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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0

       두 시간 후.

       권아린과 함께 약속된 장소로 이동했다.

       오늘 공략할 던전은 삼 단계였다.

       

       삼 단계 던전 몬스터를 잡은 적이 있긴 하지만, 직접 공략하는 건 처음이었다.

       기대감과 긴장감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우리가 제일 늦었나 보네.”

       

       권아린이 모여있는 사람들을 향해 다가섰다.

       우리 말고도 세 사람이 더 있었다.

       

       “오셨어요.”

       

       샤프한 인상의 남성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날카로운 인상이 사나워 보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렸나요?”

       

       “아뇨, 우리도 방금 왔습니다.”

       

       권아린을 향해 손을 저은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쏘아보는 듯한 눈빛에 눈을 내리깔고 들고 있던 떡꼬치를 내밀어 보였다.

       

       “죄송해요. 이거 간식 사느라 늦었어요···”

       

       “괜찮습니다. 간식은 중요하니까요.”

       

       “네, 네에···”

       

       간식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진 않은 것 같은데.

       머뭇거리면서 다른 이들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여성이 작게 중얼거렸다.

       

       “···애 간식은 중요하지.”

       

       사나운 인상의 여성이었다.

       그녀가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뭔가 무서워서 모르는 척했다.

       

       바닥만 내려다보며 떡꼬치를 한입 베어 물자, 처음 우리에게 말을 건 남성이 입을 열었다.

       

       “···그럼 아이 간식 먹는 동안 간단하게 자기소개랑 브리핑할까요.”

       

       “예.”

       

       “그러죠.”

       

       브리핑은 처음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남성이 주도했다.

       그가 오늘의 일일 리더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리더자리는 민감한 주제였음에도 딱히 문제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반갑습니다. 박태건입니다. 검을 주 무기로 사용하며, 오늘 갈 던전은 두 번가량 경험해 본 적 있습니다.”

       

       리더의 이름은 박태건.

       여우별 길드 소속의 모험가였다.

       던전의 경험자라는 말에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박태건이 자기소개를 끝낸 뒤, 사나운 눈매의 여성에게 차례를 넘겼다.

       

       “···이미나. 여우별 소속 마법사고, 삼 단계 수준의 마법은 다 써요.”

       

       마법사의 이름은 이미나였다.

       계속 나를 힐끔거리는 거만 제외하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이미나가 말을 끝내자, 덩치가 큰 남성이 호탕하게 외쳤다.

       

       “황철우! 평범한 중소 길드입니다! 보시다시피 몸이 튼튼해서요! 힘쓰는 일이라든가, 버티는 일은 자신 있습니다!”

       

       황철우는 전형적인 탱커였다.

       성격은 상당히 좋아 보였다.

       그렇게 몰랐던 세 사람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우리 차례가 찾아왔다.

       

       “저는 권아린···”

       

       권아린의 자기소개가 나쁘지 않게 끝났다.

       곧바로 찾아온 내 차례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다수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제, 제 이름은 한겨울이에요. 활을 쏴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밋밋한 자기소개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사나운 줄로만 알았던 이미나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씰룩거렸다.

       

       “이제 브리핑 들어가겠습니다. 오늘 가게 될 던전은 아시다시피 엔트 던전입니다. 혹시 경험자 계신가요?”

       

       엔트 던전.

       마스터와 교육삼아 간 적 있는 던전이었다.

       나랑 상성이 꽤 좋은 던전이기도 했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렸다.

       

       “저 한 번 가본 적 있어요··· 마스터한테 엔트 던전에서 교육받았거든요···”

       

       “마스터라면 여명의··· 혹시 마스터께 배운 게 있으려나요?”

       

       “나무랑 비슷해서 찾기 힘든 몬스터예요. 근데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서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소, 소리요···?”

       

       박태건의 시선이 내 귀를 향했다.

       그리고는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탐색을 맡겨도 될 정도인가요?”

       

       박태건의 질문에 답한 건 내가 아닌 권아린이었다.

       

       “겨울이가 탐색능력만큼은 마스터보다 뛰어나요. 걱정할 필요 없을 거예요.”

       

       “···그렇군요.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브리핑을 마친 우리는 던전 포탈 앞에 섰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 박태건이 마지막으로 우리를 돌아보았다.

       

       “추가 임무 있는 거 알고 계시죠? 이거 때문에 던전 일정이 오늘로 바뀌었거든요.”

       

       “예. 사람 찾는 일이요.”

       

       사람 찾는 일?

       나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에 박태건이 입을 열었다.

       

       “어느 모험가가 술에 취해 던전에 들어갔다더군요. 덕분에 급하게 던전에 모이게 됐네요.”

       

       “···누가요?”

       

       “후드를 써서 아무도 얼굴을 못 봤다더군요. 단검을 들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수색 파티가 따로 있긴 한데, 우리한테도 같이 찾아 달라더군요.”

       

       단검을 들었다면 모험가이긴 하겠다.

       권아린이 던전에 같이 가자는 게 추적 능력 때문이었나?

       

       추적에는 자신이 있었다.

       들어가서 위기에 빠진 모험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

       

       

       던전 공략은 삼 단계 던전이 맞나 싶을 만큼 수월했다.

       숨어있는 엔트를 다 구별할 수 있는 덕분이었다.

       

       “저기 엔트 두 마리 있어요.”

       

       빼곡하게 자란 나무 사이로 화살을 쏘았다.

       두 개의 화살을 동시에 쏘았다.

       화살에 맞은 엔트가 파르르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철우씨! 한 마리 마크해 주세요!”

       

       “예!”

       

       탱커 황철우가 엔트 한 마리를 마크하는 사이, 남은 이들이 다른 엔트를 사냥했다.

       처음 만난 파티임에도 합이 상당히 잘 맞았다.

       우리는 금세 엔트 두 마리를 정리할 수 있었다.

       

       “···정말 한 마리도 안 놓치고 다 찾아내는군요.”

       

       리더 박태건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의 곁에선 황철우가 으하하 웃으며 엔트를 밟아 으깼다.

       화풀이를 하는 건 아니고, 내부에 있는 마석을 찾기 위함이었다.

       

       “굉장하네요! 초심자는 일분에 십 미터를 겨우 간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두 사람이 기분 좋게 엔트 장작을 팼다.

       나는 마석을 찾는 두 사람을 향해 다가서려 했으나, 마법사 이미나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넌 안해도 돼.”

       

       “뭐, 뭐가요?”

       

       나 뭐 잘못했나?

       두 손으로 활을 꼭 붙잡은 채 이미나를 올려다보았다.

       

       “마석 찾는 거 안 해도 된다고.”

       

       “도와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네 힘으론 나뭇가지도 못 자를걸? 그냥 뒤에서 쉬고 있어.”

       

       엔트가 그렇게 딱딱했나.

       화살을 꺼내 촉 부분으로 엔트 시체를 찔러보았다.

       딱딱해서 제대로 박히지가 않았다.

       

       ‘이건 안 되겠다.’

       

       내가 활이랑 화살 보정을 많이 받긴 하지.

       이미나의 말대로 뒤에서 쉬기로 했다.

       

       “죄송해요. 저도 도와줘야 하는데.”

       

       모두 일할 때 혼자만 쉬어서 화가 많이 났으려나.

       미안한 마음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으니, 이미나가 내 어깨를 눌러 강제로 앉혔다.

       

       “걱정 마, 네가 사 인분은 하고 있으니까.”

       

       “미나님 말이 맞습니다. 덕분에 공략 시간이 엄청 단축되고 있거든요.”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 저렇게 말해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근처 나무 옆에 앉았다.

       

       그쯤에서 엔트 마석을 채취한 권아린이 내게로 다가왔다.

       

       “겨울아, 사람 추적은 잘 돼가고 있어?”

       

       “그게, 저쪽에서 움직여가지고 거리 좁히기가 힘드네요.”

       

       추적중인 대상은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를 피해 도망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가만히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이왕 움직일 거면 우리 쪽을 향해 움직이면 참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상대방이 방향을 바꿔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쪽을 향해 달려오는데,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어···?’

       

       중위권 모험가는 되어야 낼 수 있는 속도였다.

       이 정도 실력자면 혼자서도 엔트 던전은 쉽게 클리어할 텐데?

       

       ‘설마···?’

       

       우리를 피해 한참을 도망치며 움직이다가, 갑자기 결의를 다지듯 달려온다.

       나는 그가 왜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

       수인족의 타고난 본능 덕분이었다.

       

       “모, 모두 조심하세요!”

       

       우리보다 강한 모험가가 살의를 품고 달려온다.

       빠르게 대비를 해야 했다.

       

       

       **

       

       

       렉스 그림슨.

       그는 범죄자였다.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죄목은 아동 성추행 미수.

       그림슨은 이 나라에서 아이를 건드린 자는 맞아 죽는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급히 도주하고 있었다.

       

       그림슨이 선택한 도주지는 던전이었다.

       엔트 던전은 나무가 빽빽히 자라난 넓은 산지인지라, 숨어있기에 제격이었다.

       

       던전은 클리어해도 안에 들어간 자가 나오기 전까진 닫히지 않았다.

       던전의 기묘한 성질을 이용한다면, 오랜 시간 숨어있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숨어 있어야 하지?

       그림슨이 홀로 고민을 할 때였다.

       

       던전에 설치한 거미줄이 차례대로 끊어지기 시작했다.

       테이밍한 거미를 이용한 거미줄로, 끊어지면 신호가 오는 방식이었다.

       끊어지는 거미줄의 방향이 정확하게 그림슨을 향해 있었다.

       

       ‘뭐야?’

       

       누군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

       우연인가 싶었으나, 방향을 바꾸면 상대도 방향을 바꿔 쫓아왔다.

       

       ‘추적자가 붙었다···!’

       

       그런데 이 추적자 상당히 약하다.

       앤트를 잡으면서 오는지 쫓아오는 속도가 느렸다.

       

       ‘추적자를 죽이면 곤란해지는데.’

       

       죽이면 더 많은 추적자가 붙겠지만,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이들을 살려둘 수도 없는 노릇.

       짧은 시간을 고민한 그림슨은 이들을 죽이기로 했다.

       그는 욕망을 우선시하는 남자였다.

       

       ‘이쪽인가.’

       

       그림슨이 방향을 바꿔 추적자들을 향해 달렸다.

       몇 분 정도 전력으로 달리자, 다섯 명의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한 아이가 그림슨의 시선을 이끌었다.

       

       하얀 귀와 꼬리를 지닌, 수인족 아이.

       순수하고 천사 같은 모습에 그림슨의 욕망이 들끓기 시작했다.

       

       목을 조르고 싶다.

       살려달라 애원하는 그때···

       

       그래.

       내가 하던 일을 못 끝내고 왔지.

       저 아이만 빼고 다 죽여야겠다.

       그림슨이 허리춤의 단검을 빼 들었다.

       

       “으으···”

       

       겨울은 그림슨을 보며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어쩌면 역겨움일 수도 있었다.

       

       겨울의 감정이 변하자, 페로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로몬이 묻은 이들은 겨울이 위험에 빠졌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살려주새오.

       

       페로몬이 묻은 이들의 머릿속에 울먹이는 겨울이 그려졌다.

       환각과 환청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길드 마스터 강진호도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겨울이의 ‘살려주새오’는 ‘저 사람을 죽여주새오’로 해석할 수 있답니다…!

    (지난 화 내용을 살짝 수정했답니다! 갑자기 범죄자가 나오는 게 개연성이 이상해요…!)
    (내일 가게 된 던전에서 사람이 실종되어 오늘 가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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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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