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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게이트 경보. 요람에 재앙이 발현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처음은 아니지만 흔하게 있던 일 또한 아니다.

       미래를 지켜줄 희망들이기에. 하여 씰스톤이 배치되어 있기에.

         

       

       “요람의 경계 레벨을 최대까지 올리도록 합니다.”

         

       

       게이트 사태 초창기 당시 태어나 또 살아남은 인물.

       이능이라는 선물을 쥐고서 수호자로 떠올랐던 과거의 영웅.

       그리고 지금은, 미래를 이끌 후배들을 위한 바탕이 되는.

       

         

       “알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요람 17대 교장, 폰바우켄 요한. 줄여서 폰 교장은 두 눈을 감았다.

         

       모든 일의 시작은, 씰스톤의 파손. 그리고 그 이유는, 두 학생의 친선전.

       허나 데우스 학생과 루시엘 학생을 나무랄 생각 따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들의 등장은 미래를 지켜줄 듬직한 두 개의 기둥이라 보는 게 맞다.

       

       지금은 그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흡한 부분을 신경 쓰면 된다.

       

         

       ‘이제껏 씰스톤이 학생들 간의 대련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파손된 적이 없었으니… 너무 상황을 달관하고 있었어. 이건 나중에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할 때 알려주면 되겠군.’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이곳에 민간인은 없으니까.

       모두가 이능을 지닌 자들. 하다못해 관리원들까지도 전부 다.

       물론 그 수준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최소한 제 몸 하나는 건사할 수 있다.

         

       거기에 전해 듣기로 고위험 등급의 게이트는 아니라 했다.

       그렇다면 안에 있을 몬스터들의 수준 또한 그리 높지는 않을 터.

         

       

       ‘현장에는 헌터 선생님과 티아마트 선생님이 있다고 했었지.’

       

         

       헌터 선생은 현장에서 물러났다지만 아직도 실력은 현역에 가깝다.

       그리고 티아마트는 여전히 현역이나 교사직을 원해서 온 케이스다.

       둘 모두 충분히 몬스터를 토벌하고 게이트를 닫을 수 있다.

       

         

       “혹시나 모르니 다른 게이트가 더 발현되지는 않나 확실히 확인하라고 일러두세요. 더해서, 대피 작업도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이미 학생회에서 나서서 작동 중인 씰스톤 쪽으로 대피 작업 중에 있습니다.”

       “차질이 없어야 합니다. 하필이면 이번에 파손된 씰스톤이 1학년 구역에 어느 정도 걸쳐있으니까요.”

       

         

       아마도 오늘 일은 저녁 전에는 끝나지 않겠냐고, 폰 교장은 생각했다.

         

       헌터 선생과 티아마트 선생이 게이트로 진입했으니 한 시간 정도 소모하겠지.

       이후 토벌 완료가 되면 다시금 학생들을 되돌리는 데에 또 그만큼.

       주변 정리까지 하면 아슬아슬하게나마 오늘 안으론 마무리가 될 듯싶다.

       

         

       …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 몇 시간 전이 되었다.

       

         

       “아직도 게이트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겁니까?”

        “에, 예. 교장 선생님.”

        “헌터 선생님과 티아마트 선생님도 아무 소식이 없고?”

       

         

       처음에는 그저 어떤 사정으로 토벌이 늦어지는 줄 알았다.

       둘 모두 뛰어났던. 혹은 아직도 뛰어난 이능력자들이기에 믿고 있었다.

       한데 이 정도로 늦어지면 어떤 식으로든 일이 꼬였다는 소리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게이트 진입이 아니라 대기를 시킬 걸 그랬나?’

       

         

       능력자들의 게이트 처리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몬스터가 나오기 전에 역으로 게이트로 들어가서 놈들을 정리하거나.

       반대로 놈들이 나오기 전까지 바깥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거나.

         

       

       후자는 주로 고위험 등급일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강한 몬스터가 나타나면 일격을 가해 단숨에 승기를 잡는 쪽.

         

       반대로 전자는 크게 위험하지 않은 게이트일 때.

       혹은 게이트 인근에 중요한 시설이나 민간인들이 너무 많아서.

       몬스터들이 나와선 안 되는 경우 주로 선택되는 방식이다.

         

       

       이곳은 요람이다. 능력자가 지천이든 뭐든, 황궁과 제도 다음으로 중요한 곳이다.

       그러한 장소에 몬스터들이 설치고 다니는 건 썩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다.

         

       

       ‘만약 바깥에서 대기하는 방법으로 갔다면 자극적인 기사에 안달이 난 신문사 놈들이 무슨 소리를 써서 민심을 뒤흔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요람의 교장은 학생들을 신경 쓰면서 정치적인 요소도 생각해야 하는 자리.

       하여 폰 교장이 대기가 아닌 진입을 택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혹시 게이트 등급 판별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없나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등급 판별은 초창기부터 틀린 적이 없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그래도… 만약이란 게. 처음이란 것이 있을 수 있는 법이니.”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것은 늙은 자의 이유 없는 두려움이 아니다.

       과거 혈전을 치렀던 선배로서. 누구보다 그 죽음의 냄새를 잘 기억하는 이로서.

       온몸을 찌르는 듯한 이 감각은 그를 이 나이까지 살게 해주었기에.

       

         

       ‘아무래도 안 되겠군. 지원을 요청해야겠어.’

       

         

       능력자들이 가득한 요람에서 지원이라니 조금 이상하지만.

       그 대부분이 제국의 미래를 책임져줄 희망들이 아닌가.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면 이건 교장 자리 문제 따위가 아니다.

       평생을 스스로를 저주하고 후회하며 살아갈 것이다.

         

       

       폰 교장은 곧장 제국 이능부로 연락을 취했다.

       요람에 게이트가 발생했는데, 만일을 대비하여 추가 인원을 편성해달라고.

       

       한데 돌아온 것은 뜻밖에도 ‘현재는 불가하다.’ 라는 답이었다.

       

         

       [ 죄송합니다. 폰바우켄 교장 선생님. 하지만 이쪽도 여유가 없습니다. ]

       “여유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 조금 전 제도 인근부터 시작해서 제국 곳곳에 게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출몰했습니다. 그 숫자만 벌써 오백을 넘었습니다. 이런 규모는 정말 처음인지라 대기 중이던 모든 능력자들이 비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

       “허면….”

        [ 정말 죄송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로 게이트를 정리한 능력자들을 요람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

       

       

       연락을 종료한 폰 교장은 멍하니 창가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제국의 모든 강토에 씰스톤이 있는 것은 아니니 게이트 출현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데, 그것이 모든 능력자들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동시에 일어났다…? 이런 적이 있었던가?’

         

       

       절대로 예전과 같은 상황이 아니다.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이것은 마치. 어떤 악의를 품은 존재가 대대적으로 공격을 하는.

       굉장히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침공 앞에 내던져진 느낌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하늘. 구름이라도 낀 것인지 별은 물론이고 달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새카만 어둠. 그것이 고요하게,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몰려들고 있었다.

       

         

       *

       

         

       같은 시각. 요람의 다른 교사들 또한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교사 둘이면 충분하고도 남을 게이트인데, 헌터 선생과 티아마트 선생은 여전히 무소식.

       와중에 마치 우후죽순마냥 계속 생성되는 또 다른 게이트들.

         

       

       “이제부터는 2인 1조가 아니라 4인 1조로 움직이도록 하죠.”

        “하지만… 그러면 인원수가 너무 부족해지는데요?”

        “외부에 지원 요청을 해두었으니 내일까지만 버티면 될 겁니다.”

         

       

       동시다발적인 게이트 발현에 대해선 그들도 알고 있다.

       동시에 제국 이능력자들이 모두 실력자들인 것도 알고 있다.

         

       요람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당연히 지원을 올 것이다.

       자신들은 그전까지 아무 일도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거다.

       

         

       “차라리 진입 말고 대기를 택하는 건.”

        “요람에 몬스터들이 나오도록 두자고요?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저도, 룰러 선생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 신성한 요람에 몬스터들은 절대 발을 들여선 안 됩니다. 무슨 말이 나돌지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황궁과 제도가 제국의 심장이라면, 요람은 이능력자의 승리를 약속하는 상징.

         

       저곳에서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수호자들이 탄생한다.

       그들이 있는 한 제아무리 게이트가 범람해도 결국엔 살 수 있다.

       라는 믿음이 제국민들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한데, 그 요람에 몬스터들이 나타나선 쑥대밭을 만든다?

       그 소식을 전해듣는 제국민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겠나.

       아무리 효과적으로 막았다 해도 어쩔 수 없이 보이는 게 있다.

       

         

       “알겠습니다. 허면 이 다음 게이트부터는 4인 1조로 진입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정 수 이상의 선생님들은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스미스 선생님! 선생님이 파견대와 함께 후방에 남아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또 하나의 게이트가 그 역겨운 아가리를 쩍! 하고 벌린다.

       생환자들이자 고참병이라 할 수 있는 교사들이 그 안으로 넘어간다.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다시 돌아와 후배이자 학생들을 지킬 것이다.

         

       한편, 몬스터 행동학을 맡던 스미스 선생은 파견대를 호출했다.

       

         

       “스미스 선생님. 학생회를 제외한 파견대 전원, 집합 완료했습니다.”

       

         

       4학년 수석이자 파견대 대장인 루시엘을 시작으로 부대장을 맡는 4학년 차석.

       파견대원에 속하는 4학년 학생 둘에 2학년 수석과 차석을 더하여.

       

         

       “학생회장 네페르티! 회장 대리는 총무부장에게 맡기고… 우갸윽!! …와, 왔습니다!”

       “자. 일어나세요. 회장님. 학생회 부회장 카사르 또한 집합 완료했습니다.”

         

       

       3학년 수석, 네피르티와 차석 카사르도 파견대에 돌아왔다.

       

         

       “학생회는 괜찮겠어?”

        “네. 선생님. 다른 임원들이 최선을 다해주고 있어요!”

       “그러면 다행이지만… 흠흠. 일단 현재 상황에 대해선 모두 알고 있지?”

       

         

       ―끄덕끄덕

         

       먼저 진입했던 두 명의 교사는 아직도 무소식.

       이후로의 게이트 진입은 2인 1조가 아니라 4인 1조로 편성.

       원래는 외부의 지원이 당도해야 하나 바깥 또한 최악의 상황.

         

       

       “…따라서,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우리 요람만의 전력으로 버텨야 해.”

       “허면 스미스 선생님. 저희도 게이트 발현 시 진입하나요?”

        “그건….”

         

       

       스미스 선생이 난처해 죽겠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린다.

         

       원래라면 진입이 맞다. 맞는데, 상황이 이전과는 너무 다르다.

       고위험 등급도 아닌 게이트임에도 교사들은 아직도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이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어떠한 변화가 있다는 소리.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을 그런 곳에 투입할 수는 없다.

       심지어 이들은 미래가 굉장히 기대되는 이들이지 않은가.

         

       

       “일단은, 대기다.”

       “대기라고 하면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건가요?”

       

         

       루시엘의 물음에 스미스 선생은 더더욱 난처한 모습이 되었다.

         

       다른 학생도 아니고 루시엘이다. 제국의 황녀다.

       그렇기에 더더욱 ‘요람에 몬스터가 활보한다.’ 에 민감할 터.

       여기서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스미스 선생이 고민하던 찰나.

       

         

       “스미스 선생님!”

         

       

       마지막으로 대기하고 있던 네 명의 교사들이 다가온다.

       

         

       “우리도 진입해야 할 것 같아요.”

        “예? 아니, 만일을 대비해 최소한 여러분들은 남아계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랬는데. 저기를 보세요.”

       

         

       또 다른 게이트 하나. 문제는, 이전 것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딱 봐도 위험하다. 등급에서도 기존보다 높다고 나오고 있다.

       저대로 방치해두면 정말로 요람에 몬스터가 활개치고 다닐 것이다.

       

         

       “일단 우리가 들어가서 막고 있을게요. 혹 귀환하는 선생님들한테는 여유가 되면 따라서 와달라고 해주시고요.”

       “아… 알겠습니다. 혹시 파견대 지원은….”

        “파견대가 우리 역할을 대신해야 해요. 마지막을 대비한, 보루 역할을.”

       

         

       스미스 선생은 마지막으로 남았던 교사들을 배웅했다.

       그리곤 잠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빛 한 줄기 보이지 않는 시커먼 어둠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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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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