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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

       무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일단 흩어져서 마을을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점소이가 말해준 내용을 토대로 마을을 둘러보며 정보를 보완, 수정할 계획이었다.

         

       두 사람이 먼저 떠나가고 혼자가 된 백우진은 방으로 돌아가 무복 위에 도포를 걸쳤다.

         

       안에 입은 무복이 비치지 않으니 그 모습이 영락없이 유람을 나온 선비처럼 보였다.

         

       그 다음으로 허리춤에 매달린 호리병을 쥐었다.

         

       “금강산도 주후경이지.”

         

       일단 마시고 보자.

         

       부족했던 술기운이 적당하게 채워졌다.

         

       놈들이 무림 고수만 보면 곧장 머리를 조아리고 저자세로 나온다고 하니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술을 손에 묻혀 옷자락 곳곳에 조금씩 묻혀두었다.

         

       이로써 준비가 끝났다.

         

       “자아, 가볼까.”

         

       살기가 팍팍하다는 내용과는 달리, 마을은 제법 평화로워 보였다.

         

       살짝 풀린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걷고 있는데 무언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한 번만 봐주십시오!”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노점상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노점상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험상궂게 생긴 두 청년을 상대로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있었다.

         

       “이봐, 백 씨.”

         

       어라.

         

       “예, 예!”

       “내가 오늘까지 이자 준비해 놓으라고 했어, 안 했어?”

       “해, 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중년 사내 백 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청년 중 하나가 발을 휘둘렀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백 씨가 땅을 뒹굴었다.

         

       “커헉, 컥!”

       “우리 백 씨는 왜 그럴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청년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뺀질거리고, 싸가지도 별로 없는 것 같고, 냄새 나고. 내가 싫어하는 걸 다 모아놨어, 백 씨는.”

         

       그래서 너만 보면 패죽이고 싶어진단 말이지.

         

       그렇게 시작된 구타.

         

       “크헉, 억…!”

         

       누구 하나 나서지 않고 그저 안쓰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으음.”

         

       인파 속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백우진의 심기가 뒤틀렸다.

         

       중년 사내가 얻어맞는 모양새가 불쌍해서는 아니었다. 문제는 그저 사내가 백 씨라는 것이었다.

         

       “괜히 내가 기분이 나쁘네.”

         

       백 씨, 백 씨 하면서 조목조목 욕지거리를 내뱉는데 듣고 있자니 꼭 자신에게 욕하는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웠다.

         

       “확 엎어버려?”

         

       딱 봐도 고수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마을을 돌아다니며 수금이나 하는 놈들이 고수일 리가 없다고 봐야겠지.

         

       “그러면 계획이….”

         

       망설이는 사이, 구타가 멎었다.

         

       “백 씨, 딱 이틀 말미를 주겠어. 그때까지 못 구해놓으면…, 알지?”

         

       백 씨는 아무런 대답도 못한 채 숨을 헐떡이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비켜!”

         

       두 청년이 모여든 인파를 강제로 해산시키며 걸음을 이어나갔다.

         

       그들이 조금 먼 곳까지 사라진 직후, 주변 사람들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른 의원님께 가자고!”

       “아이고, 백 씨!”

         

       그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이 나선 것이다.

         

       적어도 정이 아예 없는 동네는 아닌 듯했다. 어차피 나서봤자 도움도 되지 않고 도리어 더 큰 화를 입을 게 뻔하니 기다렸다가 뒤늦게 신경 써주는 식이었다.

         

       같은 백 씨인 그가 죽을 일은 없겠구나 싶어 곧장 발걸음을 돌렸다.

         

       저 멀리서 또 다른 상인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는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에이, 썅.”

       “오늘따라 수금이 영 안 되는구만.”

       “이러면 또 형님이 지랄할 텐데.”

         

       수금 상황이 영 별로였는지 화가 난 녀석 중 하나가 공연히 지나쳐가던 과일 가게에 진열되어 있던 과일을 집어던졌다.

         

       과일 가게 주인이 원망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다가 금세 고개를 숙였다.

         

       “완전 망나니 새끼들이네.”

         

       그렇게 한동안 마을을 돌며 수금을 이어가던 녀석들은 잠시 쉬어가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섰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기 위해 막간을 이용하여 술 한 모금 더 마신 뒤, 백우진도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양쪽 벽에 기대어 서서 상인들에게서 빼앗다시피 들고 온 닭꼬치를 씹고 있는 녀석들의 사이를 지나쳤다.

         

       “어이.”

         

       아니나 다를까, 놈들이 백우진을 불러세웠다.

         

       “나 말이오?”

         

       히끅!

         

       술에 취한 척 몽롱한 시선을 들어 대답하자 놈들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봉 하나 잡았다는 얼굴 표정들이었다.

         

       “지금 형씨가 내 팔을 치고 가는 바람에 닭꼬치를 떨어트렸잖아.”

         

       백우진은 과장된 몸짓으로 제 도포자락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내 도포엔 양념이 묻지 않았는데.”

       “는데? 이 새끼가 얻다 대고 반말이야?”

         

       안 그래도 험상궂은 얼굴을 더욱 구기며 달려든 녀석이 백우진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자, 잠깐.”

         

       안색이 파리해진 백우진이 급하게 그를 불렀다. 그러자 녀석은 눈앞의 기생오라비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신이 나서 마구 흔들어댔다.

         

       “우욱…!”

         

       우웨엑!

         

       조금 전에 마신 술이 그대로 역류했다.

         

       “으악!”

         

       쏟아진 토사물이 멱살을 쥐고 흔들던 녀석의 얼굴을 타고 흘러 의복을 적셨다.

         

       “그러게 내가 그만 흔들라고 했잖아.”

         

       아으, 속 쓰려.

         

       “이, 이 개새끼가…!”

         

       화가 머리끝까지 난 녀석이 앞섶 안으로 손을 넣어 잘 벼려진 단검을 손에 쥐었다.

         

       “뒤졋!”

         

       퀭하던 눈동자가 순간 빛을 되찾았다.

         

       백우진은 직선으로 뻗어오는 녀석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힘의 방향을 틀었다.

         

       목표는 이 모습을 빤히 지켜보고 있던 나머지 한 녀석.

         

       “끄아악!”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게 이런 것일까.

         

       동료가 술에 취한 기생오라비 놈을 어떻게 망가뜨릴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던 녀석은 난데없이 날아든 칼에 어깨를 꿰뚫렸다.

         

       “아, 아니 이게…!”

       “끄어억!”

         

       창졸간에 벌어진 일에 찌른 놈은 어깨를 찌른 단검을 쑥 뽑아버렸고, 찔린 놈은 2차로 가해진 고통에 눈을 회까닥 뒤집은 채로 비명을 내질렀다.

         

       “와…, 그걸 또 뽑네.”

         

       찌를 때보다 더 아픈 게 뽑을 땐데.

         

       “너 사실 쟤한테 억하심정 있었던 거 아니냐?”

         

       백우진이 이때다 싶어 신나게 입을 털자 녀석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

         

       눈앞의 상대가 고수라는 걸 눈치 챈 것이다.

         

       “소, 송구합니다! 제가 미처 높으신 분을 몰라 뵙고…!”

         

       곧장 납작하게 엎드린 채 이마를 땅에 내리치는 놈의 모습을 보며 백우진은 혀를 내둘렀다.

         

       “와…, 우디르야, 뭐야.”

         

       태세전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백우진은 쭈그리고 앉아 슬며시 고개를 든 녀석과 눈을 마주쳤다.

         

       “네가 그 백사파인가 뭔가 하는 사파 나부랭이냐?”

       “마, 맞습니다.”

       “그럼 일어서.”

         

       녀석이 망설였다. 백우진이 한 번 더 눈을 부라리자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놈 챙기고.”

       “옛!”

         

       어깨에 피를 줄줄 흘리며 땅바닥을 나뒹구는 동료를 들쳐 업은 녀석에게 손짓했다.

         

       “안내해.”

       “…어딜 말씀이신지.”

       “백사파.”

         

       니들 두목 얼굴이나 좀 보자.

         

       찌른 놈과 찔린 놈, 두 놈의 얼굴이 동시에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 * *

         

         

       마을을 쭉 둘러보다 해가 저물어갈 즈음에야 객잔에 도착한 신예화와 제갈연지.

         

       “우진이가 늦네….”

       “그러게요.”

         

       신예화의 말에 대답하는 제갈연지의 말투는 평소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그 가식적인 모습에 신예화가 새초롬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 바로 본색을 드러내시겠다?”

       “본색이라뇨? 전 그런 거 없는데요.”

         

       뻔뻔하고, 당당하다. 평소의 제갈연지에게서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에 신예화는 속이 답답해졌다.

         

       ‘우진이가 이걸 봐야 하는데!’

         

       백우진에게 그녀의 불여시 같은 행태를 낱낱이 까발리고 싶은데 도리어 자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받으니 답답하다 못해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

         

       “저어….”

         

       두 사람이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족제비 같이 생긴 사내가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시죠?”

         

       신예화가 날카로운 말투로 묻자 족제비는 당황한 얼굴로 그녀들에게 물었다.

         

       “신 소저와 연 소저…, 맞으시지요?”

       “전 신 씨가 맞지만, 이쪽은….”

         

       그녀가 틀린 정보를 정정하려 하자 제갈연지가 잽싸게 말을 가로챘다.

         

       “맞아요, 제가 연 씨예요.”

         

       신예화가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봤지만 제갈연지는 아랑곳 않고 그에게 되물었다.

         

       “그래서, 우린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죠?”

       “아, 백 형님께서 두 분을 모셔오라고 하셔서요.”

         

       두 사람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분명 이 마을은 세 사람 모두에게 처음인 곳인데 어디서 나타난 동생이란 말인가.

         

       “앞장서세요.”

         

       제갈연지가 말하자 족제비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앞서 나갔다.

         

       “대체 무슨 일일까요?”

         

       신예화가 묻자 제갈연지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만큼은 자신도 어찌 된 영문인지 파악이 불가능했다.

         

       “일단 따라가 보면 알겠죠.”

         

       족제비가 안내한 곳은 마을의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전각이었다.

         

       “여깁니다.”

         

       전각의 입구에 다다른 두 사람은 출입문 위에 위치한 거대한 현판에 적힌 한자를 읽었다.

         

       “백사파…?”

       “엑!”

         

       그녀들과 백우진이 노리는 백사파의 본거지였다.

         

       “우진이가 왜 여기에….”

         

       두 사람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백사파의 뒤를 밟다 걸려서 붙잡힌 건 아닐까.

         

       “어서 들어가시죠. 형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붙잡혔다고 하기엔 상대의 태도가 너무나도 저자세였다.

         

       잠시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이내 족제비의 뒤를 따라 백사파의 본거지 안으로 발걸음을 밀어 넣었다.

         

       그의 뒤를 따라 조금 걸어가자 온갖 악기가 연주하는 음률과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소리의 근원지에 도달한 신예화와 제갈연지의 눈이 앞으로 쏟아져 나올 듯 부릅떠졌다.

         

       “자아, 한 잔 더 하자고!”

       “예, 형님!”

         

       백사파의 전각 앞마당에서 백우진이 웬 두 사내와 어깨동무를 한 채로 음률에 따라 덩실덩실 춤을 추며 술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은 모두가 힘을 잃어버리는 월요일,,,!

    일요일 밤부터 내일을 걱정하는 독자님들의 심신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리고자 연참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백사파 에피소드는 용봉비무제 이전의 가벼운 에피소드로서,

    주인공이 두 여인과 함께 흑도 방파 하나를 시밤쾅! 하고 부서버리는 것이었습니다만,,,

    과연 그것이 주정뱅이인 주인공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인가?? 에 대한 물음에 에피소드를 좀 더 갈고 닦았습니다,,,!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에피소드가 살짝 길어져서 연참으로 이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선작, 댓글, 추천 한 번씩만 부탁드리겠습니다ㅎㅎ,,,!!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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