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

        S급 7위. 보찌꽁.

        게임에서 등장하자마자 내게 제로백 0초 폭소를 선사한 녀석.

        

        …사실, 전혀 이상할 거 없는 이름이었다.

        성이 ‘보’, 중간 이름이 ‘찌’. 개인 이름이 ‘꽁’.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다 베트남에서 흔히 쓰이는 이름 아닌가.

        애초에 풀네임은 잘 안 써서, 평소엔 꽁이라고 부르고.

        

        아니. 이상하지 않은 걸 넘어, 굉장히 좋은 이름이었다.

        보찌꽁은 국가 주석까지 지낸 베트남 독립 운동가의 이름.

        한국으로 치면 도산 안창호 선생 급 위상을 가진 위인의 이름이었으니까.

        

        그의 이름 또한 ‘너도 그 분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하고 아버지가 지어주신 것.

        

        

        ‘게다가 쟤, 베트남에선 위인이란 말이지.’

        

        

        이름에 맞게, 그의 행적도 위인 그 자체였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0급 빌런, ‘네크로맨서’로 인해 붕괴된 상태.

        그는 네크로맨서 타도를 목표로 하는 ‘베트남 해방군’의 수장이었다.

        

        그가 해외에 자주 나도는 것도. 타국의 게이트를 처리하며 외화를 벌어오는 것도.

        전부 베트남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

        

        즉, 그는 조국을 위해 싸우는 영웅.

        아무리 다른 나라 사람이라 한들, 그런 녀석을 고작 이름이 웃기다는 이유로 비웃어선 안 될 일이었다.

       ​

        안 될 일이지만…

        

        

        “보찌꽁입니다. 편하게 꽁이라 불러주시길.”

        “———푸흡!!!!!”

        ‘이걸 어떻게 참아 진짜!!’

        

        

        아니, 어떻게 사람 이름이 보찌꽁이지.

        난 처음에 게임 제작자가 베트남 혐오하는 줄 알았어.

        찾아보니 진짜 쓰는 이름이라 당황했지만.

        

        때문에 1회차 때, 난 매번 그 때문에 피를 봤다.

        같은 S급이기도 하고, S급 중에선 유이하게 남자기도 해서 친구 먹었는데.

        아무리 익숙해져도 ‘보찌꽁’ 풀네임 한 번이면 터지기 일쑤였으니까.

       ​

        심지어 본인은 내 반응이 재밌다고 웃고.

        최면 걸어서 넘기면 ‘우우 하남자’ 하면서 도발까지.

        

        그게 열받아서 어떻게든 최면 없이 버텨보려 했지만…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어도, 손톱이 박힐 정도로 손을 꽉 쥐어도 소용 없었다.

        저 자식은 이름부터가 암살 최적화인 녀석이었다.

        

        

        “유, 유진…?! 괜찮아요!!?”

        

        

        그런 내게 꽂히는 앨리스의 걱정 어린 시선.

        외국인이라 내 반응의 이유를 아직 눈치 못 챈 듯했다.

        

        반면,

        

        

        “……이 바보.”

        ‘미안, 시아야!!’

        

        

        내가 어디에 반응했는질 넉넉히 짐작할 시아는, 얼굴이 빨개져선 고개를 돌릴 뿐.

        

        마지막으로.

        

        

        -피식.

        

        “한국인이 들으면 조금 웃긴 이름이긴 하죠. 하하.”

        ‘미안하다, 친구야!! 어떻게 참아보려 했는데 안 되더라!!’

        

        

        정작 본인은 1회차 때 늘 그랬듯, 그럴 수 있다고 웃어넘기기까지.

        저리 착한 녀석이라 두 배로 미안했다.

        

        

        ‘그런데 진짜 어떻게 사람 이름이 보찌꽁?’

        “푸흡, 끄흑…!!”

        “유진, 어디 아파요…? 솔잎의 눈 드릴까요?”

        “저 바보는 내버려 둬, 앨리스. 정말이지. 방귀 소리 듣고 자지러지는 유치원생도 아니고.”

        “자, 자, 자……!!!?”

        “……오해 하지 마, 이 미친 변태 년아!!!”

        

        

        덕분에 강의 시작부터 어지러웠다.

        

        

        * * *

        

        

        S급 7위, 보찌꽁.

        한국에 방문한 그는, 강의 도중에도 계속 유진을 살폈다.

        눈에 호의를 가득 담아서.

        

        

        ‘내 이름을 듣고 웃다니. 취향이 좀 맞는 놈인데?’

        

        

        한국에서 각성자 자격을 획득한 그 아닌가.

        그도 제 풀네임이 한국인에겐 조금 민망하게 들린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제 이름이 그리 들리는 걸 딱히 싫어하지 않았다.

        헤에, 재밌네. 한국에서 동성 친구 생기면 이걸로 농담 치고 놀아야지.

        오히려 이렇게 생각할 정도.

        

        하지만…

        그에게 그럴 기회는 전혀 찾아오지 않았다.

        

        

        ‘생도 시절이나, 지금이나. 결국 마음 터놓을 동성 친구는 한 명도 못 사귀었단 말이지.’

        

        

        생도 시절?

        각성자 성비 1 대 9. 주변에 여자만 득시글거림.

        결국 4년간 이런 저급한 얘기 하며 낄낄거릴 친구는 한 명도 못 사귐.

        

        각성자 데뷔 후?

        빌런 천국이 된 고국을 정상화하기 위해 구르다 보니 어느덧 S급이라 불리게 되지 않았는가.

        S급 7위이자 영웅 취급 받는 그의 이름을 듣고 웃는 사람 따위 없었고.

        

        결국. 그의 주변엔 여자 사람 친구, 여자 동료만 한가득이었다.

        

        

        ‘남자 밭보단 여자 밭이 더 좋긴 한데… 아무래도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필요하단 말이지. 국밥에 소주 한 잔 하는. 그런 친구.’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 계속 갈망했다.

        자신과 급이 맞고, 취향이 어느 정도 겹치는 자가 한 명쯤은 나타나길.

        그래서 서로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길.

        

        유진을 보는 눈에 호의가 가득한 건 그래서였다.

        

        

        ‘차기 S급이니 뭐니 해도, 지금은 생도인데. 날 보고 겁먹기는커녕 웃어? 그래, 사내라면 저래야지.’

        “한국인이 들으면 조금 웃긴 이름이긴 하죠. 하하.”

        

        

        혹시 괜히 주변 분위기 싸해질까 농담까지 쳐줄 정도.

        

        이후 그는 능수능란하게 강의를 이끌었다.

        한국 칭찬도 해주고, 생도들 좋아할 썰도 풀어주고. 다양한 국가의 각성자 현황도 알려주고.

        

        덕분에 이사장과 약속한 강의 시간은 금방 끝났다.

        

        

        “이만 강의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유진 군? 잠깐 저랑 얘기 좀 할 수 있을지?”

        ‘어디, 실제로도 나랑 맞는지 좀 보자고.’

        

        

        강의도 끝마쳤으니, 이제 한국에 온 목적을 다할 차례.

        

        그는 당장에 유진을 불렀다.

        그게 다른 이들에게 어찌 보일지는 전혀 생각지 않고.

        

        

        -웅성웅성.

        

        “뭐야, 현직 S급이 직접 보자 청한다고…?”

        “S급은 S급을 알아본다, 뭐 그런 건가?”

        “대단하다…!!!”

        

        

        유진을 향해 쏟아지는 모든 생도들의 시선.

        몇몇 교수들조차 부러움을 가득 담아 쳐다볼 정도였다.

        

        유진 본인은 별 생각 않았지만.

        

        

        “시아, 앨리스. 나 잠깐 좀 다녀올게.”

        “역시 유진은 대단해요!! 다녀오세요!”

        “또 바보 같이 웃지 말고. 무례한 짓이니까.”

        “…….”

        ‘그건 자신 못 하는데.’

        

        

        회귀 전의 아내들을 뒤로한 채, 천천히 앞으로 향하는 유진.

       ​

        모두의 시선이 남자 둘에게 향하는 가운데…

        문득, 꽁의 시선이 어딘가를 재빨리 살폈다.

        

        

        ‘으음. 사실, 여기서 얘기해도 되긴 하지만….’

        

        -힐끔.

        

        ‘그랬다간 맞아 죽겠네.’

        “여기는 보는 눈이 많네요. 다른 데로 갈까요?”

        “예.”

        

        

        꽁이 누군가의 눈치를 본 덕분에, 현 S급과 차기 S급의 대화는 결국 비공개.

        강당에 깔리는 안타까운 한숨을 등진 채, 두 남자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교무실로 향했다.

        

        결과. 아무도 없던 교무실에 세 명이 들어섰다.

        꽁과 유진. 그리고,

        

        

        -끼익.

        

        “……?”

        ‘얜 뭐지? 비서? 얘 그런 거 달고 다니는 타입이었나?’

        

        

        어째선지 척 봐도 수상쩍은 로브를 두른 여인 한 명.

        

        얼굴조차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유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얘가 설마 엄한 사람을 동행시켰겠어? 그냥 비서나 부관인가 보다- 하고 만 것.

        

        마음을 놓은 유진이 소파에 퍼질러 앉았다.

        그야말로, 친구를 대하듯 편하게.

        

        

        -풀썩.

        

        “이사장님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 능력에 관심이 있으시다고.”

        ‘독대하는데도 이리 여유로워? 호오, 자신감 좋고.’

        “예… 크흠. 아니, 졸업하면 금방 S급 되겠던데. 그냥 말 놓죠. 유진.”

        “아, 응. 그럼 난 꽁이라고 부른다.”

        ‘털털한 건 여전하구먼~.’

        

        

        호칭 또한 초고속으로 편해졌다.

        꽁에겐 오늘이 유진과의 첫 만남이지만, 유진에게 꽁은 거의 10년 지기 친구였으니까.

        

        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푸흡. 놓으란다고 보통 바로 놓냐? 흥. 같잖군.”

        ‘어라? 너무 막 대했….’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만 말이야! 하핫!”

        

        

        어찌나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접대용 미소 짓고 있던 것도 집어치우고 파안대소할 정도.

        

        

        -피식.

        

        ‘잘 웃으니 보기 좋구먼. 이따 저녁에 얘랑 국밥에 소주나 한 잔 할까.’

        “그래서. 무슨 용건인데? 베트남에서 바로 날아올 정도면 꽤 급한 일 같은데.”

        “아, 그래. 원래 목적은 그거였지.”

        

        

        그러나, 그의 표정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가 유진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가.

        유진의 최면이 베트남 해방군에게 필요하다 판단해서 아니었는가.

        

        그는 고작 친구 따위를 찾으러 사사로이 방문한 게 아니었다.

        

        친구로 어울리는 자를 만나 기뻐하던 그가, S급 각성자 7위이자 베트남의 영웅으로 뒤바뀌는 데는 단 1초면 충분했다.

        

        

        -스윽.

        

        “각성자 서유진. 능력에 대해 자세히 캐묻는 게 결례인 건 알지만….”

        “야, 야. 편하게 물어봐도 돼. 어차피 내 능력 딱히 약점 없어서 괜찮아.”

        “그럼 사양 않고 물을게. 빌런의 정상화, 가능해?”

        “무리. 금방 풀려. 차라리 죽이는 게 편해.”

        “역시. 그 연놈들이 최면 건다고 멀쩡해질 리가 없지.”

        

        

        첫 번째 질문. 빌런의 교화 가능성.

        단호한 부정이 돌아왔지만, 꽁은 별 신경 안 썼다.

        빌런들이 본질적으로 갱생 불가능한 쓰레기들이란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이게 본론인데. 우리 해방군 쪽에서 생포한 1급 빌런이 있어. 네크로맨서의 측근이었지.”

        “오, 진짜? 용케도 잡았네.”

        “……동지가 한 명 희생해 준 덕분에, 겨우.”

        

        

        꽁의 시선에 회한이 서렸다.

        그의 고유 재능을 발휘해서도 살릴 수 없었던 한 명.

        조국을 위해 장렬히 전사한 B급 각성자, ‘응우옌쑤안티엔’이 떠오른 탓이었다.

        

        

        -빠득.

        

        “그녀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 순 없으니, 어떻게든 네크로맨서에 대한 정보를 끌어내고 싶어.”

        “그걸 위해 날 찾은 거고?”

        “응. 자백제를 투여하고, 끔찍한 고문까지 했는데 입 안 열더라.”

        

        

        꽁의 시선이 다시금 유진에게 향했다.

        아까 전과는 달리, 확연한 기대를 걸고.

        

        

        “그러니 물을게. 유진, 네 최면으로 1급 빌런. A급 중위급의 각성자를 심문할 수 있어?”

        “아, 응. 자백제까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지.”

        “………!!!!!”

        

        

        그의 눈이 확 커졌다.

        

        아무리 그래도 유진은 아직 생도이니, 안 될 수도 있다고 마음 한 켠으로 포기하고 있었건만.

        이게 정말 된다니.

        

        

        “…진짜?”

        “응. 진짜. 못 하면 나 앞으로 삼시 세끼 쌀국수에 고수 올려 먹음.”

        “그게 뭔.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럼 당장……!!!”

        

        

        화색이 된 꽁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머릿속으로 ‘응우옌쑤안티엔, 네 희생은 헛되지 않았어!!’ 라고 생각하며.

        

        

        ———그러나, 그조차 예상하지 못한 점이 있었으니.

        

        

        “흥분하지 말고 앉아. 꽁.”

        “아니,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조차 아까워! 당장.”

        “마침 나도 네크로맨서한테 흥미가 있어서, 이것저것 알아봤거든.”

        “……뭐?”

        

       ​

        그의 앞에 앉아있는 건, 고작 최면 능력을 가진 생도 따위가 아닌…

        빙의에 이어 회귀까지 겪은.

        자칭 2회차 최면 교배 아저씨라는 걸.

        

        

        ‘친구야, 이름 가지고 웃어서 미안했다. 사과의 뜻으로….’

       ​

        “어디. 우선 그년 약점부터 시작할까?”

        ‘네놈의 굴곡진 인생을 스포일러 해주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루나루 님 10코인, 김이파리 님 30코인, HINEZE 님 100코인, Jisss 님 총 2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초밥 쥐기(니기리)를 꾹꾹

    + 저번 화에 남캐 나왔다고 바로 기강 잡는
    좀 심하게 잘생긴 청년.

    다음화 보기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