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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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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회장의 일과는 정말이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눈 한 번 깜빡일 때마다 서류가 가득 쌓이기 마련이요, 그 서류에 적힌 내용이 시류에 맞는 내용인지.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 순식간에 판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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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도 수백 장이 넘는 서류를 들여다보거늘, 어떨 때는 1년 전 2년 전에 보았던 서류의 내용을 떠올려야 할 때도 있다.

    ​

    이 일을 비서나 아랫 사람들에게 맡길 수도 없었다. 회장에게 올라오는 서류들은 이미 거르고 걸려져서 회장이 꼭 결재해야 하는, 그녀만이 알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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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레갈리아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제 부하가 보내온 선물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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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과학자가 만든 호신용품이라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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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시계로 보이지만 과학자가 말하기를 어지간한 빌런의 초능력도 일격은 막아낼 수 있는 배리어, 그리고 그런 빌런을 일격에 제압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간 호신용품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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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지식과 상식으로는 이 조그마한 시계 안에 어떻게 그런 기능을 모조리 넣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과학자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을 벌이는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기에 가볍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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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 조금 별로기는 했지만─ 시계를 손목에 채워넣은 레갈리아는 씨익 웃으며 서류 업무로 돌아갔다.

    ​

    “회장님? 편지가 왔습니다.”

    “아…… 벌써 그런 시기가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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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일하던 레갈리아는 비서의 말을 들으며 편지를 확인했다. 그건 초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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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시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파티.

    로열 파티의 초대장.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행사였다.

    ​

    행사의 날짜, 위치, 주의사항 따위를 읽은 레갈리아는 퍽 인상을 찌푸렸다. 맨 아래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사항이 생겼기 때문이다.

    ​

    ‘……파트너랑 함께 참가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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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숨이 절로 나오는 문구였지만 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런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건 시류에 뒤쳐진다는 뜻이었으니까. 제아무리 이블스 기업이라고 해도 다른 대기업들과 척을 지는 건 좋지 않았다. 

    ​

    결국, 레갈리아는 파티에 데려갈 사람을 고민했다. 

    문제는 마땅히 데려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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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파티요?”

    “그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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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류층들을 위한 파티가 있다고 한다. 각 도시를 대표하는 기업 재벌들이 모여 교류를 나누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파티가.

    ​

    지구에서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밖에 접하지 못한 그 파티가 실존한다는 사실을 들은 나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눈앞에 있는 소녀가 이 세상 경제를 주름 잡는 재벌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

    “과학자. 자네가 여의 파트너가 되어주게.”

    “제가요? 전 파티에서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요.”

    “괜찮네. 그런 건 다 알려줄테니. 자네는 여가 가장 신임하는 부하 아닌가.”

    ​

    보스의 말을 들은 나는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 한 채 되물었다. 파트너라니, 내가? 

    ​

    내가 대학을 나오고 교양까지 충실한 문명인이기는 했지만, 재벌인 보스의 파트너 노릇을 할 정도로 전문적이지는 않았다. 애시당초 관련된 지식을 배웠더래도 재벌가 파트너를 연기하는 건 무리가 있으리라.

    ​

    현대인이 중세 귀족에 대한 걸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실제로 중세로 가서 귀족 노릇을 할 수 없듯이─ 재벌가 파트너가 무얼 하는 지에 대한 건 TV에서 본 사짜 지식밖에 없으니까.

    ​

    그러나 보스의 뒤이은 말을 듣자, 나는 파트너 자리를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

    “자네가 아니라면 갈름이나 아일레에게 부탁할 생각인데…….”

    “제가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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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짐승 아니면 재벌가 사람들 사이에서 기 죽어 아무것도 못 하다가 골수까지 뽑아먹힐 음침아싸찐따가 후보라는 걸 듣자 나는 곧장 파트너 자리를 받아들였다.

    ​

    차라리 내가 가서 사고를 치는 게 낫지, 저 두 사람이 갔다가 사고를 쳤다간 도무지 뒷감당이 안 될 거 같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악의 조직 인재풀 좀 봐라…… 어떻게 파티에 데려갈 사람이 하나도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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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기야, 빌런 조직에서 상류층 파티에 데려갈 인재가 있는 쪽이 오히려 신기한 일이리라. 보통 빌런이란 범죄자, 패배자, 낙오자, 쓰레기 따위가 택하는 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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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상류층에 어울려도 이상하지 않을 교양이 있었더라면 애시당초 빌런이 되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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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할 게 있을까요?”

    “음- 그렇군. 과학자여. 정장은 갖고 있나?”

    “몇 벌 갖고는 있습니다만…….”

    “아니, 그런 기성품 말고. 맞춤 정장이 있느냔 말이었는데…… 안 되겠군. 키티?”

    “예,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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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 딱- 튕겨서 제 비서를 불러낸 레갈리아는 사형선고를 내리는 판사마냥 나를 겨눈 뒤 입을 열었다.

    ​

    “─데려가게.”

    “알겠습니다.”

    “어,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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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절없이 비서에게 끌려가게 된 나는 곧장 정장 전문점에서 맞춤 정장을 맞추고, 상류층들 파티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에 대해 배우고,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 파티장에 출석하는 기업 회장들의 이름과 연력, 말을 걸어도 되는 사람과 걸면 안 되는 사람에 대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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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이지 머리가 빠개질 정도의 지식을 한 번에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지금도 회장들이 무슨 기업을 운영하는지, 또 보스와 무슨 관계인지 가물가물했다. 이런 걸 외우는 게 질색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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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외우는 게 모두 끝났을 무렵엔─ 실전을 치를 준비만이 남았다.

    상류층들을 위한 로열 파티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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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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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리 빨리 움직여!”

    “이 음식은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빼라고 했지!”

    “히어로들은 언제 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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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시의 A 호텔.

    항상 여유로움을 잃지 않고 호텔리어다움을 보여주자는 것이 모토였던 호텔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무척이나 분주했다. 

    ​

    금일 호텔에 방문할 예정인 손님들의 정체를 안다면 누구나 이 호텔의 직원들처럼 반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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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님들께서 방문하신다. 결코 실망시켜드리지 말도록!”

    “우리 A 호텔은 다른 호텔과 격이 다르다는 걸 알릴 기회가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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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도시의 최고 재벌들이 모이는 로열 파티가 오늘 A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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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 한 명이 어디 TV에서나 볼 법한 위인이요 초대된 이들의 재산을 다 합치면 세계의 절반을 살 수 있다는 우스꽝스런 농담이 결코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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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말이지만 일개 호텔리어에 불과한 그들이 긴장하지 않을 리가 만무했다.

    호텔 입구에 또 다시 한 대의 차량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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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이 호텔인가…….”

    “안 좋은 기억이라도 있으신지?”

    “아니, 호텔은 괜찮다만- 여기 주인이 좀. 변태스러운 성향을 가진 녀석이었기에.”

    ​

    차량에서 내린 레갈리아는 에이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호텔 안으로 입장했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후다닥 달려와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

    “환영합니다. 오늘 두 분을 모시게 된 베글입니다. 레갈리아 님? 따님과 함께 오셨군요. 연회장은 이쪽입니다.”

    ​

    “아뇨, 레갈리아 님은 이쪽입니다. 저는 파트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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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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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의 지위를 오해한 호텔리어가 멍하니 에이트와 레갈리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얼굴 표정을 본 에이트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

    레갈리아는 10대 소녀다. 도저히 기업 하나를 운영하는 재벌 총수로는 보이지 않는 바- 자신이 기업의 수장이요 레갈리아는 자신을 따라온 딸 정도로 생각할 법 하다.

    ​

    하물며 그녀는 10대에 기업 하나를 다스린다는 특수성 때문인지 외부에 쉽게 자신의 얼굴이요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 아닌가? 레갈리아라는 이름만 알고 있을 호텔리어가 자신과 보스를헷갈리는 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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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그게 실수가 용납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

    “죄, 죄송합니다─!”

    ​

    호텔리어는 본인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닫곤 곧장 허리 숙여 사죄했다. 에이트는 어쩔 거냐는 듯 보스를 바라보았다. 레갈리아는 이런 데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듯 호텔리어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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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전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건지 허리 숙여 사과하던 호텔리어 대신 새로운 직원이 달라붙어 연회장까지 안내했다. 한 번 실수했기 때문인지 직원의 행동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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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빈보단 위험물에 가까운 취급을 받으며 연회장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그 시선을 받은 에이트는 속으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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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무슨 살기 같은 게 느껴지는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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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세상을 주무르는 거인들이라는 걸까. 그들의 시선에는 예전 이 세상에 처음 막 떨어졌을 때 레갈리아에게서 느낀 시선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

    그러나 그것들 모두 레갈리아에게서 느꼈던 위엄 정도는 아니었다.

    ​

    레갈리아는 본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려주겠다는 것마냥 위압감을 마구 흩뿌렸다. 어린 나이에 대기업을 아무런 문제 없이 이끌어온 어린 거인의 기세가 순식간에 연회장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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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그제야 이쪽을 향해 내뿜던 기세를 죽이며 천천히 접근했다.

    ​

    “오랜만일세. 레갈리아 아가씨.”

    “에덴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기업은 잘 운영하고 있나?”

    ​

    레갈리아는 평소 악의 조직 보스로서 내보이던 애늙은이 같은 말투를 벗어던지고,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말투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

    그 모습이 퍽 생경스러웠지만 마냥 그 얼굴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두 회장 사이의 이야기가 심화될 수록 옆에 선 에이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로 이어졌기 떄문이다.

    ​

    올해 경제를 어떻게 조종해야겠다느니, 옆 나라에 수출할 곡물을 통제해서 무슨 반대이익을 보겠다느니 하는…….

    ​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레갈리아를 내버려두고, 에이트는 자연스럽게 쭈구리들, 그러니까 각 기업 회장들이 데려온 파트너들이 모인 장소로 향했다.

    ​

    자신을 데리고 온 레갈리아가 특이했을 뿐, 다른 대기업 회장들이 데려온 파트너는 그 기업의 후계자. 즉 회장 직계 자식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안면을 튼지 오래 되었는지 어색함 하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이번에 반도체 회사에 투자를-.”

    “아, 그거 말고 AI에 투자하는 건 어때? 이번에 강인공지능이…….”

    “그건 이미 너무 거품이야. 그 이상 오를거란 전망이─.”

    ​

    호랑이 피해 도망쳤더니 이쪽엔 사자가 있었다. 에이트는 과연 후계자다운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하며 그냥 주전부리나 주워먹기 시작했다. 

    ​

    그리 혼자 주전부리를 까먹고 있는 게 궁상맞아 보인 걸까, 웬 드레스 입은 여성이 스리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다.

    ​

    “심심하시죠?”

    “예? 아뇨, 딱히.”

    “후후- 거짓말. 얼굴에 이미 쓰여 있는 걸요?”

    ​

    가슴골 훤히 드러내는 드레스를 걸친 여성은 그리 말하며 자연스레 에이트의 옆까지 다가와 달라붙었다. 훤히 드러난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건 물론이요, 뜨거운 살결이 정장 위를 스치는 거리까지.

    ​

    그리 달라붙은 여성은 슬쩍 체중을 에이트에게 기대며 입을 열었다.

    ​

    “저는 리제라고 해요. 그쪽은 이름이 뭔가요?”

    “라에몬입니다.”

    “라에몬이라…… 근사한 이름이네요.”

    ​

    에이트가 평소에 가짜로 사용하는 신분의 이름을 내밀자, 리제는 그 이름을 몇 번이나 곱씹으며 되새김질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어째선지 등골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

    “우리 나이도 비슷해보이는데, 그냥 말 놓는 건 어때요?”

    “싫습니다.”

    ​

    육체적 거리를 넘어 심리적인 장벽까지 선 없이 넘으려는 리제를 보며, 에이트는 며칠 전 읽었던 자료에서 그녀의 이름을 떠올렸다. B 시 최대 기업인 바포메트 기업의 후계자. 그녀가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 또한 명확했다. 

    ​

    친인척 모두 존재하지 않는 레갈리아가 대뜸 데려온 성인 남성이니 그 정체가 궁금한 것이겠지. 10대 회장의 로리콘 애인인지 아니면 기업의 운영을 맡길 후계자인지 알아내고 싶으리라.

    ​

    아쉽게도 자신은 둘 모두 아니었다. 자신은 레갈리아가 운영하는 악의 조직 간부. 과학자였다. 다만 그걸 조직 관계자도 아닌 그녀에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에이트는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할 방법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찾았다.’

    ​

    연회장 한구석에 박혀 있는 그랜드 피아노에 시선을 돌린 에이트는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벌컥- 들이켠 뒤 그 앞으로 향했다.

    ​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 레갈리아가 그닥 바라는 일이 아니리라. 그렇지만 이곳까지 온 이상 아무것도 안 하고 정체를 숨기는 것도 문제였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 하니까. 권력이 넘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

    그들이 괜한 긁어부스럼 만들기 전에 자신이 먼저 누구인지 알려주는 게 나았다. 

    ​

    “잠깐 이것 좀.”

    “……어디 가세요?”

    “보고 계시면 압니다.”

    ​

    에이트는 곧장 피아노 앞으로 향했다. 아직 연주자가 도착하지 않아 텅빈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뚜껑을 열고 가볍게 손을 풀기 시작했다. 

    ​

    도레미. 건반을 눌러 울려퍼지는 소리가 주변 시선을 강제로 끌어당긴다. 동시에 에이트가 대학 시절 배웠던 교양 수업이 자연스레 떠오르기 시작한다. 몸에 익을 때까지 강제로 배웠던 수많은 악보들이 머릿속에서 헤엄쳤다. 

    ​

    ‘이 세상엔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없었지.’

    ​

    그렇다면 선곡은 정해졌다.

    이 세상엔 등장한 적 없는 천재의 악곡.

    Mondscheinsonate.

    ​

    ​

    ​

    ─♪ ♩ ♪ ♪ ♩ ♪ ♪ ♩

    ​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진다. 청량한 그 소리에 이야기 나누던 회장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린다. 너무나 뜬금없는, 들어본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화음으로 이루어진 소리가 그들의 귀를 강타했다.

    ​

    시선을 빼앗긴 회장들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나름 교양으로 클래식을 섭렵한 그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본 적 없는 곡이었기 때문이다.

    ​

    그리고 그건 레갈리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

    ‘과학자!? 대체 뭘 하는……!’

    ​

    대뜸 피아노 연주하는 에이트를 본 레갈리아는 속으로 기함을 터트렸다. 파트너가 필요해서 데려온 것뿐이지, 그냥 얌전히 가만히 곁에 있기만 하면 되었거늘-.

    ​

    왜 자꾸 사고를 친단 말인가?

    ​

    마음 같아서는 크게 호통치고 싶은 레갈리아였으나, 그녀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지켜보는 눈이 많은 이곳에서 격하게 감정을 토해내는 건 그만큼 약점을 드러내는 꼴이었으며.

    ​

    그리고 무엇보다─ 호통쳐서 막기에는 지금 들려오는 연주가 너무나 감미로웠다.

    ​

    “……아름답군.”

    ​

    레갈리아와 대화를 나누던 에덴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는 부럽다는 듯 레갈리아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

    “자네가 웬 젊은이를 데려왔기에 애인인가 했더니만…… 예술가 친구였군?”

    “……숨기고 싶었습니다만.”

    “공감하네. 나라도 숨기고 싶었을 거야. 이런 곡은…… 혼자서 독점하고 싶어질만 하지.”

    ​

    에덴은 이 노래를 감히 공개해준 레갈리아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그저 음악에 집중했다. 

    ​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며 정신산만하던 대기업 회장들은 지금 이 순간, 그저 에이트의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음율에 빠져들었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칼데아망령님
인공지능현자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말씀해주신 건 이 마음 속에 깊이 담아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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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il Scientist is Too Competent

The Evil Scientist is Too Competent

Status: Ongoing
I became a scientist for an evil organization. …But I’m too compe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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