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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9

       아무튼 일이 그렇게 되었으니, 나는 일단 부회장의 권한에 어떤 것이 있는지 조금 살펴보기로 했다.

        

       내가 부회장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일단 내가 가질만한 힘이 뭔지 제대로 살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부회장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부회장이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회장의 일을 보조하는 것이다.

        

       뭐 그래봐야 고등학생밖에 되지 않는 애들이 자치권을 얻어봐야 얼마나 강하겠냐, 라는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이 학교는 기본적으로 등록금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학교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그 등록금은 그저 학교 시설에만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나 수학여행, 체육대회나 축제 같은데도 똑같이 투자된다.

        

       학생회의 존재감만 두고 생각하기에는 정말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을 학생회가 정할 권한이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학생회의 권한이 어떻건 간에 이 학교의 학생회에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이름만 올리고 있을 뿐이고, 그 예산도 그냥 적당히 대충 분배되고 마는 것 같기는 하지만. 하긴, 학생회는 물론이고 동아리마저 대충 이름만 올려놓는 아이들이 많으니 이 예산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리가 없다.

        

       결국 예산이 제일 많이 쓰이는 곳은 수학여행과 축제 정도다. 그리고 이 두 경우에는 당연히 학생회가 전부 맡아서 일 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들이 개입해서 나름대로 엄격하게 관리된다. 예산이 있다고 해서 학생회 마음대로 막 써버릴 수도 없다는 말이다.

        

       아무튼…… 이러니저러니 해도 존재감에 비해서 힘은 강한 학생회였다는 말이다.

        

       다만, 그 대부분의 일은 위원회와 회장이 조율해서 하는 거고, 부회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회장이 하는 일을 보조한다.

        

       당연히 부회장은 회장의 측근인 경우가 많고, 회장이 하자는 대로 움직이는 거수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회에서 이인자면서도 독자적으로 어떤 위원회의 장이 아니기 때문에 대단한 권력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말이 다르긴 하지.”

        

       내가 중얼거리자, 손아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논의해보기 위해서, 우리는 손아름과 함께 집에 모여 있었다.

        

       더는 이 집 안에서 내가 눈치를 봐야 할 사람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굳이 인적이 드문 카페 같은 곳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뭔가 중요한 일을 의논하기 위해 모이는 거라면 여기서 모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물론, 나, 하늘이, 소희, 수아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조금은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그나마 지금은 나름 진지한 분위기라 내 옆에 달라붙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분명 기회가 있으면 바로 달려들어서 나한테 뽀뽀 세례를 쏟아부을 게 뻔하다. 앞에 누가 있던 상관 없다. 아니, 오히려 누가 있기 때문에 마킹이라도 하려는 듯 그렇게 달라붙는 건지도 모르겠고.

        

       “회장이 나한테 저렇게 나오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일단 내가 부회장이 되었다는 가정하에서 이야기해보자.”

        

       사실 지금 와서 물러나겠다고 하는 것도 조금 그림이 이상해서,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 그런 상황을 가정해보았다.

        

       “으음…… 일단, 비어있는 위원장 자리를 채우는데 너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겠지.”

        

       부회장이라는 자리는 원래는 힘이 별로 없는 자리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 학교의 서열을 뒤집어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회장이 나에게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만약 회장이 나를 부회장 자리에 정말로 올리게 되면, 나는 투표 없이 군림하는 회장 대행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어느 미국 드라마에서 부통령이 된 주인공이 ‘민주주의는 과대평가 되었어’라고 한 적이 있는데 딱 그 꼴이었다.

        

       원하지도 않는, 심지어 남들은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권력이 내 손안으로 그대로 굴러들어올 판이었다.

        

       “위원장이 몇 명이나 남았는데?”

        

       “학예, 체육, 봉사, 선도, 도서 위원회 중에서, 세 곳이 비었어. 원래는 선도 위원장도 전학 갔는데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간 참이고.”

        

       “…….”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뭐,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사람만 제대로 채워 넣으면 전보다 더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말을 하는 손아름을 내가 째려보자, 그녀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차라리 부회장 자리에 너가 들어가는 건 어때?”

        

       “나, 나?”

        

       손아름은 나의 말에 다소 당황한 듯 우물거리다가,

        

       “나는…… 아직 그 정도 그릇은 안되니까.”

        

       라면서 어정쩡하게 거절했다.

        

       ……뭐, 하기 싫다는 애를 억지로 부회장 자리에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냥 적당히 세워두고 너는 뒤로 빠져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소희가 그렇게 말했다.

        

       “나도 만약 부회장이 되면 그러려고 했어. 회장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이론적으로는, 처음에 일 좀 하는 척하다가 뒤로 빠져있어도 큰 문제는 없다.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된 것도 아니고, 부회장이라는 직함은 그럴싸해도 원래 실질적으로는 권력이 별로 없는 자리니까.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런데, 그 자리는 거의 다 생일파티 초대장이 있는 사람들한테 시킬 거 아니야.”

        

       소희의 이야기를 들은 하늘이가 반박했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내가 학교 안에서 누구 눈치 안 보고 지낼 수 있는 위치라고 하더라도, 만약 내가 초대장 없는 아이들에게 위원장을 넘기면, 내가 그 애들을 전부 용서했다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내가 부회장 자리에 굳이 지원한 것부터가 이런 짓도 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 위해서인데, 그런 짓을 저지르면 그 이유 자체가 망가져 버린다.

        

       그러니, 당연히 빈자리는 나에게 최소한의 호감이라도 느끼고 있는 사람을 앉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사라한테 일거리가 돌아오지 않을까?”

        

       수아가 턱에 손가락을 댄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렇다.

        

       회장이 그대로 있다고 해도, 그 아래를 부회장인 나의 측근들로 꽉꽉 채워버리면 아마 그 애들은 회장 말을 그대로 무시하고 나에게 직통으로 보고할 거다.

        

       학생회장 성격을 보면, 당연히 그 일들에 대해서 제대로 항의하지도 못할 거고.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내가 조금이나마 일하게 될 수밖에 없다.

        

       나는 다시 한번 손아름을 찌릿 째려보았다. 손아름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내 눈을 피했다. 머리 위의 바보 털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뭐, 어쩌겠어.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는데.”

        

       결국, 나는 한숨을 푹 쉬면서 그렇게 말했다.

        

       “일단은 굴러가는 대로 두고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지켜봐야지.”

        

       내가 내린 결론은 그랬다.

        

       ……별로 소득은 없었다는 뜻이다.

        

       *

        

       “비어있는 부회장 자리에는 너의 이름을 올려놨다. 선생님들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어…….”

        

       다음날 수업이 끝나고 학생회장실을 찾아갔다가 그런 소리를 들었다.

        

       아니, 나는 아직 하겠다는 말도 안 했는데……?

        

       “아니, 나는 아직 하겠다는 말도 안 했는데……?”

        

       앗, 생각만 했던 말이 그대로 입 밖으로 튀어 나가 버렸다.

        

       “어……? 어제 하겠다고 했잖아?”

        

       “어, 아니, 그게.”

        

       여기서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확실히, 어제 내가 했던 행동만 생각해보면 나는 분명 부회장 자리에 큰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대놓고 회장을 협박하듯이 말하기까지 했고, 회장은 나에게 부회장 자리를 넘기겠다고 했었으니까.

        

       ……그런데 일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지나갈지는 몰랐지.

        

       적어도 선생 중에서 반대하거나 시간을 끌려는 사람이……나올 리가 없구나. 이미 켕기는 게 있는 사람들은 죄다 도망가버렸으니까.

        

       남은 사람들이라고 켕기는 게 없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반항할 생각은 하나도 남지 않았으리라.

        

       아니, 그보다, 새로운 교사를 얼른 구해와야 하지 않을까?

        

       기왕이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교사로 말이다. 적어도 학생들 돈을 탐하는 교사여서는 안 되지.

        

       ……부회장이 된 김에 한 번 말해볼까.

        

       “……그거 일 처리가 빨라서 좋네요.”

        

       아무튼, 이 자리에서 뜬금없이 거절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므로, 나는 일단 그 말에 동의하기로 했다.

        

       뭐, 이렇게 된 바에야 처음에만 좀 일하는 척만 해두고 그다음부터는 뒤로 물러나서 가만히 있어야겠다.

        

       만약 나한테 이런저런 의견이 날아오면 그냥 위원장들 선에서 알아서 끝내라고 하기로 하고.

        

       과연 그게 생각대로 될까?

        

       사라가 조금 놀리듯이 말했다.

        

       ……만약에 내가 부회장이 되어서 바빠지면, 내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하늘이랑 소희랑 수아랑 차례대로 껴안고 키스한 다음에 사라한테 몸의 주도권을 넘겨버려야겠다.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그러니까 내가 업무에 짓눌리지 않게 기도나 하고 있으라고.

        

       “그래…….”

        

       학생회장은 나의 말에 조금은 해탈한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일단은 비어있는 위원회 자리를 채우는 것부터 시작하자. 지금 당장 멀쩡하다고 할 수 있는 위원회는 선도 위원회와 도서 위원회뿐이야. 조만간 학생회 회의 날짜를 잡도록 하자.”

        

       “……그러죠, 뭐.”

        

       결국 나는 반쯤 자포자기한 채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따라랏쥐님, 후원 감사합니다!

    언제나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존재가 제가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이유입니다. 혼자 글을 쓰면 결국 막히는 부분에서 그냥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에서 쓰기에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쓴다고 해야할까요. 사실 혼자만 하는 망상은 굳이 구체적일 이유가 없으니, 그냥 줄거리 정도만 써두더라도 그걸로 만족할만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하면, 책임감을 가지게 됩니다. 오늘 저의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시고, 내일 올라올 글을 기다려주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오늘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되니까요. 그렇게 한 화 한 화 완성해나가다보면 결국 완결까지 낼 수 있게 되는 거겠죠. 저의 전작도 그랬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이렇게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는 것은, 작가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저의 소설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읽으신 것이 아깝지 않도록, 꾸준히 연재하여 반드시 소설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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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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