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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그때, 뒤에서 다급한 농부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잠깐!!”

       

       “예?”

       

       농부 아저씨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마치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표정이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이스를 유심히 살펴보던 아저씨의 눈이 세차게 떨렸다.

       

       “호..혹시…한스?”

       

       순간, 레이스의 눈이 아저씨에게로 향했다.

       

       “아…!”

       

       레이스와 눈이 마주친 아저씨의 얼굴이 몽롱해지는 게 보였다.

       

       누가 귀신 아니랄까 봐 사람부터 홀리네.

       

       “확 씨! 눈 안 깔아? 잡귀새끼가 어디 사람을 홀려.”

       

       레이스의 귀기를 틀어막았지만 이미 아저씨는 홀려 버린 듯했다.

       

       초점 없는 눈이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귀신이 눈에 보이니까 이런 게 문제네.”

       

       흐르는 영기의 흐름을 끊어 버리자 아저씨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내…내가 방금…”

       

       “아저씨 홀렸어요. 귀신이랑은 함부로 눈 마주치면 안 돼요.”

       

       잠깐 홀렸다고 넋이 나간걸 보니 이 아저씨도 기가 센 양반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 한스라고 하셨나요? 아는 사람이예요?”

       

       “흐릿하게 보여서 잘은 못 봤네만…”

       

       다시 보고 확인하면 될 일인데, 아저씨의 눈은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 말라고 했더니 아예 시선을 돌려 버릴 줄이야.

       

       악귀하나 만난 것치고는 겁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무섭게 생기기로는 우리 집 대가리가 훨씬 더 무서운데 말이다.

       

       “막아놨으니까, 이제 봐도 괜찮아요.”

       

       아저씨의 눈이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로 레이스를 향해 돌아갔다.

       

       “마,맞네! 한스가 맞아! 얼마 전에 실종되었다더니…!”

       

       얼마 전에 실종됐다면 죽은 것도 최근이라는 말인데···.

       

       느껴지는 한이 단기간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조금 자세히 설명해 주실래요?

       

       “나도 그것밖에 아는 게 없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안 들어왔다고 했으니…”

       

       “혹시 한스라는 분이 욕심이 많았나요?”

       

       “그럴 리가 없네. 한스 만큼 소박한 친구도 드물었네.”

       

       소박한 사람이었다고?

       

       그런 사람이 이렇게 욕심이 그득그득한 지박령이 돼?

       

       지박령이 되기 위한 한은 보통의 잡귀랑 차원이 다르다.

       

       정말로 어떤것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나 증오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잘못 알고 있었던 거 아닌가요?”

       

       “줄곧 남작령에서 함께 지내 왔는데 그럴 리가 있는가…”

       

       아저씨는 몬스터가 되어 버린 한스가 안타까웠는지 연신 그쪽을 힐끔거렸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흐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상하단 말이야…”

       

       영혼의 상태도 아주 깔끔했다.

       

       누군가에게 칼을 맞아 죽은 것도 아니었고, 객사를 했다고 보기에도 애매했다.

       

       정말 욕심 하나만으로 단기간에 지박령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될 만한 사연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심지어 점사가 나오려는 듯 머릿속에 희끗희끗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린, 땅 한번 파주실래요?”

       

       아이린의 부름에 노움이 나타나서 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자기 계약자를 두고 왜 자꾸 나한테 먼저 인사를 하는지 모를 일이다.

       

       “노움! 저기 밑에 뭔가 있거든? 나올 때까지 파줄래?”

       

       고개를 끄덕인 노움이 날카롭게 레이스를 째려보고는 멈춰 섰다.

       

       돌아보는 얼굴에는 ‘꼭 이거 파야 해?’ 라고 적혀 있는 듯했다.

       

       내가 레이스에게서 불쾌함을 느끼듯 노움 역시 마찬가지 인 것 같다.

       

       “부탁 좀 할게.”

       

       끄덕.

       

       노움에 의해 땅이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레이스가 발작을 시작했지만 자기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집도 빼앗긴 지박령이 말이다.

       

       이윽고 노움이 땅을 판 자리에서 하얀 물체가 하나 나왔다.

       

       사람의 손뼈였다.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인형을 꽉 쥐고 있는.

       

       “나머지는 없어?”

       

       노움이 고개를 젓는걸 보니 땅 밑에는 손만 있었던 모양이다.

       

       도대체 사람 손만 덩그러니 땅에 묻힐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얼마 전에 죽은 것이 확실한데 뼈는 오랜 시간이 지난 듯 푸석푸석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심각한 악취가 흘러나왔다.

       

       “얼씨구?”

       

       무언가 땅속으로 반쯤 박혀 있었다.

       

       구불구불한 문자와 도형이 새겨진 검은색의 돌.

       

       곧바로 클로셀 영감에게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네크로맨서의 마나로군.”

       

       “네크로맨서요?”

       

       돌에서 사특한 기운이 느껴졌다.

       

       온갖 부정적인 기운을 다 쑤셔 박아 놓은 느낌이랄까.

       

       돌을 살펴보던 클로셀 영감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아티팩트는 본 적이 없네. 다만 수식을 보았을 때 레이스와 연관이 있는 듯 하군.”

       

       나도 느끼고 있었다.

       

       레이스의 음기들이 몽땅 이 돌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동시에 감정들이 비틀어져 있는 게 느껴졌다.

       

       이런 기운은 분명히 느껴본 적이 있었다.

       

       이 물건의 정체를 깨달은 나는 욕을 내뱉고 말았다.

       

       “이런 썩을 놈들이…양밥을 깔아?”

       

       무당들이 쓰는 주술과 비슷한 것이 있다.

       

       주로 누군가를 저주할 때 쓰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잔혹하기 그지없어 무당들에게도 금기시되는 행동이었다.

       

       사람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 넣고 짙은 감정들을 뽑아낸다.

       

       그것이 부정적인 감정일수록 효과가 크다.

       

       허기짐, 증오, 욕심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그 부정적인 기운들을 모으는 매개체가 ‘양밥’이고, 저주를 내리는 것을 ‘살을 날린다’ 라고 한다.

       

       지금, 이 돌에서 느껴지는 것이 그것과 똑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나로 그 현상을 이끌어냈다는 것.

       

       누군가에게 저주를 내리는 대신에 멀쩡한 영혼을 타락시켜 놓았다.

       

       파라몬 영감의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에게 줄 인형이었나 보군…”

       

       저 인형이 감정의 매개체로 보였다.

       

       목숨을 잃기 직전, 한스는 아이에게 줄 인형을 꽉 잡았을 것이다.

       

       전해지지 못할 선물에 아쉬워하고 자식을 생각했겠지.

       

       그 마음을 저 돌이 지독하게도 비틀어 놓았다.

       

       더러운 욕심으로 말이다.

       

       그것도 손만 잘라 양밥의 옆에 놓는 형식으로.

       

       “하아…”

       

       끔찍한 행동에 분노가 끓어 올랐다.

       

       레이스는 자연히 생성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악귀였다.

       

       동시에 불쌍한 망자였다.

       

       그것도 원래의 영혼으로 돌려 줄 방법조차 알 수 없는···.

       

       돌을 바닥에서 뽑아냈다.

       

       “쯧쯧…”

       

       돌을 뽑아내자 레이스에게서 흐르는 음기가 훨씬 약해졌다.

       

       하지만 이미 뿌리를 내린 이상 저 상태로 지내야 할 것이다.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영감들과 아이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네크로맨서일 수도 있네.”

       

       “정확하게 확인해보는 게 좋겠지. 내 마탑에 연락을 취하겠네.”

       

       클로셀 영감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것을 나에게 주시게. 네크로맨서를 추적해 보도록 하지.”

       

       “아니요. 아직 할 일이 남았어요.”

       

       이 돌이 양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네크로맨서는 상대를 단단히 잘못 만났다.

       

       저주나 살을 날릴 때는 말이다.

       

       항상 그 몇 배로 대가를 받게 된다.

       

       인과가 있으면 응보가 따르는 법.

       

       “무당 앞에서 양밥을 깔아?”

       

       이번에 무당한테 역살 한번 맞아봐라.

       

       

       ***

       

       

       클로셀이 수정구를 손에 쥐고 있었다.

       

       – 말씀하신 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잘 부탁하지.”

       

       파라몬을 향해 돌아서는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다행히 별다른 징조는 없다고 하는군.”

       

       얼마 전 영지의 근처에서 고블린 무리가 나타난 일이 있었다.

       

       클로셀은 그 직후 기사들을 파견하여 조사를 실시했다.

       

       백작령의 근처에서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건 평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파라몬의 얼굴 역시 클로셀 만큼이나 굳어 있었다.

       

       “로셀, 어찌 생각하는가? 정말로 네크로맨서들이 나서기 시작했다고 보는가?” 

       

       “아직은 더 두고 봐야 알 일이지…”

       

       “공교롭구만….”

       

       나쁜 예감은 대체로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파라몬은 자신의 직감이 틀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무나도 공교로웠다.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와 세계수의 의지를 따라 크리스를 찾아온 아이린.

       

       거기에 더해 이번에 발견한 네크로맨서의 흔적까지.

       

       심지어 세계수의 상태마저 이상하다 하지 않았던가?

       

       “그들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발견되었던 게 언제인가?”

       

       “40년쯤 되어가는 것 같군. 허나, 아직은 모르는 일 일세. 금단의 마법에 손을 댄 마법사일 수도 있으니.”

       

       파라몬이 침음성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만약에 그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면…”

       

       클로셀의 눈이 커졌다.

       

       “버렸던 나의 이름을 찾아야 하겠군.”

       

       “허허…”

       

       잠시간의 침묵이 둘 사이에 내려앉았다.

       

       먼저 입을 연것은 클로셀이었다.

       

       “직접보니 신기하더구만.”

       

       “무엇이 말인가?”

       

       “크리스가 하는 일 말일세. 매번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자네도 답답했을 것 아닌가?”

       

       “허허…”

       

       두 사람 모두 항상 궁금했던 일이었다.

       

       도대체 크리스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며 어디까지 알 수 있는 것일까.

       

       “레이스를 마치 장난감 가지고 놀듯 다루더군.”

       

       클로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웃음도 섞여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령형 몬스터는 상대하기가 아주 까다롭다.

       

       수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레이스와 벤시 앞에서 속수 무책으로 쓰러져나갔다.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자들만이 상대가 가능한 몬스터라는 것이다.

       

       그런데 마나도 쓰지 않고 레이스를 제압하다니···.

       

       “물건을 들어 올리지만 마법의 흔적은 없더군.”

       

       “이번에도 검술은 아니었네.”

       

       “이것이 알려지면 마법학계가 뒤집힐 것이야. 새로운 형태의 힘이라니.”

       

       두 노인의 눈은 멀찍이서 정성스레 방울을 닦고 있는 크리스에게로 향해 있었다.

       

       늙은이의 연륜일까.

       

       저 소년을 중심으로 무언가 벌어질 것만 같았다.

       

       “손녀에게 연락을 해봐야겠구만…껄껄.”

       

       “난 벌써 말해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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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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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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