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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9

    <219 – 위기의 소녀>

     

    오크노디가 아카데미에 돌아왔다.

    이사벨은 그녀의 볼따구를 손으로 꼬집었다.

     

    “밖에서 뭘 먹고 왔는데 이리 살이 쪘어?”

    “마싯는거여! …근데 이거 넘 아픈데 슬슬 놔주면 앙대여?”

     

    이사벨이 못 말리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들었다.

    무사히 돌아왔구나.

    재단이 오크노디를 데려갔을 때는 정말 놀랐다.

    혹시나 돌아오지 못하면 어쩔까.

    지젤과 손오천과는 진지하게 대화까지 나눴다.

     

    “휴학하면 그만 아닌가?”

    “진심입니까? 기프트 아카데미라면 1학년부터 휴학을 하는 학생에게는 퇴학을 권고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하지 뭐. 꼬맹이가 아니면 어차피 못 붙었을 아카데미다. 키워줘도 은혜도 모르는 개 같은 짐승이랑 다르게 원숭이수인은 은혜는 꼭 갚지.”

    “후후. 모처럼 마음이 일치했군요. 세계각국의 인재를 등처먹을 좋은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아쉽지만 저 역시 오크노디양이 없는 아카데미는 다닐 생각이 없습니다. 이사벨양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그만 둘 거야. 누구누구씨한테 은혜를 모르는 개 소리를 듣기는 싫으니까.”

     

    디스트로이어 교수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돌아온다면 그들은 정말로 아카데미를 그만둘 작정이었다.

    최소 휴학.

    나아가서 자퇴까지 각오하면서.

    다행히도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재단의 품으로부터 무사히 오크노디를 데려왔다.

    하지만 디스트로이어 교수가 가져온 것은 희소식만이 아니었다.

     

    “오크노디가 재단의 지부장을 죽였다.”

    “…교수님. 오늘은 고블린데이가 아닌데요. 거짓말로 놀래키기는 4월 1일에 하셔야죠.”

    “도적에게는 유머도 좋은 재능이긴 하지.”

    “휴우.”

    “하지만 나는 유머를 싫어한다. 세상엔 잔인한 농담이 너무 많거든.”

    “…!”

    “거짓말도 장난도 아니다.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사벨은 손이 떨렸다.

    와이히엠하이 재단.

    그들에 대한 소문은 듣기만으로도 두려움이 든다.

    보통 조직이 아니다.

    오크노디처럼 천재적인 아이를 인위적으로 길러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자금력과 육성지식, 훈련교관과 시설, 그리고 수많은 ‘폐기물’들을 지닌 조직이다.

    독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어디까지든 독해질 수 있는 악의 조직.

     

    “대체 어쩌다가 그런 일이…”

    “재단의 암살자가 파견될 우려가 있습니까?”

     

    지젤은 걱정으로 뜸을 들이지 않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사항을 본론부터 짚고 들어갔다.

    디스트로이어도 느꼈다.

    지젤에게는 거짓으로 얼버무릴 수 없다.

    지젤도 전투력은 낮아도 평범한 1학년은 아니었다.

    피렌체의 공녀 아카디아와 동업자가 될 만한 역량을 인정받은 이는 아카데미 내에서 오직 지젤 한 사람밖에 없는 것처럼 그의 역량은 심상치 않다.

     

    “반반이다. 물론 우리는 외부의 침입에 의해 학생의 안전이 위협받는 사태를 좌시하지 않는다. 재학 도중에는 외부인의 습격으로부터는 지켜줄 것이다.”

    “오우. 다행이군. 아카데미의 경호라면 안심해도 되지 않겠냐?”

    “손오천씨. 교수님은 ‘재학 도중’에 ‘외부의 습격’으로부터 지켜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내부의 습격에서도 지켜주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한 아카데미를 떠난 뒤에도 지켜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거 선심 쓰는 김에 조금만 더 써줌 안 되나?”

    “민폐입니다. 아카데미 측에서 일개 학생에게 이만큼이라도 신경을 써주시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죠. 교수님이 직접 데려와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오크노디를 챙겨주신 겁니다.”

    “그런가. 미안하게 됐군, 교수. 내가 수인이라서 뭘 좀 몰라.”

    “이해하네. 수인들은 부족 단위로 생활하는 습성이 강해서 공동체 의식이 강한 편이지. 어린 개체를 지키려는 의지는 더욱 강할 테고.”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세 사람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남겼다.

     

    “한시라도 빨리 강해지게. 내부의 습격 정도로는 오크노디가 당하지 않겠지만 아카데미의 품을 떠나는 순간부터는 장담할 수 없으니. 그 아이는 아직 교수급의 강자는 아니야.”

    “…재단에는 교수급의 강자가 있단 말입니까?”

    “조직의 수준을 보면 안다. 이번에 오크노디의 손에 살해당한 지부장은 머리를 쓰는 놈이었다. 그런데도 무력이 상당했지. 힘을 쓰는 놈들은 교수급의 강자도 나올 수 있다.”

     

    애초에 오크노디의 ‘집사’라던 조나 와이히엠하이라는 인간도 평범한 제국교수 수준의 강자였고, 2m 30cm의 커다란 스승은 자신과 동등 내지 그 이상.

    심지어 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강할지 그로서도 가늠이 되지 않는 미지의 존재이다.

    재단의 역량은 그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고, 미지의 강자는 얼마든지 더 나타날 수 있다.

     

    “명심하겠습니다.”

    “…조언을 주셔서 감사해요.”

    “부지런히 강해져야겠군. 쥐방울 녀석 덕분에 쉴 틈이 없겠어.”

     

    더 노력하자. 지금 이상으로.

    각오를 다지며 하루하루 노력하는 것이다.

     

     

    * *

     

     

    이사벨과 손오천은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젤은 달랐다.

    그는 암흑상인.

    세계제일의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꿈을 랜덤티켓으로 팔아치워 돈을 벌어온 자.

    꿈 혹은 희망.그런 말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그는 알았다.

    미친 짓이다.

    도박이다.

    자신의 꿈을 확률에 내던지는 것은.

    진짜 티켓 사이에 가짜 티켓을 얼마나 섞었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적은 돈으로도 정가와 같은 보상을 얻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사기꾼이 사람을 쉽게 믿지 않듯이 지젤 또한 디스트로이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사결과는 어떻습니까.”

    “하급반의 자쿠, 프라이드, 로머 학생이 재단의 꼬리 중 하나인 수인청소부의 청소도구함에 쪽지를 넣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들이 재단의 최신지령을 받았습니까?”

    “그런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아는 바로는 지령을 받지 않았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시 임무는 계속 부탁드립니다.”

     

    암흑상회. 아카디아와 공동출자로 자본금을 50 대 50으로 나누어 설립한 교내사조직.

    그중에는 실력이 부족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탓에 필요한 재료를 구할 시간이 부족하고, 재료를 구하면 공부할 시간이 줄어 점수가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학생들이 있었다.

    지젤은 그런 이들에게 재료를 대주고 그들이 점수를 올릴 시간을 허락하는 대신, 과제나 시험이 끝나거든 그들의 시간을 빌려 자신만의 지령을 내렸다.

     

    재단의 장학생으로 추정되는 자쿠를 미행해라.

    그의 꼬리로 드러난 수인청소부를 조사해라.

    수인청소부와 접촉한 장학생들의 명단을 만들어라.

     

    지령을 받는 이들은 그런 세세한 부분은 몰랐다.

    누군가가 이 시간에 어디로 향하는지를 기록해라.

    이 사람이 이 사람과 이 시간에 만난다는 정보가 맞는지 직접 확인해라.

     

    파편화된 정보수집.

    수집한 정보의 교차검증.

    자신이 무엇을 위해 어떤 정보를 모으는 건지도 모를 정보수집활동은 수뇌부인 지젤의 머릿속에서만 온전한 그림이 되어 조각퍼즐을 맞췄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은 복수의 파벌로 이루어져있다.’

     

    하나의 머리만이 단말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꼬리가 장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지시는 때때로 서로 충돌하기도 했다.

    오크노디를 위협해라.

    오크노디를 건들지 마라.

    죽었다는 지부장은 머리가 아니었다.

    지령은 여전히 내려오고 있으며 위협파의 프라이드는 여전히 오크노디를 노릴 기회만 찾고 있다.

    반대로 방관파의 자쿠 또한 허튼 짓을 하지 않고 잠잠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그럴 리가 없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장학생은 더 있겠지.

    있다고 한들 쉽게 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부에서의 습격은 괜찮다고 디스트로이어 교수가 장담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오크노디는 강하니까.

    무력으로 그녀를 어찌할 학생은 없겠지.

    지혜로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당대용사 이슈타르조차도 시험에서 오크노디에게 골탕을 먹을 뻔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오크노디의 순수함을 이용당한다면.

    그래도 공략할 여지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그는 오크노디의 약점을 안다.

    먹을 것으로 유혹하면 쉽게 넘어오고.

    사탕을 준다고 하면 순순히 따라가고.

    수집품을 공개하면 펄쩍 뛰며 기뻐하겠지.

    그 사실을 다른 이들이라고 모를까?

     

    ‘중간고사 전까지라면 모를 수도 있지. 하지만 더는 아니겠지.’

     

    중간고사 기간동안 재단의 장학생들은 이미 충분할 정도로 오래 오크노디를 지켜보아왔다.

     

    ‘그리고 오크노디가 재단의 지부장을 죽였지.’

     

    이것은 일종의 전환점이다.

    재단과 오크노디.

    그들의 관계가 변화하는 전환점.

     

    ‘하지만 괜찮다. 누가 움직이더라도 지금의 정보망이라면 즉시 내게 그 사실이 전해질 테니까.’

     

    이것은 일종의 오셀로와 같다.

    한정된 판 위에서 돌을 깔며 흑과 백이 수를 두는 대국이다.

    배치된 돌이 상대의 돌에 포위당하면 속수무책으로 뒤집혀 끊기는 세력전이다.

     

    ‘너희의 수가 이 암흑상인의 것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하지 마라. 아카데미 밖에서라면 몰라도 이 안에서만큼은 내 수 또한 부족함은 없으니.’

     

    올 테면 얼마든지 와봐라.

    너희의 돌을 전부 찾아서 뒤집어주마.

     

    만전의 준비를 마친 그였지만 첫 수는 그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날아왔다.

     

    [피렌체 왕국의 세비체 공작령 상층부가 와이히엠하이 재단과 노예거래를 한 장부가 발각됨]

    [12시간 내로 노예장부와 연관되지 않은 모든 귀족가문과 인접국에서 아카디아 세비체를 퇴학시킬 것을 종용하는 탄원서가 아카데미로 전송될 예정]

    [해당 장부는 현재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지시를 받는 도둑길드가 소유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거래’를 통해 인접국에 넘겨질 수 있음.]

     

    “이런 제기랄!”

     

    탕!

     

    탁자를 내리치는 주먹에 피가 맺혔다.

    속았다.

    배신감을 감출 수 없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자신이 마치 그들의 편인 것처럼 행세했지만 그가 보여준 행동은 전혀 달랐다.

    아카디아 세비체.

    피렌체 왕국의 공녀.

    오크노디의 주변인이자 자신의 사업파트너의 권력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이대로 그녀의 재학유무마저 불투명해진다면.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크노디.

    그녀가 믿고 따르던 사람 중 하나가 아카데미에서 쫓겨난다.

    그 사실이 오크노디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적잖은 상심을 하겠지.

    그 원인이 재단과 아카데미.

    양쪽 모두에 있음을 알게 된다면.

    그 아이는 이 세계에 어떤 감정을 품게 될까.

     

    “섣불렀습니다. 너무 경솔했단 말입니다, 교수…!”

     

    세비체 공작가문이라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협력가문을, 대마를 잡겠다는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욕심은 커다란 자충수가 될 것이다.

    오크노디의 마음에 커다란 상심을 안기고 그녀를 지킬 암흑상회의 권력에 크나큰 손실을 남길 자충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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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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