수도질 씹1새야 나도 밴해봐라』

       『육수새끼한테 완장채워주니 정신 못 차리네 ㄹㅇ』

       『아따먹 아이디부터가 따먹어달라는 뜻 아님?』

        ㄴ영구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일 잘 하네.

        

       이렇게까지 기다렸다는 듯이……진작 맡길 걸 그랬나. 감탄이 절로 나오는 처리 속도였다.

        

       잠시 감상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본격적인 진행을 시작했다.

        

       “자. 그래서, 이게 누구 장례식이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네요. 음……바로 그걸 정하는 자리입니다. 액자가 비어있잖아요. 오늘 방송이 마무리될 때, 저기에 뭘 넣을지 정할 거예요. 마침 스튜디오에 프린터도 있고.”

        

       -딸깍

        

       마우스를 클릭해서, 준비해둔 이미지들을 화면에 띄웠다.

        

       순차적으로 떠오르는 도적 초상화, 거대한 대검, 나이트 오브 나이츠 아이콘, 패러데이 게임스 로고. 그리고…….

        

       잠깐만요. 제 사진 아니에요 이거? 이건 왜 있습니까?”

        

       “……혹시라도 나오나의 현 사태에 일조하셨다고 밝혀지면, 책임은 지셔야 하지 않을까요. 어쩔 수 없어요. 예외는 없어서……. 자, 보시면 여기 제 사진도 있어요.”

        

       아니-”

        

       “그러면……우선 인터뷰부터 시작해볼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글쓰는백수 님, 1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열두안즈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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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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