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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9

   219화

     

     

     

   화르르르르륵-

     

   백염이 타오르는 소리가 신성 왕국 프리만에 울려 퍼졌다.

   강렬한 백염의 기운은 멀리서 이곳으로 몰려오던 반대파도 느낄 정도였다.

     

   ‘이건.’

     

   천왕, 테르사다 베아키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이 기운은 분명 크라슈에게서 느꼈던 기운이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신성 왕궁을 침입한 세계 침식자와 맞선 건 크라슈라는 소리인가.

     

   테르사다의 눈에 왕궁의 상공이 비추었다.

   거기에는 새하얀 백염의 불길이 빛을 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이 정도였다니.’

     

   그의 강함이야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런 출력을 낼 수 있는 이일 줄은 몰랐다.

     

   ‘허수아비 영웅 역할만 해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건만.’

     

   이건 허수아비 취급할만한 게 아니다.

     

   테르사다의 눈동자가 조용히 빛났다.

     

   그는 크라슈가 급발진으로 저지른 성녀 사건을 마냥 나쁘게 보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테르사다는 신성 왕국의 악습의 상징인 성녀의 의미를 지우려 했을 뿐.

   처음부터 크라슈에게 성녀의 처우를 결정하라 넘겨주었었다.

     

   단, 거기에는 새롭게 태어날 프리만의 영웅이 되어 주라는 조건이 있었지만.

     

   ‘그날 내게 한 거절이 마냥 거절은 아니었다는 소리군.’

     

   프리만의 성녀라는 악습을 끊어낸 영웅에다가 세계 침식자에게서 프리만을 지켜 준 영웅까지 더해졌으니.

   그의 이름이 널리 퍼질수록 종교 혁명으로 새롭게 태어날 프리만의 이름도 거세게 울릴 것이다.

     

   “제닉스 이단심문관.”

   “예.”

     

   이단심문관 부대장 제닉스가 테르사다의 부름에 바로 답했다.

     

   “신성 왕가의 뿌리를 확실히 뽑아내도록 하세요.”

     

   그리고 오직 순수한 종교만을 숭상할 이를 꼭두각시 왕으로 앉혀라.

   테르사다는 뒷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그 뜻을 아는 제닉스는 고개를 숙인 뒤 바로 사라졌다.

   자, 새로운 영웅을 탄생시킬 시간이다.

     

     

   * * *

     

     

   프리만이 종교 혁명을 위해 꿈틀거리는 와중.

   크라슈는 눈앞에 타오르는 백염의 불길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가 숨을 죽였을 때.

     

   후웅!

     

   크라슈는 백염을 뚫고 날아드는 지팡이를 보고 즉시 검을 휘둘렀다.

     

   채엥!

     

   순식간에 지팡이를 받아친 크라슈가 한 걸음 물러섰다.

   그만큼 지팡이에 담겨 있는 힘이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멸천나찰을 유지 중임에도 불구하고, 힘에서 밀렸다.

   그만큼 상대가 상당히 열받았다는 소리였다.

     

   타오르는 백염 속, 연마의 모습이 비치기 시작했다.

   크라슈가 전력으로 검을 휘두른 만큼 그 또한 확실히 피해 보았다.

     

   그의 오른팔과 얼굴 절반이 화상으로 뒤범벅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정도는 크라슈 입장에서는 혀를 찰 정도의 부상이었다.

     

   몸과 머리를 통째로 날려 버릴 작정으로 바로 앞에서 쏟아 낸 출력인데 저 정도 부상이라니.

   크라슈도 분명 많이 강해지긴 했으나 아직 익시온 내에서도 강자인 연마에게 미치기에는 모자랐다.

     

   ‘애초에 당장 이길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 안 했다.’

     

   지금 정도의 부상이라도 좋다.

   그들의 머릿속에 크라슈는 확실하게 위협적인 존재라 각인 될 테니까.

     

   ‘내 불꽃만 봐도 오줌 지리게 해주마.’

     

   익시온의 뿌리는 반드시 이 손으로 뽑아 버릴 거니까.

     

   “뜨겁네요.”

     

   지팡이를 내지른 자세로 연마가 자신의 화상을 살폈다.

     

   크라슈가 함정을 팠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연마는 몸 위에 연기를 둘렀었다.

   방어 효과가 있는 만큼 웬만한 충격은 다 견뎌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라는 세계 침식의 힘을 반감 시킨다.

   그 때문인지 연마의 연기를 모두 소거시킴은 물론 그의 몸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남긴 것이었다.

     

   ‘아뇨. 전 투황의 힘이 없었더라도 피해를 봤겠죠.’

     

   그만큼 크라슈의 화력은 터무니없었다.

     

   ‘가능하면 무조건 죽이고 싶었는데.’

     

   연마는 크라슈의 몸에서 아직도 타오르고 있는 백염을 바라보았다.

   딱 보아도 이미 다음 공격을 준비 중인 모양새였다.

     

   게다가 상공에서 빠른 속도로 블라비가 내려오고 있었다.

   반대파도 이제 곧 코앞.

     

   여기서 더 전투를 진행하는 건 악수였다.

     

   ‘도망가죠.’

     

   익시온으로 돌아간다면 무슨 꼴로 온 거냐며 한 소리 듣겠으나.

   크라슈의 위험성만큼은 그들에게 확실히 알려 줄 수 있겠지.

     

   “근시일 내로 다시 뵙도록 합시다.”

     

   크라슈가 내지른 검을 지팡이로 막아낸 연마가 웃음과 함께 뒤로 물러섰다.

   왜냐하면 그의 등 뒤에 검은색의 공간 문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이쪽 사태를 알게 된 흑마녀가 지원을 해준 것이었다.

     

   “나이를 처먹었으면 안에 틀어박혀 남은 생이나 즐겨!”

     

   그 와중에도 크라슈는 도발과 함께 검을 연신 내지르고 있었으나.

   연마도 더 당해줄 생각은 없었던 만큼 연기를 두르며 공간 문 너머로 몸을 던졌다.

     

   “당신과는 오래도록 볼 거 같군요.”

     

   그리 말한 연마가 머리 위에 손을 텁하니 올렸다.

   그러고는 머리 위가 비었음을 깨닫고 아쉬운 얼굴을 했다.

     

   백염의 폭발에 중절모가 휘날려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기껏, 연마의 세계에서 남겨 놓은 물건이었는데 이렇게 잃다니.

     

   아쉽긴 했으나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은 법.

     

   연마는 크라슈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해둔 채로 공간 문 저편으로 사라졌다.

     

   연마가 사라지자 뒤늦게 블라비가 도착했다.

     

   블라비가 비기를 더 사용했다면 어떻게 붙잡을 수도 있겠으나.

   그랬다간 민가에도 피해가 갔을 것이다.

     

   지금은 한창 축제 중인 만큼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는 천검인 음양월을 귀걸이로 되돌리며 크라슈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크라슈가 숨을 몰아쉰 채 점차 꺼져가는 백염 속에서 무릎을 굽히고 있었다.

     

   무척이나 힘겨운 듯 식은땀을 쏟아 내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심각한 상태였다.

     

   “몸을 그런 식으로 쓰다간 금방 죽을 거다.”

   “다, 살자고 하는 겁, 니다.”

     

   크라슈는 한설아귀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몸을 식혀 나가며 대답했다.

   그런 크라슈를 보던 블라비는 크라슈를 텁하니 들어 올렸다.

     

   “저번처럼 데려다주지.”

     

   아가레스 전 당시 그가 성녀에게 특급으로 데려다주었던 것을 말하는 모양이다.

     

   “부, 탁합니다.”

     

   크라슈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이쪽은 블라비가 어련히 알아서 처리해주리라 믿으며 말이다.

     

     

   * * *

     

     

   프리만에 있었던 종교 혁명.

   그러한 혁명에 관해 세계 전역에 대대적으로 퍼졌다.

     

   성녀의 폐위부터 시작해 신성 왕국의 왕이 바뀌기까지.

   그야말로 스케일이 남다른 일들이 연신 터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한동안 특보가 퍼졌다.

     

   9월 막바지.

   이제는 가을에 드는 시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새로운 성황의 즉위식도 같이 강행되었다.

   새롭게 성황의 자리에 오른 것은 원래도 성황 후보로 뽑히던 테르사다 베아키스였다.

     

   “성왕에다가 성황에다가 혼자 다 해 먹는군.”

     

   그러한 특보를 보며 크라슈는 신문을 뒤집었다.

     

   크라슈는 지금 아직 프리만에 머물고 있었다.

   프리만에서 있었던 일 덕분에 한바탕 크게 굴렀던 만큼 치료와 요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요양 중 대부분은 아스트리아의 잔소리와 치료였다.

     

   크라슈의 눈 한쪽에 성녀의 폐위라는 말이 보였다.

   프리만은 성녀라는 악습을 이참에 확실하게 없앴다.

     

   그러나 이번 일은 아스트리아도 주역이었다.

   무려, 성녀를 제 손으로 직접 없앤 성녀였으니까.

     

   이미 살아 있는 성녀인 아스트리아를 없앨 수는 없는 만큼 프리만에서는 그녀에게 대주교라는 새로운 직위를 내렸다.

     

   ‘결국 있는 성녀를 굳이 프리만 밖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다. 이 소리겠지.’

     

   자기들이 자리하고 나니 성녀라는 존재를 마냥 지우기는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제 입맛대로 해석되는 셈이다.

     

   끼익-

     

   그러는 순간 닫혀 있던 병실 문이 열렸다.

   크라슈가 고개를 내밀자 거기에는 아니나 다를까, 아스트리아가 있었다.

     

   그녀는 열린 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그러고는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한 얼굴과 함께 스리슬쩍 문 뒤로 다시 고개를 빼었다.

     

   크라슈는 그 모습을 어이없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야,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잔소리와 함께 열심히 치료했건만.

   지금 와서 저러고 있으니 크라슈로서는 당연히 어이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스트리아의 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게 아니다.

     

   치료할 때야 본인 전문 분야답게 치료에 정신을 쏟았겠지만.

   막상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때가 떠올랐을 것이다.

     

   크라슈의 앞에서 내뱉었던 고백을 말이다.

     

   “아스트리아.”

     

   크라슈가 그녀를 불러들이자 그녀가 문에 딱 달라붙은 채 들어왔다.

   남다른 상체 때문에 다 붙지도 못하면서 용쓴다.

     

   “왜 그러고 있냐.”

   “뭐, 별, 별 이유 없는데.”

     

   아스트리아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크라슈의 예상대로 아스트리아는 크라슈에게 했던 고백을 떠올렸다.

   그리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변해 어쩔 줄을 몰랐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마음이 설마하니 머리를 이기고 입 밖으로 튀어나올 줄은 그녀는 몰랐기 때문이다.

     

   크라슈가 빤히 바라보자 점점 더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전히 홍당무가 되었을 때.

     

   “다, 다, 전부, 당신 때문이잖아!”

     

   그녀가 적반하장으로 나와 버렸다.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그녀를 보고 눈을 깜빡이던 크라슈는 어째선가 풋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그녀가 양팔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은 부끄러움에 당장 죽을 거 같은데 제공자가 웃고 있으니 버틸 수가 없었다.

     

   “뭐가, 뭐가 웃긴데! 내가 고백한 게 그렇게 웃겨? 이미 그렇게 되어 버렸는데 어떡하란 말이야…….”

     

   어느새 아스트리아는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막상 말을 하고 나니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설마하니 자기도 이렇게까지 그에게 마음이 갈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아스트리아가 고개를 푹 떨구자 크라슈가 잠시 뒷목을 매만졌다.

   아스트리아의 말을 들은 이후 크라슈도 나름대로 줄곧 고민했다.

     

   그야, 크라슈 또한 아스트리아의 마음을 마냥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회귀 전부터 오늘날까지.

   크라슈는 아스트리아와 상당히 많은 연을 쌓아왔다.

     

   그것도 이제는 묶여 버린 줄을 풀 수 없을 만큼 두 사람은 꽤나 깊은 관계기도 했다.

     

   ‘프리만의 젊은 영웅.’

     

   크라슈는 지금 아스트리아와 함께 묶인 채 그렇게 평가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리만 쪽에서 단단히 마음먹었는지 그들은 이번 종교 혁명과 세계 침식자 침입 사건을 함께 엮어 크라슈를 대대적으로 띄워 올렸다.

     

   이미 미레이 베아키스 추기경 때의 전적이 있는 만큼 그 효과는 기가 막혔다.

     

   무려 악습을 끝내어 새롭게 태어난 신성 왕국이 인정한 영웅.

   당연히 크라슈의 이름값은 미친 듯이 치솟고 있었다.

     

   그리고 크라슈의 옆에는 당연히 아스트리아도 같이 엮였다.

     

   이제 성녀가 아니게 된 그녀다.

   아무리 프리만에서 대주교 자리를 주었다 한들 프리만에 남아 있어 봤자 좋은 취급 받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아스트리아는 내 곁에 둬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크라슈는 뒷목을 매만지던 손을 멈췄다.

     

   아스트리아의 마음은 그녀의 입을 통해 직접 전해 들었다.

   그러니 거기에 답하는 것도 크라슈의 몫이었다.

     

   “아스트리아, 나한테는 약혼자가 있어.”

     

   크라슈가 진중히 말하자 아스트리아는 조금은 차분해진 얼굴이었다.

     

   “……알아.”

     

   이미 다 알고도 좋아하게 되어 버린 거니까.

     

   “무슨 말 하고 싶은지도 알고.”

     

   분명 자신은 약혼자가 있으니 포기하라거나 그런 말을 하겠지.

   그러나 미안하게도 이미 고백을 한 시점에서 아스트리아는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무를 생각 없다.

     

   “당신이 방금 고민한 건 그거 때문이지? 이제는 내가 갈 곳 없는 몸이란 거.”

     

   아스트리아는 눈치 빠르게 정확히 크라슈의 생각을 꿰뚫어 왔다.

     

   “당신 생각대로 나는 이제 갈 곳이 없어. 라헬른 아카데미를 마치고, 프리만으로 돌아간다 한들 나를 환영하는 이들은 없겠지.”

   “그건.”

   “그러니까.”

     

   아스트리아는 뚜벅뚜벅 걸어와 크라슈가 누운 병상 앞에 섰다.

   그러더니 대뜸 크라슈의 멱살 쪽 옷깃을 콱하니 잡았다.

     

   크라슈가 무슨 짓인가 하고 그녀를 보니 아스트리아는 코앞에서 붉어진 얼굴로 외쳤다.

     

   “끝까지 책임져. 나 무슨 짓을 해서라도 당신한테 들러붙을 생각이니까.”

   “그게 뭔…….”

     

   크라슈가 대답하기도 전에 아스트리아의 얼굴이 먼저 움직였다.

   크라슈가 뒤늦게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채고 목을 뒤로 빼려 했을 때는 이미 뒤가 벽이었다.

   

   

   

   

     

   크라슈의 입술에 어느샌가 부드러운 감각이 느껴졌다.

   크라슈의 눈이 커지자 아스트리아는 그의 입술을 강제로 훔치고는 고개를 홱하니 떼었다.

     

   이제는 걱정될 정도로 붉은 얼굴로 그녀는 자신의 옆 머리카락을 스륵 넘겼다.

   동시에 그녀는 부끄러움을 넘어서 무척이나 고혹적인 웃음을 거닐었다.

     

   “내 입술까지 줬으니 도망칠 생각 마.”

     

   성녀님의 리미트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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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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