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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사역마에게 진명을 부여해 부가 효과 「스탯 동기화」 1단계를 활성화합니다.]

       [「신뢰의 계약」이 체결된 대상 ‘아르젠테’와 능력치의 일부를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 동기화 가능한 스탯 개수 : 1개]

       [동기화할 스탯을 선택하세요. 현재는 하루에 두 번만 변경할 수 있습니다.]

       

       특성 「신뢰의 계약」의 첫 번째 부가 효과인 ‘스탯 동기화’가 활성화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메시지를 다 읽자, 페이지는 자동으로 갱신되어 다음 메시지를 불러왔다.

       

       [사역마가 자신의 진명을 매우 마음에 들어합니다!]

       [사역마가 진명을 자신의 영혼에 온전히 받아들여, 부가 효과 「스킬 동기화」 1단계를 추가로 활성화합니다.]

       [「신뢰의 계약」이 체결된 대상 ‘아르젠테’와 스킬 일부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공유 가능한 스킬 개수 : 1개]

       [동기화할 스킬을 선택하세요. 현재는 하루에 두 번만 변경할 수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뜬 메시지들을 전부 읽은 나는 눈을 끔벅였다. 

       

       ‘이게 이렇게 다 개방이 된다고?’

       

       해츨링이 이름을 지어 달라고 말하기 전까지 도대체 이 특정 조건이라는 게 뭘까 심각하게 고민했던 게, 막상 이름을 짓고 나니 전부 필요가 없어졌다. 

       

       ‘…설마 이름을 지어 주는 게 조건일 줄이야.’

       

       그럼 아르가 방금 나한테 이름 지어 달라고 말 안 했으면 난 오늘 해가 질 때까지 ‘조건이 대체 뭐지?’ 하고 삽질만 하다가 돌아갔겠네.

       

       ‘그리고 부가 효과 중에서도 지금 나한테 더 필요한 두 번째 효과, 스킬 동기화도 아르 덕분에 바로 활성화됐고.’

       

       메시지에 따르면, ‘스킬 동기화’를 얻기 위해서는 사역마가 영혼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일반적인 사역마 계약에서는 인간 쪽에서 이름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부여해 버리니, 사역마 쪽에서 진심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든 경우가 많겠지.’

       

       그래도 이 망겜에 유저가 조금 있었던 시절, 커뮤니티에 올라오던 테이머 인증글들을 본다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누구라도 대번에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얘들아 나 드디어 테이밍 성공함 ㅋㅋㅋㅋㅋㅋㅋ

       -오 ㅊㅋㅊㅋ

       -부럽다. 테이밍 잠재력 있는 캐릭 뽑는 거 개 어렵다던데.

       -근데 사역마 이름은 왜 빡빡이 1호냐 ㅋㅋㅋ 존나 너무하네

       -사역마가 그레이트 터틀이라서 그런 듯.

       -차라리 꼬북이 이런 귀여운 걸로라도 지어 주지 ㅋㅋㅋㅋ

       -ㄹㅇ 빡빡이는 너무했다

       -응~ 내 맴이야~ 꼬우면 니들이 직접 테이밍해~ ㅋㅋㅋ

       -빡빡이 1호 말고 생갈치1호는 어떰?

       -ㄴ언제적 드립이냐. 노잼이다.

       -네놈…. 대머리, 놀리면…. 삼대가,,, 벌받는다,,,

       

       이외에도 별 기상천외한 이름을 사역마에게 지어 주었던 글들을 보면….

       

       ‘사역마들이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더 이상하지.’

       

       여튼.

       

       아르가 내가 지어 준 이름을 이렇게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면, 아마 두 번째 효과인 ‘스킬 동기화’는 훨씬 훗날에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조건이 ‘온전히’ 받아들이는 거니, 사실 마음에 안 들었으면 영영 못 얻었을 수도 있는 거고.’

       

       이 「신뢰의 계약」이라는 특성.

       개방할 때부터 신뢰도 100퍼센트라는 거의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요구하는데, 막상 그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달성하는 데에 성공하기만 하면 리턴이 엄청나다. 

       

       ‘스킬을 원하는 걸로 하나 공유할 수 있다니.’

       

       별도의 제약이 없다면 내가 원하던 전투 마법인 화염 마법은 물론이고, 우리 마법 천재 아르가 새로운 마법을 익힐 때마다 내가 공유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레온, 무슨 생각 하고 이써?”

       

       그때 눈앞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내 손에 들려 있는 조그만 해츨링은 살짝 내 눈치를 보았다. 

       

       “혹시 내가 이상한 말 해써?”

       “응?”

       

       아차. 그러고 보니….

       

       -나는 레온이 그러케 열심히 고민해서 지어 줘서, 더 고마워써!

       -레온이 지어 준 이름, 평생 소중히 하께!

       

       그렇게 감동적인 말을 듣고 마음이 치유되는 걸 느끼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상태창이 떴었지.

       

       나는 해츨링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이상한 말 안 했어.”

       

       오히려 감동을 받았지. 

       

       나는 아르의 빵실한 볼을 가볍게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고마워. 내가 지어 준 이름을 마음에 들어해 줘서.”

       

       이건 진심이었다.

       

       스킬 동기화라는 부가 효과가 활성화돼서가 아니라, 내가 고심해서 지어 준 이름을 이렇게나 마음에 들어해 주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마웠다.

       

       내 말에 아르의 표정이 다시 환해졌다.

       그리고 약간의 부끄러움과 설렘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레온도 나한테 고마어?”

       “응. 고맙지 그럼.”

       “히히, 레온이 고맙다고 해 줘써. 너무 조아!”

       

       아르는 또다시 기분이 좋아져서는 내 손을 꼭 안았다가, 내 주변을 도도도 뛰어다니고, 그러다 지치면 부드러운 풀숲 위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잠시 후에 배가 고파졌는지 일어나 앉더니 나에게 두 팔을 뻗으며 말했다. 

       

       “레온, 우유 더 이써?”

       “그럼. 충분히 가져왔으니까 많이 마시렴.”

       

       내가 우유병의 뚜껑을 따서 건네 주자 아르는 두 손으로 병을 꼬옥 잡고 우유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우유 하나를 마셔도 어떻게 저렇게 복스럽게 마실 수가 있을까.’

       

       흐뭇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아르야.”

       “우응?”

       

       아르는 벌써 반쯤 마신 우유를 잠깐 내려놓고 대답했다. 

       

       “근데 너,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하는데 마나는 괜찮아? 무리하는 건 아니지?”

       

       아르는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응! 갠차나! 여기 마나 풍부해!”

       “마나가 풍부하다고?”

       

       아아.

       

       그제야 나는 아르가 말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윈더가 자라는 언덕.’

       

       계절마다 바람을 타고 옮겨 다니며 자라는 약초, 윈더.

       우리가 오늘 의뢰로 캐러 온 이 윈더는 바람을 타고 여러 군데로 옮겨 다니면서, 그중에서도 마나가 자연적으로 풍부한 곳에서 잘 자란다.

       

       ‘전에 아르가 갓 태어났을 때 바로 음성화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마나가 풍부한 드래곤 레어 안의 환경 덕분이었지.’

       

       일시적으로 마나가 풍부한 지역에 들어온 덕에 말을 많이 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 레어보다 여기가 마나가 더 많지는 않을 텐데.’

       

       그런 의문이 들 때쯤.

       

       “그것도 있구, 나도 갑자기 몸에 있는 마나가 늘어나써. 그래서 갠차는 거 가타!”

       “갑자기 늘어났다고?”

       

       갑자기 늘어난 거면….

       

       ‘설마 레벨업?’

       

       그러고 보니, 사역마 계약이 이루어졌다는 메시지가 떴을 때 상태창은 아르의 레벨이 3이라고 했다. 

       

       ‘숲을 지나오면서 마법으로 사냥을 했으니 2업을 한 건 납득이 돼. 근데 고작 2업으로 마나가 그렇게 많이 늘어나나?’

       

       캐릭터의 스탯은 해당 스탯을 많이 사용해 단련하면 어느 순간마다 1씩 오르고, 만약 레벨업을 하면 자신의 주력 스탯 하나가 2에서 3 정도, 그리고 다른 스탯 중 랜덤으로 하나가 즉시 1 오른다.

       

       ‘레키온 사가의 시스템은 레벨이나 스탯이 올라갈수록 점점 올리기 힘들어지고, 대신 그만큼 후반엔 1이 올랐을 때 강해지는 폭도 커지는 방식이야.’

       

       즉, 반대로 능력치가 낮은 초반에 4~5정도 오르는 건 엄청나게 체감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분명 상태창으로 사역마의 정보도 볼 수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아, 여깄다.’

       

       나는 상태창 메뉴를 뒤지다가 ‘아르젠테’ 항목을 발견하고 가볍게 터치해 띄웠다. 

       

       [Lv.3 아르젠테]

       힘 : 3 민첩 : 2 체력 : 1 마력 : 37

       고유 특성 : 「이해」, 「습득」, 「응용」, 「마나 친화」, 「마법 내성」, 「독 내성」, 「초재생」…(펼치기)

       스킬 : 파이어 볼, 파이어 애로우, 플레임 캐논, 워터 볼, 음성화

       

       ‘응?’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할 뻔했다.

       

       ‘마력 스탯이 벌써 37이라고?’

       

       레벨3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수치.

       다른 사람이라면 눈으로 보고도 못 믿을 수치였지만….

       

       ‘어쩐지. 역시 우리 아르는 천재가 맞았어.’

       

       이미 아르의 재능을 옆에서 지켜봐 왔던 나는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레온한테 말 마니 했는데에, 근데 이제 거의 다 쓴 거 같뀨우우….”

       

       하지만 여태까지 꽤나 오랫동안 조잘거린 탓인지, 아르의 말소리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뀨우 소리로 바뀌었다. 

       

       나는 조금 시무룩해진 아르를 쓰다듬어 주었다.

       

       “말 많이 하느라 고생했어. 우유 마저 마시고, 푹 쉬어.”

       “뀨우.”

       

       아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로 쭈욱 병을 기울여 가며 남은 우유를 꿀꺽꿀꺽 마셨다. 

       

       그리고 마지막엔 한 방울까지 알뜰하게 먹겠다는 듯 병을 잡고 입 위에서 뒤집어 살짝 흔들었다. 

       

       톡.

       

       “쀼.”

       

       그러다가 잘못 떨어져 코에 하얀 점을 남긴 우유 방울을, 나는 웃으며 손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쀼우우…!”

       

       마지막까지 배부르게 우유를 마신 아르는 졸린지 크게 하품을 한 뒤, 이미 반쯤 감길락말락한 눈을 한 채로 일어나 내 쪽으로 뒤뚱뒤뚱 걸어왔다.

       

       “뀨우….”

       

       그리고 아무리 졸려도 내 품 안에서 잠들어야겠다는 듯, 내 무릎 위로 올라와 팔을 뻗었다.

       

       “그래, 그래. 안아 줄게. 편히 자렴.”

       “뀨우….”

       

       나는 아르가 잠들 때까지 아르의 엉덩이를 받쳐 품에 안은 채로 작게 콧노래를 불러 주었다. 

       

       “큐우우….”

       

       그리고 아르가 완전히 잠들어, 기분 좋은 듯 움직이던 꼬리가 가만히 늘어졌을 무렵.

       

       ‘아르가 일어날 때까지 특성 효과나 한번 시험해 볼까.’

       

       나는 상태창을 열어 ‘스탯 동기화’를 활성화시켰다.

       

       [현재 동기화 가능한 스탯 개수 : 1개]

       [동기화할 스탯을 선택하세요. 현재는 하루에 두 번만 변경할 수 있습니다.]

       

       ‘마력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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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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