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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예르나는 루크의 손을 잡고 흥얼거리며 숲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3년, 3년이라면 루크도 세상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터다.

    3년 안에 배우자를 찾을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솔직히 예르나에게 그럴 자신은 없었고.

    ‘좋은 사람이 있다면 몰라도…….’

    하지만 태어나서 한번도 누군가에게 연애감정을 가져본적이 없다보니, 어떻게해야 연애를 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것이 문제다.

    예르나도 물론 연애를 하고는 싶었다.

    다들 좋다고 하니까 궁금하기도 했고, 부모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한테 사랑받는다는게 무슨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나도 참, 무슨 생각이람.’

    3년이라면 엘프기준으로도 꽤 긴 시간이다.

    뭐, 나중에 생각하면 되겠지.

    오늘은 그저 산책에 집중하자.

    그리고 시선을 내려 루크의 반응을 살피면 역시 루크는 도시보다는 숲에서의 산책이 훨씬 마음이 안정되는 듯 보였다.

    도시에서는 다소 정신없이 이것저것을 살피느라 눈동자가 쉴새없이 움직였는데, 지금은 놀랍도록 의연하고 차분했다.

    ‘역시 루는 숲이 기분이 좋은가봐.’

    왠지 웃는것같아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

    루크는 현재 명상을 하는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명상이라함은, 한 자리에 앉은채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며 자신에게 집중을해야하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루크에게는 이미 호흡을 하는것과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물론 산책중에도 할 수 있다.

    평온한 마음가짐.

    이미 마나의 법칙에 달관한 대마법사인 그가, 자신의 마음가짐조차 다루지 못할리 없다.

    “…….”

    숲에 있는동안, 루크는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는중에도 계속해서 명상을 해왔다.

    숲인데도 국지적인 마나고갈이 일어날 정도로.

    ‘예르나의 집에서 이정도로 마나를 흡수했으니…….’

    그렇다면 300만길이라는 거액의 마나요금이 발생한것도 이해는 간다.

    그때는 흡수할수록 채워지는 마나에 취해 몰랐던 것이지만, 루크가 당시 흡수한 마나는 평범한 4인가족이 1년이상 사용하고도 남을 정도의 마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흡수하고도 아직도 2서클을 만들지 못했단 말인가.’

    루크는 새삼 자신의 몸이 가진 마나감응력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루크는 다시한번 그 발전소의 고농축마나의 맛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자연상태의 400배에 달한다는 그 농축마나는 지금의 루크에겐 꼭 필요한 것이었다.

    루크는 얼른 2서클에 도달해 이 자연적인 마나 소모량에 신경써야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저번의 그 사태가 있기도 하니 두번다시 그 장소에 그냥 들어가진 못하겠지.

    또, 그 마나에 값을 매긴다는것을 아는 지금은, 그것이 도둑질에 해당하는 행위임을 안다.

    루크는 그 사실을 처음부터 몰랐다면 모를까, 도둑질임을 안 지금 그 행위를 반복하고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후에 갚아놓아야 하리라.

    그러니 지금의 루크에겐 숲이 제격이었다.

    도시에서와는 달리 숲에서는 자연의 마나에 값을 매기지 않으니까.

    숲은 그런 점에서 꽤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마나에 이끌려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점이 문제지만.

    루크의 눈동자는 그것을 차분히 경계하며 주위를 살피는 것이었다.

    그는 아직 1서클이니까.

    1서클.

     

    하나뿐인 서클은 필연적으로 서클의 유지력이 부족하므로  기껏 모아둔 마나가 흩어진다.

    그 탓에 1서클의 마법사들은 꾸준히 마나를 채워, 빠르게 2서클에 도달하는것을 목표로 명상을 반복하는것이 보통.

    물론, 보통은 새어나오는 마나의 양은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2서클은 소량의 마나만으로도 충분히 새길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의 몸이 너무나 특별했기에 호기심에 욕심을 좀 부린 결과, 현재 그의 1서클 마나량은, 자신이 원래 기억했던 용량의 10배가 되었다.

    그러니 새어나오는 마나의 양도 일반적인 1서클의 10배.

    흩어지는 마나를 붙잡고, 추가적인 마나로 2서클을 제작한다.

    그동안 숲 속에서 그런짓을 하는 미친 마법사는 없었다.

    왜냐하면, 마나의 흐름에 민감한 몬스터들은 그런 짓을 하는 마법사를 가만히 두지 않을테고, 일반적인 1서클마법사는 그런 몬스터의 습격에 무방비하니까.

    ‘그런데, 너무 고요하지 않은가?’

    물론 루크가 몬스터의 습격을 기대한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몬스터의 출현이 없다는건 조금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루크는 태평하게 흥얼거리며 숲길을 걷는 예르나에게 물었다.

    “예르나, 원래 숲이 이렇게 조용한건가?”

    “음, 지금은 겨울이니까, 곤충들도 없고 동물들도 겨울잠을 자느라 보이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왜?”

    “그게 아니라, 몬스터가 전혀 보이질 않아서 말일세.”

    문득 예르나는 생각했다.

    ‘아, 혹시 몬스터가 보고싶었던걸까?’

    예르나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루크를 내려다보았다.

    동화를 보면 용사가 몬스터를 상대하는 장면도 수두룩하니까, 어쩌면 몬스터에대한 환상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던거야?”

    “그렇지. 그런데, 몬스터는 털끝조차 보이지 않는구나.”

    의아한 표정의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르나가 말했다.

    “언니가 일부러 몬스터가 없는 방향으로 걷고 있거든. 몬스터는 위험하니까?”

    “음?”

    루크는 의아했다.

    몬스터의 흔적이 정말 ‘전혀’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이런 식으로 움직이려면, 색적마법의 범위가 숲을 완전히 덮을 정도가 되어야했다.

    그러나 루크는 색적마법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무리 예르나의 종족이 숲의 요정이라 불리는 엘프여도, 그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뭔가, 루크가 모르는 마법을 쓴다는게 맞으리라.

    그런 생각에 미치자, 루크는 눈을 빛내며 예르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몬스터의 위치를 알지? 무슨 마법을 쓰는건가?”

    “아, 우리 숲지기들에게 주어지는 도구가 있어. 보여준적 없던가?”

    예르나는 루크에게 손바닥만한 직사각형의 물건을 꺼냈다.

    “이건…….”

    휴대폰과 닮았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일단 더 두꺼웠고, 통신을 의미하는 마력배열이 더욱 견고했다.

    ‘무언가와 통신을 하는것인가?’

    화면엔 숲을 마치 위에서 내려다본 듯한 지도가 띄워져 있다.

    루크는 살짝 놀랐다.

    ‘지도가 너무나 섬세하다. 마치…….’사진’같군.’

    그토록 정교하고 빈틈이 없어보이는 지도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지도는 아닌지, 파란점과 붉은점이 신경쓰인다.

    그런데, 이 붉은 점은 무슨 뜻인가?

    자세히보니, 조금씩 움직이는것도 같았다.

    “점이 움직이는 것 같네만?”

    “아, 그거. 파란건 숲지기들이고, 빨간게 몬스터야. 보면 알겠지만, 다른 숲지기들은 열심히 몬스터를 퇴치하는 중인거지.”

    “뭐……?”

    루크는 크게 충격받았다.

    끽해봐야 과거엔 길들인 매를 이용한 정찰이 최선.

    그마저 정확하다고 믿을 수는 없으니,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이 만만치않다.

    전쟁이라면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위해 마법사를 고용해 시야를 공유하고, 지도에 행정관이 직접 표시하며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렸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낭비되는 인력과 시간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은 그 모든 단계를 건너뛰고, 한눈에 보이도록 표시하는 것이다.

    만약 그때 이런 마도구가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마족과의 대전쟁에서, 적어도 100만명, 아니 1000만명이상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이것은 그만큼 대단한 마도구였다.

    “이 지도의 이름이 대체 뭐지?”

    “GPS라고 해.”

    몬스터와 아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해주는 지도라.

    이런게 5000년전에 있었다면, 상인들이나 군부는 그것을 얼마를 주든간에 무조건 구매하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걸 모든 숲지기에게 지급한다니…….

    “이거, 보안상에 문제는 없는겐가? 누군가 훔쳐간다면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지않나?”

    “뭐, 비밀번호라면 걸려있으니까……?”

    예르나는 버튼을 눌러 화면을 잠그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합니다.’라고 띄워진 창을 보여주었다.

    “맙소사.”

    ‘자체적인 보안까지……. 정말 꿈에나 나올법한 아티팩트로군. 그러나, 어떻게 작동하는건지 전혀 모르겠구나.’

    루크는 살짝 표정을 찌푸러트렸다.

    ‘주요배열은 단지 통신마법뿐인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색적’과 관련한 마법식은 보이지 않았다.

    마력시를 가진 자신이 원리조차 파악할 수 없는 마도구라니,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사실, 루크는 아직 모르겠지만 GPS단말기는 그저 마법위성에서 쏘아보낸 색적정보를 받아 표시하는 역할일 뿐, 그것이 혼자서 작동하는게 아니니 마력시로 암만 들여다본대도 원리를 쉽사리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표정을 본 예르나는, 루크는 그렇게나 몬스터가 보고싶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르나는 루크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루, 그렇게 몬스터가 보고싶은거라면, 나중에 안전한 동물원같은데서 보자. 야생의 몬스터는 위험하니까.”

    “그런가.”

    사실 루크는 몬스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므로, 예르나의 말을 이해하지 않고 적당히 대꾸했다.

    이 순간, 루크는 GPS의 비밀을 파헤쳐야만 했으니까.

    고양이가 가진 호기심에대한 충동과, 마법사적인 학구열이 합쳐진 지금의 루크는, 그것이 평생의 숙원이라도 되는 듯이 말했다.

    “이 마도구말일세, 내가 계속 들고서 봐도 되는가?”

    굉장한 간절함이 묻어나오는 말투다.

    ‘이건 휴대폰을 처음봤을때같잖아……?’

    예르나는 그 모습에 웃으며 단말기를 건네며 말했다.

    “그럼, 루크가 길을 안내해볼래? 단, 몬스터가 없는 쪽으로. 만약 몬스터랑 만나면, 동물원은 없던 일로 할거야.”

    루크가 몬스터를 보고싶어하니까, 일부러 위험을 자처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내건 공약이었다.

    “알겠다. 물론 그래야지.”

    당연히 루크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GPS단말기를 받아들었다.

    이 숲에서 몬스터와 만나는것은 사실 루크도 반기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동물원에 별로 관심은 없지만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GPS!!

    애초에 휴대폰이 있으니까 위성도 있죠!

    물론 이 세계의 위성은 마나로 움직이는 첨단 마도공학 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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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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