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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9

     [늦은 밤, 캐롤라인 성 서재.]

     미친 생각 같지만, 의외로 전술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 전술의 준비를 위해, 바토리 소장은 집사장 말콤의 안내를 받아 백작성 내에 있는 물건들 중 필요한 재료를 수배하러 떠났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에게 돌아와, ‘마도자동선 직진돌격’ 계획에 대해 전했다.

     “확실히, 좋군.”

     아버지의 평가도 그렇지만, 나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궁정마법사들이 후작성에 텔레포트 마법을 차단하는 결계를 펼쳤을 테고, 투명마법으로 몰래 접근하려고 해도 기사단의 탐지 마법에 쉽게 걸릴 터.”

     전쟁의 패러다임에 있어, ‘노스트럼식 전쟁’에 가장 익숙한 건 아버지다.

     “왕국군 마법사들이 그나마 생각하고 있는 건 비룡을 통한 강습 정도일 뿐.”

     “저기, 왕국군이라고 지칭해도 되는 겁니까?”

     “우리도 왕국군이지. 비공식적인 자리니까 괜찮다.”

     아버지는 공식적으로 퍼지면 논란이 될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렸지만, 실제로 많은 귀족들이 바르셀 후작가에 협력하고 있다.

     “그렇지 않소, 샤를로트?”

     “아하하….”

     아버지의 옆, 어머니가 쓴웃음을 지은 채 편지를 분류하고 있다.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아마 어머니와 함께 새롭게 도착한 편지들을 정리하고 있었던 모양.

     “그래도 이렇게 뒤로 편지 보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잖아요?”

     “샤를로트 백작 부인을 통하면 자기들은 용서받을 줄 아는 그런 파렴치한들이지.”

     “너무 그러지마시고. 저를 통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제가 백작님의 아내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요?”

     “음.”

     

     어머니가 분류하고 있는 편지는 여러 귀족 가문에서 ‘부인’들을 통해 보내진 것.

     “저한테 보내는 거지만, 사실상 백작님께 보내는 거죠.”

     “겉으로 보내면 왕가에 밉보일 테니. 이해는 한다만, 당당하게 본인이 직접 써서 보낼 것을.”

     “남자가 보낸 편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건…확실히 그렇군.”

     

     남편 몰래 보낸 것도 있을 것이고, 남편의 승인 하에 보내진 것도 있다.

     “그레이. 어떠니? 이 정도면 나름 네가 말한 그 면검부, 잘 팔릴 것 같아?”

     “예. 예상보다도 더 잘 관계를 맺어오셨군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8년 전, 매국의 날로부터 내가 어머니를 시켜 여러 가문의 귀부인들을 상대로 사교적인 편지를 보내거나,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축하금과 선물 등을 보내서 사적인 관계를 맺어온 가문들.

     “어디 멀리 가문 여기저기 방문하는 것도 아니고, 편지 좀 쓰고 탈러 좀 넣어서 보내주고 그러면 다들 경조사 치르고 좋다고 편지 써서 보내더구나.”

     “이번에도 그 루트로 다 들어온 겁니까? 이게?”

     “바르셀과 지브롤터를 돌아오기는 했지만, 평소에도 사교적인 편지 보내는 루트로 들어온 거지. 그 내용만 좀 바뀌고 봉투만 바뀐다면, 누가 보냈는지는 직접 열어봐야 알 수 있지 않겠어? 후후.”

     “확실히.”

     결혼이나 사망 등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직접 가지는 못해도 사람을 보내어, 최소한 가문마다 수백에서 수천 탈러는 부었을 것이다.

     “처음 그들이 전부 후작령을 지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배신감도 들었지만….”

     그런 가문들도 공식적으로는 내전에 준하는 영지전을 일으킨 지브롤터 변경백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다들 그 동안 받아놓은 편지랑 축하금 위로금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정도 몸 사리고 있는 건 맞더구나. 앞에서는 국왕을 향해 알랑방귀를 뀌고, 뒤로는 이렇게 우리에게 편지를 보내는 걸 봐선.”

     “정치죠. 사교라는 것도 어떤 이들에게는 친교를 다지는 행위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정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

     “어머니. 진심으로 대한 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알아. 현실이니까. 그리고 그런 현실을 알기에, 이렇게 8년 만에 딸에게 쓴 첫 편지가 자기 살려달라고 하는 것도 찢어버릴 수 있는 거지.”

     어머니는 내게 보여주기도 전에 이미 찢어진 편지를 하나 내밀었다.

     안에 적힌 필체로 보아 발자크 렘부르 군터 자작의 것처럼 보였고, 심지어 아버지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정말이지, 딸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자기 생명줄로 삼으려고 하다니. 그레이.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네게는 외조부가 없다고 생각하렴.”

     “…….”

     “돌아가신 선대 지브롤터 백작, 네 조부께서 나를 딸처럼 아껴주셨으니까, 딱히 슬프거나 그러지는 않아.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물론 네가 아직 렘부르 군터 자작가를 좀 더 이용하겠다고 한다면….”

     “거기는 렘버리로 다 끝났습니다. 그렇기에 어머니께 어떻게 비벼보려고 하는 거겠죠.”

     “크흠.”

     발자크 자작에 대한 화제가 나오는 게 불편했던 걸까.

     아버지가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리기를 바라는 눈치를 보였다.

     “…아 참. 생각보다 우리를 믿는다거나,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지지하는 가문들이 있더라. 한 70% 정도. 롤랜드 후작령에서는 아예 비공식적으로 우리를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보내줬어.”

     “그 롤랜드 후작가에서 말입니까?”

     “응. 이거, 사실상 나리아 공주파라고 봐도 되는 거겠지?”

     “…예. 어머니. 이 편지들, 잘 보관해주십시오. 세인트파와 나리아파, 그리고 제국파를 가르는 확실한 근거가 될 테니.”

     사실상 3 : 4 : 3, 그 정도가 아닐까.

     “안에 적힌 내용을 제대로 훑어본다면 정치적인 수사에 담긴 본심도 읽어낼 수 있겠지만….”

     “호, 혹시 부족해? 좀 더 확실하게 구분은….”

     “아뇨. 이 정도면 완벽합니다. 따로 제가 다시 분류할 필요도 없이, 완벽하게 분류되어있습니다.”

     “…휴.”

     어머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백작님. 저, 그레이에게 칭찬받았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있구려, 부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손을 잡으며 뜨거운 시선을 서로에게 보낸다.

     

     뭐,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카르멘 왕비에 준할 정도로 이렇게 정치적인 분류를 해놓은 건 분명 칭찬할 일이다.

     30%. 세인트 지오 지지자들은 바르셀 후작가들과 같이 충성병자와 세인트 지오를 아직도 믿고 따르는 이들이다.

     40%. 조금 머리 돌아가는 이들은 그 자식들이라도 부모를 설득하여, 중립에 위치하여있거나 우회적으로 지브롤터를 응원하고 있다.

     나머지 30% 정도의 크비슬링스들은 조금 극단적으로 반역이나 매국, 혹은 제국으로의 전향 등을 생각하는 반 노스트럼 주의에 어느정도 물든 이들이다.

     “이러다 또 동생 생기겠습니다.”

     “…….”

     “…….”

     “왜 말이 없으십니까. 혹시 아버지께서 지브롤터를 지키고 제가 전쟁을 주도하라고 한 게 그런 이유입니까? 얼마전에 막내 낳았잖습니까.”

     “아니, 그게.”

     아버지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한다.

     “아직 확신은 하지는 못하는 상태고….”

     “제가 어머니 맥을 짚어보겠습니다. 마나로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겠죠.”

     “아들이라도 내 여자를 만질 수 있는 건 4살때까지뿐이다.”

     “…….”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니더냐. 그냥, 아직 확인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무래도 최근에는…흠흠.”

     아버지가 얌전히 어머니의 손목을 잡고 마나를 흘린다.

     “…….”

     “감지 끝나셨을텐데 왜 말이 없으십니까.”

     “그, 이번에는 아닌 것 같구나.”

     “저 안심하라고 거짓말 하시는 건 아니시죠?”

     “당연히 아니지. 내가 설마 아들에게까지 이런 문제로 거짓말을 하겠느냐?”

     “…….”

     영 미덥지 않기는 한데, 또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

     실제로 어머니에게 들어가는 식재료들의 상태를 봤을 때, 딱히 임신의 징후가 나타나는 그런 경우도 아니었고.

     “알겠습니다. 믿도록 하죠.”

     아버지가 그렇다는데 어찌하랴.

     믿어야지.

     바토리 소장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더 좋은 거지만, 그게 아니어도 딱히 아버지가 나서야만 우리가 이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 거다.

     

     “만일 계속 낳고 또 낳는다면, 제 자식이 나중에 삼촌이나 이모와 같은 나이로 태어날 수도 있겠네요.”

     “…혹시 속도위반했니?”

     “그런 용어는 또 어디에서 들었습니까?”

     “제국신문에 나와있더구나. 그레이. 일단 지브롤터의 전통은….”

      어머니가 정말로 걱정스럽다는 듯한 얼굴로 말하지만, 나는 가볍게 두 손을 들었다.

     “아이는 거사를 치르고 난 뒤, 성인이 되고 난 뒤에 낳을 겁니다. 아니요.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합스베르크를 죽인 뒤에.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그 뒤에 할 겁니다.”

     “할 생각은 있구나.”

     “당연하죠. 아이를 낳기 위해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서로 사랑하면서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것이 자녀 아니겠습니까.”

     이 부분은, 솔직히 내가 뭐라고 확실하게 말을 하지는 못하겠다.

     “낳기 위해 낳는다. 하다보니 낳았다. 그런 건 아니지만, 신이 인간 남녀를 만들 때 사랑을 나누면 자식이 나오게 되도록 만든 이유가 있겠죠.”

     회귀라는 기적까지 경험해봤지만, 회귀 전에는 적어도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적’은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누아르라면 알고 있을까.

     아니다.

     사실상 아이들은 내가 다 대부가 되어서 양육비를 보내고 보모를 보내고 그랬을 뿐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이를 낳고 싶기도 합니다.”

     “어째서?”

     “뭐, 누군가의 견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지브롤터와 테르시안 최고 인재의 결합으로부터 나오는 최상의 핏줄.

     “그런 목적이 아니라, 부부라는 관계에서 한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는 걸로 더욱더 끈끈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뭐, 그런 기대가 있는 거죠.”

     그저, 기대를 할 뿐이다.

     나와 아스타시아가 각각 아들이든 딸이든, 그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산책을 하며 모든 걸 공유하는 그런 시간을.

     “그레이.”

     “예, 아버지.”

     “이왕이면, 아들 낳아라.”

     “예?”

     “너도 너 같은 아들 낳아서, 한 번 키워봐야 내 마음을 알 거다.”

     “……보통 아버지들은 딸을 선호해서, 저보고 딸 낳아보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너는 아들부터 낳아봐야 해.”

     아버지가 단언했다.

     “너랑 똑 닮은 아들 낳아서 키워봐야 ‘아. 아버지가 그 때 그랬구나’하고 깨닫는 거지.”

     “괜찮습니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제 아들이든 딸이든 그 아이는 아스타시아를 더 닮을 거라서.”

     “왜?” 

     “그냥요. 하지만, 저는 딸이 더 좋습니다.”

     나도,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저도 저 같은 아들 낳으면 키우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

     * * *

     아침.

     “안 주무셨습니까, 바토리 소장.”

     “잠은 죽어서 자면 돼.”

     아침 수련을 마치고 보육원 지하 연구실에 내려갔더니, 잠 한 숨 자지 않고 연구실에 대량의 종이를 흩뿌려놓은 채 바닥을 기고 있는 바토리 소장이 있었다.

     “뭘 그렇게 보고 계십니까.”

     “마도자동선 앞에 달 거.”

     “예?”

     “방패가 나을까, 아니면 그냥 마석을 덕지덕지 바르는 게 나을까? 하아. 안 그래도 마석이랑 풍석 모자라서 곤란한데.”

     무언가, 막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앞과 뒤에 각각 부품이 필요한가보군요.”

     “맞아. 하나는 전방에 붙일 유선형의 충각 겸 방패고, 나머지 하나는 후방에 붙일 풍석이지.”

     “풍석?”

     “그래. 이거 봐봐?”

     바토리 소장이 마도자동선 같은 미니어쳐의 뒤를 가리켰다.

     “풍석입니까?”

     “그래, 잘 봐둬. 이렇게 마나를 흘리면….”

     “아니, 캐롤라인을 마시라고 줬더니 그걸….”

     부아아ㅡㅡㅡ앙!!

     풍석에서 거칠게 ‘에어로 블래스터’ 마법이 폭발하듯 방출하며, 마도자동선 미니어쳐가 앞을 향해 질주하며 벽에 처박혔다.

     “…다음부터는 아까운 캐롤라인 쓰지 마시고, 제게 마나를 넣어달라고 하십시오. 아니면 마나 본인 거 쓰던가.”

     “나는 마나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인데?”

     “…….”

     “뭘 그렇게 못 믿는 눈치야. 나 그냥 몸 좀 튼튼한 거 빼면 보통 사람이랑 다를 바 없다고.”

     “보통 사람은 보통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네가 나를 무슨 일주일 철야를 해도 버티는 그런 괴물로 아나본데, 나도 잠 제대로 안 자면 피부 망가지는 그런 평범한 28살 여자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알겠어?”

     “예, 알겠-”

     “28살이라고?”

     밖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나보다 더 나이들어보이는 느낌인데?”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전신에 피와 흙먼지가 묻은 민트색 머리카락의 여인, 멘테 경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선전포고 하고 돌아왔더니 새 여자가 있네. 뭐야, 그레이 도련님. 새 엄마야?”

     “……보통은 새 여자야, 라고 묻는 게 정상 아닙니까?”

     “그레이 지브롤터가 새 여자를 들인다고? 아하하하ㅡㅡㅡ!”

     배를 잡고 웃기는 하지만, 피냄새를 풀풀 풍기는 여자가 할 소리는 아니다.

     “…멘테 리프트 경?”

     “아, 만나서 반가워요. 네. 바르셀 후작가에 선전포고 하고온 멘테 리프트라고 합니다. 그쪽은…?”

     “……지브롤터 마도공학 연구소 임시 소장겸 연금술 고문을 맡게 된 바토리 에르제베트라고 합니다.”

     착각일까.

     어딘가, 바토리 에르제베트와 멘테 경의 옆 모습이 살짝 겹쳐보이고, 멘테 경을 본 바토리 소장이 흠칫 놀라는 기색이 있었던 건.

     “…….”

     “그보다, 선전포고 하고 왔으니까, 도련님. 바로 바이크 몰고 가야지. 응?”

     “그거 말입니다만.”

     나는 멘테 경에게 바토리 소장의 제안을 알렸다.

     “하.”

     멘테 경은 그저 웃기만 했다.

     “나도 당연히 같이 타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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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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