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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오빠…저 새 거에요…아시죠? 호호…’

        ‘어멋.. 이젠 중고가 되어버렸넹.. 헤헤..’

        ‘오빠가 나 중고로 만들었으니까 이제 책임졋!!!’

        ‘맛있당.’

       

        “하…”

       

        형석이와 대화를 나누던 나는 깊게 한숨이 나왔다.

       

        ‘이 시발… 원래부터 중고였잖아. 그것도 그냥 중고가 아니라 한참 중고. 낡고 다 헤진 걸레년이.’

       

        어이없었다.

        신제품을 주문했는데 중고가 배달왔을때 느낌이랄까.

        아니다.

        신 차를 주문해서 애정있게 열심히 가꾸고 잘 탔는데, 사실 알고 봤더니 중고 침수차에 주인도 여러 번 바뀐 차를, 껍데기만 교체해서 팔았던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과 같은 상황.

       

        완전히 까마득히 몰랐다.

        아예 전혀 눈치를 채지도 못했다.

       

        내가 지금 느끼기로는 머리속에 있던 안개가 조금씩 걷혀가는 느낌이었다.

        무조건 내 생각엔 채수현이 나에게 어떤 수작을 부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상하게 행동했던 것들.

        말도 안되는 행동들.

       

        이제는 나도 내가 도대체 누군지 혼란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야. 어쨋든 그래서 채수현, 이 시발년은 너가 아는 거만 해도 피해자가 32명이라는 거지?”

        “넵. 분명합니다.”

        “하…”

       

        나도 모르게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채수현에게 마음이 1도 남아있기는 커녕, 오히려 복수심에 불타올랐다.

        이건 꼭 복수를 해야한다.

       

        남자가 뭘 쪼잔하게 여자에게 복수를 하냐라고 할 사람도 있지만.

        나는 꼭 하고 싶었다.

       

        완전히 속아넘어갔으니까.

        그리고 분명 나에게 뭔갈 수작을 해둔 것이 분명하니까.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야. 몇 분 남았냐?”

       

        이제 나도 적극적으로 조져보기로 했다.

       

        ‘이 시발년. 기대해라. 딱 대.’

       

        ***

       

        부우우우우우우우우웅…

       

        채수현은 올림픽 대로를 미친듯한 속도로 달리는 중이었다.

        거의 시속 120km에 달하는 속도.

       

        이 정도면 경찰이 붙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한 시가 급하니까.

        회수라는 뒤통수를 맞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계획에 금이 가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 시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백지훈 이 새끼 정신이라도 차린 거야 뭐야?’

        ‘말이 안되는데. 지금까지 그 어떤 남자도 나에게서 빠져나간 적이 없다고. 아예 불가능이잖아.’

       

        고속주행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백지훈을 어떻게 꼬시는가.

        그래서 포인트 회수를 어떻게 해서 멈추게 하는가.

       

        ‘하. 계획을 좀 수정해야되나.’

        ‘계속해서 데리고 다녀야 하나?’

        ‘안돼. 보는 눈들이 많아. 이미 내가 언론에 너무 노출이 많이 되었다고.’

        ‘게다가 이진혁이랑도…’

       

        그녀는 기자회견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몰래 콕 박혀서 활동을 했던 터라 대중들은 채수현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제의 기자회견을 통해 단숨에 유명인이 되어버렸으니까.

       

        이제는 길거리에 나서면 누군가는 알아볼만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기자회견을 안했더라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순차적으로 계획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었는데, 백지훈의 포인트 회수라는 말도 안되는 장벽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판.

       

        ‘이제와서… 백지훈을 다시 맛 가게 한다고 해도… 흠… 내 옆에 둬야 안전할 것 같긴 한데… 근데 또 그럼 진혁 씨가…’

        ‘아 왜 나는 한번에 한명 밖에 안되냐고!!!!’

       

        핸들을 강하게 붙잡았다.

        아주 불만이라는 듯이.

       

        ‘어떻게든 상관없이 업글이 가능하면 좋을텐데.’

        ‘왜 하필 한번에 한명밖에 안되어서…’

       

        띠리리링.

       

        정신을 집중하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알람이 울렸다.

        이제는 10분이 남았다는 알람이었다.

       

        ‘아. 늦었어 늦었어’

        ‘이미 늦었다고. 10분 안에는 절대 못가.’

        ‘아 왜 진짜 말도 안되는 걸 시키고 지랄이야. 이 시발 놈이.’

       

        마음 속에 백지훈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다.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달려서 도달해보기로 했다.

       

        ***

       

        “형 이제 곧 시간 다 되어가요. 아마 계속 별 말이 없는 걸 보면 아무래도 미친듯이 운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야. 얘가 만약에 늦으면 어떻게 할 건데?”

        “뭐. 그럼 늦었다는 걸 이유로 쥐고 흔들면 되죠.”

       

        아주 두근거린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야. 형석아.”

        “넵.”

        “내가 앞으로 채수현 이 년을 조질 거거든? 너도 동참해줘라.”

       

        아주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젠 더 우물쭈물할 것도 없으니까.

       

        대놓고 채수현에게 악독하게 대하기로 선언.

       

        “히히. 그래도 될까요?”

       

        싱글벙글.

        이놈은 워낙 예전부터 이런 걸 좋아했었다.

       

        “응. 어떻게 패야 좋을지 잘 논의 해보자고. 아주 나락을 보내줘야 할 것 같은니까.”

        “넵!”

       

        S급 헌터 1위.

       

        거의 우리나라에선 가장 최고의 명예와 유명세를 얻을 수 있는 자리.

        이 년은 나를 포함해서 최소 33명의 남자를 짓밟고 저 자리에 올라간 것이다.

        완전히 도구로 이용.

       

        이걸 가만히 냅두면 사람이 아니다.

        차근차근 C급으로 끌어내려야지.

       

        어차피 회수는 알아서 진행된다.

       

        내 예상으론 채수현은 어떻게 해서든 등급 재판정을 회피하려고 할 것 같았다.

        정기적인 정부의 등급 재판정.

        물론 지금까진 강등이란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채수현은 이미 S급 헌터이기도 하고.

        아예 재판정 절차가 없겠지만…

       

        없으면 내가 유도해야지?

        그래서 뽀록나게 해야지?

       

        머리 속에서 조금씩 계획이 잡혀나갔다.

       

        아직은 뭔가 머리 속에 안개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언젠가는 모두 걷혀질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채수현을 만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가능하면 얘를 피해야만 한다.

       

        서큐버스 퀸이란 년이 도대체 어떤식으로 남자를 홀리는 지 모르니까.

        분명 나를 만나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홀리려고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회수를 멈추든 아니면 다시 자신에게 포인트 투자를 유도하든.

       

        내가 취해야 할 입장은 아주 분명.

       

        “캬. 시간 다 됐네요.”

       

        이것저것 상념에 잠겨있었는데 형석이의 말이 들렸다.

       

        “역시나 도착엔 실패한 것 같네요. 아주 잘 됐어요. 이제 채수현 헌터를 더 쫄리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응. 머라고 떠드나 지켜봐야지.”

       

        ***

       

        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

       

        아주 요란하게 시끄러운 소리가 차 안에 울려퍼졌다.

       

        “아잇. 조용히 좀 해!!”

       

        채수현은 시간이 다 되었다는 알림을 끄고는 스마트폰을 집어던졌다.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미친 듯이 칼치기를 하는 중이었다.

       

        ‘이 새끼. 일부러 이런 거지? 그치? 내가 도착 못할 거 알고 그런 거지? 아 시발. 좆같네.’

       

        점점 머리 속은 복잡해져가는 중이었다.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백지훈에게 뭐라 해야 좋을지 마땅한 수를 계속해서 떠올리는 중이었다.

       

        ‘오… 오빠… 있잖아.. 오는데 너무 길이 막히더라고.’

        ‘아니. 나 되게 최선을 다했어. 정말 열심히 왔단 말야.’

        ‘고작 몇 분 늦은 거 가지고 정말 그러기야?’

        ‘하. 오빠. 됐고. 우리 모텔이나 가자.’

       

        대충 어떻게 해서든 요리조리 구워삶아볼 생각이었다.

       

        ‘채수현.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걱정마. 그 등신은 어차피 너 특성 못 이겨. 남자 새끼들이 다 똑같지 뭐.’

       

        스스로를 다독이며 목적지에 다가갔다.

       

        ***

       

        끼이이익.

       

        거의 제대로 주차를 하지 않은 채로 방치를 해버렸다.

        그리고는 타타탁 달려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어? 저 사람. 그 사람 아냐?”

        “어. 그 기자회견 그 사람? S급 헌터 1위라고 하지 않았나…?”

        “채… 뭐시기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맞아. 그 백호 길드 들어간 그 여자.”

        “이진혁이랑 뭐시기랬잖아.”

       

        가게 안의 사람들은 난데없는 채수현의 등장에 당황하기도 하고 놀라워하기도 하고,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전국적으로 방송을 탔던 터라 하루 만에도 알아보는 사람이 꽤 생긴 사람이었다.

       

        “저… 저기… 채수현 헌터님? 저 팬입니다. 사인 좀.”

       

        이제 유명해진지 하루인데 팬이라며 다가오는 손님도 있었다.

       

        “죄송한데 제가 좀 바빠서요.”

       

        잔뜩 짜증이 난 표정으로 다른 모두를 다 지나쳤다.

       

        ‘백지훈… 백지훈? 백지훈 어딨어? 이 시발 새끼. 어딨냐고.’

       

        최대한 표정관리를 하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백지훈을 만났을 때 방긋방긋 연기를 해야 했으니까.

        적의를 감춰야 했으니까.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아니 이 새끼. 어딨냐고? 없어? 이 시발 새끼?’

       

        설마 하는 마음에 가게 주인에게 다가갔다.

       

        “어머어머. 혹시… 채수현 헌터 아니에요? 저 어제 TV에서 봤어요~ 호호호호호. 아니 TV보다 실물이 훨~씬 낫네. 어머. 아주 영광이에요.”

       

        사장 아주머니는 아주 꺄르르 대며 다가온 채수현을 반겼다.

       

        “저.. 혹시 사장님. 이 사람 방금 나갔나요?”

       

        그녀는 스마트폰에서 백지훈의 사진을 꺼내 들었다.

       

        “으응? 누군데요?”

       

        사장은 채수현이 내민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잉…? 이런 사람은 온 적이 없는데… 내가 사람 얼굴 기억하는 건 아주 기가 막히거든. 하도 돈 떼먹고 튀는 놈들이 많아서 말이야.”

        “하….. 그… 그… 래요…?”

       

        채수현은 몸을 바르르르 떨었다.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간다는 듯이.

       

        ‘백지훈. 이 시발 새끼…날… 날 속였어…??? 감히??’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각종 신호위반과 과속, 칼치기, 갓길주행 등을 하며 40분도 안되는 시간에 압구정에서 김포까지 주파했다.

        기껏 도착했는데 백지훈은 애초에 이 가게에 없었던 것이었다.

       

        ‘하… 시발… 어이 털리네. 내가 당했어? 와… 채수현 너 개 멍청하다.’

       

        살면서 처음 당해보는 충격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분노.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짜증이 나기도 했고, 동시에 백지훈에 대해 상당한 열받음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 새끼… 내가 참는다 참아… 하…’

       

        하지만 곧바로 이성을 되찾았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에 힘을 과시하며 화풀이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니까.

       

        ‘채수현. 정신 집중해. 지금 어떻게 해야 하지?’

       

        토토톡톡.

       

        메시지를 차분히 작성했다.

       

        [ 오빠앙~ 내가 도착했는데 오빠는 어딜까? 내가 살짝 늦기는 했지? ]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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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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