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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0

       인터넷방송이 주류에 가깝게 올라온 시기였다.

        

       과거 신문, 잡지 따위의 올드 미디어가 전파를 타는 뉴 미디어로 진출하고 싶어했듯, 공중파에서 활약하던 이들이 역으로 트위트나 지튜브에 진출하고자 노력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으니.

        

       유명인사가 인터넷방송에 등장하는 것은 더이상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유력 정치인이나 이름 있는 연예인이 스트리머의 개인방송에 홍보차 출연하기도 하는 시대 아닌가.

       

       그럼에도, 깔끔한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글로벌 기업의 CEO와, 터질듯한 와이셔츠를 애써 숨긴 채 상복을 입은 여자. 그리고 배경으로 비치는 제사상은- 쉬이 예상하기 어려운 화면이더랬다. 

        

       공지에서 설명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방제에조차 ‘인터뷰: 나오나, 정말로 괜찮은가’라고 적혀있을 뿐인 방송의 한 장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게임의 뼈대를 직접 코딩한 대표이사를 방송에 모셨다는 사실 따위, 그 어디에도 암시조차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니 수없이 많은 방송들의 틈바구니에 박힌 작은 썸네일 속에서 J. Dox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외부인은 없었다.

        

       J. Dox가 그 ‘아따먹’의 방송에 출연한 상태라는 사실이 레딧 등 타국 커뮤니티에 알려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였다.

        

       아주 잠시간 이어질 평화였다.

       

       태풍의 눈 속 찻잔과도 같은.

        

       * * * *

        

       “-그러면, 역시 나오나는 초기에 키보드-마우스로만 조작하는 게임이었네요. 흔적이 남아있다고 생각했어요.”

        

       맞습니다! 지금도 키마 컨트롤이 가능은 하게 한 건, 개발자로서의 제 고집 비슷한 거였어요. 원형의 나오나를 조금은 남기고 싶었거든요. 사실, 마지막까지도 시야는 VR로 하더라도 컨트롤은 키보드 마우스로만 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습니다. 현 기술로는 멀미 극복이 불가능해서 포기했지만요.”

        

       초반은, 정상적인 인터뷰였다.

        

       합의된 바와 같이.

        

       며칠 전, 한국 지사장실.

        

       변호사의 개입이 사라진 시점부터, 두 사람은 직책과 언어의 장벽을 가벼이 뛰어넘어 의기투합하기 시작했다.

        

       J. Dox로서는, 스스로에게 놀랄 정도로 죽이 잘 맞는 시간이었다.

        

       순수한 게임 얘기로 이 정도의 열정을 불태운 것이 대체 얼마만이던가.

        

       나이를 먹고는 친구들도 하나 둘, 일과 육아에 치여 게임으로부터 멀어져갔고……함께 게임을 즐기던 업계인들은, 언제부턴가 게임을 일로만 대하기 시작했으니.

        

       패러데이 게임스 내부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와 동격인 이들은 비즈니스에만 관심이 있었고, 정작 게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창립멤버이자 C레벨 임원인 그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절절히 느껴졌으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게임인 나이트 오브 나이츠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음에도, 정작 게임으로서의 나오나에 대해 대화할 기회는 갈수록 줄어든 것이다.

        

       그러니, 과몰입의 극한을 보여주는 이예나와의 대화가 즐거울 수밖에.

        

       처음에는, 나오나의 현 상황을 개선할 방법에 관한 이예나의 생각을 가벼이 들어주는 정도에 그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금 특별한 팬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느낌이었더랬다. 그러나 이내, 주제는 자연스레 나오나 그 자체로 옮겨갔고-

        

       온갖 이야기가 오가는 시간이 길게 이어졌다.

        

       캐릭터를 6개로 한 이유부터, 무기 종류를 고정시킨 것에서 오는 변수. 특성 트리를 어느 정도까지 미리 염두에 두고 층위를 짠 것인지부터, 각종 특성의 숨겨진 효과들, 의도된 것이라고 보기 힘든 특성 간 시너지들에 관한 토의…….

        

       시간 가는 것도 잊은 채 몇 시간에 걸친 대화를 나누며, J. Dox는 ‘이 사람과는 달리 만났더라면 제법 좋은 친구가 되었을 것 같다’는- 스스로도 부끄러워질 정도로 일본 애니메이션 대사스러운 생각을 했더랬다.

        

       한참- 정말이지 한참은 어린, 미모의 동양인 여자에 대해 품어도 되는 생각은 아니었다. 얼굴만 보면 10대라고 해도 믿을 외모 아닌가.

        

       얼굴, 얼굴만 보면.

        

       ……전체적으로 보면, 결코 어린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리하여 반쯤은 홀린 듯한 기분에, 간만에 취향이 맞는 대화에서 오는 기쁨. 그리고 나오나의 문제점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는 사람과 타계책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설렘까지 합해진 결과-

        

       “자. 다음 질문이에요. 수호병 돌파가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데…… 나오나 유저들의 평균 실력에 대한 한탄을 부탁드려요. 그걸 왜 못 뚫지.”

        

       흥분 상태에서 방송 출연에 합의한데 이어, 얼마 후 제공받은 인터뷰 질문지까지 폭주하듯이 승인해버렸더랬다.

        

       제법 충동적인 그로서도, 평소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판단이었다. 만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사람의 개인방송에 출연하겠다는 약속이라니.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나 공교로웠던 것이.

        

       게임에 대한 열정 따위 시궁창에 버린 듯한 동료들에 대한 실망. 인생을 7할쯤 바친 게임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예감. 그리고, 그나마 유저들에게 이미지가 좋은 자신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려 드는 투자자들에 대한 염증까지.

        

       그 모든 것에 지쳐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해오던 와중에, 오랜만에 게임 플레이만으로 자신을 감탄하게 한 이예나를 만났고-

        

       그녀가 나오나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동안 숨겨오던 신상을 드러내면서까지 공개적으로 시위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개발 총괄이자, 형식상이나마 대표이사인 자신이, 그저 도망쳐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사이- 이 스트리머는, 오로지 게임을 잘 운영해달라며 사람을 규합해서 시위까지 이끌어냈다니.

        

       어떻게든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휩쓸릴 수밖에.

        

       그럼에도, 시위 영상을 본 것만 아니었다면-

       

       그러니까, 수백명이 다 함께 자신이 디자인한 캐릭터를 찬양하며, “Rogue, Rogue, the best of all!” (이예리의 번역이었다) 을 외치는 것을 보지만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아무리 그래도 방송에 직접 출연한다는 판단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성을 되찾고 생각해보면, 달리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 많고도 많았으니.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자, 던져진 주사위였고-

        

       어, 네? 아니, 유저분들의 실력이라니……수호병은 애초에 돌파가 어렵도록 설계된 게 맞습니다. 치열한 전투 끝에 거점을 점령한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주는 한편, 팀 간 실력 차이를 일부 보정하는 역할이에요.”

        

       “뭐 좀 세다 싶으면 일단 너프하는 게 운영 철학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로 너프 안 할 건가요. 수호병에 들이박다가 죽은 브론즈, 실버 유저의 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침팬지보다 많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왜 비교가……아니, 대답하지 말아주세요. 네. 수호병의 연격에 과도한 압박을 느끼신다는 피드백은 저희 역시 확인하고 있고, 수치 조정의 여지는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어디에 스파이 심어두셨습니까? 미국에서는 중범죄예요, 그거.”

        

       “여기서는 게임 살해죄가 더 중범죄예요. 아무튼, 그러면 수호병은 머지 않은 세월 내에 너프당할 수 있겠네요. 다들 2장궁 꿀은 빨 수 있을 때 빠셔야겠어요. 그러면……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그 대가는, 인터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물론,  ‘유저들의 평균적인 돌파력 대비 수호병의 방어력이 과도하여, 돌파 중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정 가능성이 있을까요?’ 정도로 정제되어 있던 질문지를 승인한 대가 치고는 다소 과다하다고 볼 수 있었으나-

        

       ‘질문지 그대로 여쭤보진 못할 거예요, 아마. 채팅창 반응도 반영하게 될 거고, 제 감정도 더 실릴……네. 저, 지금 패러데이에 감정이 좋진 않아요. 미리 말씀드려 할 것 같아서요.’

        

       라며 경고하는 이예나에게 고개를 적극적으로 끄덕이며,

        

       ‘오히려 좋습니다! 질문지 그대로 읽는 인터뷰 따위, 제 성격에 맞지도 않아요. 그딴 인터뷰는 CEO니 COO니 꺼드럭거리기 좋아하는 친구들한테나 맡기고 싶네요. 기왕 인터넷 방송에서 진행하는 거, 나오나 유저로서의 솔직한 감정을 듬뿍 담고, 채팅창에서 나오는 날 것 그대로의 반응에도 맞서는 인터뷰로 부탁드립니다!’

        

       라고 외친 점까지 생각해보면, 인과응보에 가까운 결과라고 할 수 있으리라.

        

       * * * *

        

       질문지의 막바지.

        

       ‘J. Dox님께선 초기 단계에서 도적의 핵심 트리를 고안하신 디자이너시기도 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도적 너프의 배경과 원인에 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라고 적힌 질문을 흘긋, 내려다봤다.

        

       가장 묻고 싶던 핵심 질문이다. 제법 긴 인터뷰의 끝에 드디어 도달한.

        

       “자. 그러면, 다음으로……도적, 개발자잖아요. 우리 도적한테 왜 그랬어요? 마음으로 낳은 아들이면서……이유라도 얘기해주세요. 이유라도, 알고 싶어.”

        

       『눈에 살기보소 ㄷㄷ』

       『진짜 아들이라도 죽였냐 ㅋㅋㅋㅋㅋ』

       『따질만은 해』

       『남편이 오체분시당한 과부의 눈빛』

       『???: 왜 그랬냐고? 그야……도적 너프를 취소하길 바란다면, 알지? 크헤헷』

        ㄴ영구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왜 대답이 늦지.

        

       여기서 자연스럽게 2부로 넘어가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는데.

        

       그리 생각하며 얼굴을 확인해보자니, 확연하게 지쳐보이는 것이. 정신도 조금 없어보이는데.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눈도 조금 쾡해보이고.

        

       ……저 상태로 게임 할 수 있나. VR, 제법 피곤하던데.

        

       “……물 한잔 드릴까요.”

        

       네, 부탁, 부탁드려요.”

        

       “술도 있어요.”

        

       안 될……잠깐, 무슨 술이 있습니까?”

        

       “음……집이 아니라서, 다양하진 않은데. 응급용 보드카랑 위스키, 소주는 챙겨왔어요. 여기 냉장고에 콜라도 있던데, 뭐 하나 타드릴까요.”

        

       “……응급용? 이거 번역이 조금 잘못된 것 같은데……아니, 아닙니다. 위스키나 한잔 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술, 너무 빨리 마시는 거 아닌가. 취하면 곤란한데.

        

       2부에선 한판 붙기로 했잖아. 마스터였다지만, 한동안 게임 쉰 것 같던데. 술까지 취한 상태로 도적 플레이……가능하려나.

        

       조금, 미심쩍은데.

       

       “……그래, 까짓꺼! 어떻게 되나, 오늘 한번 가봅시다!”

        

       ……술도 약해보이고. 밸런스 조절을 위해 나도 한잔해야 하려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승언_836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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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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