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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은공에 의해 미몽이 깨어지기 전 여일예는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자들이 낭인이라 여겼다.

         

       그러나 어린 여일예는 성장했고 어느 순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고작해야 낭인들이 몇 뭉친 것만으로는 그때의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산장에 들어온 그 낭인들이 모두 진짜 낭인들이었을지라도 그 뒤에 낭인을 고용한 배후가 따로 있을 것이 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어린 시절 동공과 마음에 남은 화인(火印)에 사로잡혀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황금선.’

         

       십오 년 전. 황금가는 무리한 사업투자로 인해 휘청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선가 막대한 자금을 마련해 온 삼남 황금선의 활약으로 인해 황금가는 고비를 넘기고 사천제일이라는 위명을 얻을 수 있었다.

         

       어린 여일예는 몰랐지만 성장해 성인이 되고 무인이 된 여일예는 본인이 살았던 산장의 가치를 짐작이나마 할 수 있었다.

         

       사천제일이라 자부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누구나 상단 하면 손에 꼽던 황금상단이었다. 이미 충분한 세력이 있는 이들이었는데 그럼에도 황금가는 더 도약하기 위해 도박을 걸었고 모든 것을 끌어다 썼다.

         

       황금가 그 자체가 모든 역량을 동원했음에도 자금이 마른 상황에서 고작 삼남에 불과했던 황금선이 대체 어디서 자금을 끌어 왔는가.

         

       ‘모를 일이긴 하지.’

         

       모를 일이다. 무려 십오 년 전의 일이고 그 사건의 생존자라고는 여일예 하나뿐이었고 상대는 무려 황금가였다. 만약 황금가가 산장을 습격한 범인 중 하나라고 할지라도 그런 사실을 증명할 증거 따위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겠지.

         

       그러나 여일예에게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여일예 자신이, 황금선이 범인이라 확신을 가지는 것 하나뿐.

         

       엄청난 재산을 자랑했던 여가산장이었고 황금선은 비슷한 시기에 막대한 자금을 가문에 공급했다.

         

       물론 황금선은 여가산장의 습격계획과 무관한 사람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투자를 유치해 왔을 확률은 0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누군가 그 돈을 황금가에 투자할 수 있었다면 황금가 전체에 은혜를 입힐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돈을 고작해야 황금가의 삼남에게 건네 주었다?

         

       만약에 주었다면 황금선은 그 사람이나 단체에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셈.

         

       그러나 황금선은 가주가 된 이래로 그런 은인을 모시는 듯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심적으로는 너무나 명확한 대상이었다.

         

       그러니 마음과 현실을 이어줄 일말의 연결고리.

         

       그것을 더듬고자 여일예는 지금 이곳 황금가를 방문했다.

         

       “가주님 여일예 대협을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오시라 해라.”

         

       총관의 열어준 문을 열고 들어간 여일예는 곧바로 황금선과 마주했다.

         

       높은 단상에 설치된 옥좌와 같은 곳에서 맞이하거나 중후하고 거대한 책상을 두고 마주할 것이라 여겼던 여일예는 단촐한 탁상에 앉아 차를 우리고 있는 황금선의 모습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요새 사천에 유명한 신진고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본인은 황금가의 가주 황금선이라 합니다.”

         

       “과례입니다. 황금가와 점창은 예로부터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 저의 스승님보다도 배분이 높은 황금선 님께 존대를 듣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허허 그럼 말을 놓겠습니다.”

         

       그 불타던 증오는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스스로의 심상을 바꾸는 것에 사라졌다고는 해도 원수라 추정되는 이들을 만나면 잔불이라도 타오를 것이라 여겼거늘 마음은 그야말로 호수처럼 잔잔했다.

         

       이 사천제일상단의 주인답게 황금선의 눈빛은 여일예를 꿰어 보는 듯한 기묘한 기세를 풍겼으나 여일예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특별하다.’

         

       그녀 역시 황금선의 내면을 보고 있었으니까. 기껏해야 첫인상일 뿐이지만 여일예는 황금선에게서 황금에 대한 욕구와 그 안에 감추어진 어떤 어둠을 보았다.

         

       물론 그런 것은 여일예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황금선이 동요하는가 동요하지 않는가. 심증을 확신으로 이어줄 연결고리가 있는가.

         

       “여 대협께서는 본인에 제법 관심이 많은 모양이오?”

         

       “예, 궁금합니다.”

         

       여일예는 웃었다.

         

       “어린 시절 저는 여가산장이라는 아주 부유한 산장의 딸내미였지요. 지금은 낭인의 습격으로 불타 없어지고 부모님들과 일가 식솔들이 모두 명을 달리하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저 역시 그 참람한 사건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었지요.”

         

       “별말씀을요.”

         

       여일예는 인사를 받지 않았다. 만약 진짜로 황금선이 범인이라면 받아야 할 것은 사죄가 아니라 목과 피였으니까.

         

       “그러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어렸던 시절의 산장은 고작해야 다섯 살 짜리 아이의 눈으로는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부유했지요. 어린 시절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일예와 황금선은 서로를 흔들림없는 시선으로 응시했다.

         

       “여가산장이 그토록 부유했으니 부자를 만나게 된다면 부모님의 향수를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이 황금상단의 주인인 가주님을 뵙게 된다면 흐릿해진 모습의 부모님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리 살피게 되었지요.”

         

       “허허허…”

       

       웃는 황금선을 보며 여일예는 눈을 감았다.

         

       역시 안 되는가.

       

       황금가의 가주는 고작해야 갓 초절정에 오른 애송이가 찔러 본다고 틈을 드러낼 자가 아니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있었지만 얕은 실망감이 몸을 감싸는 것까지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한줌 동요도 없이 고요한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여일예는 심계 싸움에서는 깔끔하게 패배했노라고 인정했다.

         

       “가주님의 귀한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았군요. 장문인께서 전해 달라 부탁받은 서찰입니다.”

         

       “잘 전해 받았습니다. 장문인께는 곧 인편을 통해 답신을 전해 드린다고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여일예가 등을 돌려 문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여 대협.”

         

       “말씀하시지요.”

         

       “근래에 큰 성취를 거두셨다 들었습니다. 얼마나 큰 성취를 이루셨는지 조금은 궁금하군요.”

         

       “그렇습니까.”

         

       여일예는 단전에서 내공을 끌어 올렸다.

         

       후우우우웅!!

         

       황금선 역시 무공을 익히긴 한 자. 여일예는 귀한 영약을 밥 먹듯이 먹고도 남을 위치인데도 일류에 멈추어 있는 것을 보면 자질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약이라.’

         

       내공으로 방 안을 장악했다. 그야말로 폭우가 내린 장강의 기세를 형상화시킨 듯한 여일예의 내공이 순식간에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 거대한 와류가 흐름을 만들어 내고 그 흐름은 압력이 되어 순식간에 황금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짓눌렀다.

         

       수신호위.

         

       “끄…윽..”

         

       “커….허..”

         

       황금선을 지키기 위해 은신해 있는 수신호위들이 소리를 흘렸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은신하는 것을 철저하게 훈련받은 수신호위들이 속절없이 비명을 토해냈다.

         

       여일예의 내공은 구파일방의 제자라고 하기에는 적었다. 후예십시에 들 무공실력은 있었으나 감정이 불안정하다 평가받았던 여일예. 점창에서는 그런 여일예에게 풍족한 내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판단해 지급이 미루어지기도 했고 바깥에서 워낙 낭인 건으로 사고를 많이 치니 징계성으로 지급받을 영약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혁기린.

         

       점창파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영약을 집중적으로 투입받은 후기지수. 혁기린의 내공이 방대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은공.’

         

       고작 여덟 글자의 화두였을 뿐이었다. 그 화두로 깨달음을 얻었을 뿐이었다.

         

       그것만으로 여일예는 혁기린을 넘어서는 내공을 얻었다. 기를 퍼트려 돌리는 것만으로도 무려 황금가의 가주를 호위하는 수신호위 고수들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하고 폭력적인 내공을 손에 넣었다.

         

       여일예는 내공을 회수했다. 여일예의 내공에 제압당해 손 하나 까닥하지 못하고 신음성만 흘렸던 수신호위들은 간신히 숨을 고르며 기척을 숨겼다.

         

       사람 넷을 속박하던 거대한 와류는 단 한순간에 여일예의 몸으로 빨려들어가 갈무리되었다.

         

       “…대단하시군요. 이 황금 모가 큰 개안을 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그저 궁금하다 하시기에 보잘것없는 재주를 부려 보았을 뿐이지요.”

         

       여일예는 담담히 포권해 보이며 집무실을 빠져 나왔다. 집무실 문에서 고작해야 3보 거리에 호위무사가 배치되어 있었지만 호위무사는 집무실 안에서 벌어진 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홀로 가주전을 내려오며 생각했다.

         

       ‘정보가 더 필요하군.’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여일예는 오늘 황금선을 만남으로써 한 가지 수확을 얻었다. 적어도 구파일방의 장로급이 나서지 않는 한 이 사천에서 자신의 복수를 막을 자는 없다는 것을.

         

       사문을 등지고, 정든 담비 모피를 떠나 보낼 각오만 한다면 복수 자체는 얼마든지 가능하리라는 확신.

         

       다음번에 만날 때는 어쩌면 검을 뽑아 들고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며 여일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파라라라라락!

         

       종이 뭉치가 하늘로 쏘아졌다.

         

       “하.”

         

       작게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깔끔한 솜씨였다. 내공의 와류를 저토록 멀리까지 보낼 수 있다니 범상한 솜씨가 아니었다. 지법일까? 아니면 장법? 내공을 응축하고 형태가 부여된 흐름이 어찌나 깔끔한지 누가 쏘았는지 절로 호기심이 솟는 한 수였다.

         

       와류가 풀리며 사방으로 쏟아지는 종이들.

         

       여일예는 허공섭물의 묘리를 발현해 종이 한 장을 손으로 빨아들였다.

         

       [♚♚사천낭인의 기이한 사술 공연♚♚방문시$$전원 사술☜☜체험기회100%증정※ ♜맛깔나는 호박엿 ♜무료증정¥ 특정조건 §§맛있는 약과§§★100개 한정★획득기회@@@ 즉시이동: 사천북로 황금가 사거리 앞. ]

         

       그녀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본문 마지막에 나오는 전단은 소위 광고체라는 것으로 레스토랑스라는 분들이 시공의 무언가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격문입니다. 기타 인터넷 밈으로 활용되기도 했지요.*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멘탈이 좀 회복되었습니다.

    연참은 공모전 규정상 하루에 두편이 한계입니다.

    두편은 가급적 매일 채울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22/5/14일 후기에 피드백 관련 내용이 있었으나 본문에 적용 후 해당 후기 내용 삭제했습니다.

    ———–

    [지나가는레콘]님 [20코인]후원 감시합니다.

    산수치가 위험할 때 적절하게 공급해주신 코인 덕분에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파페포포]님 [10코인]후원 감사합니다.

    완결까지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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