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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분명 근처에 있을텐데.’

         

        파랑이 차가운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저 멀리서 옅게 스며나오는 노란 광채를 발견했다.

         

        그쪽으로 서둘러 가보니 과연 한참 걸린 이유가 있다. 그야, 파랑이 예상한 것에 비해 너무 작았으니까.

         

        ‘이건….’

         

        푸른 빛을 띄는 최고급 마정석을 고리 모양으로 세공하여 만들어낸 귀걸이.

       

        게임 속의 전설 아이템이라도 되는 것마냥, 귀걸이에서는 노란 광채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신물(神物). 그러니까 최고급 아티팩트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파랑이 고민했다.

         

        ‘이거, 뭐지?’

         

        기억이 날랑말랑한다. 분명 원작에서 꽤나 자주 쓰였던 아티팩트이건만, 작중 등장하는 것들만 쉰 개가 넘어가다 보니 헷갈린다.

         

        그리하여, 고민!

         

        파랑의 머릿속 작은 도서관에서 조그만 미니 유파랑들이 쉴새없이 돌아다니며 책을 빼다가 읽었다.

         

        그러다 번뜩! 사다리 꼭대기에서 위태위태하게 책을 펼쳐든 유파랑 하나가 손을 번쩍!

         

        “찾았다!!”

         

        그러자 사다리 밑에 옹기종기 모여든 유파랑들이 제각기 한마디씩.

         

        “뭔데?”

        “뭐야?”

        “뭐지?”

        “뭘까?”

         

        위에 있던 유파랑이 양손으로 책을 펼쳐 머리 위로 번쩍!

         

        “출항이다!!”

         

        그러자 밑에 바글바글 모여있던 미니 유파랑들이 그제서야 ‘아 그렇구나’를 외친다.

         

        “출항이래!”

        “출항이구나!”

        “출항이었어!!”

         

        그리고 머릿속에서 나와, 큰 유파랑.

         

        그녀가 아티팩트를 가만히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출항이구나.”

         

        슬레이어즈의 3인자, 한시우 헌터의 두 번째 여자.

         

        사상최강의 창잡이 올리비아 클로버필드.

         

        한시우 헌터가 그녀에게 가장 처음 선물했던 아티팩트이다.

         

        전개의 클라이막스에 다다라 한시우 헌터가 이 귀걸이를 건네주는 장면은 소설에서도 손에 꼽는 명장면…은 아니다.

         

        귀걸이 제작을 시작할 시점에 이미 독자의 70%가 ‘저거 올리비아한테 가겠구나.’ 하고 예상했던 탓이다.

       

        물론 파랑도 그랬다. 아무튼.

         

        이 귀걸이의 이름이 [출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선원이었던 올리비아는 이 귀걸이를 받은 뒤로 다시는 배에 타지 않았다.

         

        파랑이 소설을 완결까지 정주행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배를 타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 때문에. 물론 그냥 시간 때우기 좋아서가 가장 컸지만.

         

        파랑이 바닥에 널브러진 출항을 바라보았다.

         

        이런 신물이라면 도난 방지 옵션쯤은 당연히 걸려 있을 것이다. 그것도 최상급이겠지.

         

        평범한 이라면 손을 대기만 해도 즉시 미쳐버리거나, 지져지거나, 터져죽거나, 뭐 아무튼 그럴 것이다.

         

        하지만 여긴 물속이고, 해주를 시도하는 자는 유파랑이다.

         

        [ 스킬, ‘아쿠아 클린즈’를 발동합니다. ]

       

        눈앞의 귀걸이에서 저주가 씻겨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물감을 적신 휴지가 물 속에서 물감을 뱉어내는 것처럼, 온갖 술식에 절여진 아티팩트가 물속에서 그것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검정, 초록, 빨강, 노랑 색색으로 풀려나가는 저주들.

         

        ‘진짜 많이도 걸어놨네.’

       

        파랑이 대충 눈으로 확인한 것만 해도 12가지다.

         

        그리고 약 5분쯤 뒤.

         

        출항이 마지막 보안 술식을 토해냈다.

         

        파랑이 그것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귀에 장착. 노란 빛이 사그라들었다.

       

       정상적으로 장착되었다는 뜻이다.

       

        가치를 잴 수 없는 무가지보. 특히나 파랑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출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귀걸이는 주변을 바다에 준하는 환경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덤으로 물 속에서 호흡, 물 속에서 능력치 증가 등 뭐 다양한 옵션이 있기는 한테, 파랑에게는 별 관계없는 이야기고.

         

        원작 소설에서 바다를 가지 않고도 수중 액션씬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아무튼, 그런 보물이 파랑의 손에 들어왔다.

         

        언제 어디서든 공간을 물로 채울 수 있다는 것. 파랑에게 그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지는 설명하기 입이 아프다. 그야말로 최강의 버프기.

         

        원작에서는 광역 디버프로 더 많이 쓰인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파랑이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대사를 뱉었다.

         

        “운이 좋군.”

         

        운이 좋았다.

         

        귀걸이면 방송 중에 껴도 문제가 없다.

         

        내심 무기류가 나올까봐 걱정했던 파랑이다.

         

        왜? 그걸 쓰게 되면 방송을 못 키니까.

         

        파랑이 알기로, 아직까지 슬레이어즈의 신물급 아티팩트는 발견된 바가 없다.

         

        잠수하는 사람들이 건져올리는 건 C~B급의 하급품이나 보석, 금괴 같은 것들.

         

        그런 와중에 ‘슬레이어즈 소속 누구누구의 개 쩌는 아티팩트! 해저에서 발견!’ 이라는 소식이 퍼지면, 사람들이 기를 쓰고 심해로 잠수하지 않겠는가.

         

        파랑은 그런 사태가 벌어질 바에야 아티팩트를 다른 이에게 넘기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이번에 방송을 안 키고 내려온 이유도 그렇고. 여긴 수심 4km 아래라서 핸드폰으로 방송 조작도 못한다. 방송을 키고 내려왔다면 꼼짝없이 이 광경이 생중계됐을 거다.

         

        그건 안 될 말이지.

         

        어쨌든, 파랑이 위로, 위로. 발광 젤리로 만들어둔 길을 따라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어, 이거!’

         

        아우리타의 영역에서 만났던 그 ㅜ자형 괴어가 다시 파랑의 눈에 띄었다.

         

        파랑이 급히 핸드폰을 꺼내 베르테아가 전송해줬던 목록을 훑으려다가 멈칫했다.

         

        핸드폰이 먹통이었기 때문이다.

         

        맞다. 4km 넘었구나.

         

        동굴의 천장까지 올라가 보지만 미묘하게 안 닿는 깊이.

         

        아예 통로로 올라가서 확인하고 다시 내려와?

         

        아니, 그 거지같은 통로를?

         

        내려오면서 없던 폐소공포증도 생길 뻔한 파랑이다. 거기로 나가기도 싫은 와중에 나갔다 다시 들어오라고? 절대 사절이다.

         

        그러면 대충 기억나는 것만 해 봐야겠다.

       

        파랑이 결정을 빠르게 마치고, 머릿속을 뒤적거렸다.

         

        이번에 찾을 것은 ‘베르테아가 뭐 해보라고 했었지?’

         

        다시 한 번 파랑의 머릿속 도서관에서 미니 유파랑들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동그란 안경을 쓰고 책을 미친 듯이 넘기던 유파랑이 손을 들고 외쳤다.

         

        “여기, 찾았다!”

         

        그 말에 작은 유파랑들이 우루루루 몰려가 뭔데뭔데 뭐 하라고 했는데 오두방정 소란을 떤다.

         

        그에 안경 유파랑이 가슴을 탕탕 치며 말하길, “눈알 뽑아보래!”

         

        “오오!!”

        “눈알!!”

        “역시나!!”

       

        그러자 몰려들었던 쪼꼬미 유파랑들도 감탄한다.

         

        헹가래를 받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안경 유파랑의 표정이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바깥의 큰 유파랑이 기억을 떠올렸다.

       

        ‘눈알 뽑아 보라고 했었지.’

         

        파랑이 ㅜ자 괴물에게로 가, 순식간에 눈알을 제외한 부위를 조각내 버렸다.

         

        그리고 눈알에 작살을 박아넣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쑤우우욱 퍼올리듯이 꺼내 보니,

         

        툭-

       

        하고, 마치 레고가 분리되는 것처럼 깔끔하게 눈알이 뽑혀나왔다.

         

        그 기괴한 광경에 파랑이 갸우뚱. 이게 맞나 싶다.

         

        일단 서둘러 올라가 베르테아에게 연락이나 해 봐야겠다고 결심.

       

        파랑이 어거지로 꾸득꾸득 통로를 비집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베르테아에게 문자.

         

        눈을 뽑을 때 났던 소리라던가 느껴진 감촉 등을 상세히 적고, 마지막으로 생명체가 아닌 것 같다는 개인의견까지 추가해 전송.

         

        그리고 그제서야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생명체인지 아닌지는 크라켄으로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걸 왜 까먹었지?

         

        아무래도 눈알 파낼 생각에 너무 신나 잊어버렸던 모양.

         

        머릿속에서는 이미 안경 쓴 미니 유파랑이 다른 유파랑들에게 마구잡이로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파랑이 자신이 나온 구멍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역시 포기. 저길 어떻게 다시 들어가. 죽어도 싫다.

         

        다음에 기회가 찾아오겠지 싶어 그냥 수면으로 올라왔다.

         

         

        #

         

        오물오물.

         

         

        로투스 비스킷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파랑을 샤오가 약간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맛있는 걸 뭐 어쩌란 말인가. 파랑은 눈도 안 마주치고 비스킷을 흡입했다.

         

        커피에도 살짝 찍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이게 그 해골이야?”

         

        “응.”

         

        “으음….”

         

        명백히 사람의 두개골로 보이는 해골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샤오가 고민했다.

         

        바로 앞에서 파랑이 과자를 먹고 있었지만, 그들의 비위는 이미 인간초월이다. 래셔스의 주머니 속에 식사를 차려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래도 이 정도 보존 상태라면 간단한 신원확인이랑 ‘다이브’정도는 가능할 거야.”

         

        ‘다이브’. 샤오의 고유한 스킬이다. 물 속에서 죽은 자의 기억 속으로 뛰어들어, 그 기억을 체험하는 일.

         

        물론 물 속에서의 이야기다. 물 밖에서 그게 가능하면 이미 샤오는 S급 헌터를 달았겠지.

         

        아, 그렇다고 해골의 신원조회를 위해 다시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충 다 먹었지?”

         

        파랑이 로투스 비스킷 열 개를 양쪽 주머니에 급히 쑤셔넣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돈도 많을 텐데, 그렇게 좋으면 직접 사먹으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로투스 비스킷은 자기 돈을 주고 사먹는 순간 그 맛이 반감되어버리니까.

         

        공짜로 먹을 때 가장 맛있는 과자다.

         

        아무튼 공짜 과자를 쓸어담은 파랑이 탁자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

         

        달각, 달각.

         

        어디서 났는지 모를 컨트롤러를 샤오가 이리저리 조작하자,

         

        덜컹- 우우우우웅-

         

        원형 거실 가운데의 탁자가 아래로 쑥. 그리곤 나무 바닥의 중심부가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둥그렇게 열렸다.

         

        그 아래로 보이는 것은 출렁거리는 푸른색의 물.

         

        샤오의 다용도 수조다. 어지간한 수족관의 가장 큰 수조보다도 크다. 그야, 이 건물의 3개 층을 통째로 수조로 만들었으니.

         

        퐁당-

         

        샤오가 완벽한 자세로 수조 안에 뛰어들었다.

         

        파랑도 양복을 벗어 고이 개어두고는 해골을 들고 퐁당.

         

        기이이잉-

         

        그러고 나니 바닥이 닫히고, 언제 없어졌었냐는 듯 둘이 머무르던 거실 위로 원형 탁자가 올라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디어 도서관과 미니 유파랑 연출을 써먹었습니다. 프롤로그를 작성할 시점에 ‘이거 써먹어봐야지’ 하고 묵혀둔 연출인데 이제야 써보네요.

    오늘 괴어 설정 구상하느라 너무 재밌어서 늦을 뻔했습니다. 안 늦어서 다행이네요.

    열두안즈님, 다음편줘다음편줘 님, 뿔두드럭고둥 님, 비공개 익명 후원자님 모두 후원 너무 감사합니다. 잘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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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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