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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9

       세상을 살다보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많구나.

       

       내 돈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 입장이 되었거늘 어찌하여 돈을 받아달라고 빌게 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에 한해 이상한 것은 본인이 아니라 설아 그 녀석이다.

       

       사람이 다른 이를 위해 일을 하는 이유는 오롯이 자신의 이득 때문이거늘 그 이득을 자신의 손으로 걷어차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하느냐.

       

       정말이지. 내 어이가 없어서 무어라 할 말이 마땅찮을 지경이었다.

       

       설아가 산다는 빌라 앞에 도착해 전화를 걸었더니 설아가 재빠게 전화를 받았다.

       

       “네! 화령님!”

       “도착했는데요.”

       “버…벌써요?! 잠시만요! 아직 준비가.”

       “언제까지 서있으면 되나요?”

       “앗! 화령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어. 그게. 그러니까.”

       

       자기의 안에서 당착이 온 것일까.

       

       설아는 전화 너머로도 허둥거리는 모습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말을 더듬다가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빌라 안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나더니 얼마나 움직였다고 숨이 벅차 보이는 설아가 바깥으로 나왔다.

       

       “금방!… 오셨네요!…”

       “일단 숨부터 쉬세요.”

       

       헥헥거리는 설아를 가만 보다가 그녀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기운이 그리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불안정하고 마구잡이로 뻗어나가서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모습.

       

       도만이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몸 안에 흐르는 기운도 불안했다.

       

       사람은 심법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도 몸 안에 기운을 지닌다.

       

       흔히 이야기하는 선천진기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 설아는 그 진기가 꼬여가는 중이었다.

       

       머리가 아프군.

       

       얼마 전에 마주했을 때만 하더라도 커다란 이상은 보이지 않았거늘 갑작스레 이리 된 것인가.

       

       그렇게나 자신의 목숨을 내다버리는 것이 즐거운 게냐?

       

       아직은 영향이 미미해 보인다만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가는 자신의 몸이 이상을 견디지 못해 자멸해 버렸을 터.

       

       “화령님?”

       

       내가 자신을 바라보는 게 불안했던 것일까.

       

       설아가 조심스레 목소리를 냈다.

       

       “설아 씨.”

       “네!”

       “요즘 뭘 하고 다니시는 거에요?”

       “저요? 그게. 평소랑 비듣?!…”

       

       말을 하다가 혀를 깨문 것일까.

       

       목소리가 튀어서는 고음을 내더니 양 손으로 입을 붙잡은 채 고통을 호소했다.

       

       거짓말도 적당히 못해야 모르는 체를 해주지.

       

       이 정도면 모르는 체를 하는 편이 더 이상하지 않으냐.

       

       내가 한숨을 내쉬자 설아가 내 눈치를 보았다.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합시다. 그래도 되죠?”

       “네! 물론…이 아니라 근처에 카페 같은 데 가는 게 어떤가요?!”

       

       집 안에 못 보여줄 것이라도 있는 게냐?

       

       저리 이야기를 하는 설아의 눈이 너무도 간절하여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근처 카페로 가죠.”

       “네에! 잠시 기다려 주세요. 지금 찾아볼게요!”

       “…여기 설아 씨네 집 근처 아닌가요?”

       “저 집 밖으로 안 나오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집 근처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정도는 알지 않으냐?

       

       정말로 아예 집 바깥으로 한 걸음도 나오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야?

       

       허어. 내 은거를 하며 살적에도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즈음 세상에서 카페라는 것은 길목을 지날 때마다 하나씩 보이는 것이었던지라 카페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시 물어볼게요. 뭐 하고 계세요?”

       

       그렇게 카페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후에 대놓고 설아에게 물음을 던졌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기에 단 시간 내에 자기 몸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나 싶어서.

       

       그러자 설아는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마냥 눈을 옆으로 굴리다가 자그마하게 말을 꺼냈다.

       

       “그으. 화령님이 왜 천마신공을 가르쳐주지 않으시려는 건지 알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녔어요.”

       “그래요?”

       “…이걸로 뭐라 하시려는 거 아니셨나요?”

       “제가 그걸로 왜 뭐라고 해요?”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주변의 도움을 빌리는 일에 내가 무어라 할 이유가 있느냐?

       

       본인은 어찌 되었든 간에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만 한다면 족하다고 생각하는 인종이다마는.

       

       “그래서 답은 나오셨나요?”

       “화령님께서 제게 천마신공을 가르쳐주지 않으려는 건 천마신공이 마공이기 때문이죠?”

       “네.”

       “그거라면 저 괜찮아요. 그 정도 아픈 건 견딜 수 있으니까.”

       

       뭐?

       

       “…잠깐만요. 설아 씨. 천마신공에 먹혀 봤어요?”

       “네? 네.”

       “어디서?”

       

       본인이 아니라면 그대의 주변에 천마신공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이가 없을 터인데?

       

       은인께서 본인의 의중을 신경 쓰지 않고 신공을 가르쳤을 리는 없고.

       

       백화령 그 놈인가?

       

       …아니지. 아냐.

       

       이런 의심 자체가 무의미하구나.

       

       설아 이 녀석이 지닌 재능으로 하루 아침에 천마신공의 심법을 익히기란 불가능.

       

       그런 일이 가능했더라면 이 녀석은 진작에 자하신공을 완성했을 것이다.

       

       설령 광기에 가까운 집착으로 심법을 익혔다 한들 하루 아침 만에 천마신공에 잡아먹힐 수는 없다.

       

       신공의 내기가 아무리 포악하다 한들 결국에 내기일 뿐이다.

       

       그 양이 자그마하다면 결코 주인을 잡아먹을 수 없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해.

       

       대체 어디서.

       

       “아피스에서요.”

       

       아피스.

       

       그 속에 있는 본인의 몸을 이용한 것인가!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가능하긴 하지.

       

       허나 거기에 있는 본인의 몸은 이미 어느 정도 천마신공을 제어하에 둔 상황.

       

       그 균형을 무너트리고 폭주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터.

       

       설아가 그를 해냈다고?

       

       “화령님의 권을 재현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신공의 내기가 폭주했다고요?”

       “네. 잘 안 돼서 될 때까지 해보려고 했는데 화령님이 연락하실 때까지 성공 못 했어요.”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정신이 나갔다고 해야 할지.

       

       어느 쪽인지 따질 필요는 없겠구나.

       

       둘 다니까.

       

       이치도 뭣도 모르는 녀석이 자신의 중심도 잡지 못한 채 저 먼 경지의 사람을 따라 잡으려다 일어난 참사다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느냐.

       

       본인을 따라하겠다는 집념만으로 쉬이 무너지지 않을 몸을 붕괴시킨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그와 동시에 정신이 나간 짓거리이기도 하다.

       

       천마신공의 내기에 잡아먹히는 것은 범상한 자가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다.

       

       고통을 느낄 일이 흔치않은 현대인이라면 더더욱.

       

       아무리 다른 세상의 육신이라도 고통은 고통일텐데 그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고?

       

       그런 미친 짓거리를 하니까 진기가 뒤틀리는 것 아니더냐!

       

       “어어. 제가 뭘 잘못 했나요?”

       

       아무래도 스스로의 몸 안에 뒤엉킴이 생겼음을 눈치 채지 못했나 보구나.

       

       하기야 아직은 그 영향이 미미하니 그럴 수도 있겠지.

       

       무언가가 잘못되어가는 줄도 모르겠군.

       

       하아. 이 빌어먹을 것을 직접 만나러 와서 다행이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자기가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미친 짓거리를 반복하다가 비명횡사를 했을 터.

       

       “설아 씨. 오늘 부로 아피스 금지에요.”

       “네?!”

       “아니. 제가 허락하기 전까지 천마신공에 손대는 거 자체를 금지할게요. 만약에 이거 어기면 해고할 거에요.”

       “해고요?!”

       

       다시는 내 영상을 만들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단언하니 설아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러다가 결국 천마신공에 대한 미련보다도 나에 대한 미련이 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 놈은 내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것인지 알려나 몰라.

       

       “대체 왜 그렇게 천마신공에 집착하는 거에요? 다른 무공이라면 알려드릴 수 있다니까요.”

       

       정파의 무공 중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 없는 것들이 많다.

       

       오히려 신체의 흐름을 건강하게 해주어 고위층에서 교양삼아 배우는 것들도 존재할 지경이지.

       

       그런 거라면 얼마든 알려줄 수 있다만.

       

       “애초에 설아 씨는 천마신공을 사용하지도 않으셨잖아요.”

       

       그대가 천마신공이라는 무공에 집착하는 이였다면 이전에 한서우마냥 신교에 처들어갔겠지.

       

       그렇지 않으냐?

       

       “그치만.”

       “그치만?”

       “화룡무인의 천마신공은 제가 생각하던 것과 달랐으니까요. 허약하고 쓰레기 같았죠. 그렇지만 화령님께서 보여주신 건 달랐어요.”

       

       설아는 이야기했다.

       

       내가 검은 것을 쓰려트렸을 때 보았던 감동을.

       

       결코 이길 수 없어야 할 것을 무로써 극복하는 걸 봤을 때의 짜릿함을.

       

       자신이 상상하던 이상향을 눈앞에 마주했을 때의 경악을.

       

       “전 천마신공을 배우고 싶은 게 아니에요. 화령님의 천마신공을 배우고 싶은 거에요.”

       

       무언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마는.

       

       하아. 말해도 들어먹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을 하기가 싫어지는구나.

       

       그래도 가만 내버려 두면 또 어떤 미친 짓거리를 저지를지 모르니 방향성 정도는 제시해 두는 게 낫겠지.

       

       “설아 씨. 당신은 제게 천마신공을 배우고 싶은 거죠?”

       “네!”

       “그럼 당신만의 하늘을 보여주세요.”

       “제 하늘이요?”

       “화령님이요! 라는 헛소리 말고 오롯이 당신만의 하늘 말이에요.”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것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만 그렇지 않고서야 그대에게 천마신공을 알려줄 일은 없을 것이다.

       

       뭐어. 나만의 하늘?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는 걸로 보아 헛소리로 취급할 것 같지는 않구나.

       

       저것에 대한 대답은 그리 쉬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당분간은 헛짓거리를 하지 않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족하겠지.

       

       “그리고 설아 씨.”

       “네?”

       “계좌번호 내놔요. 당장.”

       

       *

       

       “못해요.”

       “그렇지만 사장님.”

       “사장님이고 자시고 절대로 못해요!”

       

       엔리가 소리를 치자 전화기 너머에서 이야기를 하던 하늘이 곤란한 기색을 보였다.

       

       “요즘에 이게 조회수 복사기라고요. 다른 분들이 영상 올린 거 보면 장난이 아닙니다.”

       “괜히 유행에 편승해봐야 망할 뿐이에요!”

       “마이튜버는 반대죠. 알고리즘에 올라타야 떡상하지 않습니까. 사장님도 잘 아시면서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그 알고리즘 때문에 제 목숨을 걸 순 없어요! 좀비게임을 하라뇨!”

       

       두 사람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다투고 있는 이유는 하늘이 엔리에게 권유한 게임 때문이었다.

       

       던 이스케이프.

       

       최근에 발매 된 이 게임의 내용은 간단하다.

       

       좀비 아포칼립스가 닥친 세상의 생존자가 되어서 최대한 오래 살아남으면 되는 것이다.

       

       다른 좀비 게임들과의 차별점이라면 이 곳의 생존자는 플레이어 뿐이라는 것.

       

       좀비들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발악하다가 죽음으로 결말을 맞이할 뿐인 이 게임에 무슨 재미가 있는지 엔리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이 게임은 인기가 있었다.

       

       지금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고 있는 엔리조차도 조회수가 잘 나올거란 사실은 인정할 정도로.

       

       그렇지만 인기가 있다 해서 무작정 그 게임을 할 순 없었다.

       

       좀비영화만 보더라도 그 날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엔리다.

       

       프로 겁쟁이인 그녀가 좀비 세상에서 좀비들과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 없잖은가.

       

       그 전에 심장마비로 죽을 게 분명했다.

       

       “못해요! 어쨌든 안돼요!”

       “사장님.”

       “왜요!”

       “지난 몇 주간 사장님의 고집 때문에 저희가 얼마나 고생했는 지 아십니까?

       그 빌어먹을 FPS 게임을 하느라 건질 거 없는 방송에서 영상을 만들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냔 말입니다.”

       

       독기가 서린 편집자의 말에 어. 어. 하며 당혹스러워하던 엔리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눈동자를 굴렸다.

       

       확실히 내가 잘못한 게 많기는 한데.

       

       “저희가 고충을 호소해서 사장님은 고집을 부리셨죠. 이젠 저희 고집을 받아주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저어… 알겠어요. 하긴 할게요. 대신에.”

       “또 뭡니까. 이상한 모드 같은 걸 깔 생각이시면.”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다른 분이랑 같이해도 괜찮을까 싶어서요.”

       “누구요.”

       “화령 씨요.”

       “그 분이라면 괜찮죠!”

       

       화령의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밝아진 편집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엔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소한 혼자서 죽진 않겠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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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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