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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엘라는 눈을 떴다.

         

       고급스러운 1인용 객실.

       불과 며칠밖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방안의 풍경은 이제 제법 익숙했다.

         

       솔직히 말해서 반년 동안 타고 다닌 마차보다 이곳이 더 친숙했다.

       아늑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공간.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찍순이는 알아서 오겠지.

       영리한 녀석이니까.

         

       그녀는 모자를 벗었다.

       인스피라 연습을 계속할 생각이었다.

         

       이번엔 구돌이의 차례다.

       모자 속에는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몸을 파묻고 잠들어 있었다.

         

       “구돌아, 일어나. 날아 보자.”

         

       놈은 눈을 끔뻑끔뻑 뜨더니 주인의 손등을 부리로 가볍게 몇 번 찌르며 흘겨보았다.

       자는데 왜 귀찮게 그러냐는 신호다.

         

       하지만 산책을 거부하진 않았다.

       놈은 모자에서 몸을 주섬주섬 일으키더니 폴짝 뛰어나왔다.

       그리곤 날개를 펼치고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비둘기는 배에서 내팽개쳐진 듯 순식간에 저 뒤로 사라져버렸다.

       배는 손님이 낙오되든 말든 제 갈 길을 계속 갔다.

         

       엘라는 침착한 태도로 그를 기다렸다.

       얼마 안 있어 하늘 위로 하얀 날개가 달빛을 가르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밤이지만, 배 주변은 항해등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에, 구돌이가 나는 모습이 아주 잘 보였다.

         

       하늘에서 보는 야경은 어떨까?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구돌이의 이름을 세 번 불렀다.

       인스피라가 발동됐다.

       그녀의 시야가 환하게 밝아졌다.

       그녀는 비둘기가 보는 것을 보고, 비둘기가 듣는 것을 듣는 상태가 됐다.

         

       아!

       갑작스러운 그녀의 탄성 소리에 구돌이가 깜짝 놀랐는지 공중에서 몸을 몇 번 휘청였다.

       지난 며칠간 몇 번이나 경험한 일이지만, 머릿속에 주인의 목소리가 울리는 것은 익숙해지기 힘든 모양이다.

         

       엘라는 괜찮다고 진정하라고 그를 다독인 다음, 하늘 위에서의 야경을 만끽했다.

         

       새까만 하늘에 걸려 밝게 빛나는 달과 별.

       눈부시게 주변을 밝히는 배의 전등.

       그리고 그걸 그대로 반사해서 보여주는 검은 도화지와 같은 수면.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강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었다.

       이대로 구돌이가 거꾸로 누워서 난다고 해도 그녀는 뭐가 바뀌었는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이제 조금 낫네.

       기관실 구석에서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듣고 있는 건 확실히 아니었지.

         

       비록 공유되는 건 시각과 청각뿐이라 바람을 타는 것까지는 못 느꼈지만, 이 정도도 충분했다.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때, 시야 구석에 반짝이는 금빛이 눈에 들어왔다.

       구돌이도 그것을 봤는지 고개를 돌렸다.

         

       아, 젠장.

       그 정체를 확인한 엘라는 고함을 빽 지르려다 삼켰다.

       구돌이가 또 놀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감탄했던 대상은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증오하는 인간의 머리카락이었다.

         

       프랑크 원더스타인.

       그가 창가에 기대어 차를 마시고 있었다.

       바람에 그의 금발이 흩날렸다.

         

       엘라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지난 며칠 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증오심에 매몰되면, 인스피라가 그녀를 떠났다.

         

       기껏 야경을 보며 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또 방구석으로 돌아가 패배감에 젖어 한숨이나 내쉬고 있기는 싫었다.

         

       침착하자.

       침착…….

         

       그러나 속으로 그렇게 되뇌어도 가슴은 더 끓어올랐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이 알량한 재주를 잃지 않기 위해, 저 악마 놈에 대한 미움을 억눌러야 한다고?

       후회와 자책이 커져갔다.

         

       핏-

         

       순간 시야가 까맣게 물들었다가 다시 하늘 위로 돌아왔다.

       방금 그녀는 자신의 몸이 있는 방에 갔다 왔다.

       순간적이지만, 인스피라의 연결이 끊어진 것이었다.

         

       그래. 그냥 내가 눈을 돌리자. 기분을 풀러 나왔는데 일부러 더러운 것을 보며 속을 삭일 필요는 없잖아?

         

       ‘구돌아, 저 인간 안 보이게 앞으로 붙어.’

         

       구?

         

       그러나 구돌이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핏-

         

       다시 시야가 까맣게 변했다가 돌아왔다.

       인스피라가 약해지고 있었다.

         

       ‘저기 앞으로 날라고! 명령이야!’

         

       구구르르릅.

         

       구돌이는 마땅찮은 소리를 내며 그녀의 명령에 따랐다.

       엘라가 조금만 더 침착했다면, 그의 울음소리에 담긴 경고의 의미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인스피라가 언제 또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엘라는 성급하게 굴었고, 구돌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휘이잉-

         

       엘라가 지시한 방향을 날자 비둘기는 갑작스러운 돌풍과 마주쳤다.

       날짐승인 그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피하고자 했던 것.

       배가 앞으로 나아가며 발생하는 맞바람.

       그것에 정면으로 부딪쳐버린 것이다.

         

       ‘아앗!’

         

       엘라는 반사적으로 앞으로 몸을 날렸다.

       뒤로 확 밀려나는 느낌을 받았으니 그것은 자연스러운 반사신경 같은 것이었다.

         

       문제는……

         

       그 순간 인스피라의 연결이 끊어졌고……

       엘라의 원래 몸은 창문 앞에 있었다는 것이다.

         

       창밖으로 몸을 날린 엘라.

         

       “아.”

         

       강물을 향해 추락하는 그녀의 몸.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러나 엘라는 목이 턱 막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검은 강물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풍덩.

         

       사람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제법 큰 물소리.

         

       원래라면 갑판의 당직 선원들이 그 소리를 들어야 했으나, 하필이면,

         

       부웅-

         

       건너편에서 오는 다른 배 때문에 고동 소리를 신호를 보내던 참이었고, 엘라가 빠지는 소리는 묻혀 버렸다.

         

       배의 아무도 그녀가 떨어진 것을 몰랐다.

         

       단 한 사람만 빼고는.

         

       [‘단원 퀘스트-살려주세요!’가 활성화되었습니다.]

         

       퀘스트 안내를 받은 원더스타인은 그 내용을 읽고 경악했다.

         

       엘라가 강에 빠졌다고?

       이건 또 무슨……?

         

       갑작스럽게 뜬 구조 메시지.

         

       원더스타인은 진화연구소에 당장 필요한 것을 요청했다.

       마침 자정이 지나 평균 호감도와 명성에 따른 데볼루트가 들어와 있던 상태였다.

         

       30개나 되는 데볼루트가 한순간에 빠져나갔다.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막이 돋아나고, 목 옆으로 아가미가 열리는 것을 느꼈다.

         

       이 형태의 원더스타인이라.

       게임에서 한 번 본 적 있지.

         

       그는 신발을 벗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차갑고 어두운 강물 속으로 몸이 잠겼다.

         

       부- 부웅-

         

       다행히 그들이 타고 있는 배는 마주 오는 배 때문에 속도를 줄인 참이었다.

       엘라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흰 비둘기 한 마리가 어느 지점을 뱅뱅 돌며 애처롭게 우는 것이 보였다.

         

       참나. 나는 수영하는 법은 모르는데.

       그냥 팔다리를 막 휘두르면 되나?

         

       그래도 아가미를 통해 물을 마셔도 숨이 쉬어진다는 게 다행이었다.

       문제는 엘라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는 거지만.

         

       원더스타인은 그곳을 향해 서둘러 헤엄쳐 갔다.

         

         

       ***

         

         

       네바다 황무지 근처의 작은 마을, 알라모.

       원래 사막을 건너는 상인들이 잠시 목이나 축이고 가는 별거 없는 동네였다.

       그런데 15년 전, 은퇴한 늙은 곡예사가 서커스 학교를 설립한 뒤로 제법 활기찬 마을이 되었다.

         

       학교의 운영자인 통칭 ‘사부님’은 사고로 얼굴이 크게 망가져 항상 가면을 쓰고 다녔다.

       그러나 그 실력은 생전 제대로 된 서커스를 구경한 적이 없는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도 범상치 않다고 느낄 정도로 뛰어났다.

         

       그는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서커스 학교로 받아들여 재주를 가르쳤다.

         

       “저희 3인의 차력사가 선보이는 힘자랑! 5분 뒤에 시작합니다!”

       “제가 우선 간단한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자!”

         

       빡빡머리 소년이 단단해 보이는 돌을 손에 쥐더니 그대로 자기의 이마에 갖다 박았다.

         

       구경하던 상인들이 헉 소리를 냈으나, 곧 반으로 쩍 갈라진 돌을 보더니 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소년은 쪼개진 돌을 들어 보이며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저희 쇼를 보러 오세요!”

       “절대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산을 뽑아 던져 보이겠습니다!”

         

       기개 하나 만은 세상을 엎어 보일 만한 소년들이었다.

       상인들은 그 쇼맨십에 크게 감명받은 듯 박수를 쳤다.

         

       “애들 치고 제법이야.”

       “괜찮은데! 이거나 보고 갈까.”

       “아침에 봤는데 저기 줄타기하는 애들도 굉장하더라고.”

       “나는 통 굴리는 애들 구경하러 가야지.”

         

       서커스 학교의 아이들은 마을을 들르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은 잠자리와 아침과 저녁 2끼의 식사, 그리고 곡예를 연습할 공간뿐.

         

       나머지는 제각기 갈고닦은 재주로 용돈을 벌어 채워야 했다.

         

       워낙 다재다능한 사부님 덕분에, 학생들은 각자의 적성에 맞는 재주를 골라 익힐 수 있었다.

         

       힘자랑.

       땅재주.

       줄타기.

       길들이기.

       쏴.

         

       흔히 ‘전통의 다섯 마당’이라 불리는 서커스의 다섯 가지 기초 곡예.

       모든 것에 능통한 사부님이었지만, 사정상 이곳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바로 길들이기였다.

       다른 재주야 사부님이 직접 망치와 못을 들고 뚝딱거려 훈련 도구를 만들면 됐지만, 길들이기만은 그럴 수 없었다.

         

       코끼리, 사자, 말 등.

       서커스에서 자주 사용되는 대동물들은 먹이는 데만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있는 아이들 건사하기도 빠듯한 처지에, 동물들까지 먹여 살릴 돈은 없었다.

         

       그래서 여기서 길들이기를 주력으로 익힌 아이는 없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맹수조련사 엘라의 동물 쇼가 3분 뒤 시작합니다!”

         

       소녀의 기운찬 목소리에 지나가던 여행자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나 그녀의 앞에 놓인 두 동물을 확인하고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가던 길을 가버렸다.

         

       -비둘기랑 쥐라니…….

       -최소 독수리는 가져다 둬야지…….

         

       종종 다른 동물은 없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소녀는 이 둘이 전부라고 답할 뿐이었다.

         

       “엘라. 오늘도 허탕인가 보네.”

       “또 점심 식사는 건너뛰는 거냐? 킥킥.”

       “그러니까 키가 안 크지, 꼬맹이 엘라.”

         

       그런 그녀를 지나가면서 놀리고 가는 친구들.

       엘라는 불퉁한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안 도와줄 거면 꺼져.”

       “쯧, 다른 재주도 잘하는 애가 왜 자꾸 길들이기를 고집하는지.”

         

       아이들은 혀를 차며 떠나갔다.

         

       엘라는 심술이 잔뜩 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라고 현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자신이라도 주변에 다른 서커스를 놔두고, 쥐나 비둘기 한 마리씩 두고 하는 동물 쇼를 보지는 않을 테니까.

         

       정말 다른 재주로 갈아타야 하나.

       하지만 나는 꼭 길들이기를 하고 싶은데.

       어디 돈 많은 서커스단에서 영입 제의라도 들어오면 좋겠다.

         

       그렇게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그때.

       그녀를 향해 말을 거는 목소리.

         

       “3분 지났는데요.”

         

       응?

         

       고개를 든 엘라.

       그녀의 앞에는 큰 키의 신사 한 명이 서 있었다.

         

       한여름의 네바다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정장.

       잘생긴 얼굴에 새하얀 피부, 눈부신 금발.

       자연스레 시선을 확 끄는 남자였다.

         

       그는 엘라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동물 쇼. 안 하나요?”

       “어……마, 막 하려고 했어요…….”

         

       엘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인사를 한 후, 준비한 쇼를 시작했다.

         

       그녀가 선보인 것은 비둘기와 쥐의 특성을 잘 활용한 여러 가지 재주였다.

       화려한 맛은 없었지만, 적절한 호흡과 맺고 끊기 덕분에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지루해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다.

         

       밤새 대본을 고치고, 아이들과 훈련을 거듭해가며 준비했다.

       기대, 충족, 의외성.

       공연의 3대 포인트를 전부 잘 활용한 짜임새 좋은 공연이었다.

         

       “그럼 이것으로 공연을 마칩니다!”

         

       엘라, 구돌이, 찍순이가 마치 한 몸처럼 허리를 숙이며 무대 인사를 했다.

         

       남자는 크게 감명받은 듯 감탄사를 섞어가며 박수를 쳤다.

         

       “정말 멋진데요? 이걸 다 혼자 준비하신 거예요?”

       “음, 네……헤헤.”

         

       처음으로 관객에게 받은 칭찬.

       대본이나 연기, 구성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사부님과 친구들은 그녀의 노력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쇼의 화려함과 자극만 즐길 줄 아는 관객들은 그녀의 쇼를 시시한 것으로 치부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의 쇼를 인정해준 것이다.

       서커스를 보는 안목이 있는 이임이 틀림없었다.

         

       “혹시 손님도 서커스 관계자세요?”

         

       엘라의 질문에 남자는 빙긋 미소지었다.

         

       “후후, 서커스단을 꾸리려고 준비 중인 마술사입니다.”

       “마술사…….”

         

       과연. 이쪽에 종사하는 사람이 맞았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프랑크 원더스타인이라고 합니다. 아, 뭔가 떠올리려 애쓸 필요는 없어요. 특별히 쌓은 명성이 없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는 엘라.

       그때,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엘라는 괜히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렸다.

       원더스타인은 그런 그녀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이렇게 된 거 같이 식사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사겠습니다.”

       “……네? 아니, 그, 사부님이 곡예사로 살 거면, 절대 밥을 얻어먹지 말랬는데…….”

       “후훗, 훌륭한 사부님이군요. 근데 이건 얻어먹는 게 아닙니다. 제가 엘라 양의 공연을 봤지 않습니까. 관람료를 내야죠.”

         

       원더스타인은 그 미소만큼이나 씀씀이 역시 넉넉한 남자였다.

       그는 엘라를 데리고 알라모에서 제일 좋은 식당으로 갔다.

         

       둘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말을 하는 쪽은 주로 엘라였다.

       그녀는 어떻게 서커스 학교에 있게 됐고, 어떻게 자랐는지 털어놓았고, 원더스타인은 맞장구를 쳐가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둘은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했고, 카페에 가서 시원한 음료수도 마셨다.

       엘라로서 사부님을 제외한 남자 어른과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딘가 마음이 편안해졌다.

       서커스 학교의 친구들과는 다른 느낌의 가족 같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갈 무렵.

       원더스타인이 떠날 시간이 왔다.

         

       “저보고 서커스단에 들어와 달라고요?”

         

       그가 떠나기 전에 건넨 제안.

         

       엘라는 그렇게까지 당황하지 않았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그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얼핏 느꼈으니까.

         

       “네. 엘라 양이 함께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하, 하지만 저는 그냥 별거 없는 조련사일 뿐인데…….”

       “후훗, 그거 괜찮군요. 저도 그냥 별거 없는 마술사일 뿐인데요. 제 서커스단도 아직 단원은 저 한 명밖에 없고요.”

         

       이미 여기까지 왔을 때, 엘라는 마음을 어느정도 정한 뒤였다.

       아니면 이렇게 오후 늦게까지 계속 따라다닐 리가 없었다.

       프랑크 원더스타인.

       친절하고 믿음직스럽고, 서커스에도 조예가 있는 사람이었다.

       믿을만했다.

         

       “하지만 사부님이 반대할 수 있어요. 사부님은 항상 우리를 최소 2군 이상 되는 서커스단에 넣어주려고 하셨어요. 신생 서커스단이라면 반대하실지도…….”

         

       그의 말에 원더스타인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였다.

       노을빛에 의한 착각이었을까?

       그는 한결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설득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아마, 저랑 둘이서 대화를 나눈다면……사부님도 납득할 겁니다.”

         

       원더스타인이 악수를 건넸다.

       엘라는 두 손으로 꼭 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럼 볼일을 보고 오겠습니다. 몇 주 뒤에 봅시다, 엘라 양.”

       “네. 원더스타인 씨……가 아니라, 단장님! 살펴 가세요! 꼭 오셔야 돼요! 꼭이요!”

         

       엘라는 환하게 웃으며 그를 보냈다.

         

       원더스타인은 약속을 지켰다.

       몇 주 뒤 알라모를 다시 찾아왔으며, 사부님을 설득하는 문제도 해결했다.

         

        아주 끔찍한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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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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