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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카가가각! 캉!

       

       

       날카로운 공명음이 예배당을 울렸다.

       

       

       말릭과 파스칼의 전투.

       팽팽한 공방전이었다.

       

       

       ‘어쩌면 혼자서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긴장감으로 단련된 그는 파스칼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말릭의 검이 파스칼의 단검을 내리치면, 파스칼의 자세는 크게 휘청였다.

       

       

       압도적인 괴력을 보여주는 말릭의 패도 적인 검술에 나는 어쩌면 말릭이 이길지도 모르겠다는 가설을 세워봤다.

       

       

       ‘역시 히스타니아 가문인가.’

       

       

       기사단장의 아들이자.

       서브 남주인공 말릭.

       히스타니아의 장남의 무위는 생각 이상으로 뛰어났다.

       

       

       그동안 로웬이 왜 한나에게 재능이 없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말릭의 재능은 확연하게 드러났다.

       

       

       파스칼의 검술을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분.

       흑마법 전개까지 걸리는 시간을 파악하는 데까지 3분.

       상대방을 파악하는데, 5분도 걸리지 않은 괴물 같은 적응력을 이번 전투에서 보여줬으니까.

       

       

       사각을 노리는 파스칼의 마법을 신체 강화 마법으로 상쇄하고, 화려한 검술로 시선을 분산시켜 허수 속에 진짜를 섞어 파스칼의 어깨에 상처를 내는 침착함.

       

       

       혼자서 파스칼을 잡을 수 있다고 설칠 만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어지간한 범죄자들은 반항 대신 자수를 택할 테니까. 황실 기사단에는 이런 괴물들만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말릭의 실력은 파스칼과 동급이란 거였다.

       

       

       하지만, 경험에 기준을 맞춘다면 말릭은 파스칼을 따라올 수 없었다.

       

       

       수많은 실전과 사선을 넘고.

       많은 모험가의 숨통을 끊어 온 파스칼의 경험은 압도적이니까.

       

       

       파스칼 또한 말릭에 비견될 만큼의 뛰어난 재능을 가졌고.

       수많은 실전으로 물이 오른 상태였다.

       

       

       -캉…!

       

       

       팔뚝보다 조금 긴 단검으로 말릭의 검을 받아내는 파스칼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닙니까?”

       

       

       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 분명 말릭인데, 파스칼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릭을 도발하고 있었다.

       

       

       말릭은 파스칼의 허세에 짜증을 드러냈다.

       

       

       “감옥에 다시 들어갈 생각에 미쳐버렸나?”

       “아니요. 그게 아니라 히스타니아의 이름 때문에 겁먹었었는데 말이죠.”

       

       

       훅. 치고 들어오는 파스칼의 단검.

       

       

       말릭은 피하지 못했다.

       볼에서 붉은 피가 흐르자.

       파스칼은 방긋 웃으며 칼날에 묻은 피를 혀로 핥았다.

       

       

       “생각보다 너무 형편없어서요. 키히힛.”

       

       

       소설을 본 나는 알고 있다.

       

       

       파스칼은 광기의 대주교.

       

       

       웃음이 많은 미친놈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일단 도발을 하고 보는 미친놈이었다.

       

       

       특히나 이놈의 능력은.

       

       

       -휘청.

       

       

       사람의 몸을 조종하는 능력이다.

       

       

       말릭의 몸은 크게 휘청였다.

       파스칼에게 볼을 베인 뒤부터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졌다.

       

       

       휘청거리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말릭의 몸에 상처들은 늘어났고, 파스칼이 검에 묻은 피를 음미하면 몸에 힘은 천천히 빠져나갔다.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휘청거리자. 말릭은 파스칼에게 물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파스칼은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게요?”

       

       

       쾅.

       

       

       말릭이 검을 크게 검을 휘둘렀다.

       

       

       파스칼의 목을 정확히 노리고.

       크게 횡을 그었지만.

       

       

       검이 향한 곳은 파스칼이 아닌, 반으로 쪼개진 예배당 의자였다.

       

       

       “어디에 휘두르는 겁니까. 아직 겨울도 아닌데, 장작을 때려고 하시는 건가요?”

       “닥쳐라….”

       “크히힛….”

       

       

       파스칼은 손에 든 단검을 허리춤에 넣고 말릭을 향해 걸어갔다. 또각또각 딱딱한 구두 굽이 전투의 끝을 알리듯 예배당을 울리자. 말릭은 크게 떨었다.

       

       

       “자~ 말릭씨… 말릭씨.. 말릭씨는 어떤 장르를 좋아하십니까?”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는데도 움직일 수 없는 말릭의 몸. 말릭은 입술을 꽉 깨물고 검을 휘두르려 안간힘을 써봤지만, 꿈쩍도 안 하는 몸은 자신의 의지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

       

       

       파스칼의 표정은 확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흑마법에 말릭이 걸렸다는 걸.

       

       

       그는 말릭의 코앞까지 걸어오며 말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꿈꾸는 아련한 로맨스? 아니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액션. 아 이것도 좋겠군요. 히스타니아의 장남이 아무것도 못 하는 코미디 말이죠!”

       

       “입 닥쳐라. 네 주둥아리를 파내버리기 전에…!”

       

       “푸하핫 말릭씨 더 해보세요.”

       “닥쳐.”

       “더…더…. 더! 최고의 예술 작품이 되기 위해 발버둥 처달란 말입니다.”

       

       

       광기에 젖은 눈으로 파스칼은 말릭에게 말했다.

       

       

       “웃어요.”

       

       

       파스칼은 말릭을 얼굴을 주물렀다.

       억지로 웃음을 짓게 하고.

       잇몸을 보이며 웃으라고 강요하는 파스칼.

       

       

       말릭은 분노에 떨고 있다.

       아무것도 못 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고작 한 번의 방심 때문에 전투에 패배한 것이 너무나 초라해서.

       

       

       증오에 찬 말릭의 눈빛을 본 파스칼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저의 예술 작품이 하나 더 완성되었네요. 작품명은 뭐로 할까….”

       

       

       파스칼은 의자에 앉은 나를 보며 말했다.

       

       

       “우정으로 할까요?”

       

       

       승낙을 구하는 그의 눈빛에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것으로 답했다.

       

       

       “전 코미디는 별로인데.”

       “네?”

       “개인적으로 저는 코미디보다 로맨스를 좋아하거든요.”

       “제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분들은 장르를 고를 권리는 없답니다?”

       “아하! 곤충이 사육지를 고를 수 없는 것처럼요?”

       “그냥 죽으시죠.”

        

       

       몸의 자유를 빼앗긴 말릭은 내게 걸어왔다. 그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파스칼의 웃음은 광기로 젖어 들어갔다.

       

       

       손에 검을 들고 육체를 강화하는 마법을 펼치는 말릭. 그의 자괴감에 찌들어있었다.

       

       

       “…도망가라. 아무리 너라도 저 녀석은 못 이긴다.”

       

       

       말릭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자신에게 허락된 자유는 오로지 입뿐이었으니까.

       

        

       ‘젠장’

       

       

       짐짝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할 수 있다고 당당히 말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서. 부끄러웠다.

       

       

       오지 말라고 할 때 고집부리지 말고 포기할걸. 그랬다면 이런 굴욕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말릭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가 턱을 타고 흐르는 모습이 보기 좀 그랬다.

       

       

       “미안하다.”

       

       

       말릭의 검은 나에게 향해 있었다.

       잘 벼려진 칼날은 내 숨통을 끊기 위해 목덜미에 친절히 안착해 있었다.

       

       

       손을 달달 떨고 있는 그.

       나름대로 저항을 하는 중인가 보다.

        

        

       대견한 모습에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있잖아요, 말릭.”

       “도망가라….”

       “지금 개 쪽팔리죠?”

       “씨발”

        

        

       말릭은 냅다 욕을 박아버렸다.

       숭고한 희생정신을 짓밟은 내가 미웠던 모양.

       근데 놀리고 싶은 걸 어떡하냐. 원래 다이어트하는 사람 앞에서 치킨을 먹는 게 가장 재밌는 일인데.

        

        

       나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혼자서 할 수 있다면서요. 가능하다고 한 사람 어디로 도망갔을까요.”

        

       “닥쳐라.”

        

       “역시 한나 씨가 더 대단하다니까요. 한나 씨는 그래도 사마귀한테 파리채 질은 했단 말이에요.”

        

        

       파리채란 말에 몸을 흠칫 움찔거리는 파스칼. PTSD가 오는 모양이다.

        

        

       “자, 잘 봐요.”

       

       

       나는 검을 들었다.

       검에 풍부한 오러를 담고.

       터질 것처럼 오러를 꾸역꾸역 눌러 넣었다.

       

        

       “이건 사랑의 매입니다.”

        

        

       원래 사람이란 건 맞는 것부터 시작하고 맞는 거로 교훈을 얻는 법이다.

       

       

       “따끔해도 참으세요. 그래야 흑마법이 풀리니까요.”

       

        

       [한계돌파(L)가 오러(A)의 한계를 시험합니다.]

        

       

       나는 파스칼에게도 말했다.

       갱생의 기회는 평등하게 줘야 하는 법이니까.

       

        

       “사마귀 씨. 잘 보세요.”

       “?”

       “전기 파리채입니다.”

        

        

       꾸역꾸역 모이는 붉은 오러.

        

        

       나는 뭐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있다.

        

        

       “어라, 너무 힘줬다.”

        

       

       번쩍 하며 말릭의 시야는 점등됐다.

        

       

       *

        

       *

        

       *

        

        

       아침 해가 밝아있는 성당 안.

        

        

       정신을 차린 말릭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싸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지.”

        

       

       옆에는 개거품을 물고 있는 파스칼이 자신의 손을 꼭 잡고 누워있었다.

       

       

       “도련님 깨어나셨습니까?”

        

        

       가문의 기사가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자신을 맞이해줬다. 벌써 아침이 된 것도 이상했고, 파스칼이 옆에 누워있는 것도 이상했다.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지만 가장 궁금한 것은 단 한가지.

       

       

       말릭은 기사에게 물었다.

       

       

       “그놈은 어디갔지?”

       

       

       기사는 말릭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외박은 금지라며 어제 새벽에 돌아가셨습니다.”

       

       

       말릭은 붉은 머리 집사를 생각했다.

       

       

       진짜 개새끼라고.

       

        

       ***

       

       

       “놔!”

       

       

       이번에 곤충 박제가 되어 호송되는 파스칼. 나는 그를 향해 애잔한 눈물을 흘려보았다.

       

       

       “울지 마.”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는 말릭은 초췌한 몰골로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쪽팔리니까. 제발 울지 마.”

       “그렇지만…. 저렇게 좋은 돈벌이를 떠나보내는 게 너무 슬퍼서….”

       “제발…”

       

       

       말릭은 파스칼과의 전투에서 뭔가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다. 오러는 깨우치지 못했지만 사람으로써 한 걸음 성장했다고 해야 할까.

        

       

       역시 사람은 매가 답이다.

        

        

       [히스타니아 말릭 Lv. 48]

       [직업 : 황실 기사단 ‘기사’]

       [호감도 : 34]

       [좋아하는 대화 주제 : 주제 파악/검술/은혜 갚기/사과/화해]

       [싫어하는 대화 주제 : 완벽주의/무시/차별/파스칼/곤충]

       

       

       아직도 성깔이 더럽긴 하지만 그는 제법 나를 좋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말릭은 내게 말했다.

       

       

       “일이 끝나는 대로 한나에게 사과하러 갈 생각이야.”

       “사람이 되셨군요.”

       “그렇지.”

       

       

       말릭의 변화가 보기 좋았다.

       

       

       “한나가 때린다고 하면 맞으셔야 해요.”

       “…때릴까?”

       “기회가 되면 걸레짝 될 때까지 때린다고 했거든요.”

       “…”

       

       

       말릭은 마른침을 삼켰다.

       오러를 깨우친 여동생의 매라.

       상당히 아플 것 같았다.

       

       

       파스칼의 수송마차에 올라탄 말릭은 말했다.

       

       

       “약속한 의뢰 금액은 저번에 현상금을 넣어줬던 계좌로 입금해주면 되지?”

       “네.”

       “그래.”

       

        

       떠나기 전 말릭은 가슴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종이 2장을 꺼내 내 손에 얹어줬다.

       

        

       “그리고 이거 받아.”

       “이게 뭔데요?”

       

       

       말릭은 별거아니라는 듯이 차분하게 말했다.

       

       

       “숲의 친구 식사권이야. 예약하기 어려운 곳이니까 시간 날 때 공녀랑 같이 가.”‘

       

       

       숲의 친구.

       소설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맛집이라고 했는데, 아가씨가 좋아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말릭이 아가씨를 부르는 호칭은 망해버린 가문의 여식에서 공녀로 바뀌어있었다.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아가씨와 외출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리기레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코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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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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