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

       

       배우 강성찬은 준수한 연기력과 상쾌하고 잘생긴 얼굴로 인기 높은 배우였다.

       이번 태양을 숨긴 달에서 최우선 캐스팅 대상이었으며, 그 이름 값을 증명하듯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하예서 배우는 또 어떤가?

       청순한 외모는 물론, 최근 찍은 로맨스 영화에서 700만 관객을 동원하여 최근 가장 뜨는 여배우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인지도에 비해 연기력이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 라는 말은 있었다.

       그렇다 해도 연기파 배우에 비해 손색이 있을 뿐, 연기력으로 이슈가 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그리고 조연 배우 둘.

       배우 한태원과 배우 신연미 역시, 다양한 매체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이들이었다.

       특히 배우 신연미는, 연화공주의 보모 역으로 드라마에서도 꽤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니, 그 틈에 낀 아역 배우는 오히려 눈에 띄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자들의 입장에선 상당히 의아한 인선이었다.

       

       “아역이 나온다면, 당연히 박선웅의 아들인 박정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번 메이킹 필름에서 이슈가 된 아이잖아요.”

       “이슈가 되긴 했지만…… 오디션과 드라마는 또 다르잖습니까?”

       “그건 그렇죠. 흐음,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확실히 비주얼은…….”

       “확실히 마스크가 되긴 합니다. 솔직히 최근 본 아역 중에서 외모만 따지면 단연 최고네요.”

       

       연예계 전문 기자들답게 배우의 인적사항 정도는 어느 정도 꿰고 있었다.

       최근 메이킹 필름으로 화제를 모은 아이에 대한 것 정도는 전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외우고 자시고, 애초에 여태 제대로 나온 게 CF 하나잖아요? 듣기론 최근 CF 하나 더 찍어서 여태 활동한 건 광고 2개 찍은 게 전부.”

       “그쵸. 하지만 그래도 오디션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제법 괜찮았는데.”

       “오디션이랑 실제 드라마랑 같습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해요.”

       

       기자 이병훈은 그런 기자들의 대화를 들으며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카메라가 어디로 향해있는지 그 수를 세어 보아도 주목도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많은 편인가?’

       

       포토존에서 인사를 하는 이병훈과 하예서, 주역 배우 한 쌍.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조연들의 곁에 선 주서연.

       

       그래도 연화공주의 어린 시절 역이라, 주연과 조연 사이 그 어딘가에 서있었다.

       

       솔직히 인지도를 생각하면 서연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관객들이나 기자들의 카메라도 간간이 서연을 비추었다.

       아마 이병훈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이 있는 거겠지.

       

       ‘공정태 감독은 바보가 아니야.’

       

       상식적으로 아역이 나온다면, 대배우 박선웅의 아들인 박정우가 화제를 모으기 편했다.

       그런데 굳이 저 아이를 내보냈다는 건, 뭔가 있다는 뜻.

       

       ‘좋아. ’

       

       거기까지 생각한, 이병훈은 카메라를 들고 서연을 향했다.

       10년 동안 기자 일을 해온 그의 감이 시키는 대로.

       

       ***

       

       ‘다행이다.’

       

       서연은 내심 카메라가 자신에게 많이 향하지 않아 안도했다.

       아니, 정확히는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해야 되나.

       

       아예 반응이 없었다면, 그것대로 미묘한 감정이 들었겠지만 또 그건 아니었다.

       그냥 애매모호한 반응?

       

       좋은지, 나쁜지 서연으로선 알기 어려운 수준이다.

       

       “서연 양, 사람들을 향해 조금 웃어주면 좋아요~.”

       “네에.”

       

       그때, 연화공주의 보모 역을 맡은 신연미의 말에 서연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포토존이니 무뚝뚝하게 서 있으면 또 맛이 없겠지.

       

       ‘어차피, 관심은 주연에게 쏠려있으니.’

       

       그런 생각으로 서연은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게 또 가식적으로 웃는 건 서연의 장기 중의 장기였으니까.

       

       “오, 웃었다.”

       “애가 긴장해서 얼어있는 것 같았는데…… 저러니까 확실히 광고에서 나온 모습이랑 딱 맞네.”

       

       서연이 웃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었다.

       무표정했을 때는 그 존재감이 적었지만, 웃는 것 만으로 주변을 화사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역시 저 아이…….’

       

       그것을 본 태숨달의 주연, 강성찬은 웃는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사실 강성찬이 서연을 만난 횟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애초에 촬영 일정도 겹치지 않기에, 인사 때나 몇 번 본 게 전부.

       어차피 아역은 3화 밖에 등장하지 않으니, 적당히 연기만 잘 해주면 좋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바로, 이틀 전.

       공정태 감독이 보여준 영상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어때요, 괜찮죠?”

       “……이야.”

       “여기에 음악만 깔려도 분위기가 더 살 겁니다.”

       “그러네요. 근데 음악이 없어도, 효과는 좀 준 거죠? 눈이라 거나.”

       “좀 주긴 했는데…… 눈은 아닙니다. 신기하죠?”

       

       눈은 아니라고?

       강성찬은 영상을 돌려보았다.

       그가 보는 건 촬영본에 편집을 더한 영상이었다.

       

       음악 외에 대부분의 작업이 완료된 상태.

       그러니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CG가 가미 되었다고 생각했다.

       

       ‘1화를 보았을 때도 괜찮았는데.’

       

       강성찬이 처음 태숨달의 1화를 확인했을 때의 이미지는 ‘예상보다 훨씬 잘 나왔다.’였다.

       적어도 1화에서 드랍 될 시청자는 많지 않을 느낌.

       

       그리고 2화를 보고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편집 되지 않은 영상과 비교하면, 확실히 연기에 부족한 부분은 있어.’

       

       제대로 연기를 배우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정도면, 솔직히 천재라 불러도 무방했다.

       

       그 부족한 부분도 편집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가히 아역으로 보일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였다.

       

       ‘뭣보다 눈.’

       

       CG를 입히지 않았다고 한다면 더 신기했다.

       호롱불의 불빛 때문인가? 마치 빛나는 것 같았다.

       

       서연의 감정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건, 저 눈빛에 있다.

       깊이 감정을 담지 않아도 그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는 건 저 눈빛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3화도.’

       

       2화를 본 감정이 놀라움이었다면, 3화는 부담감이었다.

       이거, 잘못해서 아역이랑 연기를 비교당하면 그거만큼 부끄러운 일도 없다.

       

       자신도 나름 연기파 배우 아닌가?

       설마 그의 배우 인생에서 아역과 연기력을 비교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이거, 조금 부담이 되는데요, 하하!”

       “어휴, 저는 강성찬 배우님의 실력을 잘 압니다. 당연히 더 잘하시겠죠.”

       “하하…….”

       

       공정태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그 말은 단순히 자신을 칭찬하는 말이 아니었다.

       ‘본편에서 최소 이 정도 장면을 뽑아야 한다.’라는 압박이었다.

       

       아무튼 그게 이틀 전에 있었던 일.

       강성찬은 이번 드라마가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더 잘되려면, 초반에 화제성을 모을 이에게 그 포커싱을 몰아주는 게 좋다 판단했다.

       이 자리는, 바로 그런 자리다.

       보통 드라마에서 가장 평가가 갈리는 건 초반 3화.

       하지만 태숨달의 제작진은, 그 3화 내에 유입된 시청자를 전부 데려갈 자신이 있다고 판단한 거다.

       

       ‘지금 관심이 적어, 지루한 모양인데…….’

       

       강성찬은 힐끔 서연을 보았다.

       기자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려 있으니, 서연은 다소 심심해 보였다.

       

       ‘이런 건 선배가 도와줘야지.’

       

       그런 마음을 담아, 서연에게 가볍게 윙크했다.

       

       ‘엑…….’

       

       덕분에 서연은 순간 흠칫 놀랐다.

       아니, 왜 나를 보고 윙크하는데.

       

       비록 여자의 몸이 되기는 했지만, 전생의 기억이 있는 자신이다.

       아니, 차라리 전생의 자신에게 저랬다면 그냥 ‘왜 저러지?’하고 말았겠지만 도리어 지금이 더 묘한 거부감이 들었다.

       

       아니, 이건 전생이 문제가 아니라…… 나이 때문인가. 

       아무튼 잘 모르겠네.

       

       “크흠, 정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인터뷰 자리에서 강성찬과 하예서에게 많은 질문이 오갔다.

       마이크를 들고 기자들과, 모여있는 팬들을 바라본 강성찬은 슬슬 때가 됐음을 깨달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깜짝 소식을 알려드리자면, 드라마 방영 한 달 전 태숨달 시사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2회까지의 분량이고 그곳에서 다른 출연진들과 함께 재차 인사 드릴 예정입니다.”

       

       시사회라고?

       기자들이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나 단순히 이번 티저 이벤트로 마무리 짓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시사회가 또 따로 준비되었을 줄이야.

       

       드라마 시작 전, 이 정도로 오프라인 이벤트를 연속해서 여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에 신기할 따름이었다.

       

       “참고로 저는 미리 보았습니다만……, 아주 놀랐습니다. 정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드라마의 예고를 보면 3화까지는 아역들이 등장하는 분량이다.

       그럼에도 저리 이야기하는 강성찬의 말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서연에게.

       

       ‘어.’

       

       기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는 게 느껴졌다.

       아직 이런 시선에 익숙하지 않은 서연은 웃는 얼굴 그대로 굳었다.

       

       이런 표정 연기는 자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에서는 취약했으니까.

       

       “특히, 오늘 나온 주서연 양. 오늘 많이 찍어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강성찬의 말에 서연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나중에 후회하실 지도 모르니까요.”

       

       연기파 배우, 강성찬의 자신 있는 말.

       이번에는 서연에게 따봉까지 한 번 날려주는 그의 말과 행동에, 서연은 떨리는 손으로 마주 엄지를 치켜 들었다.

       생글생글 웃으려 했지만, 지금 자신이 제대로 웃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선배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면 욕먹을 게 뻔했으니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었는데…….’

       

       사람이라는 게 뭐든 준비가 필요한 법이 아니겠는가.

       강성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자와 대중의 시선이 이쪽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저 말이 진짜인지, 혹은 가짜인지 묻는 것 같은 의문이 담긴 시선.

       개중에는 열심히 사진을 찍는 기자도 있었다.

       

       서연은 이 순간 ‘부담감’이라는 감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지.

       이후, 드라마 티저 이벤트가 끝난 이후론 딱히 나를 부르는 일은 없었다.

       

       하태오 프로듀서 말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던가.

       본격적인 기사는 시사회 이후 뜰 거라고 했다.

       

       “으, 으으으.”

       

       부담감, 아니 언젠간 거쳐가야 할 일이지만 이게 생각보다 크구나.

       새삼 수많은 시청자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인 배우들.

       그리고 버튜버들이 대단해 보였다.

       

       ‘아니, 버튜버와 배우는 조금 다른가?’

       

       아무튼, 사람의 관심이라는 건 이렇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거구나.

       내게 있어선 무척 낯선 감성이라 괜히 바닥에 데굴데굴 구를 지경이었다.

       

       “뭐해, 주서연.”

       “……보면 모르니.”

       “혹시 말하는데, 거울 역이라고 대충 할 건 아니지?”

       “최선을 다할게.”

       “그래야지.”

       

       이지연은 팔짱을 끼고 말했다.

       현재 우리는 아롱다롱 유치원의 학예회를 대비해 연습을 하는 중이다.

       

       “어머나.”

       

       참고로 그 장소는 유치원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이지연이 편하게 연습할 수 있는 장소.

       

       즉, 나는 현재 이지연의 집에 와있었다.

       

       “우리 지연이가 서연이를 많이 좋아하네요.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 아하하. 그, 그러네요.”

       

       화사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홍진희의 말에, 엄마가 어색하게 답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짠한 시선으로 엄마를 응시했다.

       엄마, 수아는 상당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낮았다.

       

       돌이켜보면 여태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도 많지 않았지.

       

       ‘엄마 파이팅!’

       

       내가 어떻게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일은 어른인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중간에 수정점이 생겨서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ㅜ

    그리고 제가 유독 소설에 오타나 비문이 있는 편인데요.
    단순한 오타면 다행인데, 가끔 어처구니 없는 문장인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격을 피해야 하는데 맞았다거나.
    손색이 없다고 해야되는데 손색이 있다거나. 정반대로 쓰는 경우가 있읍니다..

    약간 노래를 들으며 쓰면 생각보다 글이 먼저 나가서 그렇게 되는데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원고를 보며 퇴고하는 편입니다..

    다음화 보기


           


I Want to Be a VTuber

I Want to Be a VTuber

Status: Ongoing Author:
I definitely just wanted to be a VTube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had become an actor.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