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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나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원시인들에게 어떻게든 불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다.

       

       솔직히 말도 통하지 않고, 도구를 쓰는 것이 고작인 짐승들에게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인지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나무판의 박살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노력 끝에 어떻게든 가르쳤으니 된게 아닐까.

       

       손이 부르트도록 비벼대느라 손에 물집이 잡혔을 인간들의 희생은 일단 넘어가고.

       

       일단 불을 피워낸 후 장작에 붙여 모닥불을 피우게 한 것은 좋은데…. 이놈의 인간들이 좀. 뭐랄까. 호기심이 과하다.

       

       처음에는 뜨거운 열기와 밝은 빛에 엄청 겁을 먹고 불에 얼씬도 하지 않으려던 놈들이, 다가가지 않고 거리를 벌리면 불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에는 계속 불을 보며 멍때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불을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넣어보고 있으니 말이야.

       

       어느새 사냥을 해온 것인지 가죽을 벗겨낸 고기를 나뭇가지에 꽂아서 불에 구워 먹어보기도 하고, 과일도 살짝 그을려 먹어보기도 하고. 손도 집어넣다가 데여서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아니 가죽은 또 왜 집어넣는거야?! 풀이나 나무는 넣지마! 불이 커진다!!!

       

       몇몇 인간들이 집어넣은 물건들 때문에 큰 불이 날뻔한 사소한 찐, 크흠. 사소한 사건이 있긴 했지만, 뭐 이정도는 사소한 일이겠지.

       

       아무튼, 불을 지펴서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쳤으니 여기에서의 할 일은 끝난 것 같다.

       

       그러면 다른 곳에서도 불의 사용 방법을 알려주도록 할까.

       

       

       – – – – – – – – – – – – – – – – – – – –

       

       

       “크르윽?! 그 모습은…. 창세신룡이십니까?!”

       

       “오, 용케 나를 기억하고 있구나.”

       

       

       리자드맨들은 기특하게도 나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미 수십세대는 족히 지났을텐데, 정말로 자세하게 구전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물론입니다! 크륵! 창세신룡께서께서 하신 일과 창세신룡에 대한 수많은 역사는, 석판에 기록하여 대대손손 전해질 것입니다!”

       

       

       아니, 대대손손 전할 것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석판에 새기기까지 했어?!

       

       

       “특히 세상에 죄업이 가득찰때! 파멸신룡으로써 이 세상에 만연한 죄를 벌하는 모습은 반드시 전해야 하니까! 그러한 일을 목격했던 자들의 후손으로써! 저희는 경고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파멸신룡은 또 뭔데!!! 중2병이 좀 세게 온 것 같은 네이밍인데?! 혹시 그거 드래곤의 시대를 끝낼때의 일이야?! 애초에 그건 좀 많이 빡쳐서 그런거고!!! 지금도 약간은 후회하고 있는 일인데!!! 두번다시 그런 일은 안할건데?!

       

       남의 흑역사를 멋대로 새겨서 전하다니! 뭐야 그거! 너무하잖아!!!

       

       라는 속마음은 안으로 숨긴 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며 나는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구나.”

       

       “이게 다 창세신룡께서 저희를 보살펴주신 덕분입니다. 창세신룡께 올리는 제사는 이제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았으나, 여전히 창세신룡을 향한 저희들의 믿음은 사라지지 않고 있지요.”

       

       

       음음. 생긴 것과는 다르게 좋은 녀석들이라니까. 정말. 생긴 것만 보면 흉악해보이는 근육질의 도마뱀 인간인데 말이지.

       

       드래곤들이 이 녀석의 발톱만큼만이라도 따라갔더라면 그런 일은 하지 않았을텐데. 씁.

       

       

       

       “그런데 갑자기 어쩐 일이십니까?”

       

       “음. 별건 아니고. 약간의 선물을 주려고 왔단다.”

       

       

       선물이라는 말에 리자드맨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미 창세신룡께는 수많은 것들을 받아왔는데, 또 선물을 주신다니요?”

       

       “슬슬 너희들에게도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마력을 모아 손바닥에 불꽃을 피워올렸다.

       

       

       “이건…?”

       

       “불꽃이란다. 뜨거운 열이고, 어둠을 쫓는 빛이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굶주린 놈이지.”

       

       

       리자드맨은 신기한 눈으로 불을 바라보았다.

       

       아, 그런데 이 녀석들. 정령들의 힘을 빌리는 주술을 개발하지 않았던가?

       

       정령 중에는 불의 정령도 있었을텐데…. 딱히 불을 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단 말이지.

       

       

       “이 기운은…. 저희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정령의 기운과 흡사하군요.”

       

       “음? 말을 듣지 않아?”

       

       “네. 변덕이 심하고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정령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품고 있는 기운이 이 불이라는 것과 비슷한듯 합니다.”

       

       

       어, 음…. 혹시 불의 정령과 궁합이 안맞아서 그런건가?

       

       주변을 둘러보니 물의 정령과 바람의 정령. 가끔씩 보이는 땅의 정령들도 있긴 하지만, 불의 정령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리자드맨들과의 상성이 좋지 않은건가? 아니면 리자드맨이 지내는 습한 환경이 불의 정령에게 좋지 않은 평가라도 끼치는걸까?

       

       뭐, 잘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겠지.

       

       

       “아무튼, 이 불에 대해 알게되면 여러가지로 요긴하게 쓸 수 있을테니, 받거라.”

       

       

       나는 불을 피우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리자드맨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음, 역시 말이 통하니까 편하잖아. 역시 인간들에게도 말을 가르쳐야 한단 말이야.

       

       

       “이건 나무가 아닙니까?”

       

       “그래. 나무지. 너희들이 불의 정령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이야기가 간단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이런 것이라도 써야하지 않겠느냐.”

       

       

       음. 어찌 보면 리자드맨들과 불의 정령의 상성이 나빠서 다행이네. 기껏 준비해서 선물해주겠다고 왔는데 ‘이미 알고 있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뻘쭘하겠어?

       

       나는 나무를 이용해 불을 피우는 방법을 시연하며 리자드맨들에게 알려주었다.

       

       나무막대를 열심히 비벼서 마찰열을 일으켜 작은 불똥을 만들어내고, 잘 말린 풀이나 나뭇잎 같은 것을 불똥에 비벼내 불을 키워낸다.

       

       그 과정에서 바람을 불게 해서 충분할 정도의 산소를 공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리자드맨의 피부는 비늘로 덮여 있어서 물집 같은건 안잡히는게 참 편리하구만.

       

       

       “오오…. 나무에서부터 타오르는군요.”

       

       “그렇지. 이제 이걸 잘 말린 장작…. 아차.”

       

       

       그러고보니 리자드맨이 지내는 환경은 습기가 많은 곳인데, 바짝 말린 장작을 만들어 낼 수 있는걸까?

       

       그리고 뜨거운 열기로 수분이 증발할 수 있는데, 리자드맨이 이런 열기에 노출되어도 괜찮을까?

       

       흐음…. 분명 도마뱀 중에서는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도마뱀이 있었지만, 리자드맨은 어떠려나? 잘은 모르겠구만.

       

       

       “이렇게 피워낸 불꽃을 잘 말린 나무토막에 붙이는 것으로 불을 피워낼 수 있는 것이란다.”

       

       

       하지만 불꽃은 생각보다 커지지 않는다. 이전에 인간의 무리에서 불을 피웠을 때보다 절반도 되지 않는 크기. 흐음….

       

       불의 정령이 이 근처에서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는걸까? 조금은 신기하구만.

       

       

       “무척이나 신기한 것이긴 합니다만.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무엇이라…. 어둠을 밝힐 수 있고, 열을 얻을 수 있지. 너희들은 추위에 약하지 않느냐?”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리자드맨들은 체온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따뜻한 환경이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들었으니까.

       

       만약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활동영역이 훨씬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들과 접촉하게 될지도?

       

       아직 석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인간들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흑요석으로 만든 석기를 사용하는 리자드맨.

       

       둘이 만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당히 궁금해지는구만. 음.

       

       

       “체온이 떨어져서 곤란한 상황의 리자드맨을 이 불 근처에 놓아두면 금방 체온이 올라갈게다. 그것만으로도 이 불이라는 것은 가치가 있지.”

       

       “하지만 다가가는 것만으로 비늘이 바짝 마르는 느낌입니다만….”

       

       “너희들이 자주 하는 일광욕을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강하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점만 주의하면 이 불을 사용해 너희들의 활동반경을 더욱 넓힐 수 있을게야. 수분의 보급에는 더욱 신경을 쓰도록 하고.”

       

       

       내 말에 리자드맨은 고개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 귀중한 것을 주시다니. 뭐라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뭘. 내가 전해주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너희들이 발견했을 것이다. 난 그저 그 시간을 조금 줄여 주었을 뿐이지.”

       

       

       나는 싱긋 웃고서 잘 타오르고 있는 모닥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불은 너희들에게 따뜻한 열기를 주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을 선사해줄 것이며….”

       

       

       나는 살짝 손가락짓으로 근처에 말려지고 있는 생선 하나를 끌어당겼다.

       

       배를 따서 내장을 빼낸 생선. 장기보관용으로 말리고 있었던 생선이리라.

       

       

       “뜨거운 열기를 이용해 이런 물고기나 짐승의 고기를 익힐 수 있지.”

       

       

       살짝 비린내가 나는 물고기는 모닥불 위에서 한참을 맴돈 끝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맛있는 생선구이가 되었다.

       

       소금이나 다른 향신료가 있었더라면 더 맛있었겠지만…. 없는건 어쩔 수 없지!

       

       

       “그 외에도 여러 이용방법이 있겠지만, 그것들을 알아내는 것은 너희들의 숙제로 남겨두마.”

       

       

       결코 내가 귀찮아서 알려주지 않는게 아니다.

       

       결코.

       

       

       “아, 다른 것들로도 불을 피울 수 있는데, 이것만 보여주었구나.”

       

       

       나는 풀로 만든 밧줄로 활을 만들어 불을 피우는 방법과 나뭇가지를 홈에 비벼서 불을 피우는 방법을 간단하게 시연해주었다.

       

       솔직히 손을 비벼서 불을 피우는건 제일 힘든 방법이니까. 여러가지를 가르쳐줘야지.

       

       부싯돌 같은건…. 리자드맨들은 알아서 알아채지 않을까?

       

       얘들 뗀석기를 쓰고 있으니까. 돌과 돌을 부딪히는건 이미 익숙한 일일테지.

       

       자, 그러면 불이 인류 문명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한동안 지켜보도록 하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졸린석상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노벨피아… 일 안해… 문의는 빨리빨리 답변하면서… 왜 플러스는 다는게 늦는거야…

    이러다 할머니가 되어버러요…?

    는 문의넣으니 금방 달아주는군요.

    추석동안의 조회수는 무료봉사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주인공이 이것저것 만들어서 바로 인간을 똵! 만들어낸다거나 하는건… 할 수 있습니다만. 아마도 안할겁니다.

    생물 하나 하나 만드는게 귀찮을테니까요. 하나 하나 만들어서 언제 수많은 먹이사슬을 완벽하게 만들어 내겠어요?

    귀찮다고 대충대충 하다가 빵꾸나서 와장창 할 미래를 예상했을테죠.

    연휴가… 끝났다…

    하지만 글 쓰는건 연휴고 아니고 상관 없는 일이죠. 끼요오오옷…!!

    이거 말고 다른거도 써야하는데… 이쪽이 조회수가 많이 나오다보니까 왠지 모르게 이쪽에 집중되게… 읍읍…

    사람 몸뚱이가 하나 뿐인게 참으로 슬프네요. 흑흑.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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