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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다크 존의 튜토리얼은 어렵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매일 1500만 명에 이르는 동시 접속 인원들 대부분이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의견 중 하나였다.

        

        

        특정 위치에 도착하라는 목표 이외에 주어진 것은 오직 십수 개의 탄창과 소총 1정, 권총 1정. 몇 개의 수류탄 정도.

        

        빌딩을 휘감는 바람과 소리없이 쌓이는 눈, 그 사이를 걸어다니며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게 총알을 갈겨대는 적들.

        

        그 모든 것들을 한 명 내지 두 명의 인원만으로 돌파하는 것은, 단순히 어렵다는 것의 차원을 넘어, 죽어버린 세상을 홀로 걷는 듯한 고독감까지 이들에게 부여했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피로했고, 때로는 자기가 다른 이들에 비해 더 어려운 역경을 넘어 도착했노라 하며, 서로간 경쟁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어디 그 뿐만이랴, 어떠한 조건을 걸어야 가장 어렵게 도착할 수 있는지,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토론도 심심찮게 열릴 정도였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러다가 저희들 다 몰살당하는 거 아니죠? 플레어 눈에 너무 띄는데?”

        

       “앓는 소리 내지 말고, 유탄의 예상 착탄 위치 정도는 계산해두세요.”

        

       “으아앙, 이 사람 너무 무서워어…!” 

        

        

        

        누가 됐든, 하드코어 유저와 파티했다는 것만으로 환상적인 조건의 종합선물세트를 한보따리 안아든 하모니보다는 쉽게 왔으리라.

        

        

        

        

        

        

        

       *

        

        

        

        

        

        

        

        다크 존에서 총기를 구하는 법은 다양했다.

        

        일반적으로는 게임 내 화폐인 크레딧을 통해 새 총기를 구입하거나, 미션을 돌아 총기 설계도를 얻고 자재를 비축하여 제작하는 방법도 있었으며,

       

        또는 오염구역 or 지명이기도 한 다크 존에 들어가, 그 안의 웨폰케이스를 열고 화기를 획득하여 무사히 탈출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것이 일반적인 유저들에게 허락된 방법론이었다.

        

        

        하지만 게임의 최소한의 양심인지, 하드코어 유저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에 나열한 수많은 방법들에 더불어, 또 다른 방법이 존재했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그것이 무언가 하면, 말 그대로의 루팅이었다.

        

        간단했으나 그 기능은 실로 강력하여, 언제 어디서든, 적들 뿐만이 아니라 유저들마저도, 그들에게 있어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바로 그런 이유로,

        

        

        

       ───펑!

        

       -[플레어 확인. 물자 이송을 위해 헬리콥터를 보내겠다. ETA, 3min.]

        

        

        

        이 두 명은 하도 주운 것들이 많은 탓에, 미관제구역이 해제되기 전까지 숨어있어도 모자랄 판에, 대놓고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검은 하늘 위로 작고 새빨간 태양이 떠오른다.

        

        유유히 허공을 부유하며 천천히 타오르던 그것은 이내 스스로의 몸을 불사르며 완전히 사라졌으나,

        

        마치 나방처럼 이끌려온 적들은 그것이 끝이 아닌 새로운 사건의 시작임을 그들 자신의 존재를 통해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다르게 말하면,

        

        

        

       “S&S 프리시전 플레이트 프레임, MP7에 손목 모니터, 드론 가방에….”

        

       “…쟤넨 누구에요?”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 소속 PMC, 드론 조종사에요. 사람을 죽이려고 하나에 3천 달러가 넘는 드론을 퍼붓는 미친 놈들이죠.”

        

       “저 사람이 들고 있는 총…되게 작고 괜찮네요. 들고 다니기 좋을 것 같아요.”

        

       “그래요? 유탄에 맞고도 장비가 멀쩡하면 저것들도 전부 이송하죠.”

        

        

        

        잡을 수만 있다면, 저들은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황금고블린들이었다.

        

        그리고 하드코어 유저와 파티를 한 탓에, 그런 이들이 하나도 아니고 상당히 다양하게 오고 있었다.

        

        또한 다행인 점은,

        

        

        

       ───투두두두!

        

       “뭐야, 왜 쟤네들끼리 싸워요?”

        

       “서로 적대 관계니까요.”

        

        

        

        러시아 상륙보병과 무인기 제조회사에 고용된 PMC.

        

        한쪽은 나라를 침략하러 온 적들이었고, 다른 한 쪽은 판데믹 사태의 악화로 인해 반쯤 파편화되어 적자생존하는 이들.

        

        누가 보아도 서로를 적들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입장이었다.

        

        

        그것을 보며, 근처 건물의 2층 발코니에 숨어있던 두 명은 머리만을 빼꼼 내민 채 바깥 상황만을 조금씩 확인했다.

        

        점차 줄어드는 카운트와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로터음.

        

        아직까지 그녀들을 향해 오는 적성 인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 하모니는 눈동자를 도로록 굴려 유진을 힐끔 확인했다.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 다 들려요.”

        

       “아으, 그…들켰어요? 에헤헤.”

        

       “조금 쉬어둬요. 바깥은 제가 보고 있을게요.”

        

       “아, 감사합니다…”

        

        

        

        하아.

        

        실제로 춥지는 않았지만, 다크 존 내의 세상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입으로부터 한움큼 토해지는 입김을 뒤로 하고, 그제서야 하모니는 몰입에서 벗어나 자신이 스트리머였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수없이 마주한 전투 상황들로 인해 잠시간 꺼놓았던 채팅창과 방송 시청 인원 현황.

        

        그것들을 다시금 팝업시키며, 그녀는 머릿속으로 시청자들에게 어떤 변명을 늘어놓아야만 할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현실은 예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나는쉐이드 님이 10,000원 후원!>

       -도네멸시?게임재밌나보네?도네멸시?게임재밌나보네?도네멸시?게임재밌나보네?

        

       “여러분들, 미안해요. 너무 정신이 없어가지고 몇 명이 얼만큼 후원해준지도 모르고 있었…헤엑, 지금 사람 왜 이렇게 많아!?”

        

       

        

        10,513.

        

        방송 ON을 의미하는 붉은 버튼 옆으로 표기된 숫자는, 앞이 5도 아니었고, 네 자리 숫자도 아닌, 다섯을 확실히 표기하고 있었다.

        

        두 배.

        

        방송을 켰을 때, 평균적으로 들어오는 고정 시청자수의 두 배에 달하는 인원이 느닷없이 스트리밍으로 밀려들어왔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천천히 점멸 중인 붉은 점과 그 옆의 다섯 자리에 달하는 시청자 수를 바라보며, 그녀는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혔다.

        

        시청자 수야 여러 원인들에 따라 늘거나 줄어들 수 있었고, 하모니는 이미 방송계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몸담은 사람이었다.

        

        중요한 건 숫자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잔뜩 뿔이 난 시청자들을 조심스레 달랜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지금 상황이 좀 그래요. 미관제구역인지 하는 곳에 휘말린 것도 있으니까, 방송 막바지에 전부 확인할게요.”

        

        

        

       <탐포포 님이 10,000원 후원!>

       -인게임 중에는! 세종대왕님을 영접해도! 반응을 해줄 수가 없어요! 아시겠어요?

        

       “탐포포 님, 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미안해요. 그치만 반응해주다가 내 대가리에 빵꾸 뚫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더 그렇잖아.”

        

        

        

       -충격)40분만에 도네에 반응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절 대 해 명 해

       -누나제발팀원하드코어인지한번만물어봐조제발!!!!!!!!!!!!!

       -하드코어!하드코어!하드코어!하드코어!하드코어!하드코어!하드코어!하드코어!하드코어!

       -아니진짜 저파티원 뭐하는사람이냐고 제발 물어봐줘 미칠것같아ㅋㅋㅋㅋㅋㅋ

       -이걸캐리하네?인간형고티죠?

       -유진그녀는신인가?유진그녀는신인가?유진그녀는신인가?유진그녀는신인가?

        

        

        

        그야말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채팅들.

        

        그것들을 가만히 읽고 있자니, 시청자 수가 이렇게 불어난 이유가 하나둘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요컨대, 이들은 자신이랑 파티를 맺은 유진이라는 유저 때문에 이곳에서 이렇게 동서남북으로 발광을 하고 있단 것이 아닌가.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해보자, 그 중에도 추천을 받아 여전히 상단에서 지워지지 않은 코멘트와 도네이션 등이 남아있었다.

        

        시선을 주자 자동으로 재생된다.

        

        그 첫빠따는 무려 1시간 전부터 온 도네이션이었다.

        

        

        

       <절대개같이태보해 님이 20,000원 후원!>

       -누나 빨리 팀원한테 하드코어 아니냐고 물어봐 지금 나오는 적들이 하나같이 심상치가 않아!!!!!!

        

        

        

        여기도.

        

        

        

       <닼존고티죠? 님이 4,000원 후원!>

       -오늘의리빙팁)하드코어 유저는 튜토리얼 때부터 상륙보병급 이상의 적들을 조우하며 이는 파티플레이 시에도 적용되는데 이게 무슨뜻이냐면 이 녹단또는 하드코어 유저와 파티했고 완전 개같이 멸망하기 일보 직전이란 뜻이다

        

        

        

        저기도.

        

        다들 노이로제가 올 정도로 하드코어 이야기만 하고 있다.

        

        하모니의 가슴이 쿵 하고 나락까지 내려앉는데는 시간 문제였다.

        

        그녀의 머리가 한 번도 기름칠하지 않은 기계마냥 끼기긱 돌아가며 유진을 바라보았다.

        

        

        

       “저, 선생님…?”

        

       “일은 다 마치셨나요?”

        

       “혹시, 보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민트색과 푸른색의 눈동자가 서로를 마주했다.

        

        그러나 후자는 이내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기관총을 거치했다.

        

        

        

       “뭔가를 잘못 만졌는지, 보정 절차와 슬라이더 생략 및 하드코어 모드 자동 설정이라고 떴었죠. 이 정도면 대답이 되셨나요?”

        

       “…께흑.”

        

        

        

        눈 앞이 캄캄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하모니는 그 자리에 발라당 넘어졌다.

        

        …그런데 잠시만.

        

        

        

       ‘생각해보니, 크게 상관없는 것 아닌가…?’

        

        

        

        하드코어 유저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저 유저가 없었다면 한참 전부터 차가운 맨하탄 길바닥과 찐한 포옹을 몇 번 정도 반복하고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채팅창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본 결과, 앞으로 천년만년 저런 애들과 마주하는 것도 아니란다.

        

        시청자들에 의해 강제로 개안하여 마주하기 어려운 진실과 맞닥뜨렸지만, 스탠스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끄응…!”

        

       “정신 차렸으면 슬슬 준비하죠.”

        

       “네.”

        

        

        

        그극.

        

        쇠파이프로 된 난간과 유탄발사기의 전방 피카티니 레일이 접촉하며, 겨울바람 위로 긁는 듯한 소리가 살며시 섞였다.

        

        신경써서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들릴 정도로 커진 프로펠러음과 함께, 빌딩 위로 불빛을 번쩍이며 날아온 헬기 한 대를 향해 총알이 쏟아진다.

        

        

        

       -[호버링 존에 나쁜 녀석들을 다수 포착했다. 재밍이 강해서 오랜 시간 대기가 불가능하니, 가능하다면 그 전에 전부 치워주면 좋겠군.]

        

        

        

        그런 아수라장을, 수십 미터 떨어진 공사현장에서 지켜보는 두 명.

        

        손목을 조금만 비틀어도 살짝씩 움직이는 탄도.

        유탄의 궤도와 착탄 지점, 예상 폭발 범위까지 표기된 홀로그램이 하모니의 눈 앞에서 연신 점멸한다.

        

        반경 15미터의 살상구역.

        

        그 안에 두 명의 적이 절묘하게 포함된 것을 확인하며, 그녀는 묵직하게 걸린 방아쇠에 슬며시 힘을 주었다.

        

        

        

       ───쾅!

        

        

        

        화염과 먼지, 비명이 하나로 뭉쳐진 폭발이 시내 한복판에서 작열했다.

        

        그러자, 가슴을 직접 두드리는 듯한 퍼커션 사운드 위로 유진은 분당 700발에 달하는 탄환을 비처럼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송 위치에 모인 적들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하여, 소산 및 은엄폐 중 벌집이 되어 쓰러지거나 폭발에 휘말려 불귀의 객이 되었다.

        

        

        방아쇠에 더 이상 걸리는 유탄이 없음을 확인한 하모니가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거칠게 밀어젖히고 총구를 치켜올린다.

        

        스산한 소리를 내며 여섯 개의 탄피가 바닥에 떨어져 까랑까랑 부딪히는 사이, 그것을 반 바퀴 뒤집고 유탄 파우치를 열었다.

        

        기계적인 손동작으로 여섯 개의 유탄을 실린더에 밀어넣고 태엽을 돌린 후, 다시금 거치와 색적을 반복한다.

        

        

        옆에서는 총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의 끊임없는 제압사격이 이어진다.

        

        7.62mm 나토탄이 닿지 않는 엄폐물에 숨은 적들조차 정확한 유탄 사격에 의해 하나둘씩 사그라들었다.

        

        그 사이에서, 하모니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거, 뭔가….’

        

        

        

        어둠이 짙게 내린 도시 위에서 번뜩이는 폭발과 화염.

        

        트리거링 한 번에 실 끊긴 인형처럼 날아다니는 사람들.

        

        귓전을 끊임없이 간지럽히는 격발음.

        

        굳이 서로간 대화하지 않아도 완벽하게 맞아들어가는 호흡….

        

        

        어깨를 망치로 약하게 때리는 듯한 충격조차 신경쓰이지 않을 즈음이 되어서야, 하모니는 비로소 유탄발사기가 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입가 위로 먹물처럼 번지는 자그마한 미소.

        

        

        그녀는 이 순간, 자신의 을 찾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렇게 한 사람이 폭발광이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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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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